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5
너의 초식이 보여 5화
이게 무슨 소리야, 다 죽인다니(1)
강희언도 하운평을 인정했다. 그리고 그가 어떻게 판매하는지 유심히 관찰하고, 따라했었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사실 하운평이 하는 행동은 별거 없었다.
일단 손님이 들어오면 반갑게 인사한다. 이건 다른 점원들도 하는 행동이었다.
그다음이 조금 달랐다.
하운평은 손님에게 바로 다가가지 않았다. 거리를 두고 손님들을 가만히 지켜보았고, 묻기 전까지는 일절 다가가지 않았다.
그러다 갑자기 손님에게 다가간다. 그리고 묻는다.
“손님, 도와드릴까요?”
그럼 손님은 기다렸다는 듯 하운평에게 필요한 걸 말했다.
쉬워보이지만, 이 부분이 어렵다.
강희언도 비슷하게 따라 해봐도, 자신이 물어보면 대부분이 차갑게 대꾸한다.
“아니요. 그냥 구경하는 거예요.”
그리고 훌쩍 나가 버린다.
뭘까? 도대체 무슨 차이가 나는 걸까? 왜 하운평은 되고 나는 안 되는 거지?
지금도 하운평은 중년 여성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도와드릴까요?”
“아니. 필요 없다.”
보통 이쯤이면 물러나야 한다. 하지만 하운평은 달랐다.
“따님의 얼굴색이 밝으시면 녹색은 안 어울리십니다. 안쪽에는 노란색이 있는데, 그게 어울릴 것 같아요.”
“응? 내 딸을 알고 있니?”
“아닙니다. 지금 여자아이의 옷을 보고 계셔서 따님이라 짐작했고, 어머님의 피부가 밝고 깨끗하셔서요. 따님도 그럴 거라 생각했습니다.”
“호호호.”
“이 층으로 안내해 드릴까요? 밝은색의 옷이 정말 많습니다. 지금 날씨에 밝은 옷을 입고 나들이 나가면 정말 좋을 거예요.”
“으음. 그럼 한 번 볼까?”
“네. 이쪽으로 오시죠.”
제길. 저런 식이다.
결국 저 사람은 옷을 세 벌이나 샀다. 그리고 나가면서 중얼거렸다.
“다른 곳에도 가 보려고 했는데, 여기서 사버렸네. 귀신에 홀린 것 같다니까.”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하자.
저 녀석은 천재다. 그리고 부족한 건 배워야 한다.
강희언은 하운평에게 다가갔다.
“운평아. 흠흠. 너 혹시 술 마실 수 있니?”
“아니오. 하지만 마셔보고 싶긴 합니다.”
“그럼 오늘 저녁에 가볼래? 내가 살게.”
그리고 그날 저녁, 강희언은 하운평을 창천고을에서 유명한 주점으로 데려갔다.
조용한 자리에서 맛있는 요리를 시켰고, 도수가 약하고 달콤한 소홍주도 한 병 시켰다.
맛있게 먹고, 마시면서 분위기가 달아오를 때, 강희언은 진지하게 물었다.
“운평아. 나 이 대로는 포목점에서 쫓겨날 것 같다. 반면에는 넌 영업 능력이 최고잖아. 비결이 뭐냐? 제발 좀 가르쳐 주라.”
자신보다 아홉 살이나 어린아이에게 부탁할 만큼, 그는 절박했다.
하운평은 헤헤거리며 웃었다.
“제 영업 비밀요? 가르쳐 드릴까요?”
“그래. 제발 가르쳐 주라.”
하운평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조용히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반쯤 풀려 있었다.
“크흠. 희언이 형. 사실 어렵지 않아요.”
“뭔데?”
“간단해요. 사실 포목점에 오는 대부분의 손님들은 그냥 구경하러 온 거예요. 그래서 방해받고 싶지 않은데, 형님처럼 계속 말을 걸면 오히려 불편해하죠.”
“그래. 나도 그래서 가만히 보고만 있었어. 그런데 손님들은 그대로 두면 그냥 보고 가버리잖아. 말을 걸어야 하는데, 또 손님이 내 말을 받아줘야 장사를 할 수 있고.”
“그렇죠.”
“그런데 나는 그게 안 되거든. 내가 가면 손님이 화만 내잖아. 도대체 언제 말을 걸어야 하지? 언제 손님한테 다가가야, 내 말을 받아줄까? 왜 너는 되고 나는 안 되는 거니?”
하운평은 묘하게 웃었다. 강희언이 다시 물었다.
“너, 혹시 사람마음이라도 읽는 거 아냐?”
물론 농담이었다. 하지만 하운평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걸 느끼며 술이 확 달아났다.
그는 서둘러 핑계거리를 생각했다.
