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71
너의 초식이 보여 71화
무영문의 비리(3)
정문에는 ‘문현산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보기와는 달랐다. 외형은 상당히 허름했지만, 경비가 삼엄했다. 대부분 일류고수들이었고, 심지어 어떤 전각에는 절정고수가 문 앞에 지키고 있었다.
어느 집단에서 절정고수에게 경비를 맡길까? 그것만으로도 수상스러운 곳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몰래 들어가기 쉽지 않았다.
파해천이 하운평에게 말했다.
[안 되겠다. 내가 소란을 일으킬 테니, 네가 들어가거라.] [괜찮으시겠어요?] [이 녀석, 나를 몰라? 나 권왕이야.] [알죠. 그런데 너무 유명해서 문제에요.]파해천이 잠깐 생각하더니 되물었다.
[왜? 들킬까 봐?] [네. 혹여나 황궁의 귀에 들어가면 귀찮은 일이 생길 수 있잖아요.] [쳇. 알았다. 주먹을 사용하지 않으마.] [혹시 사용하실 수 있는 무기가 있으세요?]파해천은 무기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한 번도 사용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파해천은 묘한 미소를 짓더니, 어디론가 달려갔다. 그리고 돌아왔을 때는 나무 몽둥이 하나를 들고 있었다.
딱 봐도 단단하고 때리기 좋아 보였다. 파해천은 몽둥이를 허공에 몇 번 휘둘렀고, 만족스럽게 웃었다.
하운평이 물었다.
[그걸로 괜찮으시겠어요?] [흐흐흐. 소싯적에는 이런 걸로 가지고 놀았지. 사실 내가 마음만 먹으면 권왕이 아니라 곤왕이 될 수도 있었어.] [푸하하. 곤왕도 괜찮은데요.] [시끄러워. 난 그렇다 치고 넌 어쩔 테냐?] [저요? 전 문제가 생기면 도망칠 겁니다. 어려울 때는 이걸 사용할 거고요.]하운평은 진천소뢰를 보여주었다. 허리춤에 세 개가 있었다. 파해천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쯧쯧. 자고로 무인이면 무공을 사용해야 하거늘. 그딴 걸로…….] [자자. 사부님. 빨리 가시죠. 밤이 길지 않습니다.]하운평은 재촉했고, 파해천은 뚱한 얼굴로 앞으로 나갔다.
그는 멀리 돌아서 문현산장 동쪽으로 다가갔다. 일부러 기척을 내면서 담을 넘었고, 아니나 다를까 무사들이 벌떼처럼 모여들었다.
역시 훈련이 잘되어 있는 무인들이었다.
하지만 과연 권왕은 달랐다.
곤왕이 될 수 있었다는 말이 거짓이 아닌 듯, 곤을 굉장히 잘 다루었다. 마치 몇십 년 동안 몽둥이만 수련한 무인 같았다.
따악. 딱
퍼퍼퍽.
찰진 소리를 내면서 서른 명을 정신없이 때리더니, 갑자기 몸을 돌려 도망쳤다. 절정고수가 달려오는 걸 봤기 때문이다.
무려 절정고수 열 명이 달려왔고, 파해천은 다시 동쪽 담을 넘어서 달아났다.
그 시각, 하운평은 비잔신투의 경공을 사용해서 제일 큰 전각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큰 소란이 벌어졌지만, 안쪽의 무사들은 신경 쓰지 않았다. 오히려 방비를 단단히 했다.
하운평은 감탄하면서 그들의 마음을 읽었고, 가장 귀중한 것이 보관되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지하였다.
‘그런데 왜 항상 귀중품을 지하에 숨기지?’
의문을 품으며 지하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좁은 통로에 경비무사만 수십 명 있었고, 그 외 인물들도 바쁘게 움직였다. 그리고 그들은 특히 지하 이 층에 제일 중요한 물건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운평은 진천소뢰를 하나 꺼냈다. 그걸 지하 일 층, 제일 안쪽으로 던졌다.
콰아앙.
큰소리와 함께 건물이 무너질 정도로 흔들거렸다.
