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61
도하연은 사람에게 설득력을 갖게 하는 법을 안다.
처음에는 살짝, 한두 명이랑 같이. 그리고 여러 가지 추론으로 실종자의 지인들을 자극했다.
심지어 성민우가 가져온 증거로 인원은 순식간에 30명으로 늘었다.
“이정도면 돼요!”
많은 대규모 인원을 끌고 실종자 대책위원회를 만들어서 김기철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명분은 충분하다. 애당초 실종자는 김기철로서도 파고들수록 불리한 소재.
그러니까 반란은 아니지만, 정확히 껄끄러운 존재가 될 수 있었다.
도하연은 황급히 올라온 김기철에게 바로 별건 수사의 마지막을 시행했다.
“외부로 나간 흔적이 없다는데, 그러면 내부에서 확인하고 싶어요. 매점 옆에 출입금지구역은 대체 뭐죠?”
“……왜 거길 의심하는 거죠?”
“수상하니까요. 당신이 자랑스럽게 보여준, CCTV에는 외부에 나간 흔적이 없어요.”
도하연은 거세게 김기철을 몰아붙였다. 김기철은 보기 드물게 짜증이 난 상태였다.
당연히 지하에 있던 일 때문이다.
“거기는 저희가 각종 의료폐기물을 버리는 곳입니다. 모르는 사람이 가면 위험해요. 단순히 그 이유입니다.”
“그러면 방호복이라도 입으면 되잖아요.”
“남은 것이 없습니다. 저희가 여유가 있는 편이 아니니까요.”
“대표로 한두 사람은 들어가도 돼요.”
여기서 대화가 끊겼다.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 치열했다.
김기철로서는 절대로 들어가게 놔둘 수가 없었다.
“저런…. 아무래도 불신이 극에 달했군요. 여기서 감정적인 행동은 안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왜, 말을 피하죠?”
“규칙을 어겼기 때문입니다. 설명은 이미 드렸고요. 이러면 저도 과격하게 나오는 수밖에 없어요.”
김기철은 바로 옆의 군인들에게 명령해서 실종자 대책위원회를 구속했다.
“놔요! 갑자기 이게 왜….”
“안타깝군요. 해명의 기회는 이따가 대강당에서 하도록 하죠. 일단 구속해요.”
김기철은 빠르게 이들을 잡았다.
그러면서 바깥에 옹기종기 모인 이들을 보았다.
다들 뭔가 두려워하고 있었다.
‘아직 아니야. 지금은…. 발동하면 안 돼.’
김기철은 황급히 해명을 위해 대강당으로 이동했다.
설동은 벌벌 떠는 연구원 하나를 보고 웃었다.
“성급한 놈은 실수를 잘 저지르지.”
연구원 하나는 이미 목이 돌아간 상태였다. 아니, 이들도 몰랐을 것이다.
마취제에 당한 사람이 멀쩡히 일어나서, 자기들을 제압할 줄은.
‘애당초 내 몸에 들어와도 얼마 못 버티거든.’
덕분에 설동은 손쉽게 연구원을 제압하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철컥.
“……밖에서 잠그는 건가?”
문이 열리지 않았다. 설동은 카메라를 쳐다보았다. 자기들을 감시하고 있을 테니까.
단체로 몰려오면 큰일이다.
“이 새끼! 어떻게 탈출을….”
바깥이 소란스러워졌다.
군인 두 명이 설동이 있는 문을 향해 달려왔다.
“…….”
설동은 연구원을 인질로 잡고 메스를 한 손에 들었다.
철컥, 소리와 함께 이제 문이 열리면서 총을 든 병사 두 명이 설동을 겨냥했다.
“인질을 놔! 안 그러면 죽이겠다!”
“인질? 그래. 가져라.”
설동은 그대로 연구원 하나를 던졌다.
“어?”
갑작스러운 행동에 군인들이 연구원을 붙잡고 늘어졌다.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설동이 사냥개처럼 달려들었다. 예리한 메스의 날이 군인의 눈을 찌르고, 이어 목을 찔렀다.
“으아아악! 개새끼가!”
탕! 탕!
연이은 총성이 울려 퍼지고 설동은 피를 흘리며 자리에서 쓰러졌다.
“성만아! 성만아!”
군인은 이미 의식을 잃어가는 동료를 붙잡고 오열했다.
“내가 살려줄게! 걱정하지 마!”
우애를 과시하며, 친구를 업었다. 이제 어떻게든 병원으로 데리고 가면 살 수 있다.
그렇게 움직이며 뛰어갈 때, 이미 설동은 자리에서 일어나 있었다.
마치 암살자처럼, 정신없는 군인을 향해 달려갔다.