“하하. 정말 그러면 좋겠네요. 하지만 사실은……. 제가 어릴 때부터 사람들 눈치를 보면서 자랐거든요.”
하운평은 머릴 굴렸다.
“눈칫밥을 어찌나 많이 먹었는지, 이제는 사람들 표정이나 작은 행동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어요.”
“정말?”
“네. 그런 쪽으로 직감이 발달한 것 같아요.”
“아아. 그렇구나.”
강희언은 생각보다 쉽게 납득했다.
“그래. 알겠어. 나도 예전에 책에서 본 적이 있거든. 겉으로 보이는 행동으로 사람의 심리를 파악할 수 있다고.”
“어, 정말요? 그런 책도 있어요?”
오히려 하운평이 놀랐다.
만약 그게 사실이면, 그 책을 읽고 싶었다. 나중에 들키더라도 그럴듯한 핑곗거리가 될 것 같았다.
“으음. 아마 우리 집에 있을 거야. 찾아보고 빌려줄까?”
“아아, 그게……. 저는 글을 몰라서요. 배울 기회가 없었거든요.”
“아. 그렇구나.”
강희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손뼉을 쳤다.
“그렇지. 우리 이렇게 하자. 내가 너에게 글을 가르쳐 줄게. 넌 나에게 사람 심리에 대해 알려줘. 그러니까 지금 손님에게 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런 거 말이야.”
하운평은 그저 웃을 뿐이다.
솔직히 귀찮았다. 지금도 충분히 할 일이 많은데, 굳이 글까지 배울 필요 있을까?
“혹시 내 글 실력을 의심하니?”
“아, 아니요.”
“걱정 마. 내가 이래 봬도 문관이 되려고, 과거 시험까지 준비했었어. 공부도 잘했고, 우리 집이 어려워지지 않았어도 합격했을 거야. 그리고 점주님 말 못 들었니? 만약에 네가 앞으로 장사를 하려면 글도 알아야 해.”
그 점은 맞았다.
이정학 점주도 글을 꼭 배워야 한다고, 점원들에게 여러 번 강조했었다.
‘그래. 큰 거래를 하려면 계약서도 작성해야 하고, 글은 꼭 알아야한다고 했었지.’
“좋습니다. 형. 우리 서로를 도와줍시다.”
“그래. 고맙다. 잘해보자.”
그다음 날부터 하운평은 더욱 바쁘게 지냈다.
강희언에게 글을 배우고, 점주에게서 틈틈이 회계도 배웠다. 그리고 그가 익히는 속도는 정말 놀라웠다.
무공을 배울 때와 비슷했다. 가르치는 사람이 말로 표현하지 못한 것들을 전부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기억력도 좋았고, 남들보다 세 배는 빠르게 익혔다.
그렇게 일 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하운평은 두 사람의 지식을 모두 습득했다.
* * *
내 꿈은 부자가 되는 것이다.
단계적으로 계획도 세웠다. 먼저 내 이름을 건 포목상을 열고, 상단을 만들어서 새외와 직접 거래를 튼다. 그렇게 여러 개의 상단을 운영할 생각이었다.
벌써 은자를 스무 냥이나 모았고, 십 년 안에 그렇게 할 수 있었다.
‘앞으로 일 년만 더 일하면 돼. 그럼 내 첫 번째 가게를 열 수 있을 거야.’
이정학 점주도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정말 좋은 사람이었고, 실제로 다른 직원이 독립해서 점포를 차려 나가기도 했었다.
그래서 요즘 즐거운 상상만 하던 중, 이정학이 찾는단 얘길 들었다.
“점주님. 저 찾으셨다고요?”
“그래. 혹시 오늘 저녁에 시간 있니?”
“네. 시간 많습니다.”
“그럼 나와 같이 어딜 좀 가자.”
“알겠습니다.”
어딜 가는지 묻지 않았다. 그를 믿었고, 또 이미 그의 마음속을 읽었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대륙전장이었다.
전장(錢莊).
전표(錢票)를 돈으로 교환해 주거나, 돈을 예금하고 대부업도 진행하는 곳이다. 때에 따라 중요한 물건을 보관해 주기도 했다.
일이 끝나고, 이정학을 따라서 도착한 곳은 커다란 대문 앞이었다.
“왜 왔는지 안 궁금하니?”
“안 그래도 물어보려고 했습니다. 점주님. 여기에는 왜 오셨나요?”
점주의 물음에 살짝 당황하며 다시 물었다.
가끔 이런 실수를 한다.
사실 미리 마음속을 봤기에 전혀 궁금하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방이 의심할까 봐 모르는 척 연기를 해야 했다.
“이번 달 수익을 입금하고, 빚도 정리하러 왔지.”
