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50
감염자들의 포효. 갑작스럽게 나간 이영선. 모두가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이영선은 승리자의 기분으로 감염자들을 지나치려 했다.
‘됐어. 감염자는 안 물어. 내 냄새를 못 맡는다고.’
신설동이 기어이 죽게 되는 건 안타깝지만 솎아내기는 성공했다.
이영선은 그렇게 감염자들을 향해 당당히 지나가려 했다.
“캬아아악!”
하지만 감염자 하나가 그녀의 목을 물었다.
“아?”
현실의 인식 부재. 지금 이영선은 갑자기 일어난 사태를 이해하지 못했다.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다. 철저하게 피가 흐르고 몸이 경직됐다는 것뿐.
또 다른 감염자가 흉측한 얼굴을 하고 달려오고 있었다.
그 가증스러운 입이 어깨를 물었다.
또 살점이 찢겼다. 근데 고통이 느껴지지 않는다.
두근. 두근.
심장박동이 빨라지면서, 그녀는 신설동이 한 말을 떠올렸다.
[감염자는 냄새를 못 맡아!]그렇다. 냄새를 지우느니 어쩌고는 새빨간 거짓말.
김기철에게는 이영선도 솎아내기의 대상일 뿐.
그걸 그제야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
“시발······. 개시발……. 아아악!”
비명이 지르고 전신이 푸르게 변했다. 심장이 요동치다가 힘을 잃어가며 종말을 고했다.
하지만 그녀의 몸은 아니었다. 종양 같은 세포가 급격하게 자라 상반신을 가리고 있었다.
거기서 다시 기괴하게 긴 팔이 생겨났다.
“죽……. 여 무······.”
짧은 단말마를 외치고 이영선은 기괴한 것이 되어 일어섰다.
1. 변이 좀비
동현이 모두에게 안심하라는 투로 말했다.
“신경 쓰지 마요. 어차피 문이 부서지기는 힘드니.”
이영선이야 갑자기 미쳐서 나갔으니 신경 써야 할 이유가 없다.
모두 식량으로 소지했던 초코바와 음료수를 깨끗이 먹어치웠다.
다만, 바깥에는 극성팬들이 계속 소리를 지르고 있다.
“캬아아악!”
“기…….”
“아아아……. 구우우··”
현관문부터, 창문까지 이곳은 감염자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
다들 말없이 배를 채웠다.
절망 속에 뭐라도 하고 싶어 절로 침착해졌다.
배를 채우고 탈출한다. 설동은 차분히 상황을 파악했다.
“이층집도 아니고. 가정집.”
사방에 둘러싸여 있다. 다만 감염자들도 창문 같은 유리가 아닌 이상, 현관문을 부수지 못한다. 수백 마리가 현관문을 ‘밀어’버린다면 모를까.
설동은 일단 집안의 가재도구로 막은 창문 틈을 살펴보았다.
‘수백 마리 정도는 아니야.’
수십 마리. 생각보다는 적다.
설동이 다른 쪽으로 유도하거나 처리한 것도 있는 영향이다.
“잘하면 탈출….”
“잘하면 탈출하겠는데?”
설동이 말을 끝내기도 전, 동현이 마무리를 지었다. 아무 말 없던 일행의 시선들이 쏠렸다.
그렇다. 탈출할 건덕지가 보인다. 설동은 모두에게 선언했다.
“창문 쪽만 주의하고 소리를 내지 마요. 그리고 밤이 될 때를 기다리는 게 좋아요.”
“마치 뭔가를 알고 있다는 투네요.”
도하연이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경험이 많아요? 굳이 밤에 나가자고 하는 이유가 뭔가요?”
“내 친구가 알려준 겁니다. 놈들은 밤에 감각이 전체적으로 둔해지더군요.”
“친구요?”
“죽었어요. 아무튼, 그 친구가 가르쳐줬어요. 후각은 없고 시각과 청각에 의존하는데 밤에는 둔해지죠. ‘보통 감염자’라면.”
설동이 무심하게 툭 던지자, 도하연의 얼굴이 빨개졌다.
“미안해요. 그런 줄은…….”
“그놈 따라서 밤에 이동하는데, 소리만 주의하면 근거리에서도 눈치 못 챌 정도입니다. 반대로 후각으로 쫓긴 적은 없어요. 냄새를 맡지 못하니까요.”
“그래서 아까…….”
