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251
제252화
땅이 울렸다.
스켈레톤들이 하늘을 찌를 듯한 기세로 날 쫓아왔다.
숲과 안개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지만, 붉게 빛나는 안광을 통해 놈들의 수를 어림잡을 수 있었다.
적으면 수백, 많으면 천 단위일 것이다.
인간 하나를 잡는데 너무 많은 병력을 보내온 것 아닌가 싶지만, 생각해보면 스켈레톤 로드는 예전에도 그랬었다.
50명도 안 되는 원정대를 쓸어버리려고 홍유릉 게이트의 모든 병력을 한곳에 결집했던 전적이 있다.
[세계수 어린나무는 반가운 마음을 털어놓습니다.] [스켈레톤들에게 쫓기며 홍유릉 게이트를 달리니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고 전합니다.]옛 추억은 무슨.
어림잡아도 반년도 안 됐잖아.
[어린나무는 관리인에게 주변의 흙을 전송했던 일이 떠오른다고 전합니다.] [흙 분수대가 되었던 관리인의 모습을 봤을 땐 낙엽(落葉)할 만큼 웃겼다고 전합니다.]“…….”
하나도 안 웃겼어!
흙 토해 내는 분수대가 됐을 때 내가 얼마나 창피했는데.
우연후와 김지연을 휘말리게 해버려서 미안하기도 했고.
억울한 마음이 더 크긴 했지만….
[그래도 그 덕분에 살아남을 수 있지 않았냐고 묻습니다.] [관리인은 고마워해야 한다고 전합니다.]쩝. 그 말은 맞지….
로드와 장군을 포함해 스켈레톤 수백 마리를 상대하게 됐을 땐 눈앞이 깜깜했었다.
설마 흙을 열심히 뿌리는 것만으로 스켈레톤 수백 마리를 죽일 수 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직접 하지 않았다면 아마 나 자신도 믿지 못했을 거다.
쫓아오는 놈들을 돌아본다.
붉은 안광이 아까보다 멀어진 듯했다.
“…너무 빨랐나?”
달리는 속도를 살짝 늦춘다.
너무 빠르게 뛰면 스켈레톤들이 쫓아오지 못할 것 같았다.
쫓아올 수 있을 정도로만 적당히 달렸다.
[어린나무가 전방에 협곡이 보인다고 전합니다.]새싹이가 보낸 메시지를 보고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C등급 레이어 나무가 자라 길목을 틀어막았던 그 협곡이 보였다.
“옛날 생각나네.”
나도 감회가 새로웠던 걸까?
진입하자마자 새싹이처럼 예전 일이 떠올랐다.
협곡은 예나 지금이나 달라진 점이 없었다.
협곡을 반으로 나눈 것처럼 틀어막은 레이어 나무도 그대로였다.
머릿속에 빼곡히 선 레이어 나무를 본 우연후 일행이 망연자실한 얼굴을 지었던 게 떠오른다.
그 당시 나무들은 마치 사람들의 희망을 갉아먹고 자라난 것처럼 보였었다.
레이어 나무를 올려다보며 제자리에 선다.
내가 뽑아내 만들었던 통로는 그사이에 새로운 나무가 자라나 막혀 있었다.
예상한 대로다.
홍유릉 게이트는 곧 브레이크할 만큼 마나가 충만하니 나무가 새로 자라나는 건 당연했다.
[어린나무가 스켈레톤들이 다 쫓아왔다고 전합니다.]새싹이의 말마따나 뒤를 돌아보니 스켈레톤들이 협곡을 가득 채웠다.
그중 갑옷을 착용한 스켈레톤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크기로 보건대 스켈레톤 장군이 분명했다.
앞으로 걸어 나온 장군이 턱뼈를 벌렸다가 닫는다.
내게 말을 하는 것이 분명했는데, 몬스터의 말이라 알아들을 수가 없….
“인간….”
“…응?”
뭐야.
알아들을 수가 있네?
“더는 도망칠 수 없다…. 얌전히 죽음을 받아들여라…. 우리의 주인께서 너에게 죽음을 하사하시리라…!”
“…….”
“자…. 받아들여라. 그리 하지 않으면 명계(冥界)로 가게 되리….”
“…아! 알겠다.”
이무기의 동시통역 덕분이 분명하다.
이 스킬은 언어를 단순히 언어로만 이해하지 않는다.
상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느껴 자신이 아는 언어로 재정립한다.
스켈레톤의 언어도 그 스킬 덕분에 한국말로 재정립되어 알아들을 수 있었던 거다.
무기야.
네 말대로 바로 도움이 됐어!
“좋아…. 따라오라. 주인께서 기다리신다….”
“뭐?”
“……?”
“내가 널 왜 따라가?”
“분명 알겠다고 하지 않았나, 인간….”
