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41
너의 초식이 보여 41화
제가 돈이 좀 많습니다(3)
반모란은 분국에 대해 설명했다.
“분국은 진하표국 시절, 제가 만든 개념입니다. 혹시 역참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그럼요. 자주 애용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해가 빠르겠군요. 분국은 역참과 비슷합니다. 역참은 소식을 빨리 전하기 위해 파발마를 항시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정 구간마다 역참을 만들어 갈아탈 수도 있죠. 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표국도 일정 거리마다 분국을 만들어 지원을 하자는 뜻인가요?”
“네. 물건을 최대한 빨리 전달할 수 있게, 각 분국마다 말이나 식량, 물자, 사람까지 지원을 하는 거죠.”
“흐음. 좋은 방법이긴 한데요.”
언뜻 듣기에는 좋은 방법 같지만, 조금만 생각해 봐도 몇 가지 단점이 있었다.
하운평은 물었다.
“전국에 분국을 두고, 운송 중에 물자를 지원한다.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역참은 말이나 숙소 등을 한두 사람을 위해 소량만 배치하면 됩니다. 하지만 운송을 위해서는 수십 명 분량을 준비해야 하는데요. 관리자를 비롯하여 유지비용이 만만찮을 겁니다.”
“맞습니다.”
“그리고 운이 나쁘면 그쪽 지역으로 운송을 안 할 수도 있죠. 그럼 유지에 필요한 인건비만 나가는 꼴인데, 감당할 수 있을까요? 저희가 돈이 많긴 하지만 밑 빠진 독에 물을 붓기는 싫거든요.”
반모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진하표국 역시 그것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 방법을 사용했었죠. 하나는 분국의 활용입니다. 분국을 단순히 지원용으로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객잔이나 마방으로 활용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일반 사람들에게도 개방하자는 뜻하는 건가요?”
“네. 분국만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게 만드는 거죠.”
괜찮은 방법이었다. 분국의 유지비용만 충당할 수 있으면 몇 년을 방치해도 손해 보는 것은 없었다.
만에 하나 장사가 잘된다면, 그것으로 또 좋은 일이었다.
하운평은 고개를 끄덕였다.
“호오. 그런 방법도 있네요.”
“그리고 실패할 확률이 줄이기 위해, 규모를 축소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진하표국 같은 경우에는 초창기에 돈이 없었어요. 그래서 분국을 단 하나만 만들었죠.”
“자주 운송하는 길목에 설치했겠군요.”
“네. 오 일에 한 번씩 운송해야 하는 물건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사이에 하나의 객잔을 개설했고, 효과를 봤습니다. 운송 속도는 사 할이나 빨라지고, 비용은 삼 할 절감했습니다. 객잔도 성공해서 수익을 냈고요. 무엇보다 빠르기 때문에 고객들의 만족도가 높아졌습니다.”
“그다음으로 두 번째 분국을 설치했겠군요.”
“그런 식으로 호남성에만 열다섯의 분국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 정도면 큰 성공이었다.
“다른 성으로 넓히진 않았나요?”
“당시에는 조심스러웠습니다. 사실 다른 성으로 운송하는 일은 이문은 커지지만, 그만큼 위험하거든요. 표사들도 오랫동안 집을 비워야 하고, 가족들도 좋아하지 않죠. 그래서 가능한 호북성 내에서만 움직이려 했습니다. 이문은 적어도 대신 많이 운송하자는 전략이었죠.”
그리고 그 전략도 성공했다. 진하표국의 결과가 말해주고 있었다. 하운평은 그녀에게 말했다.
“좋습니다. 저희도 그 방법을 사용해 보죠. 그런데 지금 표사나 짐을 운반하는 쟁자수들이 부족한데, 사람은 어떻게 구하셨나요?”
“찾아보면 표사들만 자주 이용하는 객잔이 있을 겁니다. 그런 곳에 공고를 올리면 쉽게 구할 수 있죠. 그리고 표사와 쟁자수들은 짧고 잦은 운행을 선호합니다. 분국이 성공하면 가능하죠. 그럼 일의 만족도가 높아질 테고, 오래 일하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다른 표국에 일하던 사람들이 알아서 찾아오더군요.”
“선순환이 되는 거네요.”
“그리고 사람들에게 돈을 조금 더 지불하면, 좋은 사람을 오래 붙잡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타표국보다 봉급을 이 할 정도는 높게 주고 싶은데요. 가능할까요?”
“당연하죠. 참고로 지금도 타표국에 비해 삼 할 정도 더 주고 있습니다.”
하운평의 대답에 반모란은 미소를 지었다. 두 사람의 생각이 비슷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녀는 신이 나서 한 가지 더 얘기했다.
“사실 제가 진하표국에 있을 때, 하고 싶은 사업이 있었는데요.”
“뭔가요? 편안하게 말씀하세요.”
