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152
너의 초식이 보여 152화
십천간편(4)
“혹시 모산파 도사 중에 배도식이란 분이 있습니까?”
“배도식, 그 배신자 말인가?”
반포도사는 갑자기 인상을 구겼다. 그리고 불쾌한 듯 물었다.
“혹시 아는 사람인가?”
“아닙니다. 부탁을 받고 그를 찾고 있습니다.”
“그놈 찾고 싶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지. 한때 사형이라는 게 부끄러울 정도야.”
“큰 죄를 지었나 보군요.”
“반운도사 배도식, 우리 합비성 분타주였지. 그런데 몇 달 전에 합비성의 분파에서 보유하고 있던 돈을 비상금까지 탈탈 털어 달아났다네. 거기다 모산파의 보물까지 훔치고, 도망치다가 제자 두 명까지 죽였지……. 그놈 잡으면 내가 직접 다리를 부러뜨릴 생각이네.”
사람 좋아 보이던 그가 씩씩거리며 화를 냈다. 그 정도로 반운도사를 싫어했고,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하나같이 반운도사를 욕하는 눈치였다.
요약을 해보면, 그는 모산파의 돈과 보물을 챙기고, 동교를 데리고 도망친 걸로 정리할 수 있었다.
아마도 동교가 십천간편을 들고 있으니까, 그래서 데려가지 않았을까?
그렇게 예상할 수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반운도사 배도식만 찾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 방도를 생각하면서 청안당 안으로 들어갔다.
정인 군주는 침상에 묶여 있었고, 눈에 핏발이 선 채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그녀는 입에 담지 못할 정도로 욕설을 뱉었고, 호위무사들이 그녀의 수혈을 짚었다.
그제야 방안이 조용해졌다.
“자아. 해봐라.”
어디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자.
손곡진인을 비롯하여 대다수가 그런 눈빛이었다. 이런 사람들에게 내 능력을 보여줄 생각은 없었다.
“제가 사실 부끄러우면 실력발휘를 못 해서요. 전부 나가주시겠습니까?”
“무엇이라?”
“우리가 널 어떻게 믿고, 군주님을 맡기겠느냐?”
나는 태연히 대꾸했다.
“어차피 제가 실패하면, 저에게 책임을 물을 거잖습니까? 성공하든 안 하든 제가 책임질 테니, 모두 나가주십시오.”
당돌하다느니, 싸가지 없다느니, 못하면 전부 저놈 책임이다. 등등의 속삭임이 들렸다.
“그래.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지.”
문주인 손곡진인 역시 나를 비웃으며 밖으로 나갔다. 오직 반포도사만이 나를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지금 자네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나? 실패하면 어쩌려고 그러나?”
“성공하면 되지요. 걱정 말고 나가 계십시오. 오래 걸리지 않을 겁니다.”
모두가 밖으로 나갔다.
심지어 군주를 개인적으로 지키는 호위무사들까지 밖으로 내보냈다.
그 후에, 나는 정인군주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제 십삼 세가 되는 어린 나이였다.
피부가 깨끗하고, 오관이 또렷하여 크면 미인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수혈을 풀고 깨우자, 대번에 달라졌다.
얼굴 표면에 핏줄이 솟아오르고, 눈이 붉어졌다. 그리고 날카로운 여자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이건 또 무슨 물건이냐? 어른도 아니고, 어린아이도 아닌 것이 야들야들해 보이는구나. 제법 맛있겠어. 낄낄낄.”
[입 다물어라.]“으음? 음음.”
그녀의 입술에 풀칠이라도 한 듯, 입을 벌리지 못했다.
언령의 힘이었다.
이것은 풍도대제 염마왕과 녹안석의 힘이 조합되어 발전한 형태였다.
몇 가지 실험을 해봤는데, 어렵고 복잡한 내용은 힘들었다. 간단한 명령일수록 효력이 좋았고, 인간과 귀신, 악귀를 가리지 않고 써먹을 수 있었다.
특히 내공이든, 도력이든 약한 존재일수록 효과가 컸다.
초어괴는 잡기 힘든 녀석이지만, 악귀로서의 힘은 약한 축에 속했다.
[이번 기회에 너에 대해 알아보자. 내가 하는 물음에만 답을 해라. 너의 이름은 뭐지? 너는 어디서 왔고, 몇이나 되지?]그러자 놈은 처음에는 땀을 뻘뻘 흘리면서 거부하려 했다. 하지만 끝내는 대답을 했다.
“나, 나는 고루투, 어딘지는 모르지만, 이계에서 왔다. 그리고 몇이나 있는지 나는 잘 모른다.”
[나는 모른다? 그럼 누가 알고 있나?]“고루잠. 그녀가 알고 있다.”
[왜 그녀가 알고 있지? 자세히 말해.]“그러니까……. 여기 말로 하면 고루잠은 우리의 어머니라 할 수 있다. 그녀가 우리를 낳고, 세상으로 보내는 일을 한다.”
놀라운 일이었다.
그러니까 고루잠이란 존재가 이계에서 넘어와서, 고루투라는 이 녀석을 계속 생산하고 있다는 의미였다.
