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201
너의 초식이 보여 201화
천포(1)
사실 백선회에 관해서, 많은 것이 미궁에 빠져 있었다.
청룡뇌신검을 가져간 검노를 비롯하여 백선회의 부회주, 모용성, 그리고 아직까지 알 수 없는 부회주 두 명, 고독을 만들었다는 사천당문의 배신자. 남해검문의 기재, 손월영 등등.
하운평은 이들을 찾고 해결하고 싶었다.
왠지 찜찜함을 느꼈었고, 불길함도 있었다. 그리고 오색지석의 연관성도 염려해 두고 있었다.
십천간편을 찾으러 갔을 때, 흑천문이란 집단과 그리고 흑안석의 주인, 흑지주를 만났었다. 그리고 그들은 백선회와 연결되어 있다고 들었다.
“너는 누구냐?”
무뚝뚝한 목소리가 들리고, 하운평은 상념에서 벗어났다.
어느새 지부의 문 앞에 도착한 것이다. 하운평은 문을 지키는 무사에게 말했다.
“반갑습니다. 이곳으로 새롭게 부임하게 된 천포, 하운평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하운평의 천포 생활이 시작되었다.
* * *
호남지부의 부주는 검무진인 마상휘였고, 무당파 출신이었다. 그는 호탈하게 웃으며 하운평을 반겼다.
“허허. 잘 왔네. 천멸실의 관주가 얼마나 칭찬을 하던지, 정말 궁금했었어.”
“저를 잘 봐주셨죠. 이곳에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네. 자네 거처는 내가 임시로 정했는데, 괜찮은가?”
“물론입니다.”
“그럼 천서각으로 가 보게.”
“감사합니다.”
호남지부는 천중각으로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나뉜다. 그리고 비이각과 광풍각이란 특별부서가 있었다.
하운평은 그중 천서각으로 배정받았고, 곧 천서각주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진초의’라는 자인데 사십 대 초반으로, 특이하게 민머리였다. 진초의는 책상에 고개를 묻은 채, 하운평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계속 일을 하면서, 대충 설명했다.
“신입아. 지금 일할 사람도 부족한데, 너를 가르치고 안내해 줄 천포는 없다. 그냥 한 조를 지정해 줄 테니까 따라다니면서 배워. 방해하지는 말고.”
“알겠습니다.”
그는 말 끝났으니 나가라는 듯 손을 휘적거렸다.
하운평은 밖으로 나와서 의자에 앉았다. 얼마나 기다렸을까?
약 반 시진 정도 지났을 때, 두 사람이 다가왔다.
“와아. 요놈 봐라. 신입이 완전히 빠져 가지고 앉아 있네.”
껄렁해 보이는 삼십 대 초반의 남자와 무뚝뚝한 표정의 사십 대 한 명이었다.
삼십 대 초반이 말했다.
“야. 안 일어서?”
“하운평입니다.”
하운평은 일어서서 인사했다. 그러자 그는 혀를 차면서 대꾸했다.
“쯧쯧. 듣기로는 천멸실에서 똘똘했다던데. 완전히 헛소문 같은데요. 형님. 어떡할까요?”
“시간이 없다. 자세한 건 나중에 가르쳐 주고 일단 가자.”
“쳇. 너 정말 운 좋은 줄 알아라. 따라와.”
그들은 각각 사인충과 문진부라고 했다.
그들은 하운평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고, 마차가 준비되어 있었다.
“신입. 마차는 몰 줄 알지?”
“네에.”
“그나마 다행이군. 우린 지난 삼 일 동안 잠을 겨우 두 시진 잤다. 피곤하겠지?”
“네.”
“그래서 안에서 조금 잘 테니까, 개안으로 가자.”
“개안이 어딥니까?”
“야. 그 정도는 네가 알아서 찾아. 특별 진급해서 여기까지 온 새끼가 그 정도도 못해?”
그렇게 말하곤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문진부는 아예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아무래도 이상한 소문이 퍼진 것 같군.’
하운평은 말없이 마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길을 물어가면서 개안이란 고을로 향했다.
정확한 목적지는 개안의 관청이었다
관청 입구부터 포졸, 포두를 비롯하여 현승까지 나와 있었다. 그중에서 현승이 제일 반기면서 달려왔다.
“드디어 오셨군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안면이 있는 사이인지, 문진부는 그와 반갑게 인사했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오셔서 감사할 따름이지요.”
현승의 관직은 정팔품이었다.
하지만 평소 천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그들을 인정해 주었다.
“문 천포님. 지난번처럼 옆 현의 사건까지 준비했습니다. 이곳에서 전부 해결하시면 됩니다.”
“항상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현승님. 가시죠.”
세 사람이 먼저 관청 안으로 들어갔다.
