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57
그런 감정을 뒤로 한 채, 두 사람은 헤어졌다.
다음 날, 주하나는 마찬가지로 시비 거는 사내와 마주 섰다.
“거, 빨리빨리 해. 또 맞고 싶어?”
별다른 처벌도 없이 또 지랄 대는 사내에게서 주하나는 희연이 우선이었다.
“천천히 퍼. 누가 보채는 것도 아니니까.”
대놓고 남자를 무시했다.
“이 시발, 사람 무시해?”
“만지지 마!”
주하나가 바로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더럽다는 듯 옷을 터는 게 아닌가.
남자는 자기 아이를 뒤로 보냈다.
“이년이 미쳤나?”
바로 멱살을 잡히고 주하나는 희연을 먼저 보냈다.
“희연아. ‘아까 말한 대로’ 해.”
“언니….”
자매의 안타까운 시선 속에서 남자는 또다시 주하나를 바닥에 쓰러트렸다.
코피가 흐르고 부어오른 눈. 주하나는 그렇게 누워있었고, 역시나 군인들은 뒤늦게 처리하는 척만 할 뿐이었다.
주하나는 바깥으로 나갔다. 거기에는 도하연이 희연을 안아주고 있었다.
“그러면 우리 위대하신 령도자, 김기철을 만나러 가볼까요?”
주하나는 카메라를 받아 바로 일어섰다.
“진짜, 미끼라는 게 너무 하네요.”
“동시다발적으로 우리들에게 시비를 거는 걸, 보면 아예 전문적으로 온 거 같네요.”
도하연은 시비가 걸린 날, 이들과 대책을 논의했다. 결과적으로 시비에 걸린 걸 알고 대응에 나선 거다.
“정말로 김기철 씨가 봐준다면, ‘정당한 방법’으로는 처벌이 안 되겠죠. 그럴 바에는 증거를 들고 김기철과 직접 나서야죠.”
도하연의 판단과 주하나가 미끼를 자청해 증거 영상을 찍었다.
이제 이걸 가지고 김기철을 만날 것이다.
“이걸로 우리도 합법적 권한을 가졌으면 좋겠는데…. 희연아. 민우 씨가 올 테니까 같이 밥 먹어. 알았지?”
“언니는….”
“괜찮아. 하나 씨도 버티고 있으니까.”
도하연은 주하나를 부축했다. 하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민우였으면 촬영이고 뭐고 달려들었을 거예요. 그러니까 희연이가 같이 있으면 참겠죠.”
“진짜 좋은 판단이에요. 그럼 협상하러 가볼까요?”
이들은 김기철 쪽으로 이동했다.
이틀 후, 주하나는 또다시 그 남자의 시비를 받았다.
지겨울 만도 하지만 오늘만큼은 주하나는 기쁘기 그지없었다.
“미친놈. 아주 잘 논다.”
사내의 표정이 달라졌다.
“또 맞고 싶어서….”
“인간적으로 나는 많이 팼잖아? 딴 사람하고 싸워.”
“뭐?”
그 순간, 울분 가득한 얼굴로 성민우가 입구에서부터 달려들었다.
“시발 놈아!”
“어?”
성민우의 주먹에 그대로 사내가 녹다운됐다. 상상하지도 못한 공격.
군인들이 말려줘야 한다.
하지만 군인들은 가만히 있었다. 분노한 성민우를 말리는 군인은 없었다.
순식간에 피떡이 되어 바닥에 뻗었다.
“망할 놈이 뒤지려고.”
“시발, 징벌실로 갈 거다. 감히 폭력을….”
“안 가. 병신아.”
성민우는 그대로 걷어차 버렸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설동은 예의 그 3인방과 대치하고 있었다.
“야, 신설동 이랬나? 도하연하고 친하냐?”
“시발, 개 아쉽네! 그때 눈앞에서 망신을 줘야 하는데….”
설동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는 머리를 긁었다.
아무 말도 없이 일어나서 몸을 푼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단 하나.
저번과 마찬가지로 싸우자는 거다.
이때, 설동은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설마하니, 징벌실 생각하는 거야? 미안한데, 오늘은 면제야.”
“뭔 개소리냐?”
이해 못 하는 세 사람의 뒤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들이 뒤를 돌자, 한눈에 봐도 위압감 넘치는 근육질 사내가 다가왔다.
“너희가 그렇게 싸움을 잘해? 한 판 하자고.”
동현이 끼어들고 설동은 바로 앞으로 다가갔다. 2:3. 하지만 그 누구보다도 3명이 불리한 상태였다.