그놈을 없애지 않는 한, 고루투는 계속 나타날 것이다.
[고루잠은 지금 어디 있지?]“저쪽……. 저쪽으로 가다가 큰 물이 있는 곳. 고루잠은 물속에 있다.”
고루투는 북동쪽을 가리켰다.
그런데 너무 추상적이었다. 그저 큰 물이 있는 곳이라니.
어느 정도가 큰 물인 건지, 바로 앞에 있는 강물인지, 북쪽으로 백 리 위에 물속인 건지 알 수 없었다.
그런데 그가 한 가지 단서를 더 남겼다.
“인간 걸음으로 일만오십 보 정도 가면 된다.”
“일만오십 보?”
그럼 멀지는 않은 곳이다. 일리하고도 반 정도 되는 거리였다.
[너희들의 약점은 뭐지? 너희들이 제일 싫어하는 것 말이야?]“이것만은 안 되는데……. 끄응. 우, 우리는 불을 무서워한다. 불에 의해 쉽게 소멸된다.”
[좋아. 잘하고 있어. 마지막 질문이다. 혹시 반운도사 배도식이라는 인간을 아느냐?]“안다. 고루잠과 같이 있다.”
[좋아. 수고했다. 이제 귀를 통해 천천히 나와라.]녀석은 어지간히 나오기 싫었는지, 언령을 사용했는데도 잘 나오지 않았다. 두 번, 세 번까지 말하고 나서야 간신히 나왔다.
그리고 멸화부를 이용하여 쉽게 소멸시켰다.
“좋아. 그럼 배도식과 고루잠을 찾으러 가 볼까?”
“나도 같이 가겠다.”
“어라?”
나는 진심으로 놀랐다.
어느새 정인군주가 정신을 차리고, 나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 언제 정신을 차렸지?
일단 군주라고 하니 정중히 말했다.
“저어……. 군주님. 뭔가 착각을 하시는 것 같은데.”
“나를 바보로 만들었던 요괴, 그것을 낳은 요괴를 찾으러 가는 거잖아?”
그녀는 정확히 알고 있었다.
“아까 네가 전음을 보낼 때, 내 머릿속에 있던 요괴가 떨어졌었다. 그래서 너와 요괴가 한 말을 모두 들었어. 그러니 나를 속일 생각은 하지 마라.”
어린아이가 말을 참 잘하는구나.
그제야 생각이 났다. 정인 군주가 보기 드물게 똑똑한 아이라는 걸.
이것 참 곤란하게 됐군.
“저어, 군주님. 요괴는 굉장히 위험합니다. 그러니 따라가시면…….”
“그렇게 위험하면, 더욱 혼자 가면 안 되지. 아버님께 말해서 군의 지원을 받아서 같이 가도록 하자.”
“시간이 없습니다. 방금 어디 있는지 위치를 들었잖습니까? 그들은 금방이라도 움직일 수 있어요.”
“그러니까 빨리 움직여야지. 어서 내 팔에 묶인 것부터 풀어라.”
잠깐 생각을 정리했고, 그녀의 말이 일부분은 맞았다.
굉장히 위험할 수 있었고, 이왕이면 도움을 받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았다.
“좋습니다. 군주님. 그럼 하나만 약속해 주십시오. 제가 요괴를 어떻게 물리쳤는지 비밀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너의 능력을 숨기려는 건가?”
“맞습니다.”
지금까지는 어른스럽더니, 갑자기 장난스레 물었다.
“만약 내가 비밀을 지키기 싫다면?”
“군주님의 수혈을 짚고, 혼자 가야죠.”
“감히……. 나를 속이겠다는 거냐?”
“아마 정향왕께서도 이해해 주실 겁니다. 위험한 곳에 가시면 안 되니까요.”
“으음.”
‘아버님이라면 충분히 그러시겠지.’
“좋아. 너의 비밀을 지켜줄 테니, 너도 약속해라.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데려가겠다고.”
“알겠습니다.”
나는 그녀의 팔에 묶인 줄을 풀어주었다.
그러자 정인 군주는 벌떡 일어나더니 밖으로 나갔다.
“밖에 아무도 없느냐?”
그녀의 호위무사들과 모산파의 도사들이 놀라서 다가왔다.
“군주님.”
“괜찮으십니까?”
그녀는 어린 나이에도 근엄하게 소리쳤다.
“나는 괜찮다. 여기 있는 젊은 도사……. 이름이 뭐지?”
나에게 물었고, 옆에서 살짝 속삭였다.
“하운평입니다.”
“그래. 하운평 도사의 도움으로 정신을 차렸다. 게다가 그는 내 머리를 어지럽혔던 악귀의 정체도 파악했다. 이제 그놈을 잡으러 갈 것이니, 모산파도 철저히 준비해라. 출발은 한 시진 후다.”
그리고는 서둘러 본인의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아버지인 정향왕에게 말하고, 군을 소집할 생각이었다.
나에게도 같이 가자고 했지만, 나는 할 일이 있었다.
