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249
너의 초식이 보여 249화
마교(2)
“하하하. 어서 오십시오. 저는 외총관 강총비라고 합니다. 항적도문의 지운철 공자님이시죠.”
“네에.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입교를 환영합니다.”
마교는 규모가 큰 만큼 외총관도 다섯 명이나 있었고, 강총비는 다섯 번째 외총관이었다.
그는 웃는 인상으로 겉으로는 사람이 좋아 보였다.
“공자님은 정말 딱 맞게 오셨습니다. 매달 입교식이 있는데, 내일이 딱 그날입니다. 지운철 공자님은 기다리실 필요 없이 바로 입교가 가능하십니다.”
“그, 그렇군요.”
“그러니까 호위무사들은 오늘 다 돌려보내세요. 입교하시면 같은 문도이니, 필요 없습니다.”
“알…… 겠습니다.”
하운평은 일부러 주눅 든 모습을 보여주었다.
강총비 외총관은 그것 외에도 몇 가지 주의사항을 알려주었고,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마교 내부를 둘러보니, 보통 사람들이 사는 곳과 다르지 않았다.
분지 안에 거대한 성도처럼 마을이 형성되어 있고, 수많은 사람들이 살았다.
마교 특유의 마기를 뿜어내는 이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다만 내전은 작은 성처럼 생겼는데, 그곳은 조금 달랐다.
딱딱한 표정의 경비무사들이 서 있었고, 하나같이 마기를 풀풀 풍겼다.
언뜻 봐도 경비가 삼엄해 보였다.
“이 안쪽으로 내전과 신전이 있습니다. 또 우리 신교에서는…… 아아, 그렇죠. 외부에서는 우리를 마교라 부르지만, 주의하세요. 우리는 마교라는 단어를 금지합니다.”
“네에.”
“우리 신교의 구조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먼저 외전은 신교의 교도들과 전사들의 가족들이 살고 있는데, 지금 보이는 마을과 비슷합니다. 이와 같은 곳이 산 전체에 퍼져 있고, 대략 서른 곳이 넘지요.”
“생각보다 많네요.”
“그만큼 인원이 많으니까요. 그리고 이 안쪽으로 내전이 있는데, 마교의 전사들이 훈련하는 곳입니다. 공자님이 앞으로 머물 곳이기도 하죠.”
이번에는 하운평이 물었다.
“그럼 신전은 어떤 곳인가요?”
“당연히 신녀님과 교주님이 계시는 곳이죠. 혹여나 그쪽으로 갈 생각은 하지 마세요. 실수로 발을 잘못 디뎠다가 이유 불문 죽습니다. 뭐, 제일 안쪽에 있으니, 근처에 갈 일도 없을 테지만요.”
“아. 네에.”
하운평은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한마디로 마교주에게 다가가는 건, 굉장히 어렵단 소리군.’
각오는 했었다.
하지만 적혈주를 상대하기 전에 마교주를 먼저 만나야 한다.
이야기는 하지 않더라도,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정도는 알아야 했다.
그의 성향에 따라 계획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때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이쪽으로 달려왔다. 그리고 강총비에게 몸을 숙이며 전음을 보냈다. 강총비의 안색이 급변했다.
“지, 지금? 교주님이 이쪽으로 오신다고?”
“네에.”
강총비는 서둘러 내전으로 들어갔다. 하운평에게도 소리쳤다.
“지 공자도 빨리 따라오시오.”
“네에. 네.”
갑자기 마교주라니.
하운평도 생각지도 못한 상황에 당황했다.
강총비를 따라가니, 내전에는 이미 수백에 달하는 무사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잔뜩 긴장한 표정들이었다.
강총비는 앞쪽으로 가서 옷매무새를 다듬었고, 하운평에게는 자신의 뒤에 서라고 지시했다.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서 마교주를 볼 수 있는 기회였다. 하운평은 기대감에 살짝 흥분했다.
소문으로만 듣던 마교주였다.
천마라 불리는 최강의 고수.
과연 얼마나 강할까? 정말 못되고 사악할까?
어떻게 생겼을까? 노인? 여자? 그 어떤 정보도 없었기에 너무나 궁금했다.
잠시 후, 일단의 무리들이 걸어왔다. 중앙에 있는 한 남자가 유난히 돋보였다.
저 사람이 마교주다.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의 첫인상은 상상과는 달랐다.
기괴한 미소를 짓는, 사악하고 못된 얼굴을 상상했는데, 오히려 점잖은 선비 같은 외모였다.
나이도 갓 서른 살 넘은 것 같이 젊었고, 오히려 그를 양옆으로 보호하는 호위무사들이 마교주 같았다.
나이도 많았고, 숨 막힐 정도의 마기를 풍기고 있었다.