얼마 뒤, 3명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김기철은 창문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다수가 있어서인가, 금방 대처하는군.’
며칠 전, 김기철을 찾아온 도하연과 주하나는 증거 영상을 놓고 김기철과 협상을 했다.
[의도적으로 폭력을 방관한 건가요?] [아니면 지시로 그런 건가요?]직접적으로 김기철은 건드리면서 반응을 보고 있었다.
김기철이 뭐라고 말하겠는가. 당연히 아니라고 답한다.
[만약 우리 부대원들의 미진한 일 처리라면 처벌하겠습니다.]하지만 도하연은 여기서 딴 제안을 한다.
도하연은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들을 처벌할 권리를 달라고? 아주 앙칼진 년이군. 만약 그러지 않으면 증거 영상과 함께 제대로 처벌받지 않은 걸, 알리겠다고….’
나름 협박이었다. 사실, 교주 수준인 상황에서 저게 알려져도 큰 문제는 없을 거다.
‘하지만 의심자가 늘어나면 그거대로 곤란해. 내 계획이 이제 궤도에 올랐는데.’
얼마 전에도 실종자 건으로 마찰이 있지 않았는가.
김기철은 계획의 완성을 위해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너무 건방져.’
이대로 물러가기에는 괘씸하기 그지없다.
김기철은 성인이 아니라, 목적만을 중요시하는 남자.
나름 얌전한 수단들이 모두 막히자, 이번에는 과격한 수단을 떠올렸다.
“사귈까?”
아현은 그날 밤. 침대 옆에서 자는 도하연에게 물었다.
“뭐가?”
도하연은 지금 이 친구가 하는 말을 순간 이해하지 못했다.
“설동 씨…. 아니, 설동이 말이야?”
“응. 근데 말이….”
아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도하연은 헛기침을 했다.
“나도 말을 놓자고 했어. 그나저나 사귄다고? 사귀자고 말을 해야지, 사귀지. 너무 김칫국 마신 거 아니야?”
“얘는! 진짜로 사귀자는 이야기가 나왔어!”
“설동이가?”
도하연은 순간 침대에서 벌떡 허리를 일으켜 세웠다.
“사귀자고 했다고?”
“어. 아…. 좋아.”
아현은 아이처럼 발을 동동 구르며 기뻐하고 있었다.
“아니, 나도 그냥 데이트만 하려고 했는데, 그냥 확 밀어붙이더라? 얼마나 가슴이 쿵쾅댔는지…….”
“무지 빠르네.”
도하연은 복잡한 심경으로 친구를 보았다. 분명히 이건 축하해줘야 한다.
자살하려던 친구가 의지를 찾고, 기뻐하고 있으니까.
‘나도…. 나도….’
하지만 도하연은 마음 한구석에 이상한 감정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아…. 그냥 내일 만나서 이야기할까?”
“일해야 해.”
“그래도 만날 수 있잖아? 평소처럼.”
“그러던지.”
무심한 대답에 아현은 슬쩍 자기 친구를 바라보았다. 뭔가 반응이 이상하다.
“너…. 질투하니?”
“질투?”
도하연의 표정이 살짝 일그러졌다. 아니, 그건 마음속을 멋대로 들여다본 것과도 같다.
그렇기에 도하연은 생각보다 더 열이 받은 상태였다.
“내가 왜? 그냥 죽을 둥 살 둥 하다가 바로 사귄다니 특이해서야. 별걸 다 생각하네.”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야?”
“화? 내가? 별꼴이다. 멋대로 질투니 뭐니 하고?”
삽시간에 목소리가 커졌다.
이 두 사람은 잠시간 서로를 노려보았다. 아현은 머리가 아픈지, 자리에 누웠다.
“아니, 됐다. 나중에 이야기하자.”
“…….”
사실, 정말 사이가 나쁘다면 여기서 아예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도하연도 바로 자리에 다시 누웠다.
그리고 부끄러웠다.
‘아…. 미쳤어. 미쳤어.’
말 그대로 욱해서 받아친 게 문제가 됐다. 도하연은 후회했지만, 여기서 더 나갔다간 싸움만 지속할 뿐이었다.
‘내일 이야기해야 해.’
서로 화가 어느 정도 진정된 아침에 다시 이야기한다.
도하연은 자신의 멍청한 행동을 자책했다.
이렇게 두 여자는 그렇게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아침이 밝아오고, 기상 시간이 되었다. 도하연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현은 이미 자리에 없었다.
‘…….’
도하연은 한숨을 쉬었다. 그녀도 대충 준비한 다음에 아현을 찾아 나섰다.
“먼저 집합하러 갔나.”