“말했듯이 표행은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경험상,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이유가 대부분 산 때문입니다.”
“산요? 으음. 그렇겠네요.”
강이 있으면 배를 이용하면 된다. 평지가 있으면 마차와 말, 소를 이용하면 쉽게 운송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산이 앞을 가로막으면, 멀리 둘러 가거나 사람들이 일일이 들고 산을 넘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생각한 건데, 산에 구멍을 뚫는 겁니다.”
“구멍이라면?”
“산에 굴을 파고, 길을 만드는 거죠. 그 굴길을 이용하면 시간과 비용이 굉장히 절약될 겁니다.”
맞는 말이었다.
멀리 돌아가는 거리를 단축하면 운송이 짧아지고, 비용도 절감된다. 하지만 역시 몇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반모란이 먼저 그 부분을 언급했다.
“물론 생각해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일단 산에 굴을 파는 일은 어렵습니다. 단단한 돌을 깨야 하고, 자칫 무너져 내릴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광부를 활용하면 가능합니다.”
“그렇군요. 그들도 광물을 캐기 위해 땅속으로 길을 내니까요.”
“맞습니다. 밑으로 길을 내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땅을 판는 것만 다를 뿐입니다.”
그럼 굴길을 만들 수는 있었다. 이번에는 하운평이 단점을 말했다.
“기술적인 문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초창기에 돈이 많이 들 것 같은데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그것 때문에 포기했었습니다. 상상을 초월할 만큼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요. 알맞은 지역을 찾아야 하고, 광부도 고용해야 하고, 또 실제로 뚫기 시작해도 최소 몇 년은 걸리니까요.”
정말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일이 될 수도 있었다. 반모란은 하운평이 포기할까 봐 장점을 더욱 부각시켰다.
“대신 굴길이 만들어진 후를 생각해보십시오. 운송은 몇 배 빨라지니, 저희 표국으로 일이 몰릴 겁니다.”
하운평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는 굴길을 팔지 말지 고민하는 것이 아니었다.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그는 손가락을 튕겼다.
딱.
“만약에 정말로 굴길이 완성된다면, 굳이 우리만 이용할 필요 있을까요? 다른 사람도 이용할 수 있게 열어주고, 통행료를 받으면 어떨까요?”
“아아. 그런 방법도 있겠군요.”
산을 넘어가려는 사람은 많았다.
다른 상단이나 다른 표국에서도 이용할 수 있고, 관리들이나 일반사람도 이용할 수 있었다.
잘하면, 가만히 앉아서 떼돈을 벌 수 있었다.
“또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산을 신성시하는 사람들은 산에 구멍을 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테고요. 그리고 관료들도 문제입니다. 산은 개인 사유지가 아니기 때문에 분명 간섭이 들어올 겁니다.”
“광부도 산에 구멍을 내잖아요. 비슷한 이유로 설득하면 될 테고, 아마 사람들도 굴길을 한 번만 이용해보면 편하다는 걸 느낄 겁니다. 그리고 관료들요? 하남성 내에서는 괜찮을 겁니다. 얼마 전에 좋은 관계를 맺었거든요.”
하운평은 며칠 전에 지겹고 힘들었던 일을 떠올렸다.
관리들의 비위를 맞춰준다고 힘들었는데, 그 일이 헛되지 않아 오히려 기뻤다.
반모란의 지식과 생각은 분명 진취적이었다. 그리고 효과적이다.
하운평은 그녀를 데려온 것이 만족스러웠고, 만금이 아깝지 않았다.
그건 무적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다.
* * *
오랜만에 무적문으로 돌아왔다.
하운평은 너무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것 같아 솔직히 걱정했었다. 그래서 급히 대회의를 소집했고, 그동안의 일들을 보고 받았다.
하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무적문은 평소와 다름없이 무난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방대일 총관과 호병안 총당주가 주축이 되어 작은 일들을 처리했고, 큰일은 권왕 파해천이 결정 내렸다. 크게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은 없었다.
그렇게 정리가 되자, 다음으로 반모란을 소개했다. 그리고 그녀의 생각을 전해주었다.
당주급 이상은 전부 참석한 자리였다. 그녀를 의심하고, 여자라서 못마땅한 사람도 있지만, 그 계획만큼은 칭찬했다.
나는 공식적으로 언급했다.
“굴길 같은 경우에는 당장 시작하지 않을 겁니다. 일단 분국 일호점부터 개설하는 걸로 방향을 잡죠. 자세한 상황은 반모란 원주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진행하겠습니다.”
그 후로는 반모란의 주도하에 회의가 진행되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반모란을 표물원 원주로 임명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방대일 총관을 따로 만났다. 그에게 무적문 내 의원을 개설하려는 생각을 밝혔다.
방대일도 찬성했다.
“좋죠. 문파 내 의원이 있으면 확실히 도움이 될 겁니다.”
