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85
너의 초식이 보여 85화
귀신 이야기(2)
하운평은 먼저 청아에게 물었다.
“청아. 혹시 내 능력을 조절할 방법이 있을까?”
“녹안석 능력을 조절할 방법을 물어보는 거라면, 난 잘 모르겠어.”
대신 다른 방법을 제안했다.
“다른 인간들에게 배우는 건 어때? 법과 식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 있는 것 같던데.”
“그것도 생각은 해봤는데.”
그가 알기로 귀신과 술법에 관한 문파는 많지만, 모산파가 가장 유명했고, 독보적이었다.
하지만 상당히 폐쇄적인 곳이라 함부로 들어갈 수 없었다. 게다가 강소성 구운현에 있다고 들었다.
지금 가고 있는 의창과는 반대쪽이었고, 성을 두 개나 지나야 했다. 당장 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결국 근처에 다른 문파를 찾든지, 다른 선생을 찾아야 한다는 건데.’
그런데 그 방법은 의외의 장소에서 찾았다.
잠시 객잔에 들러 밥을 먹을 때였다.
급하게 객잔으로 들어오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사십 대 남자였는데, 들어오자마자 급하게 국수 한 그릇을 시켰다. 그리고 국수를 허겁지겁 급하게 먹었다. 자꾸 하늘을 쳐다보는 것이 누가 쫓아온다기보다는 시간에 쫓기는 것 같았다.
하운평은 궁금해서 그의 생각을 읽었다.
‘어서 이 소식을 대감님께 전해드리고, 밤이 오기 전에 부적도 전해드려야 하는데……. 또 내일이면 모산파 도사님이 오신다고 했으니, 빨리 먹고 가서 준비도 해야 돼.’
‘모산파 도사?’
하운평은 그 말에 관심이 생겼다.
그 남자가 어디에 사는지, 무슨 일 때문에 모산파 도사가 오는지 자세히 살펴보려 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기도 전에 그는 먼저 일어섰다.
그새 다 먹은 것이다. 그는 객잔을 나섰고, 하운평이 알게 된 건 그가 가려는 곳이 장위 고을에 있는 심 대감 집이라는 것과 귀신이 관련됐다는 것뿐이었다.
‘귀신과 모산파 도사라.’
단 두 개의 단어지만, 지금 하운평에게는 알아볼 가치가 있었다. 마침 점소이가 다가오자 그에게 물었다.
“장위 고을에 심 대감 집이 있다고 들었는데, 혹시 알고 있나?”
그러면서 동전 한 닢을 내밀었다. 점소이는 잽싸게 그것을 챙기면서 공손히 대답했다.
“그럼요. 당연히 알지요. 이 지방에서 제일 큰 부자에다 삼 대에 걸쳐 자리를 지키는 유서 깊은 호족이죠.”
“사실은 내가 먼 친척이라서 한번 가 볼까 생각 중인데, 듣자 하니 무슨 우환이 있는 것 같더군. 어느 정도는 알고 가야 할 것 같은데, 그것에 대해서도 들은 것이 있나?”
그러자 점소이는 목소리를 낮추어 대답했다.
“손님도 알고 계셨군요. 정말 안타까운 일이죠. 그 집의 장손이 그렇게 될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심 대감의 손자인 심주현이 어렸을 때부터 병약하여 병치레가 많았다고 한다. 여러 가지 약을 먹고, 약관이 된 지금 겨우 몸이 괜찮아졌다.
그런데 며칠 전, 잠을 자는 중에 갑자기 경기를 일으키며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걸쭉한 남자 목소리로 소릴 지르며 사람들을 때리기 시작했다.
병약한 서생이었는데, 힘이 어찌나 세졌는지 하인 스무 명을 한 번에 날려 버렸고, 호위무사에게 겨우 잡혔다. 지금은 온몸을 묶어서 가두어놓았지만,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욕설을 뱉으며 패악을 저질렀다.
때문에 심 대감은 근처 용하다는 무당이나 도사를 불러서 굿도 하고 제사도 지냈지만,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고 한다.
밤만 되면 그 증상이 심해지기 때문에 그 중년인은 급히 달려간 것이다.
하운평은 일단 그 심 대감의 집으로 천천히 향했다. 그리고 근처 객잔에서 하룻밤 묵은 뒤, 다음 날 청아를 데리고 그 집으로 향했다.
두 사람은 높은 나뭇가지 위로 올라갔다. 담벼락 너머로 집 안이 보일 정도로 올랐고, 두 사람은 그 상태에서 모산파 도사를 기다렸다.
하운평은 청아에게 물었다.
“혹시 저 안쪽에서 귀신이 느껴져?”
