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18
제18화
빠각! 빠가각!
스켈레톤 로드의 대가리가 깨졌다.
열심히 두들기고 두들긴 결과다.
텅 빈 머릿속을 드러낸 녀석은 무릎을 꿇었고 땅바닥으로 쓰러졌다.
붉게 빛나던 안광도 사라졌다.
완전히 죽은 것이다.
곧 로드의 몸이 가루가 되어 천천히 흩날려 날아갔다.
그 모습을 본 후에야 벌러덩 드러누울 수 있었다.
“아이고, 힘들다.”
드러눕자 떨어뜨렸던 통나무가 보인다.
그것을 데굴데굴 굴려 목침 삼아 베고 누웠다.
두께가 너무 커서 목이 거의 90도로 꺾였지만, 땅바닥에 뒤통수를 대는 거보단 편했다.
두 발은 로드의 크고 두꺼운 갑옷에 올렸다.
로드의 시체는 아직 다 사라지지 않았다.
풍화 과정을 빨리 감기 한 듯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후우, 운이 좋았지….”
인정할 건 인정해야겠다.
이놈이 스켈레톤 로드라서 이길 수 있었다.
짐승형이나 인간형인 A+급 몬스터였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거다.
시체가 사라질 정도로 세계수 마나에 치명적인 언데드였기에 죽일 수 있었다.
통나무의 역할도 컸다.
존재만으로 심기를 거슬렀으니 큰 도움이 됐다.
로드를 흥분시키지 못했다면 심리적으로 말려들게 하지도 못했을 거다.
[A+등급 세계수 퀘스트 클리어!] [세계수 관리인 백도운 님이 스켈레톤 로드를 성공적으로 처치했습니다.] [성공 보상 – 스킬 ‘세계수의 나무껍질(A등급)’, ‘전대 세계수의 수액(A등급)’] [퀘스트 보상받기를 클릭하면 보상이 우편함으로 보내집니다.] [보상받기를 클릭하시겠습니까? (YES / NO)]퀘스트를 클리어하자 성공 보상이 떠올랐다.
나무껍질…?
“…….”
잠깐 생각해 봤지만 떠오르는 게 없었다.
이름만으로는 도통 뭔지 알 수 없는 스킬이다.
뭐, 보상을 받아 확인하면 될 일이다.
다른 보상인 전대 세계수의 수액을 쳐다봤다.
퀘스트 창이기 때문인지 클릭해도 이렇다 할 설명은 떠오르지 않았다.
세계수가 준 거니까 어쨌든 좋은 것일 거다.
A등급 스킬이기도 하고.
막연히 생각하면서 보상받기를 눌렀다.
곧 가슴팍의 스마트폰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보상이 우편함으로 전송됐다는 뜻이다.
“지온! 살아 있는 겁니까?”
이 목소리는… 우연후?
걱정스러움이 담긴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렸다.
우연후와 그의 파티가 나를 향해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이동용 마나 발전기를 무식하게 짊어진 채로.
땀으로 흠뻑 젖은 머리칼들이 그들이 얼마나 열심히 뛰어왔는지를 말해 주었다.
그래서일까?
내게로 달려오는 여섯 남녀가 무척이나 반가웠다.
시간으로 치면 못 본 지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말이다.
통나무에서 뒤통수를 떼고 일어나 앉았다.
걱정돼서 달려 와 준 사람들을 누운 채로 맞이할 수는 없었다.
“다들 날 구하러 온 거예요?”
“당연한…! 설마, 지온 씨 혼자 스켈레톤 로드를 쓰러뜨린 겁니까?”
내 앞까지 달려온 그는 내 발밑에서 가루가 되어 가는 로드를 쳐다봤다.
그의 뒤에 있는 파티원들도 로드의 시체를 보곤 놀란 듯 눈을 둥그렇게 떴다.
파티원들이 중얼거렸다.
“우리가 열심히 뛰어온 노력은 대체….”
“저걸 혼자서 잡았어?”
가면의 뺨을 긁적였다.
운이 좋았을 뿐이지만, 굳이 말해 줄 필요는 없겠지.
“그렇게 됐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좀 천천히 올 걸 그랬습니다.”
우연후가 씩 웃고는 말했다.
뭘 또 그렇게까지 말하나.
그와 그의 파티원들의 노력은 내게 감동을 줬다.
나를 구하려고 온 것이니 그걸로 된 거 아닐까.
