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72
너의 초식이 보여 72화
비무대회(1)
하운평의 예상은 맞았다.
문현산장의 장주는 왕야가 도망쳤다는 소식에 넋이 나갔다. 게다가 폭약도 제대로 안 터졌고, 감옥에 갇힌 사람들도 탈출했다.
분명 어딘가의 습격일 거라 생각했고, 두려운 나머지 도주를 택했다. 그의 수하들도 같이 도망쳤고, 동창의 비밀 산장은 텅 빈 무주공산(無主空山)이 되었다.
하운평과 파해천은 무영문의 고심득을 찾아갔다. 그에게 사정을 설명하자, 놀라서 되물었다.
“저, 정말입니까? 정말 동창이라고요? 그리고 비밀산장까지 찾았습니까?”
“그래. 찾았다.”
“허어. 정말 대단하십니다. 하긴 그런 비밀조직이 갑자기 생겨날 리 없지요. 그리고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이제 무영문의 문주님께 저의 죄를 고백하고 모광수 지부장님의 오해를 풀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무적문께서 도와주신 것 역시 무영문 전체에게 알리고, 감사를 표현…….”
“아닙니다.”
하운평이 반대했다.
“그건 나중에 해도 됩니다. 지금은 비어 있는 비밀산장으로 가서 자료를 습득하는 것이 중요해요.”
“아, 그렇죠. 그게 우선이지요.”
“그리고 다른 비밀산장들도 있을 수 있으니, 확인해야 하고요.”
“비밀산장이 또 있습니까?”
“아마도 있을 거라고 추측됩니다.”
“으음.”
고심득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 인원을 모아서 비밀산장으로 가겠습니다. 자료부터 저희 쪽으로 옮기고, 다른 곳에도 비밀산장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그리고 저희 문주님께 황궁의 동창이 끼어들었다고 보고하죠.”
하운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고심득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려 했고, 하운평은 만족했다.
이번 일의 주체는 무적문이 아니라 무영문이어야 한다. 그래서 황궁이나 동창의 눈에서 무적문이 벗어나길 원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정리가 되고 나면, 그다음에 저의 죄를 무영문 전체에 고하고 모광수 지부장님의 누명이 벗겨드리겠습니다.”
그는 자신이 잘못을 모두에게 밝히고, 질책과 질타를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하운평은 가만히 생각하다가 그에게 물었다.
“그것이 올바른 방법일 겁니다. 하지만 과연 최선일까요?”
“무슨 뜻입니까?”
“사실 무영문 내부 일이니까, 저희가 끼어들 명분은 없습니다만……. 이런 사실들을 무영문 전체가 알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요?”
“동창이 무영문 내부로 끼어들었고, 몇 년간 치명적인 정보를 빼갔습니다. 누가 뭐라 해도 사실이지요. 또 지부장님도 애썼지만,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소득도 없이 죽은 셈이고요. 무영문 내 사기가 저하될 게 뻔합니다. 혹여나 대외적으로 알려지게 되면 부끄러운 치부가 될 수도 있죠.”
“으음.”
“제게 좋은 생각이 있습니다만.”
“경청하겠습니다.”
하운평의 말에 고심득은 귀를 기울였다.
“차리니 모광수 지부장님을 영웅으로 만들면 어떨까요?”
“어떻게 말입니까?”
“약간의 과장을 더하는 거죠. 동창의 개입이 있었고, 그들에게 협박을 받는 것은 맞다. 하지만 모광수와 고심득, 두 분이 동창의 비밀산장의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애썼고, 마침내 성공한 겁니다.”
“무적문에서 하신 일들을 저희 공으로 돌리란 말인가요?”
“바로 그겁니다. 모광수 지부장님은 비록 마지막에 잘못되어 목숨을 잃었지만, 결국 밝혀내셨으니 영웅이 되실 겁니다.”
분명 그 정도면 모광수 지부장의 죄가 사라지고, 영웅으로 추앙받을 수도 있었다. 무영문 사람들은 충격 대신 자랑스러움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저희는 괜찮지만, 두 분은 괜찮으시겠습니까?”
“하하. 저희는 괜찮습니다. 사실 저나 사부님은 주목받는 걸 좋아하지 않거든요. 대신 앞으로 무영문에게 의뢰할 때 의뢰비 정도는 싸게 해주시면 좋겠네요. 우선 며칠 전에 부탁한 비무대회 홍보부터 잘 부탁드리고요.”
“무, 물론입니다. 비용도 물론이고, 홍보도 최선을 다해 드리겠습니다.”
“하나 더 있습니다. 이번에 동창에서 얻은 자료들을 열람하고 싶은데요. 그것도 괜찮죠?”
