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15
제15화
속도가 증가한 덕분에 더 빠르게 나무를 채집했다.
3초가 걸렸던 시간은 이제 2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 덕분에 손쉽게 나무를 뽑아내면서 나무들 속으로 전진할 수 있었다
황당한 눈으로 날 바라보던 사람들은 따라 들어와서 뽑혀 나온 나무들을 뒤로 옮겼다.
차례차례 옮겨진 나무들은 차곡차곡 쌓여 스켈레톤을 막는 저지선이 되었다.
A등급 헌터인 오주한의 공격도 막아냈던 나무다.
B등급 몬스터인 스켈레톤의 공격 따위 손쉽게 막아내리라.
“막아! 못 올라오게 막아!”
“죽으려고 올라와서 수고했다, 이 자식들아!”
스켈레톤들도 자기들의 공격이 나무에 통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은 듯하다.
스켈레톤들이 나뭇더미를 넘어오려고 했고, 심지어는 절벽을 타고 오르려고 했다.
소용없는 짓이다.
아까처럼 사방팔방에서 스켈레톤들이 들이닥치는 거면 모를까, 지금은 한 방향에서만 스켈레톤들이 달려들고 있지 않은가?
A등급 헌터들에게 한 방향의 공세를 막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 전혀 아니었다.
그 때문에 우연후는 팀원들에게 방어를 맡기고 지도를 보면서 어떤 방향으로 도망칠지 고민할 수 있었다.
“…응? 으응?”
사실 이 장소에서 가장 여유로운 건 나였다.
손가락만 갖다 대면 나무가 저절로 뽑혀서다.
그 때문에 우연후가 지도를 뚫어지게 쳐다보다 당황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연신 갸우뚱거렸다.
왜 저래?
“연후 씨! 무슨 일 있습니까?”
“아, 지온 씨. 그게, 여기 표시된 바에 따르면….”
“……?”
“우담화가 근처에 있습니다.”
“네? 그게 왜 근처에 있어요?”
가는 데 걸리는 시간만 사흘이 필요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열심히 달리긴 했지만, 사흘 걸리는 거리를 한나절 만에 주파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게 이 근처에 있다고?
나만 그런 의문을 품은 게 아닌 듯 전투팀과 보급팀도 우연후를 쳐다봤다.
모두의 시선을 받은 그는 난감한 듯 제 목을 긁적였다.
“아무래도 이 협곡을 가로질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아….”
나를 포함해 모든 사람이 그의 말을 이해해 탄성을 흘렸다.
사흘이 소요될 거라고 예상했던 건 우리가 있는 이 협곡을 크게 돌아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협곡을 틀어막고 있던 레이어 나무를 뽑아 가로지르고 있었다.
한나절 만에 도착할 수 있는 지름길을 만들고 있는 거다.
하하, 이런 게 전화위복이라는 걸까.
“그래서 고민이 되는군요. 지금 상황에서-”
“갑시다!”
뭘 그런 걸 고민하고 있어?
사람들도 내 의견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좀 진정하라는 듯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스켈레톤들이 저렇게-”
“괜찮아, 우리 안 죽어요!”
“여유로운 건 스켈레톤 로드가 안 왔기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도 그게 오면-”
“에이, 죽기밖에 더합니까!”
“그거 완전 남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유언 순위에 있는-”
“아, 갑시다!”
“…….”
그는 잠시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원정대를 이끄는 리더로서 위험을 피해야 하니 당연한 거였다.
여유로워지긴 했지만, 스켈레톤들에게 쫓기는 상황이란 건 변하지 않았다.
아직 방관하고 있는 스켈레톤 로드가 오면 상황이 또 어떻게 급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 원정의 목표인 우담화가 바로 앞에 있다지 않나.
멀리 떨어져 있으면 모를까.
가까이 있으면 한 번 봐 보기라도 해야지.
결심을 내린 듯 우연후가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좋아요, 갑시다. 대신, 소규모 인원으로 갑니다.”
레이어 나무를 쌓아 저지선을 세웠으니 여기서 농성하는 동안 2~3명만 추려서 빠르게 갔다 오자는 소리다.
레이어 나무가 튀어 오르더니 뒤로 풀썩 쓰러졌다.
지금까진 빈 곳이 우리 쪽이었기 때문에 쓰러질 때 방향은 항상 앞이었다.
그랬던 나무가 뒤쪽으로 쓰러졌다는 건….
“마지막 나무였군.”
드디어 가로막았던 나무를 전부 뽑았다는 소리다.
내가 만들어 낸 나무 통로를 빠져나가서는 뒤를 돌아봤다.
통로의 폭은 사람이 한 번에 3명 정도 지날 수 있을 듯했다.
통로 건너편에서 전투 팀원들을 바라보는 우연후에게 물었다.