도하연은 찰랑거리는 머리를 매만졌다. 이성을 되찾으니, 어젯밤의 자기 행동이 너무나도 추했다.
부끄러움이 몰려왔다.
‘미안하다고 해야겠어.’
도하연은 그런 스타일이다. 잘못된 건, 잘못됐다고 한다.
자기가 저지른 추태를 만회하기 위해서 친구를 찾아 움직였다.
하지만 점검을 위해 집합한 곳에서도 아현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곧, 인원 점검 때 그녀는 깨달았다.
아현이 실종되었다.
“나 때문이야…. 그날 밤에 싸워서 아현이가….”
도하연은 설동 앞에서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실종에 그녀는 멘탈이 무너지려 하고 있었다.
“싸웠다고요?”
설동이 물어봤지만, 도하연은 차마 눈앞의 남자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네. 제가 그때 민감해져 있어서 그냥 트집을 잡고…….”
“…그건 됐어요. 아무튼, 그 이후 나갔다는 거죠? 소장한테 가 봅시다.”
“네?”
설동은 그야말로 행동파였다. 바로, 도하연을 끌고 소장실로 찾아갔다.
김기철은 차트표를 뒤적이며 그들을 맞이했다.
“심란하실 텐데. 바로 오시네요,”
“아현이 건에 관해서 이야기하려고요. 실종됐다는데, 여기서 실종이 되는 게 가능합니까?”
“음…. 저희도 만능이 아닙니다.”
도하연은 설동이 왜 저러는지, 몰랐다. 하지만 격앙되어 있다는 건 확실했다.
“뭐, 북악산으로 갔다 치죠. 그 길목에 이미 보초병들이 있잖아요. 그 사람들이 아현이를 못 보는 게 가능해요? 아니면 이 내부에서 사라질 수가 있어요?”
“……저희를 의심한다고요? 설동 씨?”
김기철이 표정을 찌푸렸다. 설동은 피식 웃었다.
“그럴 리가요. 의문을 제기하는 겁니다. 만약 여기 내부에서 실종되었다면, 그건 이곳 자체가 치안이 불안정하다는 증거 아니겠습니까? 그걸 파악 못 했다는 걸 말이죠.”
“으음. 그건, 죄송스럽지만. 확실히 저희는 관련이 없습니다. 최선을 다해 운영할 뿐이죠. 내부 공백에 관한 건, 보강하죠. 그리고 너무 몰아붙이시는데, 아현 씨는 원래 관심 대상자 아니었습니까?”
“자살 말이에요?”
“네. 원래 자살을 하려던 상황입니다. 그렇게 마음먹은 사람이 쉽게 모습을 드러낼까요? 이건 의지가 달린 문제입니다.”
김기철은 능숙하게 답변했다. 하지만 도하연은 그때 보았다.
설동의 시선에 분노가 서렸다는 걸.
“마지막으로 외부로 나가는 CCTV를 확인할 수 있을까요?”
“얼마든지요.”
소장은 곧, 그들은 통제실로 안내했다.
하지만 결과는 허탕이었다. 그 시간대에 아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도하연과 설동은 그렇게 소장 실을 나서고 있었다.
“나…. 나는…. 아현이의 상태를 몰랐어. 이미 안 좋은 상황이던 얘를 몰아붙이다니….”
“자주 싸웠어?”
“그건 아니지만, 한 번 싸우면 꽤 깊게 갔어요. 하지만 싸우면 항상 티타임을 가지고 서로 대화를 하고 풀고는 그랬어.”
도하연은 죄책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때, 설동이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절대로 자살이 아니야.”
그러더니, 도하연을 끌고 갑자기 빌딩 구석으로 가는 게 아닌가.
“솔직하게 말해 봐. 어떻게 싸운 거야?”
“…….”
도하연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바로 설동에 대한 감정. 오로지 그것 때문이었다.
그걸 눈앞에서 당사자에게 꺼낸다? 도하연은 두려웠다.
친구를 질투한 죄책감, 그걸 들킨 창피함, 그리고 다시 추궁당하며 생긴 죄책감.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도저히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
“하연아. 날 봐봐.”
그때 설동은 고개를 들어서 도하연과 눈을 마주쳤다.
거기에는 확신에 찬 얼굴이었다.
“내가 감히 말하건대. 지금, 하연이가 무슨 답변을 하듯, 이번 실종과 관계가 없다는 걸 증명하지. 부끄러운 거라도 괜찮아. 친구를 위한다면 말해줘.”
“…….”
하필, 이때 이렇게 안심이 되는 말을 할까? 도하연은 고마우면서도 원망스러웠다.
‘아현이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