“……어?”
남은 한 군인이 뒤를 돌아본 순간, 악마와도 같은 설동이 메스를 들고 덤벼들었다.
“끄아아악!”
비명과 함께 다시 이동이 침묵했다.
‘아현!’
설동은 아현이 있는 곳을 찾으려 했지만,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군인들이 오는 걸 발견했다.
“어디야?”
“저기다!”
설동은 하는 수 없이 자기가 왔었던 계단을 향해 전력으로 뛰었다.
이제 어떻게 됐을까? 실종자 위원회랑 김기철이 맞부딪치고 있다.
‘일단…. 카메라를 피해서….’
매점 근처는 카메라가 없다. 하지만 군인들이 지키고 있을 거다.
하지만 그에게는 총이 있다.
K2 두 자루를 몸에 지닌 설동은 이제 조심스럽게 계단 너머 매점으로 향했다. 익숙했던 그 엘리베이터와 복도.
설동은 총을 들고 사방을 주시했다. 사람이 없다.
‘저게 끝인가?’
운이 좋게도 실종자 위원회를 구속하느라 병력이 빠진 걸 설동은 몰랐다.
아무튼, 없으니 그는 뛰었다. 카메라를 피해, 총을 들고 그리운 자기들의 보금자리로 말이다.
사람의 심리상, 심적으로 힘들 때, 의지하는 자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이다.
사람들을 모은 김기철은 대강당에 도착했다.
그러면서 모인 사람들을 보고 미소를 지었다.
“여러분, 이 사람들은 저를 의심하고 규칙을 어겼습니다. 제가 흥분하지 말고, 감정적으로 되지 말라고 했는데 말이죠.”
그는 도하연을 비롯한 실종자 위원회를 보았다. 그리고 비웃었다.
“이들은 규칙을 어겼습니다. 하지만 전, 이해해주었습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 그리고 고통. 그걸 고려했기 때문이죠. 안 그런가요?”
강당에 모인 사람들은 환호했다. 자비로운 김기철, 어버이 김기철.
이곳에서 그는 구도자였다.
“하지만 이들은 무리한 요구를 하더군요. 위험하기 그지없는 출입금지 구역에 가달라고 저한테 소리쳤습니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 거죠.”
“맞습니다!”
누군가 외쳤다. 흡사 종교 부흥회를 보는 것 같다.
김기철은 바로 프롬프터로 출입금지구역을 보여주었다.
거기에는 엘리베이터에 음식들을 나루는 수레가 있었다.
“별거 아닙니다. 위험구역이 있는 통로와 그전의 엘리베이터. 여러분들이 소중히 할 음식이 필요하죠. 그뿐입니다. 여러분, 이런데 절 의심하겠습니까?”
“웃기지 말아요!”
한창 김기철이 웃을 때였다. 도하연이 소리쳤다.
“결국, 위험구역을 보여주지도 않고, 그냥 얼렁뚱땅 넘긴 거잖아요. 복도만 보이면 뭐하죠?”
“도하연씨. 절 안 믿으세요?”
김기철은 씩 웃더니, 사람들을 향해 소리쳤다.
“제가 저기를 감추고 있다 칩시다. 그러면 감염자와 친하기라도 하단 말입니까? 그럴 거면 왜 여러분들을 보살피고 있을까요? 보급도 지속해서 오고 있고, 그럴 이유가 없습니다.”
“맞습니다!”
“저거 실종자 때문에 눈 돌았네!”
사람들이 김기철에 동조하기 시작했다.
도하연은 기가 막혔다.
‘대놓고 보여주지 않고, 믿으라고? 지랄하고 있네.’
하지만 신뢰감. 김기철에게 여기 대다수의 사람은 신뢰감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리 의혹을 제기해도 자신을 믿으라고 말만 해도 사람들은 믿는다.
아니, 그럴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거다.
김기철은 자랑스럽게 실종자위원회를 쳐다보았다.
“이제 아시겠어요? 여러분들은 이성을 찾아야 합니다. 흥분에 미쳐서 말이죠. 정, 우리 치료센터를 못 믿는다면, 나가라 할 수밖에요.”
“나가라! 나가라!”
“나가! 나가!”
사람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흡사 공산당 전당대회를 보는 거 같은 울림.
도하연은 그 모습에 기가 질렸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직 믿는 구석이 남았기 때문이다.
‘동현 오빠네도 있어.’
그렇게 군인들과 함께 강당에서 나가려고 할 때였다.
탕!
갑자기 총소리가 났다. 군인? 아니다. 오히려 가슴에 총을 맞고 쓰러진 군인이 보였다.