하운평은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그들을 따라 우르르 쫓아갔고, 하운평은 천천히 뒤따라갔다. 다른 사람들을 생각을 읽으며 상황을 파악했다.
‘흐음. 각 현에서 해결하기 힘든 사건들을 한곳에 모아서 처리한다? 하긴 다른 현들을 일일이 방문하는 것보단 효율적이지.’
천포의 일이 너무 많아 인력이 부족하다고 들었었다.
그래서 이런 식으로 방법을 찾은 것 같은데, 이 정도로 괜찮을까?
단순한 모내기하는 것도 아니고, 만약 어려운 사건을 만난다면? 그때는 하루 이틀만 여러 사건을 해결하기 힘들 텐데.
그 의문은 잠시 후, 풀렸다.
천포들의 사건들은 다섯 단계로 나누어지고, 그중 백첩이 가장 쉬운 단계에 속했다. 그리고 이번에 현승은 백첩으로 지정된 사건들만 모은 것 같았다.
관청의 대의장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현승이 제일 가운데 태사의에 앉았고, 옆에 문진부가 앉았다. 하운평은 제일 뒤로 가서 섰다.
현승이 문진부에게 속삭였다.
“먼저 보실 사건은 이국향 대인이 죽은 살인 사건입니다. 내용은 백첩에 보냈으니 아실 테고, 자세한 자료는 앞에 있습니다.”
탁자 위에는 엄청난 양의 자료가 쌓여 있었다. 문진부가 대답했다.
“이 정도로 모으셨다면, 고생하셨겠군요. 대인.”
“휴우. 그럼 뭐합니까? 용의자를 세 명이나 있는데, 아직도 자백을 받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대청 가운데는 포승줄에 묶인 남자가 세 명 앉아 있었다. 꽤 괴롭힘을 당한 듯 피투성이에 피골이 상접해 있었다.
그리고 한쪽 편에는 죽은 이국향 대인의 가족들이 앉아 있었고, 그 뒤편에는 하인을 비롯해 관련된 사람들이 십여 명 서 있었다.
문진부와 사인충은 먼저 탁자 위에 자료들을 훑어보았다.
사건 일지부터 부검 결과, 용의자들의 진술 등등, 갖가지 자료들이 잔뜩 쌓아 놓았다. 이미 백첩을 읽었기에 필요한 것만 살폈다.
그러는 동안, 하운평은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읽어 사건을 파악했다.
‘간단히 말해 누군가 독에 의해 죽었고, 용의자를 찾았지만 증거가 없다. 그런 사건인가?’
하운평은 용의자들에게 집중했다. 그들의 마음속 목소리가 들렸다.
‘제발, 제발 제 무죄를 밝혀주시길.’
‘저 새끼는 또 뭐야? 씨발. 그만 좀 괴롭혀라. 그냥 나를 죽여.’
‘너무 힘들다. 그냥 내가 했다고 할까? 그럼 이 괴로움이 사라질까?’
한 사람은 절실했고, 한 사람은 화를 내고 나머지는 포기하고 있었다.
그들의 공통점은 범인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가족들을 살폈다.
살인 사건이 벌어졌을 때, 가족이나 친지가 범인일 확률이 보통 팔 할이라고 했다.
천학관에서 배웠던 통계가 그러했다.
‘어휴. 짜증 나. 언제 끝나는 거야?’
‘도대체 누가 범인이지? 어떤 놈이야?’
‘설마 못 잡는 건 아니지?’
‘에잇. 그냥 세 놈 다 죽이면 되는 거잖아. 뭘 귀찮게 이러지?’
‘이상한데……. 저 사람들이 그럴 사람이 아니야.’
‘제발, 범인 좀 밝혀주세요. 저분들은 아니에요.’
각양각색의 생각들이 들렸다.
그러고 삼 할 정도가 이번 사건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열두 살가량의 여자아이도 있었다.
‘어쩌지? 말해야 할까? 아니야. 큰일 나면 어떡해. 그냥 조용히 있을까?’
이 아이는 뭔가 알고 있구나.
하운평은 옆에 있는 포쾌 중 한 명에게 물었다.
“혹시 저 아이에게도 증언을 받았습니까?”
조용한 가운데 목소리가 컸던 모양이다.
다른 사람들 모두 하운평을 바라보았고, 그중에는 현승도 있었다. 그리고 그는 못마땅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사실 어린아이의 진술은 오락가락하고, 정확하지 않다. 그래서 그냥 넘어가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하운평은 아이를 유심히 살폈고, 그녀를 통해 이번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고 있었다.
아이의 이름은 이소수. 이국향 대인의 손녀였다.
며칠 전 할아버지가 죽던 날 밤, 집안이 매우 어수선했고, 아이는 소외되었었다. 그래서 구석진 조그만 방에서 혼자 공기놀이를 하던 중이었다. 우연히 공기 하나를 떨어뜨렸고, 그것을 주우려고 탁자 밑으로 들어갔을 때였다.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두 사람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어머니,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죠? 왜 그러셨습니까?”