일부러 사람을 피해 던져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전각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이곳에 있던 모두가 당황했다.
경비무사를 포함해 사람들은 허둥지둥 정신이 없었고, 지하 이 층으로 내려갈 틈이 생겼다. 하운평은 순식간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오히려 여기는 조용했다.
지하 이 층의 무사들까지 전부 올라갔기 때문이다.
하운평은 안심하며 복도를 걸었다. 좌우로 여섯 개의 철문이 있었고, 복도의 길이만 이십 장이 될 정도로 상당히 길었다.
그리고 복도 끝에는 오른쪽으로 꺾여 있었는데, 거기서 갑자기 멈추었다.
더 이상은 다가갈 수 없었다. 복도 끝, 철문 앞에 한 사람이 서 있었다.
* * *
그는 커다란 철문 앞에 홀로 서 있었다. 처음에는 석상인 줄 알았다. 눈을 감고,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심지어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멀리서도 범접할 수 없는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함부로 다가갔다간, 단숨에 반으로 잘릴 것 같았다.
나는 숨어서 그를 자세히 살폈다.
흑삼을 입었고, 눈썹은 짙고, 어깨가 넓었다. 수염을 길게 길러, 마치 갑옷만 입으면 관제묘의 관운장과 비슷해 보였다.
제일 놀라운 건 그의 마음속이었다.
놀랍도록 평온했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그야말로 득도한 고승 같았다.
저 정도면 절정고수 중에서도 최상위의 실력인데, 어떻게 통과한다?
바로 위층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건물이 흔들렸는데도 꼼짝하지 않는다. 더 이상 소란을 피우는 건 의미 없었다.
그렇다고 직접 싸우는 것도 곤란했다. 무엇보다 내 무공이 탄로 날 수 있었다.
잠깐만……. 굳이 내가 저 방으로 가야 하나?
내가 여기 온 목적은 내부를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다른 방에 뭐가 있는지 살펴봐도 목적달성은 충분했다.
나는 뒤로 물러서서 다른 방으로 들어갔다.
지하 이 층에는 총 일곱 개의 철문이 있었는데, 첫 번째 방부터 들어갔다.
가로 이십 장이 넘는 큰 석실에 삼 장이 넘는 책장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그리고 서책들이 빼곡히 꽂혀 있었다.
하나를 빼서 읽어보니 기록서였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했다는 기록을 남긴 것이었고, 보기 좋게 정리되어 있었다.
몇 권을 뽑아 읽어보니, 무림에 관한 기록서였다.
각 문파별로, 시대별로 정리해 놓았다. 그리고 각 문파의 비밀스러운 것들도 적혀 있었다.
몇 대 장문인이 혼외자식이 있다든지, 장로 중 한 명이 뒷돈을 챙긴다든지, 약점 될 만한 것들은 표시까지 되어 있었다.
나는 재미있어서 몇 권을 읽어보다가 문득 생각이 났다.
혹시, 혈교에 관한 것도 있을까?
그때부터는 혈교에 관한 자료만 찾아다녔다. 첫 번째 방에는 없었고, 빠르게 훑으면서 세 번째 방까지 들어갔다.
거기서 혈교에 관한 책들을 찾았는데, 이백 년 전 마교에서 나올 당시의 기록부터 최근에 구치웅 순검사에게 잡힌 기록까지 적혀 있었다.
게다가 내 이름까지 적혀 있었다.
호오. 이건 놀라운데.
하지만 최근의 것에는 볼만한 것이 없었다. 생각보다 많은 내용이 적혀 있지만, 구치웅의 자료보다는 부족했다. 그런데 이십 년 전의 것은 달랐다.
그 당시, 사부님과 신기수사가 싸웠던 혈교 사건에 대해 자세히 적혀 있었다. 그 일은 사천성에서 벌어졌었는데, 놀라운 건 당시 혈교의 생존자가 있었다고 한다.
뭐야. 신기수사도 모르는 일을 이놈들은 어떻게 아는 거지?
아니, 그건 둘째 치고 그걸 알았으면, 완전히 없애든지 무림맹한테 알려줘야지.