“참. 아까 빌려주신 거 돌려 드려야겠군요.”
그는 작은 마법 주머니를 내게 던졌다.
그것은 우담화를 담았던 마법 주머니가 아니다.
원래 마법 주머니는 주먹만 한 크기였는데, 이건 손바닥을 쫙 펼친 크기다.
“이거 내게 아닌-”
“당신 거 맞습니다, 그거.”
단호하게 말하는 우연후의 표정은 조금 민망함이 담겨 있다.
아. 그런 거군.
유추하자면, 그는 고맙다는 말을 하기 쑥스러운 거다.
그래서 감사 인사 대신으로 원래 마법 주머니보다 더 좋은 마법 주머니를 준 거고.
여기서 내 것이 아니라고 했다간 나만 눈치 없는 놈이 되어 버린다.
고개를 끄덕이며 고맙다고 대답했다.
이후 시체가 다 사라지고 없는 스켈레톤 로드의 아이템을 챙겼다.
발밑의 통나무는 번쩍 들어 어깨에 둘러멨다.
“그건 또 뭡니까?”
“보면 알지 않습니까? 통나무죠.”
“…네, 그렇죠.”
설명하기 싫어 대충 대답하니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뒤에 있는 파티원들도 궁금한 눈치였지만 물어보거나 하지는 않았다.
말하기 싫다는 티를 역력하게 냈기 때문이다.
“자, 그럼 이만 복귀해 볼까요?”
“오, 오오! 그럴까요!”
분위기를 환기해 보고자 해맑게 말했다.
그들도 조금 싸늘해진 분위기를 바꾸는 데 동의하는지 밝게 대답했다.
딱 한 명, 우연후가 제 턱을 긁으며 생각에 빠져 있었다.
왜 저러지?
“지온 씨.”
“네.”
“혹시 우리 길드에 가입할 생각 없습니까?”
이곳에서 길드 가입 권유를 할 줄은 몰랐다.
그의 동료들도 나처럼 놀란 듯 그를 바라봤다.
김지연은 “그런 걸 뭐 이런 곳에서 제안해?”라고 중얼거렸다.
얼굴을 가린 가면을 톡톡 두드렸다.
“나 정체 밝힐 생각 없는데요. 정체도 모르면서, 괜찮겠습니까?”
은근하게 가입 권유를 거절했다.
아직 길드에 소속될 마음 같은 건 없었다.
그럴 마음이 있었으면 애초에 백운천을 탈퇴하지도 않았을 거다.
내가 길드에 가입한다면 그건 백운천이리라.
“정체라…. 뭐, 그건 그러네요.”
우연후의 태도가 좀 이상하다.
아. 그렇군.
그는 내 정체를 알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알아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으리라.
대한민국은 CCTV가 아주 많이 깔린 나라니까.
가면 쓴 이상한 놈의 동선을 쫓으면 금방 찾아낼 수 있다.
애초에 계속 숨길 수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았으니 알아도 상관은 없었다.
처음 일대 그룹 들어갈 때부터 예상했던 일이다.
“…….”
가만히 쳐다보고 있자 우연후가 윙크를 해 보였다.
그뿐만 아니다.
옆에 있던 김지연도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댄 채 빙긋 웃었다.
그녀도 내 정체를 알고 있는 모양이다.
우연후가 말해 준 건 아닐 거다.
로드에게 끌려갈 때 우연후는 내 이름을 외치려고 했었다.
아마 그때 이름을 듣고 정체를 알았을 거다.
그나마 두 사람의 태도를 보면 비밀을 지켜 줄 생각인 것 같다.
다행이었지만, 한숨이 나오려는 건 막을 수가 없었다.
“하아….”
***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가면과 옷을 대충 벗고 소파에 드러누웠다.
안정을 느끼는 공간이라서 그런 걸까? 왠지 눕고 싶었다.
소파에 누워 퀘스트 성공 보상을 살피려는데,
우웅.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화면을 보고 있어서 진동의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이 대리가 메시지를 보내온 거였다.
[연락받았어요. 집에 도착하셨죠?]“도착했으면 네가 어쩌게.”
대답하기 귀찮아서 입으로만 중얼거렸다.
이 대리가 이어서 메시지를 보내왔다.
[감사 인사하려는 거니까 싫어하는 티 좀 내지 마세요.]“…….”