“그냥 그저 그런 의원이 아니라, 절맥을 고칠 정도로 뛰어난 의원을 섭외할 겁니다. 그러니 흑점을 통해 명단을 작성해 보세요. 그런 의원이 몇 명이나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요.”
“하 공자님. 그러잖아도 그것에 대해 말씀드릴 것이 있는데요. 정보 말입니다. 저희가 흑점에 정보를 요청하면, 흑점은 정보 조직에 따로 의뢰해서 저희에게 가져다 준다고 하더군요. 차라리 저희가 직접 정보 조직에게 의뢰하면 어떨까요?”
“좋은 생각이네요.”
그런 구조라면 굳이 흑점을 거칠 필요는 없었다.
앞으로도 정보를 구할 일이 더 많아질 테고, 또 자체적인 정보 조직이 없으니, 그런 쪽을 잘 활용하는 것이 맞았다.
“유명한 정보 조직으로는 무영문, 개방, 하오문이 있습니다. 개방과 하오문은 지점이 있으니, 바로 연락해서 의원의 명단을 의뢰하겠습니다.”
“네.”
“그런데 무영문은 워낙 비밀스러운 곳이라 지점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시간이 필요합니다.”
‘무영문이라…….’
나는 무영문을 생각하다가, 몇 년 전 의창에서 만난 정보상인 모태랑을 떠올랐다.
그가 무영문과의 끈을 가지고 있었다. 방대일 총관에게 말했다.
“호북성 의창에 모태랑이란 객잔 주인이 있습니다. 제가 알기론 무영문과 연결고리가 있는데, 숨기고 있더라고요. 조금 멀긴 하지만, 그쪽을 이용해서 무영문과 연결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아, 그리고 지난번에 말씀드린 상단 건 말입니다. 세 곳으로…….”
쾅.
그때 문이 부서져라 열리면서 파해천이 들어왔다.
“제자야. 뭐 하냐?”
쓴웃음을 지었다. 성격이 급한 분이니 갑자기 찾아올 거라 예상했었다.
생각보다는 늦게 오셨네.
나는 방대일 총관에게 말했다.
“급한 건 아니면 나중에 하시죠.”
“알겠습니다.”
방대일 총관이 나가고, 파해천은 맞은편에 앉으면서 물었다.
“어떠냐?”
“뭐가 말입니까?”
“네가 없어도 문파는 잘 돌아가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제는 제가 필요 없겠는데요.”
“필요는 하지. 하지만 예전처럼 매달릴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이제 무공수련에 더 힘을 쓰고, 다른 문파에도 놀러가자. 비슷한 또래 놈도 만나보고.”
“알았어요. 그나저나 사부님. 이번에 재미있는 물건을 얻었는데요.”
파해천에게 녹색 구슬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구치웅과 있었던 일, 혈교와 싸웠던 일을 말해주었다.
파해천은 혈교란 말에 치를 떨었다.
“바퀴벌레 같은 놈들. 잊을 만하면 나타나는구나.”
“사부님도 만난 적이 있습니까?”
“이십 년 전에도 혈교 무리들이 한 번 나왔었다. 그때 나도 토벌단에 참여했고, 피를 빨아 마시는 이상한 놈과 싸웠었다. 하도 안 죽길래 머릴 떼어내어 조각조각 분리했었지.”
“우와.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네가 그놈을 못 봐서 그래. 어찌나 지독한지. 게다가 그놈이 죽인 사람들만 천 명이 넘는다. 그것도 단 일 년 사이에.”
“죽일 만하네요.”
그러면서 파해천은 녹색 구슬을 유심히 살폈다.
“으음. 사기는 느껴지지 않는다만, 혈교의 물건은 찜찜해서 말이야. 그냥 부수자.”
“안 돼요. 제 타심통에 도움을 준다니까요.”
“그래도 혈교 건 찜찜한데.”
그가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그래. 그놈이 있었지. 그놈을 찾아야겠다.”
“누구요?”
“나는 혈교 놈들과 싸우기만 했지, 그놈들을 조사하고, 어디 숨었는지 찾아낸 사람은 따로 있었어. 아마도 혈교에 대해서는 그놈이 제일 잘 알 거야.”
“잘됐네요. 누군데요?”
“신기수사 봉진태. 어디 있는지 찾아보자. 근래에 소식을 들은 적 없지만, 쉽게 죽을 놈이 아니야.”
“방금 나간 총관한테 물어보세요. 마침 개방과 하오문에게 의뢰하려고 하거든요. 같이 의뢰해 보죠.”
“그래. 그리고 너는 그놈을 찾을 때까지 그 녹색 구슬 사용은 자제해라.”
파해천은 대답을 듣지도 않고 나가 버렸다.
그리고 총관을 찾아서 신기수사 봉진태가 어디 있는지 찾아달라고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