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can see your herbivorous side RAW novel - Chapter 90
너의 초식이 보여 90화
호악필과의 일전(1)
우선 고용주의 정체가 약관도 안 된 어린 소년이라는 것과 같이 있는 젊고 아름다운 소저는 사실은 굉장한 고수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나중에 합류한 도사는 그나마 제일 인간적이고, 그림을 잘 그린다는 것, 그리고 그와 친해져서 그가 자신의 초상화를 그려줬다는 걸 자랑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일은 알리고 싶지 않았다. 뭔지는 모르지만, 이상하고 어둡고 으스스한 곳만 찾아다니고, 주로 어두운 밤에 나가 돌아다니고 있었다.
적고 싶어서 손가락이 근질거릴 때도 있지만, 어머니가 걱정할 것 같았다. 그래서 끝내는 참고, 평소같이 좋게 마무리하고 편지를 접었다.
우엉.
“으헛.”
부엉이 소리였다.
이렇게 혼자 기다릴 때는 겨우 이런 소리에 놀라기도 했다. 그만큼 이 장소도 무서웠고, 또 한편으로는 궁금하기도 했다.
‘정말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걸까?’
그리고 어떤 일을 하는지는 몰라도 꼭 뭔가를 챙겨왔다. 오래된 골동품인 적도 있었고, 쿰쿰한 냄새가 나는 고서인 적도 있지만, 항상 비싸게 팔 수 있는 물건이었다.
이번에도 그들은 폐가로 들어갔다.
지금 있는 곳은 깊은 산속이고 멀리 보이는 집이 폐가였다. 이곳으로 오기 직전에, 저곳에는 절대 가지 말라고 충고하던 사람들도 있었는데.
하지만 고용주들은 너무나 당연히 그들의 말을 무시했고, 당당히 폐가 안으로 들어갔다.
멀리서 쿵쾅거리며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방소삼은 그쪽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설마, 무림인들이 귀신이라도 잡는 건 아니겠지?’
사실 그의 추측은, 상당히 정확했다.
“청아. 도망간다. 막아야 해.”
“내게 맡겨! 으라차차. 낙영일검.”
청아는 벽조목으로 만든 태검을 들고 멋들어지게 떠올라, 검을 휘둘렀다.
휘익. 사사삭.
하운평에게 겨우 이레 동안 배웠는데, 날카로움은 절정고수 이상이었다. 천령강시의 압도적인 신체 능력 덕분이었고, 기본적으로 청아는 검에 대해 재능이 있었다.
도망치던 하얀 그림자는 싸워보려 했지만, 날카로움에 당황하여 결국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그 뒤를 따라오는 이는 주먹을 쥐고 있던 하운평이었다. 몸속에는 일양신공을 운영하면서, 진음구법을 일으켰다. 주먹의 표면에 은은한 녹안석의 기운이 덮였다.
며칠 동안 꾸준히 연습하면서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
콰쾅.
그리고 그 위력은 놀라웠다. 하얀 그림자를 단 한 번 때렸는데, 귀신은 기괴한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쾌애액.
그때 저 멀리서 지켜보던 손문이 소리쳤다.
{이제 됐습니다. 재소멸부를 사용하시면 됩니다.}
하운평은 품속에서 재소멸부 부적을 꺼내어, 산매진화로 태웠다. 동시에 하얀 그림자를 향해 수인을 맺었다.
치이잇.
부적은 불에 타면서 하얀 빛덩어리가 생겨났다. 이 빛이 하얀 그림자를 포위하면서 묶었고, 동시에 하얀 그림자는 빛을 내며 사라졌다.
{아, 안 돼. 안 돼!}
하얀 그림자, 폐가의 악령은 버둥거리다가 끝내는 사라졌다. 명부로 쫓겨난 것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일이 끝나자, 무수환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한쪽 끝에 방진을 만들어놓고, 숨어 있었다.
그도 하운평의 도움을 받아 겨우 귀안을 열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봤고, 멀리서 부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었다.
폐가에 숨어서 사람을 다섯이나 해친 악령은 이렇게 소멸되었다. 그러자 그 음습하던 폐가의 분위기도 조금은 달라졌다.
이제는 단지 오래되고, 낡은 집에 불과했다.
악령에게 죽은 이번 의뢰인은 나이 많은 노인이었다. 그는 성불하기 전에 나타나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리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대청의 제일 큰 서까래 밑을 파보시길 바랍니다. 약속한 금덩어리가 있을 겁니다. 감사합니다.}
그는 사라졌고, 하운평은 손수 서까래 밑을 팠다. 그러자 정말 주먹만 한 크기의 금덩어리가 숨어 있었다.
마치 금원보 다섯 개를 뭉쳐놓은 것 같았고, 이런 집을 열 채나 살 수 있을 정도로 큰돈이었다.
“이거면 이제 돈 걱정할 필요 없겠데.”