[우담화 채집, 수고하셨어요. 민주 씨가 안부 인사 전해 달래요.]“…얘나 도희나 내 주변에 뭐 도청기라도 심어 놨나. 대체 왜 대화가 되는 거야?”
주변을 돌아보면서 중얼거렸다.
도청기 같은 건 당연히 보이지 않았다.
되지도 않는 생각은 그만두고 [세계수 키우기]를 켰다.
화면에 곧바로 세계수 새싹이 떠올랐다.
“응?”
새싹은 평소와 다른 모습이었다.
잎끝에 흙이 묻어나 있고 아래 흙은 파헤쳐져 있다.
마치 새싹이 아래의 흙을 파헤친 듯한 모습이다.
“너, 흙을 직접 파서 전송한 거냐?”
혹시나 해서 질문을 던졌다.
새싹은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평소처럼 바람에 몸을 맡긴 듯 살랑살랑 흔들거렸다.
대답해 주길 기다렸으나 대답은 없었다.
“…뭘 하는 건지.”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우편함을 열어 보상이나 확인해야겠다.
화면 상단에 있는 우편함을 클릭했다.
우편함을 여니 세계수의 나무껍질과 전대 세계수의 수액이 담겨 있다.
우선 무슨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수액은 내버려 두기로 했다.
우편함의 유지 기간도 일주일이나 돼서 아직 받지 않아도 괜찮았다.
세계수의 나무껍질 옆에 있는 받기 버튼을 클릭했다.
그러자 스마트폰 화면에서 푸른 빛이 나오더니 내 몸을 감쌌다.
푸른 빛은 3초 정도 주변을 감돌고 나서 천천히 사라졌다.
스킬이 배워진 것이다.
“스킬 창.”
스킬 창에는 ‘NEW!’라는 문구와 함께 세계수의 나무껍질(A등급)이 떠 있었다.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클릭하자 새로운 창이 바로 떠올랐다.
“오….”
세계수의 나무껍질.
이 스킬은 방어형 스킬이었다.
새싹의 나무껍질 방어력이 어느 정도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A등급 책정을 받은 스킬이니 웬만한 공격은 다 막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음으로 마나 소모량이 눈에 띈다.
1초당 100.
예전이었으면 발동하는데 엄두도 못 냈을 터였다.
총 마나가 260이었으니 2초밖에 유지하지 못했다.
물론 이젠 아니다.
지금 내 마나는 무려 10만260이나 된다.
단순 계산으로도 16분을 유지하는 게 가능하다.
세계수의 관리인이 된 이후 마나 회복력이 월등히 좋아졌으니 분명 그보다도 훨씬 더 긴 시간을 유지할 수 있을 거다.
마지막으로 세계수의 마나로 인해 신체가 변한다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세계수의 마나가 담긴 것들이 어떤 효과를 보이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이 나무껍질 또한 부정한 것들에 대해 강력한 효과를 보이지 않을까?
“남은 건 수액인데….”
이게 뭔지 도통 모르겠다.
두 눈을 감으면서 수액을 생각했다.
우습게도 떠오르는 거라곤 고로쇠 수액밖에 없었다.
우웅.
헛된 생각은 하지 말라는 듯 스마트폰이 진동했다.
또 이 대리가 보내온 건가 싶었는데, 아니었다.
내 하나뿐인 동생 도희였다.
[오라버니.] [읽고 있으면서 아닌 척하는 오라버니.] [나 28일 저녁 6시에 한국 도착해요.] [:)]“히익…!”
너무 무서워서 나도 모르게 스마트폰을 던져 버렸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스마트폰은 메시지가 와서 몇 번 더 진동했다.
도희가 보낸 게 분명했다.
그 탓에 읽기가 너무 두려워 다시 집을 수가 없었다.
왠지 화면에 ‘뭐가 무섭다고 스마트폰을 떨어뜨려요?’라는 메시지가 남겨져 있을 것 같았다.
귀국 날짜와 남은 시간을 세보았다.
“28일, 28일이면….”
오늘로부터 4일 후다.
그러니까, 이번 주 금요일이다.
지금이 24일 정오였으니 도희가 한국에 귀국하려면 정확히 102시간 남았다.
후우, 침착하자.
아직 시간은 나의 편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하자.
5초, 10초, 30초.
내 고민은 1분도 채 되지 않아 끝이 났다.
차분하게 자리에서 일어난 후 문제에 맞닥뜨린 사람들이 대개 하는 행동을 곧바로 취했다.
그렇다.
나는 도망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