‘역시 마교주도 화경의 경지에 들어섰구나.’
하긴 당연한 소리였다.
마교는 언제나 단일 세력으로는 최고라는 평을 받는다. 화경에 오른 고수만 서너 명을 보유하고 알려졌었다.
물론 그것에 관한 확실한 정보는 없지만, 과거 중원에 침범할 때는 항상 그랬었다.
그들은 힘을 숭상(崇尙)하는 단체였고, 언제나 제일 강한 자가 마교주가 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빨리 만나긴 했는데,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
하운평은 몸을 깊숙이 숙이며 고민했다.
그때였다.
마교주가 연단 위로 올라가기 전에 한 사람이 성큼성큼 걸어왔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마교주에게 다가갔고, 하운평은 깜짝 놀라 더욱 몸을 숙였다.
바로 적혈주였다.
* * *
마교주 배유천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는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달리 팔십 세 이상으로 고령이었다. 또 교주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수많은 후보자를 제치고,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한다.
산전수전, 온갖 고초를 겪은 후에야 겨우 이 자리까지 올라설 수 있었다.
때문에 자신의 감정쯤은 조절할 수 있었고, 십 년 동안 화를 한 번도 안 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달랐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울컥할 정도로 기분이 나빴다.
그 이유가 바로 지금 눈앞으로 다가오는 남자 때문이다.
“얘기 좀 할까?”
마교주는 마교의 하늘이다. 누구보다 높은 곳에 있어야 하고, 권위는 절대적이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그가 아무렇게나 다가와서, 반말로 지껄임으로써 그 지위를 무너뜨리고 있었다. 또 그걸 가만히 지켜봐야만 했다.
마교주의 권위는 바닥으로 떨어지지만, 배유천은 단 한 마디밖에 할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런 점이 화가 났다.
이 남자는 적혈주라 불렀고, 마교의 태상장로였으며, 마교의 초대교주뿐 아니라, 살아 있는 전설이었다.
내전에 있는 사람들은 오직 태상장로라 알고 있지만, 그의 행동으로 알고 있었다.
그가 마교주의 위에 있다는 것을.
더불어 그에 관한 소문은 외전에도 조금씩 퍼지고 있었고, 점점 자신의 권위가 무너지고 있었다.
‘과거에는 이렇지 않았거늘.’
교주의 권위를 존중해주었고, 수하들이 없을 때 찾아왔었다.
이년 전부터 변했으며, 지금은 안하무인으로 행동하고 있었다.
지금도 먼저 몸을 돌려 옆에 있는 건물로 들어갔다. 배유천 역시 수하들을 두고, 혼자 들어갔다.
건물 안에 있던 이들은 말없이 밖으로 나갔다.
사위가 조용했고, 그런 상황에서 적혈주와 마주 보았다.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내가 알아봐 달라고 한 건, 알아봤어? 어떻게 되었지?]‘젠장. 그따위 보고는 내총관에게 물어봐도 되잖아.’
배유천은 다시 끓어오르는 화를 참았다. 한차례 마음을 다스린 후, 입을 열었다.
[태상장로님의 말씀이 맞았습니다. 제백기와 같이 있던 이들은 모두 죽었습니다. 그리고 제백기는 사라졌고, 그가 가지고 있던 황수석도 없어졌답니다.] [역시, 보고가 안 올라오더니……. 누군가 그를 죽인거야.] [제백기가 가지고 사라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하하하. 제백기가 배신을? 흥. 그럴 깜냥도 없는 놈이다. 그리고 청파석을 줬던 왕진범도 어이없이 비무에서 졌다고 하던데.] [네. 저도 들었습니다. 화산신룡에게 졌었죠. 하지만 공식적인 비무에서 진 것이니, 이상하게 볼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우연히도 청파석이 깨졌다? 크큭.]적혈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뭔가 이상해. 누군가 나를 노리고 있다는 생각이 든단 말이야.]배유천은 가만히 있었고, 적혈주는 단호히 말했다.
[중원 침공을 서둘러야겠다.] [그러잖아도 방금 항적도문의 둘째가 입교했다고 합니다. 중원무림에도 본교와 항적도문의 관계를 흘리고 있으니, 반응이 있을 겁니다.]항적도문과의 관계를 만들고, 중원무림의 문파를 도발하여 항적도문을 공격하게 만든다.
그후 항적도문의 복수를 하겠다는 명분으로 중원으로 진출하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적혈주는 고개를 저었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중원놈들이 공격하기만을 기다릴 수 없다.] [명분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건, 태상장로님이십니다.] [그래. 명분은 여전히 필요하다. 다만 기다리지 않는단 뜻이야.] [그 말씀은…….] [중원에 심어놓은 녀석들을 활용하겠다.]신교는 아주 오래 전부터 중원의 여러 문파에 하수인을 심어놓았었다. 언젠가 싸우게 될 때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서인데, 그걸 고작 이런 일에 쓴다고?