“누구누구 갈 겁니까?”
“일단 저와 지온 씨는 가야겠죠. 1명 더 포함할까 합니다.”
그는 이번 원정을 꾸린 장본인이었고, 나는 우담화를 채집해야 했다.
오주한이 가고 싶은 눈치긴 했지만, 길마와 부길마 모두 자리를 비울 수는 없었다.
보급팀이나 채집팀 소속 경호 헌터는 이동용 마나 발전기에서 나올 수 없었으므로 당연히 제외됐다.
결국, 전투팀에서 한 명 데려가야 했다.
그게 그가 전투 팀원들을 바라보고 있었던 이유다.
전투팀은 우연후와 오주한을 제외하면 탱커 1명, 원딜 2명, 마법사 1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A등급 헌터 파티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힐러가 없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힐링 포션을 이온 음료처럼 마셔 대기 때문이었다.
일대 그룹의 자본력은 정말이지 무시무시했다.
“지연이가 좋겠군요. ‘김지연’!”
“네, 갈게요!”
대답한 건 2명의 남녀 궁수 중 여자 쪽이었다.
한방 딜이 좋은 탱커와 꾸준히 공격할 수 있는 원딜, 그리고 다방면으로 쓸모 있는 마법사를 남기기로 한 것 같다.
김지연이라고 불린 여자 궁수는 마법 화살들을 넓게 쏘아 낸 후 나뭇더미에서 내려왔다.
그녀는 위에서 다 듣고 있었는지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고 곧장 통로를 건너왔다.
“주한, 지휘를 부탁한다!”
“…알았다!”
우연후가 오주한에게 지휘를 부탁한 후 통로를 건너왔다.
그렇게 우린 우담화가 자라난 곳을 향해 출발했다.
***
우담화는 정말 가까운 곳에 있었다.
거리로 따지면 레이어 나무가 자라난 곳에서부터 5~6km 정도 떨어진 곳이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를 크게 돌아 3일 걸려서 오려고 했었다니.
스켈레톤의 습격이 이렇게 복이 될 줄 누가 알았을까.
굳이 문제점을 찾자면 협곡 위쪽으로 가야 한다는 건데, 그마저도 절벽이 그리 높지 않아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김지연이 절벽을 향해 단검 몇 자루를 던져 밟고 올라갈 지지대를 만들었다.
그 정도면 오를 수 있을 정도로 절벽은 낮았다.
절벽에 올라서니 낮은 절벽 하나가 더 보였다.
그 절벽 아래에 웅덩이가 있었는데, 그곳에 꽃 한 송이가 홀로 피어 있었다.
우담화였다.
음기를 먹고 자라는 꽃답게 햇볕이 아예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드디어…!”
우연후가 감격스러운 듯 제자리에 서서 몸을 부르르 떨었다.
찾아 헤매던, 동생의 병을 치료하기 위한 치료제가 바로 눈앞에 있었다.
지금 그가 얼마나 큰 기쁨을 느끼고 있을지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이러다 우는 거 아닌가 몰라.
“……!”
막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갑자기 음기가 강하게 요동쳤다.
요동치는 음기를 따라 땅이 울렸다.
한 칸 위의 절벽에 생겨난 거대한 순간 이동진 때문이었다.
“그래, 이렇게 쉽게 풀릴 리가 없지.”
“스켈레톤 로드…!”
우연후가 음울한 목소리로 낮게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보다 음울한 스켈레톤 로드가 절벽 위에 서 있었다.
어둠을 두른 듯한 망토를 입은 그것은 붉게 빛나는 두 눈동자로 나를 쳐다봤다.
왜일까?
이 자리에 세 명의 인간이 있는데 오로지 나만 보고 있는 것 같은 건.
나한테 몹시 화가 난 듯해서 당황스러웠다.
내가 뭔 짓을 했다고?
“차라리 잘됐습니다. 혼자 온 거라면 여기서-”
그는 말을 하다 말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정말, 입이 방정이지.
말을 끝맺기도 전에 로드의 뒤로 스켈레톤들이 도착했다.
장군급은 2마리, 대장급은 4마리, 병사급은 수백 마리였다.
녀석들에겐 지금까지 봤던 것들과 다른 점이 있었는데, 바로 몸에서 로드의 머리에 자라난 뿔처럼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는 거다.
아마 게이트 보스가 지닌 기본 버프 효과일 거다.
대개 2배 정도 강해지는 효과가 있었다.
직접 본 적은 없었지만, 주변에 A급 헌터가 많아 주워들은 건 많았다.
“도망치세요. 저 녀석들을 모두 상대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엔 나도 두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세 명으로 진화한 스켈레톤 로드와 부하 수백 마리를 상대한다는 건 불가능했다.
죽기밖에 더하냐고 말하긴 했었지만, 진짜로 죽어 줄 생각은 없었다.