“악령이 하나 있긴 해. 하지만 강시 몸 안에 있으니까 잘 모르겠다. 강시 몸을 나가서 한번 보고 올까?”
“아니야.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돼.”
청아를 천령강시 안에 넣는 대법은 상당히 어려운 것이었다. 괜히 나갔다가 다시 들어가기 힘들 수도 있었다.
하운평은 고민 끝에 녹안석을 쥐었다. 무작정 피해서 될 일이 아니었고, 성격상 맞지도 않았다.
‘오오. 조금 색다른데.’
혈교의 전투 이후 처음 만지는 녹안석이다. 지금까지와는 느낌이 달랐다. 익숙하고 편안한 느낌이 들었고, 눈에는 뭔가 덧씌워진 듯한 기분도 들었다.
그 상태로 청아를 바라보았고, 집 안도 둘러봤다.
확실히 예전과는 달랐다. 사람들의 몸 위로 옅은 색상이 더해졌다. 인간이 노란색이었고, 청아는 녹색이었다.
그리고 강시는 검은색이라, 검은색과 녹색이 섞여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집 안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색이 있었다.
눈으로 볼 수 없어 색상만 살짝 보았는데, 노란색에 녹색이 붙어 있는 느낌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노란색에 녹색이 덧씌워져 있었다.
아마도 노란색이 인간, 녹색이 귀신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하운평이 그 얘기를 하자, 청아는 재미있다고 손뼉을 쳤다. 그리고 그녀가 물었다.
“이제 어떡할 거야?”
“기다려야지.”
“누구? 모산파 도사?”
“응. 먼저 실력 있는지 확인한 후에, 만약 진짜 도사라면 귀기를 다스리는 법을 배우려고.”
“만약 실력이 없으면?”
“글쎄, 그때는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겠지.”
청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난 이해할 수 없어. 그냥 녹안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되잖아.”
“환상기국 안에서는 상관없겠지만, 우리 세상에서는 녹색 눈으로 돌아다니면, 이상하게 볼 거야. 괴물 취급당할걸.”
“그래? 그럼, 나도 여기서는 괴물인가?”
하운평은 뭐라고 해야 할지, 순간 망설였다. 하지만 결국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그래……. 분명 너를 모르는 사람은 이상하게 생각할 거야.”
혹시 상처 입을까 걱정했지만, 괜한 걱정이었다. 청아는 아무렇지 않게 미소를 지었다.
“하긴, 너희 인간들이 우리 세상에 오면 이상한 놈 취급당할 테니까.”
보기에는 어떤지 몰라도 청아는 몇백 년이나 산 신령이었다. 그녀는 하운평의 생각보다 훨씬 성숙하고 강한 존재였다. 하운평도 그걸 깨달았다.
“그런데 하운평. 인간 세계의 음식은 무슨 맛이야? 인간들은 참 맛있게 먹던데.”
뜬금없는 질문에 하운평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글쎄. 그건 설명하기 어려운데. 아쉽다. 너도 맛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이 예쁜 강시는 다른 건 좋은데, 먹을 수 없다는 게 단점이야.”
“하지만 먹지 않아서 좋은 점도 있지. 똥을 안 싸도 되잖아. 그건 은근히 귀찮거든.”
“하지만 난 똥도 싸고 싶은데. 우리 신령들은 똥을 안 싸니까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
“하하하.”
하운평은 키득거리며 웃었다. 이상하게 청아와 이야기를 하면 오랜 친구처럼 편안하게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한 시진이 지났다. 드디어 기다리던 모산파 도사가 나타났다.
모산파 특유의 노란 법복에 검은 관을 썼고, 의의로 나이가 젊었다. 삼십 대 중반의 비교적 젊은 도사였고, 특별한 기운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무공 실력도 삼류를 겨우 벗어난 정도였다.
집 안의 사람들이 조금 실망하는 기색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말솜씨가 뛰어났다.
“많은 사람들이 저를 보고 오해를 하십니다. 제가 너무 어려 보인다고요. 하하하. 하지만 저는 불혹을 넘겼고, 아주 어릴 때부터 모산파에 입산하여 삼십 년 이상을 수련했답니다.”
“정말인가요?”
“제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지요. 그리고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노란 법복은 모산파를 대표하는 복장이지요. 뭐, 요즘은 다른 도사님도 따라 하긴 하지만, 이 부작(符作)들은 절대 따라 할 수 없죠. 아, 혹시 부작이 뭔지 모르시는 분을 위해 잠깐만 설명을 드리면, 장신구의 형태를 띤 입체적인 부적이라 보시면 됩니다. 예를 들어 이 태검 같은 경우에는 벼락 맞은 나무 벽조목(霹棗木)에다 저희 모산파의 부적을 심어놓은 보물입니다. 그리고 곡옥(曲玉)으로 만든 목걸이는 북해에서 가져왔고, 또 장백산의 신선으로 알려진 장백산 호랑이의 발톱도 있습니다. 이런 것들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물건이죠.”