몇십 년에 걸쳐, 천문학적 돈을 써가며 만든 놈들을?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쓸데없는 짓이라 반대하고 싶었다.
하지만 배유천은 참았다.
적혈주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이 이상 반대하다가는 그가 화를 낼 것 같았고, 지금 그와 부딪쳐서 손해보는 건 자신이다.
[알겠습니다. 태상장로님. 그렇게 하겠습니다.]적혈주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먼저 떠났다.
배유천은 짧은 한숨을 쉬었다.
‘휴우. 중원침공이라…….’
배유천 역시 원하는 일이었다. 신교의 천년 소원이었고, 자신 역시 천하를 발아래에 두고 싶었다.
하지만 이런 식은 안된다.
무작정 중원 놈들과 싸우면 저들끼리 단결할 것이고, 그럼 신교의 피해가 커지게 된다.
먼저 정파와 사파끼리 싸우게 판을 깔아두고, 그들이 약해지면 그 틈을 노려 단번에 함락시켜야 한다. 그래야 신교의 피해를 줄이면서 중원통일이 가능했다.
그동안의 역사가 그것을 증명했다.
처음에는 적혈주도 그 방법에 찬성했었다. 그래서 암흑현무갑을 유적에 두고 온 것이고, 혈풍이 불기를 바랐다.
하지만 무림맹도 바보가 아니었고, 대책을 잘 세웠다. 오히려 천하비무대회를 열면서 중원무림을 뭉치게 만들었다.
그래서 계획을 바꾸었다.
그 비무대회를 이용해서 가능성 있는 인재들을 끌어들이고, 분란의 불씨를 심어주려고 했다. 그리고 새로운 청파주를 무림맹 중심부에 심어서 정보를 빼내려 했다.
하지만 그것마저 실패했다.
그러자 적혈주는 더 이상 참지 않았다.
고삐 풀린 말처럼 무작정 싸우자고 주장했다. 중원통일을 하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 같았다.
‘그래. 신교의 전사들이 다 죽어도 상관없을 테지. 어차피 자신이 영원히 살 테니까.’
그는 영원히 살아가는 신이었고, 그 아래의 인간들은 모두 동일했다. 어느 순간부터 신교를 챙기지 않았고, 중원의 멍청이들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그런 태상장로를 어찌지 못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저 남자를 넘어설 수 없었고, 그가 죽기만을 기다릴 수도 없었다.
그런 점이 너무 답답했다.
하운평은 배유천의 심정을 다 듣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그는 상대의 마음을 일고, 전음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배유천의 상황이 자신이 예상하던 것과 비슷하다는 걸 깨달았다.
‘다행이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중요했다.
지금 말을 걸어서 그에게 제안할까? 아니면 조금 더 살펴보고 그에게 다가가야 할까?
이런 기회가 언제 올지 모른다. 지금 기회를 잡아야 한다.
아니야.
그가 제안을 듣지도 않고, 잡으려 한다면, 꼼짝없이 붙잡힐 수도 있었다.
이곳에는 화경의 고수만 두 명 이상 있었고, 절정고수만 수십 명이 모여 있었다.
게다가 적혈주까지 있지 않은가?
자칫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었다.
하운평은 손바닥에 땀이 날 정도로 고민했다. 그리고 적혈주가 떠나고, 마교주가 한숨을 쉴 때, 마침내 결심했다.
그는 언제든 도망칠 수 있게, 내공을 암암리에 일으켰다. 그리고 전음을 보냈다.
[위대한 신교의 교주님께, 한 가지 제안을 드리고 싶습니다.]배유천은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기감을 펼쳤지만, 어디에서 들리는 목소리인지는 찾을 수 없었다.
‘놀랍군. 나의 안목을 숨기고 이렇게 가까이 다가온 놈이 있다고? 그것도 신교의 내전에서?’
아무래도 불청객은 생긴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불청객은 계속 말을 걸었다.
[위대한 신교의 교주님께 여쭙습니다. 언제까지 태상장로의 그늘 아래에 계실 건지요? 아니 질문이 잘못되었군요. 그는 영원히 살아가는 존재이니, 평생 그가 시키는 대로 살아갈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건방진 놈. 감히 누구한테…….’
일부러 비꼬는 말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찮은 격장지계지만, 그럼에도 속이 끓어올랐다.
그의 말이 사실이니까.
화가 나서 수하들을 부르려 했다.
이곳은 신교의 중지였고, 한번 소리치면 만 명이 넘는 고수들이 달려올 것이다
그럼 어떤 놈이 숨어 있든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입을 다물었다. 불청객이 누구든 말을 더 들어보겠다는 의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