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Don't Die RAW novel - chapter 183
최후의 수단을 쓰는 수밖에 없었다.
“개자식아! 같이 가자!”
설동은 순간, 양손으로 괴물의 두 눈을 찔렀다.
“크에에엑!”
고통의 소리가 들리고 그의 몸에 둔탁한 타격이 느껴졌다.
순간, 허공에 뜬 감각이 전신을 지배하고 설동은 떨어졌다.
원숭이 좀비도 마찬가지였다. 두 개체는 그렇게 10층 아래로 추락했다.
아프다. 고통스럽다.
원숭이 좀비는 어마어마한 추락에 몸을 꿈틀거리고 있었다.
“난…. 강해졌는데….”
원숭이 좀비는 희미하게 보이는 시야를 따라 조금씩 손가락을 움직였다.
“강해…. 난 강해졌어….”
자신은 새롭게 태어났다. 다른 사람이 무시하지 못하고 남들이 우러러보고, 여자도 많은 존재로 말이다.
힘겹게 팔을 휘적였다.
하지만 팔은 움직이지 않는다.
그의 왼팔만이 간신히 애벌레가 기듯 움직일 뿐.
“상처…. 난다. 나을 거야….”
자신의 회복력은 강하다.
무엇보다 성가신 적은 절대 무사하지 못할 게 아닌가.
“이겼…. 난, 이겼다고….”
원숭이 좀비가 승리감에 취했을 때였다. 뒤에서 갑자기 무언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감염자라면 그를 공격하지 않는다. 방금 자기랑 떨어진 놈? 이미 죽지 않았는가.
“누구?”
“후우…. 후우….”
알 수 없는 숨소리만 들린다. 순간, 원숭이 좀비의 전신에는 오한이 들었다.
“10층에서 떨어지니 진짜 뒤지는 줄 알았네.”
“너…. 너….?”
그 목소리는 바로 전에까지 싸운 사내의 목소리다. 원숭이 좀비는 경악했다.
“마, 마, 말도 안 돼. 10층…. 10…. 층에서….”
스스럼없이 다가오는 발걸음.
원숭이 좀비의 마음에서 나약함과 공포가 발현되었다.
“싫어…. 괴물…. 괴물….!”
“누구한테 괴물이라는 거야. 괴물 새끼가.”
설동은 도끼를 번쩍 들었다. 그의 신체는 10층 높이에서 살아남고 회복했다.
절뚝거리는 다리가 점점 완전해지고, 원숭이 좀비 앞에서 그는 도끼를 휘둘렀다.
“죽어!”
미칠 듯한 도끼질이 원숭이 좀비의 머리를 향했다.
“아파…. 아파…..!”
설동의 도끼질은 수차례 휘둘러지고, 원숭이 좀비의 비명은 점점 줄어들었다.
“후우…. 후우….”
설동이 도끼질을 멈춘 건, 원숭이 좀비가 더는 움직이지 않을 때였다.
“짜증나게 시리….”
설동은 비틀거리면서, 다시 자리에 쓰러졌다.
이 다랑 아파트에서 강력한 위협을 제거하는 데 성공한 거다.
설동은 잠시 눈을 감았다.
동현은 안절부절못했다.
“태희야. 어, 어떻게 하면 돼?”
“진짜, 소독을 해야 하는데…. 일단 주변 정리부터…. 모포도 가지고 오고…. 수건도!”
그들은 지금, 중대한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지윤선은 진통을 느끼며 출산을 준비하는데, 병원 시설도 아니기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나마 태희가 간호사이기에 침대에 옮기고 주변을 정리했다.
“자기야! 약…. 의약품 없어?”
“어, 어떤 걸 가져와?”
“그냥 다! 항생제부터 소독약까지…. 그냥 전부다 가져와 줘!”
“아, 알았어!”
문을 닫고 동현은 허겁지겁 움직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옥상에서 싸우고 있을 설동이 걱정되었지만, 태희마저 위험해지면 안 되기에 나선 거다.
‘그놈 잘할 수 있으려나?’