그리고 이제는 준비가 된 것 같았다. 손문진인을 죽인 악령, 호악필을 잡으러 갈 때였다.
하운평의 말에 손문진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 * *
마차는 동쪽으로 이틀이나 달렸다. 정오가 지나고 해가 떨어질 무렵에 손문진인이 나타났다. 그는 하운평에게 말했다.
{이제 서쪽으로 두 시진만 더 가면 됩니다.}
“알겠습니다.”
하운평은 마부석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방소삼에게 물었다.
“혹시 여기서 서쪽으로 가면 고을이 있습니까?”
“포정이란 고을이 두 시진 거리에 있습니다.”
“잘됐네요. 그곳에 잠깐 들러서 마차를 바꾸죠.”
“네? 마차를 바꾸고 싶으신가요?”
“네에. 이 마차는 너무 크고, 눈에 띄는 것 같아서요.”
사실 퇴마 일을 몇 번 했다고, 벌써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 화려한 팔두마차의 주인이 퇴마를 잘한다고 알려졌고, 일부러 찾는 사람이 늘어났다.
하운평은 이번 일을 끝으로 퇴마를 할 생각이 없었기에 흔적을 지울 생각이었다.
방소삼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마침 포정 고을에는 저희와 거래하는 마방이 있습니다. 운이 좋으시네요.”
물론 운이 아니었다. 하운평이 그의 마음속을 보고 세운 계획이었다.
방소삼이 다시 말했다.
“당연히 아시겠지만, 여기서 좋은 마차로 바꾸는 건 어렵습니다. 하지만 낮은 등급으로 바꾸는 건 쉽습니다.”
“그럼 다시 기본적인 사두마차로 바꾸죠. 그리고 부탁 하나만 할게요. 그곳에 도착하면 우리는 조금 바쁠 것 같은데, 마차 안에 있는 쓸데없는 물건을 대신 팔아주시겠습니까?”
현재 마차 안에는 아직 고가의 물건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청아가 어느새 마차 위에 나타나서 소리쳤다.
“운평. 이것만은 절대로 안 돼. 알지?”
청아는 입고 있는 하얀 여우 털옷을 가리켰다. 팔두마차의 주인한테서 받은 옷인데 청아가 무척 마음에 들어 했다. 날씨가 더운 데도 이틀 전부터 계속 그 옷만 입고 있었다.
하운평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옷은 이제 네 거잖아. 손대지 않을 거야.”
“까르르르. 고마워.”
하운평은 방소삼에게 물었다.
“이런 물건 거래하시는 곳은 알고 계시죠?”
“네. 있습니다.”
마차를 모는 일을 하다 보면, 의외로 마차에 물건을 버리거나, 두고 간 손님들이 많았다. 그럴 때는 며칠 기다렸다가, 마부들이 물건을 처분했다.
‘그걸 어떻게 알았지?’
물론 마음속을 읽고 요청한 거지만, 하운평은 모른 척 말했다.
“그럼 잘 처리해 주시고, 내일 오후까지는 푹 쉬세요. 마음껏 놀다 오셔도 됩니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마차는 두 시진 후, ‘포정’에 도착했다.
이곳은 호북성의 수도인 무한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했다. 그래서 오가는 사람들이 많았고, 크게 번화한 곳이었다.
그런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오늘따라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마차가 움직이기 힘들 정도였다.
방소삼을 제외하고, 하운평 일행은 마차에서 내렸다. 걸어가는 것이 빠를 것 같았다. 그리고 방소삼은 홀로 팔두마차를 끌고 다녔다.
우선 잘 아는 곳으로 가서 마차 안의 물건들을 처분하고, 가은마방으로 향했다.
마방주끼리 친구여서 방소삼도 몇 번이나 와본 적이 있었다. 익숙한 곳이고, 하운평의 요구대로 사두마차로 쉽게 바꾸었다.
그렇게 할 일을 끝낸 방소삼은 가은상단의 마부들이 휴식하는 방으로 들어갔다.
오늘 저녁에는 시간이 있으니, 아는 사람이 있으면 술이나 한잔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마침 안면이 있는 장한수가 쉬고 있었다.
“한수 형님.”
나이가 비슷해서 꽤 친한 사이였다. 그도 방소삼을 보더니, 일어나서 반겼다.
“오오. 방소삼! 오랜만이네.”
“벌써 일 년이 넘었네요. 잘 지내셨죠?”
“하하. 나야 하루 먹고 하루 사는 인생이지. 이번에는 누구와 같이 왔어?”
방소삼은 대답 대신 슬쩍 웃었다. 장한수는 그 모습을 보더니 놀라며 물었다.
“뭐야? 설마 단독 운행이야?”
“네.”
“우와. 정말 축하한다. 여기까지 왔다는 건 장기란 뜻일 테고, 드디어 소원을 이뤘네.”
“하하하.”
지난번에 왔을 때 술도 한잔했었다. 그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었는데, 방소삼은 자신의 꿈에 대해 말했었다.