“한 시진 후에 이곳에서 만나기로 하죠. 저는 그사이에 확인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설마 먼저 갈 생각은 아니지?”
“당연하지요.”
“약속을 꼭 지켜라. 아니면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정인군주는 그제야 말을 타고 먼저 달려갔다. 호위무사들이 그녀의 뒤를 쫓았다.
손곡진인을 비롯하여 모산파의 도사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어떻게 된 일인가?”
“보신 대로입니다. 치료는 끝났고, 이번 요괴의 정체도 파악했습니다. 이계에서 온 악귀로 고루투라고 합니다. 그리고 고루잠이란 녀석이 고루투를 생산하는 것 같고……. 아, 그리고 배신자라고 하시는 반운도사도 같이 있습니다.”
“뭐, 정말인가?”
나는 정확한 위치를 설명해 주면서 한 시진 후에 정향왕과 같이 북쪽으로 오라고 전했다.
그리고 종이와 붓을 요청해 짧게 편지를 남겼다.
[급한 볼일이 있어 처리하고 따라가겠습니다.]그걸 반포도사에게 주면서 말했다.
“만약 제가 안 돌아오면, 정인 군주에게 전해주십시오. 그럼 약속장소에서 뵙겠습니다.”
다 같이 가는 것도 좋지만, 그전에 십천간편은 내가 챙겨야 한다.
그래서 남들보다 먼저 가서 동교를 구한 뒤, 나중에 정인군주에게 합류하는 척 연기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전에 정말 동교가 십천간편을 가지고 있을까? 그걸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먼저 청아에게 달려갔다. 이번에는 그녀의 도움이 필요했고, 그녀를 데리고 구진만에게 다시 향했다.
그에게 동교에 관해 자세히 물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
누군가와 진지하게 얘기를 나누고 있었고, 나도 아는 인물이었다.
남궁세가의 총관, 남궁보였다.
* * *
남궁보는 한숨을 쉬면서 구진만을 바라보았다.
“휴우. 어떻게 십 년 동안 연락 한 번 안 했는가? 난 정말로 자네가 죽은 줄 알았네.”
“……미안하네. 난…… 혼자 있을 시간이 필요했어.”
둘은 삼십 년 전에 만났었다.
각자 정파와 사파를 대표하는 후기지수였고, 처음에는 죽일 듯이 싸웠지만, 나중에는 정사를 초월하여 친구 사이가 되었었다.
그러던 중, 구진만의 아내와 딸을 살해당하는 끔찍한 일이 발생했다. 다행히 구지만은 원수를 갚았지만, 짙은 허탈감을 참지 못해 잠적해 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그는 지난 십 년 동안 아무에게도 연락하지 않았고, 서성에 숨어 살았었다.
“미안하지만 시간이 없어. 말했듯이, 내가 알던 아이가 납치되었네.”
“그래. 자네의 서신을 읽었어. 이상한 힘을 가진 아이가 있었고, 아이를 치료하기 위해 모산파로 갔었다. 그런데 모산파의 도사가 오히려 아이를 납치하고 도망쳤다고?”
“그 도사 이름이 반운도사 배도식이야.”
“그러잖아도 그에 대해서 조사를 해봤네. 개방과 무영문에게도 도움을 요청했고……. 하지만 아직까지 그가 어디 있는지 못 찾았네. 기껏 알아낸 정보는 그 반운도사가 모산파를 배신했고, 돈과 보물을 훔쳐 달아났다는 것뿐.”
“으음. 그런가?”
“그래서 지금 모산파에서도 눈에 불을 켜고 그를 찾고 있다네.”
“그럼 모산파에서 하는 말은 사실이었군.”
사실 구진만은 모산파에도 몇 번이나 찾아갔었다. 그들이 반운도사를 숨긴 줄 알고 난리를 쳤는데, 그들의 말이 사실인 걸 이제야 안 것이다.
“그럼 이제 어떡하지?”
“어쩔 수 없지. 기다리는 수밖에……. 미안하네.”
남궁보가 미안해할 일이 아니었다.
“괜찮…….”
“제가 반운도사가 어디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그때 집 밖에서 목소리가 들렸고, 구진만은 무기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또 너냐?”
그는 목소리의 주인을 보고 한숨이 나왔다. 낮에 한 번 찾아왔던 남자, 하운평이었다.
하운평은 웃으며 물었다.
“반운도사를 찾는 것 아닙니까? 제가 찾았습니다.”
“네가? 어떻게? 그리고 내가 반운도사를 찾는 건 어떻게 알았지?”
“설명하기 복잡합니다. 그냥 믿고 따라오시죠.”
“내가 너를 어떻게 믿고?”
“저를 믿지 마시고, 친구분을 믿으시면 되죠? 오랜만입니다. 남궁보 총관님.”
그러자 방 안에 있던 남궁보는 놀라서 밖으로 나왔다.
“나를 아십니까?”
“무적문의 하운평입니다 봉신의가에서 만났었죠.”
“아아. 하운평 공자님. 이제 기억납니다. 그때보다 키가 많이 자라셨군요.”
다행히 그는 하운평을 알아보았다. 그리고 구진만에게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해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