도하연은 설동이 이영선에게 한 말을 떠올렸다.
조용한 가운데, 희연이 고개를 들었다.
“오빠. 우리, 그럼 밤에 가는 거야?”
“그래. 그게 훨씬 나아.”
아닌 게 아니라 조용히 있으면 감염자들 역시 하나둘 떨어져 나간다.
설동의 이 판단은 실로 옳았다. 웅성대던 좀비들의 숫자가 하나둘 줄어들고 있었으니까.
규격 외의 좀비가 오기 전까지는.
“키에에엑!”
모두가 밤을 기다리며 뜬 눈을 지새우고 있는 와중이었다.
갑자기 현관 쪽에서 날카로운 비명이 들렸다.
그건, 당연히 감염자였다.
하지만 여느 비명과는 달랐다. 조금 더 여성스럽고 날카로운 비명.
그리고 육중하게 쿵쾅거리는 진동이 모두에게 느껴졌다.
“뭐야.”
본능적으로 지금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깨달은 거였다.
“키야야악!”
또다시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다른 감염자들의 소리가 들렸다.
크게 들렸다가 멀어진다.
‘다른 데로 가는 건가? 아니야.’
그 속도가 가히 무시무시했다. 강제적으로 밀리는 것처럼.
동시에 설동의 머릿속에 거대 좀비가 떠올랐다. 그런 놈 하나가 있다면? 현관문이 부서질 수도 있다.
“지금 총을 가진 사람이….”
엄진욱에게서 뺏은 자신과 동현뿐이다.
동현의 시선도 날카로워 지고 있었다. 무언가 점점 가까워져 오는 소리. 감염자들의 아우성.
뭔가 큰 충격이 다가올 거로 생각하고 있었다.
설동은 총알을 확인했다. 동현에게서 탄창을 받아 다시 10발을 보충했다.
“현관문이 ‘박살’ 나면 그대로 난사해! 모두 가재도구 치워요! 창문 쪽으로 탈출할 준비 해!”
“네?”
주하나나 다른 이들이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콱!
지금까지 들어보지 한 육중한 울림이 현관문 쪽에 들렸다.
현관문이 찌그러질 듯 그들 쪽으로 일그러졌다.
타타탁. 타타탁.
“뭐야!”
성민우가 창문의 가재도구를 치우다가 기겁했다. 바퀴벌레가 기어가는 소리도 이보다는 덜 소름 끼칠 거다.
무언가 바닥을 기면서 몸을 부딪치고 있었다.
설동은 창문에서 다시 두세 마리 정도의 감염자를 보았다.
수가 적다. 하지만 미쳤다고 바로 나가겠는가?
“누구 휴대폰!”
설동이 다급하게 외치자, 동현이 바로 휴대폰을 건네주었다.
시끄러운 알림 소리를 내는 휴대폰이 반대편 창문에 던져졌다.
“모두 나가!”
설동이 외치자, 모두 다시 원래 창문으로 나갔다. 알람 소리에 감염자들이 모이고 설동은 나머지들을 도와줬다.
“이야, 형씨. 행동력 하나는 무지 좋네?”
동현이 씨익 웃을 때였다.
다시 한 번, 거센 충격이 현관문을 박차고 있었다.
반쯤 열린 현관문 사이로 감염자들의 팔이 들어왔다.
그리고 매우 긴, 각다귀 같은 팔이 보였다.
“워매. 이상한 게 있네.”
동현이 놀라는 순간이었다. 다시 타타탁, 소리가 나더니 감염자들의 팔과 함께 현관문이 부서졌다.
“······.”
동현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하반신은 사람인데, 상반신은 거대한 혹 같은 것에 둘러싸여 있다.
모두가 경악했다.
“저건 또 뭔 괴물이야!”
역겨운 종양이 상반신을 두른 모습이었다. 진물이 나오고, 고약한 시궁쥐 같은 냄새가 풍겼다.
각다귀 같은 양팔을 휘저으며 그 혹 같은 종양이 출렁거리며 네발짐승처럼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그 비주얼은 가히 그 어떤 좀비 영화의 괴물들과 맞붙어도 꿀리지 않은 역겨움의 집합체였다.
동현이 그 자태에 넋을 잃고 바라보고 있었다.
“이봐! 그렇게 예뻐? 그만 구경하고 빨리 와?”