방소삼은 운이 좋았다고 대답하면서 이곳에 온 이유를 밝혔다. 장한수는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마침 잘 됐다. 오늘 밤에 마방 사람들이랑, 무한으로 놀러 가려 했었거든. 같이 가자.”
“무한까지요? 말을 타고 한 시진이나 걸리잖아요. 술 마시는데 굳이 거기까지 갈 필요 있습니까?”
“하하. 이 친구야. 오늘은 당연히 말 타고 한 시진이나 가야지. 오늘이 바로 청명절(清明節)이잖아.”
“아아. 그렇구나.”
“쯧쯧. 이 친구, 너무 열심히 일하더니, 시간 개념이 없어졌네.”
청명절은 사대 명절 중 하나로 이십사절기 중 춘분과 곡우 사이의 절기였다. 본래의 의미는 봄빛이 완연하여, 새싹이 돋아나는 시기이니 조상의 묘를 찾고, 지난 겨울 흐트러진 것을 정리하란 뜻이었다.
하지만 명절이기 때문에 무한 같은 성도에서는 다양한 행사가 벌어졌다.
“특히 이번 청명절에는 꼭 가야 해. 포정사께서 아버님 환갑을 축하한다고 잔치를 더 크게 연다고 했거든. 공짜 술과 고기를 실컷 먹을 수 있을 거야. 게다가 예인들도 초청할 텐데, 무조건 가야지.”
“으음.”
“아, 그리고 자네 어머니 허리가 아프다고 했잖아? 이런 날은 약방에서도 약재를 싸게 파니까, 그곳도 한번 가봐.”
다른 건 몰라도 방소삼은 어머니 일이라면 약해졌다. 마침 돈도 있으니, 결국 갔다 오기로 결정했다.
“내일 오전까지는 돌아오실 거죠?”
“당연하지. 내일 저녁에 일하는 사람이 있어서, 우리도 내일 오전에 돌아올 거야.”
그렇게 방소삼은 무한으로 향했다.
그사이 하운평 일행도 모든 준비를 끝냈다.
그들은 마을을 가로질러 강을 따라 달렸고, 숲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폐가를 보면서 각종 부적을 챙겼다.
날이 어두워질 때를 기다렸다가, 세 사람과 한 명의 귀신은 폐가 안으로 들어갔다.
* * *
폐가로 들어가기 전부터 손문진인은 경고했다.
무당파의 배신자, 호악필은 매우 영악한 자다. 그는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인간의 생명을 하찮게 여긴다. 몇 명을 죽이든, 본인의 이득만 챙기고 어떤 짓이든 저지를 수 있는 자다.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긴장한 것 같았다.
특별한 귀기가 느껴지지 않는데도 뭔가 있을 거라 생각했고, 결국 집 전체를 다 돌아본 이후에야 깨달았다.
호악필은 이곳에 없었다.
우리 모두 어이가 없어 서로를 쳐다봤다. 그럼 어디로 갔을까?
내가 먼저 손문진인에게 물었다.
“이곳이 확실한가요?”
{확실합니다. 삼 개월이 넘게 그를 봤지만, 그는 이 집에서 꼼짝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왜 꼼짝하지 않았던 거지?
지금까지 들은 바로는 그는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는 유형은 아니었다. 목표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쟁취하는 부류였다.
어떻게 보면 나와 비슷했다. 나 역시 목표가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니까.
다만 나에게는 선이 있었다. 그걸 넘지 않으려 노력했고, 사부님을 만나서 그 선이 확고해졌다.
만약 내게 능력이 없고, 계속 거지 생활을 했다면……. 어쩌면 그 선이 무너졌을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만약 나라면 어떡했을까?
만약 내가 천하에 가장 뛰어난 도법서를 가지고 있는데, 억울하게 죽었다. 당연히 죽어서도 그 도법서를 익히려 할 것이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는 손문진인에게 물었다.
“악령 상태에서는 십천간편을 익힐 수 없습니까? 방법이 전혀 없나요?”
{으음. 이렇게 설명하면 쉽겠군요. 악령에도 등급이 있습니다. 생자의 기운을 빼앗고, 두려움이나 공포를 뺏어 축적하면 악령에서 악귀로 성장하게 됩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악신까지 될 수가 있지요. 최소한 악귀 정도만 되면 십천간편을 익힐 수 있을 겁니다. 그때는 인간처럼 물건을 만질 수도 있고, 만물의 기를 이용하니까요.}
“그럼 악령에서 악귀로 성장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단순히 말해 몇 명이나 죽이면 됩니까?”
{그게, 아직 수치로 정해진 것이 없어서……. 으음. 대략 천여 명 정도면 가능할 겁니다.}
그럼 내가 만약 천 명을 죽인다면 귀찮게 하나하나씩 죽이진 않을 거야.
한 번에 죽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그렇게 나는 하나의 생각에 도달했고, 얼굴이 굳어졌다. 나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혹시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아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