아무리 눈앞에 우담화가 있다고 해도 여기에선 포기하고 도망치는 게 상책이다.
그렇게 도망칠 준비를 하는데,
“…치세요?”
그가 했던 말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방금 그는 “도망칩시다”가 아니라 “도망치세요”라고 말했다.
즉, 본인은 도망치지 않겠다는 소리다.
그리 말한 이유는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자기 혼자 남아서 나와 김지연이 도망칠 시간을 벌려는 거다.
“미쳤습니까?”
“미쳤어!”
담담하게 질문한 내 목소리는 김지연의 외침에 파묻혔다.
어차피 같은 소리를 하려는 것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맡기고 절벽 위를 쳐다봤다.
녀석들은 절벽 위에서 여유로운 태도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앞은 스켈레톤 수백 마리, 뒤는 낭떠러지.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에 오만을 부리고 있는 거다.
그러고는 스켈레톤들은 우릴 비웃기 위해 아가리를 벌렸다가 닫으며 닥닥거려 댔다.
점점 더 마음에 안 드네, 이 빌어먹을 해골 새끼들.
“회장님과 여동생 생각은 안 해?”
“…내가 꾸린 원정대야. 나는 너희를 살려야 할 책임이 있어.”
“웃기는 소리! 내 목숨은 내가 책임져. 난 채연이한테 당신을 부탁받았고. 그러니 당신이 여기에서 죽겠다면, 나도 함께 죽겠어.”
“김지연!”
스켈레톤들이 우릴 비웃고 있는데, 둘은 신파를 찍고 있었다.
하, 씨. 정말.
두 손으로 가면을 쓸어내리면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정말로.
정말로 이런 거 쥐약이란 말이야, 나는.
“아…, 끌어들일 생각은 없었어요.”
“그래요. 지온 씨는 도망치십-”
“아니, 나도 함께하겠습니다.”
뭔가 오해를 한 듯한 둘의 말을 끊고 말했다.
둘은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네? 무슨 말씀입니까. 지온 씨가 어째서-”
“저놈을 보십시오.”
손을 뻗어 스켈레톤 로드를 가리켰다.
두 남녀는 내 손가락을 따라 녀석을 바라봤다.
녀석은 갑자기 오른손을 들어 올리더니 거대한 검을 소환해 쥐었다.
아무래도 내가 손가락질을 한 것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녀석은 내게 분노하고 있었다.
왜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지만.
“절 향한 저 시선. 마치 사랑에 빠진 10대 청소년 같지 않습니까?”
“사랑…. 좀 다른 것 같은데요.”
“아무튼. 나 도망친다고 안 쫓아올 것 같지가 않단 말이죠. 오히려 나만 쫓아올 것 같아, 저 새끼.”
내 말을 동의하는 듯 두 사람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스켈레톤 로드가 나한테 화난 것처럼 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이 아니었다.
생각해 보니 억울하네.
내가 대체 뭘 잘못했다고!
혹시 흰색 가면 쓰고 있어서 동질감 느끼는 건가?
“그러니까, 함께합시다.”
그러면서 어깨를 으쓱여 보였다.
마치 별거 아니라는 듯 말하는 나를 보며 그는 피식 웃었다.
김지연도 고개를 절레절레 젓긴 했지만, 엷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때, 홀로그램 형태의 시스템 창이 떠올랐다.
[세계수 새싹이 인간들의 서로를 위하는 진심에 감동했습니다.] [새싹은 자기 주변의 ‘흙’을 관리인 백도운에게 전송합니다.]감동? 흙?
이게 갑자기 뭔 소리래?
그보다 세계수….
너 지금 이 상황 지켜보고 있는 거냐?
그런 의문을 느꼈을 때,
불룩!
갑자기 갑옷이 튀어나왔다.
이게 왜 튀어나와?
“아.”
머릿속에 무언가가 퍼뜩 떠올랐다.
스마트폰에서 전대 세계수의 열매가 튀어나왔던 때의 기억이.
설마….
“지온 씨? 갑옷이-”
퍼헉!
폭발 비스름한 소리와 함께 갑옷이 뚫렸다.
그 소리에 우연후가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소리 때문은 아니다.
그보다 더 놀라운 일이 내 가슴팍에서 일어나고 있었으니까.
구멍이 뚫린 곳을 통해 흙이 거세게 뿜어져 나왔다.
얼마나 거셌냐면, 내가 위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뒤로 나자빠질 정도다.
그렇게 나는 흙을 토해 내는 흙 분수대가 되었다.
도희야, 태천아. 집 나오면 개고생이라더니, 그 말이 맞는 거 같다.
나 너희가 너무 보고 싶어….
흙은 하늘 높이 솟구쳤다가 내 마음속 눈물처럼 후두두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