“뭐래? 내가 언제?”
[어린나무는 관리인이 방금 “알겠다”라고 말했다고 전합니다.]엥?
내가 그랬다고?
[관리인이 스켈레톤의 말을 알아들은 이유를 깨달았을 때 말했다고 전합니다.] [타이밍이 적절했기 때문에 스켈레톤 장군이 오해한 것 같다고 설명합니다.]…아! 알겠다.
그런 거였구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게 됐을 때, 장군이 검을 뽑아 들었다.
내게 검을 겨누는 놈은 화가 났는지 아까보다 목소리가 거칠었다.
“나를 놀리는 것인가…!”
“아. 미안. 놀리려던 건 아니고. 서로 오해가 좀 있었어.”
“그렇다면 결정해라! 죽음을 받아들일 것인가, 명계로 갈 것인가…!”
“일단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둘 다 싫다고 하면 어떻게 돼?”
“명계로 가게 되리!”
“죽음을 받아들인다면?”
“나의 주인께서 환영할 것이다.”
“으음…. 둘 다 싫다고 한다면?”
“명계로 가게 되리…!”
“…….”
“…….”
정 없는 새끼.
어쩜 저렇게 맺고 끊는 게 확실하담?
이 만큼 대화를 나눴으면 봐줄 만도 하잖아.
그치, 새싹아.
[ ]어허.
공란 보내지 말고.
이럴 땐 긍정해줘야지.
“좋아. 결정할게.”
“말하라…!”
“역시, 둘 다 마음에 안 들어.”
“그렇다면 명계로 가게 될 뿐…! 가라, 불사(不死)의 군세여!”
장군이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마자 뒤에 있던 스켈레톤들이 물밀 듯이 쏟아져 들어왔다.
날 향해 달려오는 놈들에겐 등급이 더 높은 몬스터인 홉고블린들에게서 조차 보였던 공포가 없었다.
내 옆에 무기가 없어서가 아니다.
장군이 말했듯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없는 불사의 군세이기 때문이다.
신체를 잃는다고 해도 로드에게 힘을 부여받으면 되살아날 수 있었으니 죽음 따위 무섭지 않은 거다.
놈들이 간과한 것이 한 가지 있다면, 바로 내가 신성한 나무인 세계수의 관리인이라는 사실이다.
세계수의 마나가 깃든 내 공격을 부정한 언데드가 받게 되면 어떻게 될까?
답은 간단하다.
정화되어 되살아날 수 없게 된다.
놈들에겐 진정한 죽음인 거다.
장군이 지껄여 댄 거짓된 죽음 따위가 아니라.
“세계수의 뿌리!”
열 개의 손가락이 나무뿌리로 변해 앞으로 돌진한다.
손가락들은 스켈레톤들을 꿰뚫으며 나아갔다.
아니, 꿰뚫었다고 표현하는 건 올바르지 못한 것 같다.
스켈레톤들은 나무뿌리에 닿자마자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렸으니까.
빛줄기가 어둠을 몰아내듯 놈들은 사라졌다.
“이, 이럴 수가….”
스켈레톤 장군이 허탈하게 중얼거렸다.
놈은 나무뿌리에 1초도 버티지 못하고 사라져가는 수백 마리의 부하들을 망연하게 바라봤다.
진정한 죽음과 맞닥뜨리게 된 기분이 어떨까.
물어보려다가 이내 관두었다.
정 없이 대했으니, 나도 그래 줘야겠지.
“잘 가라.”
다음 생이 있다면, 그 생에선 맺고 끊는 게 확실하지 않기를.
***
검은 뿔이 자라난 스켈레톤 로드는 거대한 왕좌에 홀로 앉아 있었다.
눈구멍은 텅 비었는데, 마법으로 왕좌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보고 있어서다.
로드는 영토를 침범한 인간을 보고 있었다.
인간은 홀로 서 있었다.
불과 1분 전만 해도 무수하게 서 있었던 부하들은 흔적조차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인간의 나무뿌리처럼 변한 손에 닿자 형체도 없이 사라져 버렸기 때문다.
「짐의 군세를 몰살시켰단 말인가….」
로드는 심기가 불편해졌다.
반격다운 반격도 하지 못하고 죽은 부하들의 꼴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따라서 로드는 직접 나서기로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로드는 일어나다 말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순식간에 부하들을 전멸시킨 도운이 협곡을 가로막은 나무 쪽으로 걸어갔기 때문이다.
협곡을 빠져나갈 줄 알았던 인간이 다시 막다른 곳으로 걸어가자 이상함을 느꼈다.
「……!」
로드가 놀라서는 입을 쩍 벌렸다.
벽처럼 협곡을 가로막았던 나무가 뽑힌 탓이다.