“내가 안 그러면 집안이 어떻게 되었겠니? 우리 집안의 모든 것이 그 년한테 넘어갔을 거야. 너도 그걸 원하는 것이냐?”
“휴우. 아무리 그래도 어찌 아버님을……. 차라리 그년을 죽이셔야죠.”
“흥. 그년이 없어지면, 또 다른 년을 찾을 게 뻔하다. 나도 참을 만큼 참았어.”
“끄응.”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이미 집사람이 신고했습니다. 곧 관청에서 조사하러 올 겁니다.”
“흥. 걱정 마라. 내가 그것도 생각 않고 일을 벌였겠니? 독약은 내가 몇 년 전, 감 노인한테서 구한 것이고, 쓰고 난 이후에는 창고에 숨겨두었다.”
“왜요? 그냥 버리시죠”
“안 된다. 극독이라서 자칫 우리가 다칠 수 있어. 그리고 누명을 씌울 사람이 필요하잖니? 그쪽 창고를 담당하는 놈들을 잡아갈 거다.”
“휴우. 알겠습니다. 어머님만 믿고, 저는 여행이나 가야겠습니다. 다른 사람한테는 어제 떠났다고 해주세요.”
“그렇게 해라. 너까지 신경 쓸 필요 없다.”
아이는 목소리만 들었지만, 누군지 알고 있었다. 한 명은 할머니였고, 다른 한 명은 아버지였다.
‘그래서 말을 하지 않았군.’
열두 살이지만, 이미 알 건 아는 나이였다.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죽였고, 아버지가 연관되어 있는 걸 알았다. 그리고 만약 사실대로 말하면, 두 사람 모두 큰일 나는 줄 알기에 입을 다물었던 것이다.
실제로는 굉장히 짧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아이의 기억은 물을 쏟아붓는 것처럼 들어왔고, 전부 파악되었다.
‘사건은 쉽게 풀렸어.’
운이 좋았다.
이 아이가 대화를 들었었고, 그 일을 계속 생각하고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다음이 문제였다. 사건은 파악되었고 누가 어떻게 죽였는지도 알았다.
과연 이것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 것인가?
하운평은 누가 보든 신경 쓰지 않고, 옆 포쾌에게 다시 물었다.
“피해자 가족분들이 다 오신 건가요?”
너무 어린 사람이라 무시하고 싶지만, 그래도 천포였다. 포쾌는 주변 눈치를 보면서 조용히 대꾸했다.
“아닙니다.”
“누가 빠졌나요?”
“피해자 이국향 대인의 부인은 충격으로 쓰러졌고, 큰아들은 지금 일 때문에 멀리 출타 중이라고 합니다. 사건 전에요.”
“그렇군요. 그런데 백첩의 자료를 보니까, 독으로 사용한 것이 ‘초오’라는 독초라고 하던데요.”
“네.”
“그럼 근처의 약방이나 의원을 찾아보셨나요?”
“당연하지요.”
포쾌는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는 듯, 가볍게 대답했다. 그리고 자랑하듯 설명했다.
“근래에 ‘초오’를 산 사람이 있는지, 샅샅이 조사했습니다. 옆옆 마을까지 뒤졌고요. 네 명이 샀던 기록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용의자들과는 연관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럼 ‘초오’라는 독약을 직접 산에서 캘 수도 있지 않습니까?”
“뭐, 가능은 합니다만, 범행에 사용되었던 ‘초오’는 몇 번을 정제하여 독하게 만든 물건입니다. 이런 건 일반인들이 할 수 없어요. 전문가만 가능합니다. 의원들만 가능하죠.”
하운평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약초꾼들은요?”
“네에?”
“오래된 약초꾼이라면 그런 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포쾌는 잠시 생각한 뒤에 대답했다.
“으음. 약초꾼이라도 그런 독을 정제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뭐 가능성은 있죠.”
“그리고 만약 범인이 독약을 몇 년 전에 샀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미리 사놓고, 쓸지 말지 망설이다가 이제야 사용했을 수도 있죠.”
그제야 포쾌도 하운평을 달리 보았다. 그가 말한 것들은 한번 생각해 볼 법한 것들이었다.
그건 현승도 마찬가지였다. 가만히 듣던 그는 포두에게 명했다.
“근방의 오래된 약초꾼들을 찾아가서 다시 조사해 봐라. 그리고 구매 기한을 오 년으로 늘려서 재조사해 봐.”
“알겠습니다.”
포두는 급히 어디론가 달려갔다.
[야. 신입. 조용히 안 해? 까불지 말고, 입 다물고 있어!]사인충이었다.
그가 뒤를 돌아보면서 하운평을 노려보고 있었다.
하운평은 빙그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