도하연의 시선이 움직였다. 그리고 그곳에 람보처럼 총 두 자루를 들고 있는 남자가 보였다.
신설동.
그가 등장하자, 이 대강당에는 기묘한 분위기가 흐르기 시작했다.
“설동아!”
천군만마와도 같다. 설동이 눈앞에 나타나자, 도하연은 반가움을 감추지 못했다.
반대로 김기철은 당황한 채, 무전기를 보았다. 당연하지만, 꺼놓은 상태다
“시, 신설동. 어떻게?”
순전히 의심의 여지를 피하기 위해 때문에 꺼놓은 상태였다. 그런데, 이런 행동이 놀라운 사태를 초래했다.
군인들과 대치상황. 설동은 대강당의 사람들에게 소리쳤다.
“이 새끼가 사람들을 잡아두고 있어! 이 새끼는 실종자들로 감염자로 만드는 실험을 하고 있었어!”
“!”
대강당의 사람들이 술렁였다. 설동의 얼굴은 모르지만, 적어도 실종됐다고 발표된 인물이다.
그런 그가 멀쩡하게 살아 있다? 이들의 믿음이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김기철은 황급히 군인들 뒤로 숨었다.
“여러분! 저 남자는 지금, 감염자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있습니다! 믿지 마세요! 우리를 속이려는 수작입니다.”
탕!
하지만 그 김기철의 발언은 바로 설동의 총성에 잠잠해졌다.
“감염? 말 잘했다. 난, 네놈이 쓴 보고서를 봤어. 이미 바이러스는 막을 수가 없고, 대다수가 감염되어 있다면서?”
“…….”
김기철은 설동의 입에서 진실이 하나씩 나오자 입술을 악물었다.
“그래서 마약을 줘서, 감염자화를 늦춘다. 여기에 치료받은 이들이 있을 거다. 의미 없다. 감염자가 되는 걸 늦추는 대신, 더 이상한 좀비가 되는 거니까.”
“아니, 이봐! 그 말이 진짜야?”
윤숙자가 강당에서 뛰쳐나왔다. 그리고 김기철에게 달렸다.
“이봐요! 소장님…. 우리 아들…. 우리 아들 난 게 아니에요?”
“진정하세요.”
김기철은 어느 새인가 도하연을 비롯한 이들이 강당 쪽으로 도망치는 걸 보았다.
물론 쏠 수는 없다. 그랬다간 악당이라고 대대적인 광고를 하는 거니까.
대신, 설동이 무주공산이었다.
“쏴! 저 미친놈을 쏘라고!”
그가 군인들에게 다급히 말했다. 군인들은 망설였지만, 곧 총알을 발사했다.
설동도 마찬가지였다.
“제기랄!”
총성이 사방에서 울리고, 강당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군인 세 명이 쓰러졌다. 설동 역시 피를 흘리며 바닥에 쓰러졌다.
“설동아!”
도하연이 다급히 뛰쳐나가 그를 부축해주었다. 울먹거리며, 설동을 걱정하는 찰나였다.
설동의 몸에서 총알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툭. 툭.
자그마치 11발 정도가 차례로 떨어졌다.
모두가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설동이 번개같이 일어나 총을 갈기는 게 아닌가.
“어? 아?”
사람들은 경악했다. 다시 멀쩡하게 일어서 총을 난사하는 설동.
군인들이 다급히 몸을 숙이며 총탄을 피해 보지만, 또 2명 정도가 쓰러졌다.
회복되고 있다.
설동의 몸에서 난 구멍이 치료되고 있었다.
이 놀라운 광경에 도하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서, 설동아?”
“결국 봤네. 날 믿어줄 수 있어?”
설동의 결연한 모습에 도하연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김기철이 흥분했다.
“저게 뭐야! 재생? 저래서 바이러스가 듣지 않은 건가? 아니, 그전에 사람이야?”
이 기묘한 상황을 김기철은 적절하게 이용했다.
“총을 맞고도 살아있다! 감염자라는 증거가 아닙니까? 저 녀석은 우리를 혼란시키려 한 겁니다. 저런 사람의 말을 누가 신용합니까!”
동시에 사람들의 시선이 설동에 적대적으로 변했다.
“자자! 도하연 씨! 이제 물러나시죠! 신설동은 괴물입니다! 괴물! 어서 처리해야 해요!”
“괴물이다! 저 새끼 죽여야 해!”
“괴물!”
다시 한 번, 이 대강 동의 여론이 거세게 요동쳤다.
설동은 이를 악물고 일어서고 군인들이 그를 노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때였다.
갑자기 대강당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총을 멘 성민우와 동현이 손안에 뭔가를 들고 들어왔다.
7. 탈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