하지만 이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무림의 일에는 관찰만 할 뿐 절대 끼어들면 안 된다는 황명이 있었다고 한다.
젠장. 황제 녀석. 좀생이 같은 놈이구나.
아무튼 그렇게 살아남은 혈교 놈들은 섬서성으로 도망쳤고, 그다음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혈교의 잔당을 추적하던 감시조가 죽었다고 기록되어 있었고, 그들이 보낸 마지막 보고서도 같이 있었다.
그리고 감시조의 조장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는 사종수였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십 년 전에 혈교의 잔재를 발견한 놈들은 무림인이 아니었다. 그들은 동창의 감시조 요원이었고, 그래서 기록을 찾기 힘들었던 거였다.
설마 이런 곳에서 이런 식으로 해결될 줄이야. 의외의 행운에 기분이 좋아졌다.
좋아. 이제 방향을 알았으니, 그쪽을 파고들면 되겠어.
“……했습니다.”
“진짜야?”
그때 복도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문을 살짝 열고 보니, 경비무사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무사 네 명은 첫 번째와 두 번째 문 앞에 뭔가를 설치하고 있었고, 다른 네 명은 여섯째 방으로 달려갔다.
그들의 마음을 읽어보니, 지금 문 앞에 설치한 것은 폭약이었다. 밖에 침입자가 있었고, 지하 일 층까지 폭발하자 이곳의 장주가 겁을 먹은 것이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이 자료들을 폭약으로 없앨 생각을 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침입자에게는 자료를 넘기지 않는다. 그런 각오였다.
그리고 여섯째 방에는 놀랍게도 서책이 아니라 사람들이 있었다.
정보를 얻기 위해 감옥에 가둔 사람들이고, 심지어 고문까지 서슴없이 한 모양이다. 들어가지도 않고 멀리 있었는데도 그들의 괴로움이 느껴졌다.
죄수 중 한 명이 소리쳤다.
“제발 죽여주시오.”
“시끄러워. 그렇지 않아도 일이 잘못되면 다 죽일 테니까 가만히 있어.”
그의 말이 맞았다. 장주의 명이 떨어지면, 이곳 역시 폭발시켜 다 죽일 생각이었다.
경비 무사 중 한 명이 제일 안쪽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관운장과 비슷하게 생긴 남자에게 말했다.
“부운강 어전시위(御殿侍衛)께 보고 드립니다.”
남자가 눈을 떴다.
바다와 같이 고요한 눈빛이었다. 무사는 그에게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방금 전, 동쪽에서 괴한의 침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하 일 층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진천소뢰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장주님은 어쩌면 성동격서의 계로 여기까지 침입이 있을 거라 걱정하십니다.”
“그래서?”
“병필태감(秉筆太監)께서 내리신 지시에 따라, 침입자가 있을 시 이곳을 다 불태워야 합니다.”
“휴우. 병필태감께서 그렇게 말씀하셨나?”
“네.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병필태감은 환관의 최고 수장으로 동창을 이끌고 있었다.
하지만 만약 이 남자가 정말 어전시위라면 황궁을 지키는, 그것도 황제를 직접 보좌하는 최고위의 무사였다. 병필태감이 대단해도 이런 식으로 부려먹을 수는 없었다.
부운강이 입을 열었고, 그가 이곳에 있는 이유가 밝혀졌다.
“그럼 왕야께서는 어찌해야 된다고 하시더냐?”
“그것 때문에 찾아왔습니다. 혹시 모르니, 지금 다른 곳으로 피신하시면 어떨지 여쭤보라고 하셨습니다.”
“알았다. 왕야께 여쭐 테니, 기다리거라.”
왕야라니. 이런 곳에 황제의 핏줄이 있어?
솔직히 현 황실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왜 여기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저들의 마음을 읽으니, 황제의 배다른 동생이 이곳에 있는 것 같았다.
잠시 후, 부운강이 젊은 남자를 데리고 복도로 나왔다.
오관이 바르고 똑똑해 보이지만, 건강해 보이진 않았다. 그들은 서둘렀고, 별다른 짐도 없이 이곳에서 벗어나려 했다.