아니, 뽑혔다는 말엔 어폐가 있었다.
인간의 검지가 닿자 나무가 개구리 점프하듯 저절로 뛰어올랐기 때문이다.
뿌리째로 뛰어오른 모습을 뽑혔다고 말하기에는 어색한 감이 있었다.
레이어 나무들은 차례대로 뛰어오르더니 인간의 손으로 빨려 들어갔다.
「대체 짐이 무엇을 보고 있는 것인가…?」
로드가 당황스러움을 숨길 생각도 못 하고 드러냈다.
영문을 알 수 없는 일을 본 로드는 우선 인간을 더 지켜보기로 했다.
저런 짓을 하는 인간이 평범한 인간일 리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는 왕좌에 도로 앉으며 인간을 살펴봤다.
정체가 무엇일지 고민해 보지만, 비범하다는 사실만 다시금 깨달을 뿐, 인간의 정체를 설명할 수는 없었다.
「어디를 가는 것인가?」
인간은 한동안 걷기만 했다.
걸음이 거침이 없는 것이 마치 길을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럴 리가 없었다.
로드가 기억하기로 인간은 이번에 그의 영토를 처음으로 침범했다.
인간의 거침없는 행보가 멈춘 건 10분이 채 흐르지 않았을 때였다.
인간이 한 절벽을 올려다보았다.
그 순간,
「저, 저곳은…!」
로드는 경악하며 일어났다.
인간이 올려다보는 곳이 어떤 곳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은 그가 지배하는 영토에서 유일하게 직접 발을 들일 수 없는 곳이었다.
역겨운 에너지가 가득해 한 시도 다가가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
그러한 이유로 로드는 더욱 의문에 빠졌다.
대체 처음 본 인간이 그곳을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인가.
그 이유를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
“읏차….”
절벽을 오르는 건 쉬웠다.
세계수의 뿌리를 늘렸다가 줄이면 그만이었으니까.
절벽에 올라서니 낮은 절벽 하나가 더 보였다.
그 절벽 아래에 웅덩이가 있었는데, 그곳에 바로 꽃 한 송이가,
“…없어?”
없었다.
있는 거라곤 새로 자라난 초록의 풀뿐이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래?
“왜 안 자라났어? 설마 시간이 더 필요한 건가?”
설마….
홍유릉 게이트는 이제 곧 브레이크 할 때가 되어간다.
폭발할 만큼 마나가 충만하니 레이어 나무가 다시 자라났던 것처럼 새로 자라났을 줄 알았는데….
[어린나무는 이곳에선 우담화가 자라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뭐?
그게 무슨 소리야?
저번엔 이곳에 우담화가 자라나 있었잖아.
[어린나무는 그때와 지금은 환경이 달라졌다고 설명합니다.]환경이 달라졌다고?
그게 무슨…!
“아아…!”
그런 거구나….
새싹이 말마따나 이곳은 환경이 달라져 버렸다.
세계수의 마나가 깃든 흙 때문에 독기와 냉기가 완전히 정화됐다.
풀까지 자라나고 있었으니 우담화가 자라날 리 없었다.
우담화는 음기를 먹고 자라나는 꽃이었으니까.
“이런 바보 같은….”
잠깐, 그렇다면…
홍유릉 게이트에서는 더는 우담화를 구할 수 없는 건가?
내가 자라나는 곳을 정화해버리는 바람에?
말도 안 돼!
음….
으음….
으으으으으음….
“어쩔 수 없지, 뭐! 하하…!”
그 당시 새싹이의 흙을 받지 않았더라면 우린 살해당했을 거다.
우릴 기다리던 원정대원들도 죽고, 우담화를 먹지 못한 우채연도 죽었겠지.
심지어 그녀의 폭주에 휩쓸려 죽게 된 사람들이 나왔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 생각하면 역시 흙을 받고 살아남은 게 훨씬 낫다.
물론, 흙을 챙겨 나갔으면 다르지 않았을까.
그런 아쉬움이 남기는 한다.
이번에 우담화를 구하면 홍수정에게 부탁할 생각이었는데….
오기 전에 맡겼던 전대 세계수 잎과 우담화를 사용하면 그녀는 좋은 포션을 제조할 수 있었을 거다.
양기가 가득한 우담화는 독과 저주를 서슴없이 써대는 크라우드와 싸우는 데 분명 큰 도움이 되었겠지.
“그치, 새싹아? 하하!”
[…….] [어린나무는 관리인을 바라봅니다.] [서글프게 바라봅니다.]서글프게 보지 마!
그러니까 진짜 서글프잖아!
[어린나무는 관리인을 안타깝게-]“자! 힘차게 스켈레톤 로드나 사냥하러 가자!”
아쉬워 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었다.
꿩이 없는 상황이라면 닭으로 만족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