“당연히 권한을 드려야죠. 당장 문주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고심득이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물론 무영문의 문주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리고 무적문 역시 손해 볼 것은 없었다. 오히려 이런 식으로 황궁의 눈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그들의 정보까지 공유할 수 있으니, 최고의 결과였다.
고심득은 먼저 동창의 비밀산장으로 수하들을 보내 자료들을 전부 챙겼다. 그리고 무영문의 문주와 독대하여 하운평의 말대로 행했다. 그에게만 사실대로 말하고 대외적으로는 모광수 지부장의 공으로 발표하였다.
무영문의 문도들은 동창의 개입에 크게 분노했고, 모광수 지부장을 자랑스러워했다.
그 외에 무영문은 다른 문파에도 황궁의 간섭을 알렸다. 그리고 동창의 다른 비밀산장들도 발견하고 습격했다고 한다.
물론 무적문에게도 감사를 표했다. 의뢰비는 앞으로 이십 년 동안 오 할을 깎아주겠다고 약속했다. 또 어떤 의뢰를 하든 최우선으로 처리해 주겠다고 했고, 동창의 비밀 자료 역시 공유한다고 계약서를 썼다.
비무대회 홍보는 역대 최고로 진행했으며, 마을 곳곳에 소식을 알렸다.
결국 하운평이 원하는 것은 전부 얻어낸 셈이다.
그리고 다음날, 하운평은 파해천 몰래 두 가지를 더 부탁했다. 먼저 혈교의 자료들을 복사해서 보내 달라고 했고, 두 번째는 지금까지 발견한 혈교의 무리들 사종수, 오희태, 서중곤, 우익현의 이름을 주면서 황궁이나 동창, 군에서 행방을 찾아달라고 요청했다.
* * *
모태랑은 아버지 모광수의 누명이 벗겨지자 깊은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나중에 무슨 일이든 돕겠다고 약속했다.
그가 떠난 뒤, 무적문은 비무대회를 차근차근 준비했고, 어느새 스무날이나 지났다.
무적문의 비무대회가 사흘 앞으로 다가왔고, 많은 사람들이 무적문을 찾아왔다.
사흑련의 막사평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의 옆에는 사흑련주의 아들 노성진이 같이 있었다. 둘은 한 살 차이로 노성진이 더 어렸지만, 굉장히 친한 사이였다. 어릴 적부터 사흑련주에게 무공을 같이 배웠고, 같이 자라난 죽마고우였다.
막사평은 무적문에서 비무대회가 벌어진다는 소문을 들은 후부터 계속 노성진을 찾아갔었다.
같이 가자. 무조건 가야 한다. 안 가면 후회할 것이다.
노성진은 비무대회 따위는 관심 없었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찾아오는 막사평에게 결국 손을 들었다.
두 사람은 열흘이 넘게 여행해서 무적문의 영역에 들어섰다. 여기까지 왔지만, 노성진은 여전히 불만이 가득했다.
“휴우. 내가 지금 이럴 때가 아닌데, 천포지전을 준비해야 하는데…….”
“아직도 그 소리냐?”
“도대체 몇 번을 말해야 알겠냐? 천포지전은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제대로 잡으려면 하루 종일 노력해도 모자란단 말이야.”
“쯧쯧. 아직도 허황된 꿈을 버리지 못했구나.”
“죽을래?”
노성진은 발끈했고, 막사평은 차분하게 설명했다.
“우리 솔직하게 말해보자. 네가 천포지전에 참가하려는 목적이 뭐냐? 천포가 되려는 건 당연히 아닐 테고, 무림맹의 비동 안에 무공이 필요한 것도 아니잖아. 그렇다고 구천룡이 될 가능성도 없고…….”
“야아. 내가 왜 구천룡이 될 가능성이 없어? 충분히 할 수 있어.”
노성진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화를 냈다.
그는 정말 구천룡을 목표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막사평은 노성진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했다.
“친구야. 내가 불알친구로서 진심으로 충고할게. 사부님이 말씀하셨지.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들이 있다고. 첫째로 범재, 평생을 노력해도 한계가 있는 평범한 사람들.”
“그래. 그리고 두 번째로 너와 나 같은 천재가 있지.”
“그런데 내가 볼 때는 천재에도 단계가 있다. 세 종류로 나눌 수 있지.”
막사평의 말에 노성진은 의문이 생겼다.
“뭔데?”
“먼저 인재. 인간 중에서 뛰어난 자들이지. 너와 나같이 사람들이고, 충분히 한 지역의 패자 정도는 될 수 있어.”
“묘하게 기분 나쁘지만, 좋아. 그러다 치고, 다음엔?”
“지재가 있다. 땅에서 태어난 자들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야. 능히 천하를 우러러볼 수 있고 솔직히 우리와 비교해도 격이 있는 사람들이지. 예를 들어 화산파의 구운룡 같은 놈.”