걱정하면서도 그는 반대편 아파트 쪽으로 달려갔다.
감염자들은 기름 샤워와 불꽃에 서로 타오르고 있었다.
총성이 울리면서, 다른 감염자들도 온통 그쪽으로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
동현은 날래게 2층 난간을 잡고 다른 방으로 침입해 문을 열었다.
이미 이 근처는 설동이 쓸었기에 감염자는 없다.
동현은 바로 반대편으로 들어가 문을 열었다.
“출산…. 출산하려고….”
그는 다급함에 아무 말이나 내뱉고 의약품을 챙겼다.
프라이팬을 냅다 던지던 주하나가 놀라서 물었다.
“누가 출산해요?”
“어….”
동현은 다급히 들 수 있는 의약품을 들고 갔다, 그리고 낑낑대며 책들을 베란다로 옮기는 희연을 바라보았다.
“아이고. 이런 세상이니….”
안타깝지만, 자기도 급하게 가야 한다. 동현이 다시 아파트 베란다를 넘어 태희 쪽으로 달려가고 있을 때였다.
그의 시선에서 무언가 거대한 것이 떨어졌다.
“저거…….”
기괴한 원숭이 좀비, 그리고 설동.
그의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설동은 피투성이로 쓰러져 있었다.
하지만 설동은 죽지 않았다. 비틀거리며 일어나면서, 상처가 저절로 치유되는 게 아닌가.
“진짜 괴물보다 더한 놈이네.”
그렇기에 안심이 되고, 너무나도 든든하다. 동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현이 다시 뛰는 사이, 이 아파트의 근심거리가 드디어 완벽하게 처리되었다.
동현이 다시 출산중인 방에 집에 들어가고 이들은 열심히 의료조치를 취했다.
“자, 숨을 크게! 천천히 내뱉으세요.”
“태, 태희야. 난 어떻게 해?”
“그냥 가만히 있어. 부산스럽게 그러지 말고.”
태희는 필사적으로 보고 배운 것을 실천했다. 시간은 한 시간이 넘고, 두 시간이 넘었다.
초조한 시간이 계속 흐르고 설동 일행이 다시 그들을 찾아왔을 때,
이 다랑 아파트에서 작은 희망이 탄생했다.
오종훈 일행은 지금 경악했다.
“사람이…. 사람이 변하고 있어!”
눈앞에서 변하는 감염자. 숱하게 봐온 감염자지만, 지금은 뭔가가 달랐다.
더 강하고 더 커지고, 근육질 덩어리의 감염자로 변하는 게 아닌가.
감염자가 손을 뻗자, 주변에 있던 대통령 일행의 목이 날아갔다.
그저 주먹 하나에 얼굴이 터지고, 부러지면서 말이다.
이 상황에서 오종훈은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판단했다.
“모두 쏴요!”
이미 피투성이로 물든 방. 일반 감염자와는 다른 포스를 보여주는 상대의 등장에 모두가 경악했다.
오종훈의 소리에 그제야 총을 들었지만, 이 좀비는 무서울 정도로 빨랐다.
“우아아악!”
눈앞에서 유 하사의 목이 날아갔다. 모두의 손은 방아쇠를 당겼지만, 거대 좀비는 거침없이 이들 사이로 달려들었다.
김 소위는 분노했다.
“개새끼가! 우리 막내를!”
흥분하려는 찰나, 민 중위가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중위님! 왜요?”
“아군이 맞잖아!”
민 중위가 다급히 소리를 질렀다.
그렇다. 영화에서 보듯 주인공을 둘러싸는 형태의 상황.
여 소령이 다급히 총을 갈기며 상대를 물러서게 만들었다.
정말 위험했다.
무엇보다 저 괴물이 총알을 맞고 버티고 있었다.
“쿠오오오!”
곰과도 같은 포효. 총알이 여기저기 박히고 감염자는 괴로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버틴다.
“저게 무슨 감염자인데? 총알을 버티는 감염자가 세상천지 어디에 존재해!”
이 중위가 놀라서 외쳤다.