“아, 그러시군요. 그런데 저는 왜?”
“회계에 연장선으로 너도 전장에 관련된 일도 배워야 할 것 같아서……. 여기 사람들을 인사시켜 줄 테니까, 좋은 관계를 만들어 봐라. 나중에 네 가게를 차릴 때 큰 도움이 될 거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솔직히 알면서도 기뻤다. 점주한테 인정받는 것 같아서 좋았고, 그의 세심한 배려가 고마웠다.
‘그래. 역시 상인이 답이었어.’
내 능력을 잘 살리기 위해서는 이일이 최고고, 이정학 점주님을 만난 건 내 일생의 행운이었다.
우리는 웃으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중원에서 두 번째로 큰 대륙전장의 창천지점이다.
저녁인데도 손님들이 많았고, 대부분이 가게 주인이었다. 아마도 일이 끝나고 돈을 정리하러 온 것 같았다.
전장 소속의 검을 찬 호위무사들이 매섭게 주위를 둘러보았고, 작은 창구 너머로 전장의 점원들도 보였다.
“전장이 이렇게 생겼군요.”
“여기는 일반 고객을 상대하는 곳이고, 특별 고객은 이 층으로 올라간단다. 그리고 지하에는 커다란 금고가 있다고 들었다.”
그때 안내인이 한 명 다가왔다. 그는 이정학 점주를 알고 있는 듯 웃으면서 반겼다.
“하하하. 점주님. 오랜만에 오셨군요.”
“안녕하십니까? 바쁘다 보니 정신이 없었습니다.”
“바쁘면 좋은 거죠. 오늘도 최 당주님, 보러오셨죠?”
“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그는 2층으로 올라갔고, 점주는 하운평에게 속삭였다.
“내 담당자는 최영이란 사람이다. 젊고 능력 있지. 내가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내 담당이어서 친구처럼 지내고 있어.”
“네에.”
“참, 글은 잘 배우고 있지?”
“사서오경 중에서 주역(周易)을 다시 공부하고 있습니다. 읽을수록 생각할 거리가 많더라고요”
“네가 배우는 속도는 정말 놀랍구나. 혹시 책이 더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해. 몇 번이나 말하지만, 글을 배우려는 건 정말 잘한 일이니까. 굳이 장사가 아니라도 세상을 살려면 글은 꼭 필요하거든.”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때 안내인이 다시 와서 최영이 바쁘다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잠시 시간이 생겼고, 점주는 잠깐 자리를 비웠다.
그동안 할 일도 없었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버릇처럼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읽었다.
‘어휴. 지겹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지?’
‘오늘까지 번 돈을 합하면 은 이백 냥인가? 이걸로 다른 장사를 시작해 볼까?’
‘이번에는 꼭 대출을 받을 수 있어야 하는데.’
‘역시 다 죽여야겠어.’
‘제발, 잘 끝나기를.’
응? 잠깐만, 뭐라고?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분명 다 죽인다고 했다.
이게 무슨 헛소리야?
그는 사십 대 남자였다.
허리에는 검을 차고, 검은 무복을 입었다. 평범한 얼굴에 가만히 서 있는데, 표정은 평온해 보였다.
그런데 속마음은 전혀 달랐다.
‘빌어먹을. 지지리도 재수 없지. 하필이면 제비뽑기를 잘못해서 선발조로 들어올 줄이야. 아무튼 여기 있는 새끼들은 내 얼굴을 다 봤잖아. 뒤탈이 없으려면 역시 다 죽여야겠어.’
뭐지, 저 새끼는?
왜 사람들을 다 죽인다는 거야? 제비뽑기? 선발조는 또 뭐야?
기분이 좋지 않았다.
강렬한 무언가 마음속을 통해 전해졌고, 무섭고 가슴이 떨린다.
설마 이것이 말로만 듣던 살기인가?
그의 옆에는 키가 작고 소심해 보이는 노인이 앉아 있었다. 그는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었는데, 이 마을 사람이 분명했다.
마침 이정학 점주가 돌아왔고, 하운평은 그에게 물었다.
“저어, 점주님. 혹시 저기 있는 노인이 누군지 아십니까?”
“아, 저분? 화궁 상단을 운영하는 감 노인인데…….”
그가 목소리를 낮추고, 속삭였다.
“배도 세 척이나 가지고 있을 정도로 잘나갔는데, 근래에 너무 무리하게 확장했다고 들었다. 거기에 밑에 있는 사람이 돈을 들고 도망쳤고, 파산 직전이라고 하더구나. 쯧쯧. 오늘도 돈을 빌리러 왔을 거야.”
“그래서 그런지 긴장하신 것 같네요.”
감 노인은 큰일을 앞둔 사람처럼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