막사평은 혈교와 싸울 때 참전했었고, 화산파의 구운룡을 직접 만나봤었다. 그리고 그의 재능과 실력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했었다.
노성진도 구운룡에 대한 소문은 많이 들었기에 반박할 수 없었다.
“흥. 그럼 남은 건 뭐냐? 천재냐?”
“그렇지. 하늘에서 내려준 진정한 천재. 이들은 시대에 한두 명 태어나고, 고금을 통틀어 겨룰 수 있는 자들이지.”
“너무 허황되니까 할 말이 없구나.”
“내 말의 요점은 하나야. 너와 나는 하남성 내에서는 잘난 척할 수 있지만, 전국에서 모이는 천포지전 에 나가면 쪽팔릴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노성진은 그 말에 반대했다.
“흥. 물론 천하에 나보다 뛰어난 자들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천포지전의 구천룡은 실력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야. 운과 배짱이 따라야 하고, 무엇보다 난……. 네가 말하는 격이 다른 인물을 만나보지 못했다.”
“우물 안 개구리 같은 놈.”
“이 자식이! 그럼 그중 한 명이라도 데려와 보든가?”
“그래서 여기 왔잖아. 그중 한 명을 보려고.”
“그 하운평이란 놈? 그놈이 그 정도나 된다고?”
“내 생각에는……. 최소한 지재, 어쩌면 진짜 천재일지도 모른다.”
“흥. 그놈이 구운룡보다 뛰어나다고? 소문으로 들으면 우리보다 실력이 아래인 것 같던데.”
“소문이 다가 아니야. 내 말을 믿으라니까.”
“오냐. 두고 보자.”
노성진은 씩씩거리며 앞장섰다.
무적문에 다가갈수록 사람들은 많아졌다. 대부분 병장기를 휴대한 무인들이었고, 언뜻 보이는 사람들만 수백 명이 넘었다. 나중에는 대로를 가득 메울 정도였다.
노성진이 투덜거렸다.
“비무대회가 삼 일이나 남았는데, 왜 이렇게 많이 오는 거야?”
“삼 년 전에 사흑련에서 비무대회 열었을 때와 비교되지 않냐?”
“쯧. 그때 얘긴 꺼내지도 마라.”
삼 년 전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사흑련주가 비무대회를 주최했었다. 그때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두 사람도 꽤 고생했는데 쉽지 않았었다. 석 달이나 노력했는데, 천 명도 못 채웠었다.
그런데 여기 있는 사람들만 모아도 천 명은 될 것 같았다.
노성진은 괜히 비교되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빴고, 막사평은 방이 있을지 걱정되었다.
자신이 알아본 바로는 무적문까지 반나절은 더 가야 한다. 그래서 여기서 하룻밤 자고 다음 날 아침에 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객잔에 남은 방이 없을 것 같았다.
막사평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사실 이 고을에는 객잔이 고작 하나였다. 그것도 방이 열 개밖에 없는 작은 곳이었다. 하지만 무적문은 비무대회에 사람들이 모일 것을 예상했고, 과감하게 투자했다.
기존의 객잔과 주변의 땅을 사서 아예 새로운 객잔으로 올려 버렸다.
방이 백 개나 있는 대형 객잔이었고, 비무대회가 끝난 뒤에도 무적문이 손님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용도로 사용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니까, 그것도 부족했고, 마을 근처에 임시막사를 지었다. 한 막사에 스무 명이 잘 수 있었고, 그런 막사를 수십 개나 지었다.
사람들은 이곳을 더 좋아했는데, 숙박비가 저렴하고 얻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동전 일 문만 내면, 이곳에 하룻밤을 잘 수 있었고, 아침 식사까지 공짜였다. 그리고 밤에는 술과 음식을 싼값에 제공하기도 했다.
“후하하. 내가 참가한 비무대회만 서른 곳이 넘는데, 여기처럼 후한 곳은 처음이야.”
“나도 마찬가지야. 심지어 아침에 먹는 밥도 괜찮더군.”
“게다가 다른 곳은 이때다 싶어 상인들이 폭리를 취하는데, 여긴 그런 것도 없잖아.”
모두가 칭찬 일색이었다.
“사실 내가 몇 년 전에 사흑련의 비무대회에 참석했었는데, 그때는 방값이 은 한 냥까지 올라갔었거든. 그때는 어찌나 화가 나던지.”
“나도 기억나네. 그런데 여긴 하룻밤 자고, 아침 식사까지 동전 일문이니까 말 다 했지.”
“무적문, 소문대로 괜찮은 곳 같아.”
그 이야길 듣고, 노성진의 얼굴은 살짝 붉어졌다. 그리고 순수하게 의문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