쯧쯧. 황제의 형제라면 귀한 신분일 텐데, 이렇게 쫓기듯이 나가는 모습이 안돼 보였다.
게다가 아까 보고했던 놈이 숨기는 것도 있었다. 어전시위에게 전부 보고하지 않았는데, 장주는 이번 기회에 왕야를 죽일 생각이었다.
아마도 병필태감의 지시인 것 같았다. 눈엣가시인 왕야와 부운강을 죽이고, 침입자의 짓이라고 뒤집어씌울 모양이다.
그건 좀 곤란한데.
모든 화살이 침입자로 향하면 안 된다. 자칫 무영문이나 우리까지 황궁의 눈에 띌 수 있었다.
나는 고민 끝에 여길 벗어나는 부운강에게 전음을 보냈다.
[부운강 어전시위! 조심하시오. 장주는 왕야를 죽이려 하오.]부운강은 흠칫 놀라더니, 멈추어 섰다. 하지만 둘러보지는 않았다. 그저 주변에서 재촉하자, 검의 손잡이를 움켜쥐고 지하 일 층으로 계속 올라갔다.
이제 무작정 당하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나중에 따라가야지.
나는 빠르게 움직였다.
먼저 바닥에서 몽둥이를 하나 주워서 남아 있는 경비무사들을 빠르게 쓰러뜨렸다. 별다른 무공은 쓰진 않았지만, 희미하게 보이는 초식의 궤적 덕분에 손쉽게 상대했다.
이제 일류고수 정도는 수십 명이 덤벼도 간단히 이길 수 있었다.
폭약을 해체하고, 한곳으로 모았다. 그리고 여섯 번째 문으로 들어가서 감옥에 있는 죄수들을 전부 풀어주었다. 처음에는 얼떨떨해서 망설이다가 한 명이 도망치자 일제히 뛰쳐나왔다.
“도, 도망치자.”
“와아아아.”
좋아. 이들이 시간을 더 벌어 주겠지.
이어서 나는 왕야와 부운강의 뒤를 쫓아갔다. 그들은 벌써 지하통로를 통해 바깥으로 나간 후였다.
그리고 수십 명의 복면인들과 싸우고 있었다.
부운강은 역시 절정의 무위를 뽐냈다. 하지만 왕야는 무공을 전혀 못 했고, 그를 지키느라 점점 뒤로 밀리고 있었다.
어떻게 도와줄까, 고민하고 있는데 전음이 들렸다.
[제자야. 이것들은 또 뭐냐?]사부님이었다. 쫓아오는 놈들을 따돌리고, 근처에 숨어 있던 모양이다.
[마치 잘 오셨습니다. 사부님. 저놈들 몽둥이로 쓰러뜨려 주십시오. 저 두 사람을 도와줘야 합니다.] [누군데?] [어전시위와 왕야요.] [와, 왕야?] [일단은 제 말대로 해주세요.]그는 놀랐지만, 빠르게 움직였다.
몽둥이를 휘두르며 단숨에 십여 명을 쓰러뜨렸다. 그사이 나는 품속에 있는 모든 돈을 꺼내어 진천소뢰 하나와 함께 큰 나뭇잎으로 감쌌다.
그걸 멀리 떨어진 바위 위에 놓고 숨었다. 그리고 부운강에게 전음을 보냈다.
[어전시위. 뒤는 우리에게 맡기고 이대로 도망가시오. 그대 왼쪽으로 오 장만 가면 바위가 있소. 그 위에 돈과 진천소뢰를 두었으니 그걸 가져가시오.]부운강은 움직이는 대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는 나를 찾았고, 왜 도와주는지 궁금해했다. 나는 그에게 다시 말했다.
[나는 황실의 안위를 걱정하는 사람 중 한 명이오. 때가 되면 누군지 알려줄 테니 지금은 빨리 떠나시오. 왕야를 잘 부탁합니다.]그럴듯하게 말했는데 먹힌 모양이다.
부운강은 정중히 포권을 취하더니, 바위 위에 있는 물건들을 챙겼다. 그리고 왕야를 데리고 빠른 속도로 사라졌다.
이제 이곳 장주는 정신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