탕! 설동의 외침에 이은 총소리가 그를 다시 현실로 돌아오게 했다.
“가가가가!”
기괴한 소리와 함께 달려드는 상대를 피해 동현은 날렵하게 창문 밖으로 뛰었다.
“가가가가!”
쿵! 또다시 육중한 소리가 창문 쪽에서 들리고, 동현은 생전 처음 보는 기괴한 것에 공포감이 엄습해 오는 걸 느꼈다.
여기서 설동의 순간 판단은 정확했다.
감염자들을 소리로 유도하고 안전하게 모두가 탈출했으니까.
그러면 이다음이다. 이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이건 동현이 더 잘 알았다.
“모두 도로 쪽으로 가지 마!”
“왜, 왜요?”
주하나가 힘겹게 희연을 끌어안았다.
“어차피 쫓아오는 좀비들은 느려. 장애물이 많은 쪽으로 달리면, 우리는 피하지만 저놈들은 훨씬 지체 될 거야.”
“하아……. 힘들어.”
주하나는 엄청나게 지친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애 하나를 업은 채 이동했으니까.
설동이 달려들어 희연을 업었다.
성민우가 그녀를 부축한다. 설동은 자기 등 뒤에 안긴 희연을 쳐다보았다.
‘울지 않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도 울지 않는다. 대견하다고 생각하다가, 곧 자기 생각을 고쳤다.
희연은 울지 않았다.
하지만 울고 싶어 했다. 그저, 상황 상 이 어린 소녀가 소리를 내면 안 되기에 억지로 입술을 깨물고 있었다.
설동은 자연이 숙연해졌다.
“희연아.”
“······.”
“조금만 있다가 울어. 편할 정도로.”
희연의 표정이 살짝 풀어졌다. 아무튼, 이들은 난간을 넘었다.
‘다행이야. 그리고 동현이라는 남자는 이쪽 방면에서는 프로네.’
동현도 알고 있다. 감염자들이 한 가지에 신경 쓰면, 다른 장애물은 신경 쓰지 못한다는 걸. 일반적인 도로보다 효과적이다.
“하악……. 하악…….”
아현은 비틀거리며 도하연과 같이 움직였다.
일부러 제일 뒤에 있는 동현을 제외하면 최하위였다.
잘 먹지도 못해서 체력회복이 느린데다가 힘도 없다.
아현은 씁쓸하게 웃었다.
“미안. 나 때문에…….”
“아니야. 그런 소리를 나중에 실컷 해. 지금은 살아야 하니까.”
“넌, 옛날부터 그랬더라.”
아현은 옛 추억을 떠올렸다. 당차고 힘찬 친구.
같이 연예계의 꿈을 키웠다. 자신만만하고 당당한 타입과 소심한 자신.
연예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화려한 척을 했다.
그러다가 이 감염자 사태가 벌어지고 그 억지는 삽시간에 둑이 무너지듯 망가졌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 헌신적인 친구와 괜찮은 남자가 자신을 도와줬다.
“저 사람 이름이 신설동이라고?”
“·…….너도 참…….”
도하연은 소꿉친구의 마음을 한순간에 깨닫고 복잡한 얼굴을 했다.
“과격하다고 무서워하지 않았어?”
“정신 차리고 보니, 괜찮네. 나를 신경 써주고.”
“그러면 일단 살아가는 게 좋겠지?”
친구의 의지에 도하연의 얼굴이 밝아졌다. 하지만 이런 웃음도 잠시였다.
쾅! 갑자기 난간 쪽이 부서졌다. 모두가 뒤를 돌자, 네발로 이동하는 기묘한 좀비가 보였다.
도하연의 얼굴이 잔뜩 찌푸려졌다.
“너무 멋지게 생겼다. 꿈에서만 나와 줬으면 좋겠네.”
동시에 반사적으로 발걸음이 빨라졌다.
저건 위험하다.
그들만이 아니라 모두가 말이다.
다행히 각다귀 같은 팔로 빠르지는 못했다. 제대로 된 네발짐승이라면 벌써 이들 근처로 추적했을 거다.
“다 왔어! 군대가 어차피 공격할 거야!”
다시금 힘을 내서 이들이 북악산의 초입에 도착했다.
이제부터 저 감염자가 어디로 움직이든, 군대의 총탄에 박살 날 거다.
그런 안심이 모두에게 있었다. 하지만 이들은 아직 밤의 산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