그보다 이 좀비는 그들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 위력은 이미 막내의 목을 날리는 것으로 충분히 파악하지 않았는가.
총을 난사하며 죽을 때까지 버틴다?
고양이 목에 방울 걸기였다
“후퇴해!”
이들은 일제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좀비는 무섭게 따라붙으며 그들을 추격했다.
청사 계단이 이리 멀었을까? 모두가 다급해질 때였다.
민 중위가 별안간 걸음을 멈췄다.
“민 중위님!”
오종훈이 놀라 뒤를 돌아보자, 거기에는 총을 겨누는 민 중위가 보였다.
“다른 부대를 불러오자마자 죽여 버리는 거야!”
“민 중위님….”
찰나의 순간, 이들은 민 중위의 선택을 이겨내야 했다.
“죄송해요.”
그 성격 급한 김 소위의 입에서 미안하다고 할 정도의 희생.
곧, 이들의 귀에 총성이 몇 차례 들리고, 더 이상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오종훈은 최대한 침착하려고 했다.
‘분명 총은 통했어.’
한창 집중 사격 때, 데미지를 입는 모습을 확실히 기억했다.
“이 중위님! 근처 부대랑 연락해서 저 새끼 조져야 해요!”
“알았어.”
이 중위가 다급히 무전기를 들었다.
그리고 오종훈은 괴성이 자기들을 쫓아온다는 걸 깨달았다.
“오고 있어요!”
민 중위 덕에 시간을 번 덕으로 이들은 부대가 기다리는 정문으로 다급히 뛰쳐나왔다.
그리고 이들도 보았다.
이들의 뒤를 쫓는 거대한 체구의 좀비를 말이다.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당황할 감염자.
오종훈이 외쳤다.
“쏴요!”
달려오던 이들이 엎어지는 순간, 부대원들의 총성이 발사되기 시작했다.
수십 명이 쏴대는 포화는 이 좀비가 견뎌낼 수준을 초과했다.
거대 좀비는 그렇게 벌집이 된 채로 바닥에 쓰러졌다.
“후욱…. 후욱….”
모두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들도 일반 감염자만 봤지, 저런 감염자는 처음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사실 이었어. 별 거지 같은 게…….”
“예전에 나도 본 거 같아. 괴상한 감염자가 있다고….”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 속에서 오종훈은 더 안타까운 사실을 떠올려야 했다.
“이 중위님. 우리 지휘부가 박살난 거….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후. 아니, 상관없어. 이 병력이라도 유지해야 해.”
이 중위는 여 소령에게 다가갔다.
“아무래도 차후 대책을 논의해야 할 거 같습니다.”
“그래.”
여 소령은 다른 부대 책임자들과 긴급회의에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소문은 빠르게 퍼졌다. 대한민국 정부, 총 책임자들이 이곳에서 대부분 죽은 걸 말이다.
이 청사의 분위기는 매우 칙칙하기 그지없었다.
행정가들도 아니고 군인들이다. 이들이 부대를 통솔하는 건 쉬웠지만, 그들에게 남겨진 무게는 더없이 거대했다.
대한민국의 운명, 그리고 통솔.
군대가 아니라 국가를 통솔해야 하는 처지다.
하지만 이 중에서 그런 책임감을 질 사람들이 있을까?
회의는 길어지고 있었다.
일선 부대원들은 일단 이 청사에서 처음으로 편한 휴식을 맛보았다.
역설적으로 압박하던 정부 윗대가리들이 사라지자, 그들에게 편안함이 도래한 거다.
오종훈은 쉴 틈도 없었다.
죽은 자기 부대원들의 시신을 수습해야 하니까.
“미친놈이었어.”
옆에서 김 소위가 울먹거렸다. 아무리 평소에 괄괄하던 그였지만, 이 정도 상황이 되자,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죽은 민 중위의 시신을 보고 그는 울먹거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감염자로 다시 나타나는 경우는 없었다는 점이다.
거대 좀비의 힘으로 목이 날아갔으니, 불행 중 다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