확실히 그가 지닌 물건들은 진귀해 보였다.
“그리고 제가 드린 부적, 써보셨나요?”
그러자 심 대감이 직접 말했다.
“확실히 효과가 있었소. 부적을 붙이자 귀신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진정되는 것 같았습니다.”
“하하. 그것 보십시오. 걱정 마시고, 모두 저에게 맡기세요. 귀신은 제가 물리쳐 드리겠습니다.”
“그럼 잘 부탁합니다. 도사님.”
모산파 도사는 거드름을 피우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하운평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마음을 읽어본 바로는 모산파 도사는 가짜였다.
물론 술법을 배운 적은 있었다.
하지만 겨우 삼 년 남짓이었고, 그가 지닌 물건들은 전부 스승의 물건들이었다. 정확히 어떤 연유인지 모르지만, 이미 관심이 사라진 후였다.
하운평은 몸을 돌리고 이대로 떠나려 했다. 하지만 청아는 반대로 계속 있고 싶어 했다.
“난 모산파 도사가 악령을 어떻게 물리치는지, 보고 싶어.”
“그는 가짜라니까.”
“알아. 그래서 더 궁금하잖아. 실력도 없는 가짜는 어떻게 할까? 저 악령은 보기보다 센 녀석인데.”
하운평은 문득 궁금해서 물었다.
“저 악령이 세다는 건 어떻게 알아?”
“내가 여기 처음 왔을 때 죽은 고양이 몸으로 들어갔다고 했지? 사실 아무나 죽은 시체를 움직일 수 있는 건 아니야. 아, 물론 이 강시는 예외야. 술법과 법식을 이용한 거니까.”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러니까 오직 혼령의 힘으로 죽은 자를 움직이기 어렵다는 거지?”
“그렇지. 나 같은 신령급은 되어야 가능한 거야. 사체가 그 정도인데, 살아 있는 사람의 몸은 어떻겠어?”
“움직이기 더 어렵겠지.”
살아 있는 사람은 혼령과 육체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다른 혼령이 강제로 침입하여 그걸 끊어내려면 강한 힘이 필요했다.
하운평이 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장손의 몸에 있는 악령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 같은데……. 만약 정말로 몸을 뺏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어. 그럼 계속 자신의 몸처럼 사용할 수 있는 거야?”
“안 되지. 파장이 다른 데다 본래 자신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은 몸이 망가질 거야.”
“흐음. 그런데 악령은 몸을 왜 뺏는 거지? 어차피 망가질 건데?”
“악령에 따라 다르긴 한데, 보통 세 가지 이유가 있어. 하나는 인간을 괴롭히는 게 재미있어서. 의외로 이런 악령이 많아. 혼령인 상태에서는 심심한 편이거든. 그리고 두 번째는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서야.”
“욕구? 혼령도 욕구가 있어?”
“악령은 육신이 죽을 때, 욕망을 버리지 못해 생기는 존재잖아. 참, 분명히 말하지만 나 같은 신령과 인간의 악령은 태생부터 급이 달라. 비교 자체를 말아줘.”
“하하. 알았어.”
청아의 말에 하운평은 웃었다. 그녀의 설명이 의외로 재미있었다.
“그럼 마지막 하나는 뭐야?”
“자신의 힘을 키우기 위해서야.”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면, 악령이 강해지는 거야?”
“이것도 악령마다 다를 수 있는데, 보통은 사람의 생기를 빨아들여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있어. 그리고 주변 인간들의 생기 역시 두려움 형태로 빨아 당길 수 있어. 그래서 악령이랑 싸울 때 가장 중요한 점이 있다면, 절대 두려워해서는 안 돼. 아무리 무섭게 굴어도, 절대 쫄지 말고 제법 귀여운 짓을 하고 있네. 이런 심정으로 싸워야 하는 거야.”
“크큭. 그건 재미있겠는데.”
“뭐, 너는 인간치고는 겁이 없는 편이니까 잘할 거야. 그리고…….”
‘귀여운 고양이 신령님이 설명을 참 잘하시는군요.’
그때 갑자기 뒤에서 남자 목소리가 들렸다.
하운평과 청아는 놀라서 앞으로 물러서면서 뒤를 돌아봤다. 분명 어떠한 기척도 없었는데, 언제 어떻게 뒤에서 나타났단 말인가?
최상급 절정고수든지, 화경의 고수가 나타난 걸까? 하지만 눈앞에 보이는 이는 그것과는 상관없었다.
전혀 다른 존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