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289
제290화
“부숴버릴 거야….”
이영지는 열심히 막대사탕을 휘둘렀다.
그럴 때마다 허공에 마법진이 그려졌다.
그녀가 그린 마법진은 평면적이지 않았다.
홀로그램 영상이 떠오른 듯 입체적이었다.
베이스로 그려진 오망성을 중심으로 파동이 퍼진 듯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막대사탕을 5분간 휘두르자 마법진이 완성됐다.
마법진에서 초록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그녀의 손에 쥐어진 막대사탕으로 향했다.
“오….”
황시열이 감탄을 흘렸다.
마법진에서 뿜어져 나온 초록빛을 받은 막대사탕이 점점 거대해졌기 때문이다.
생긴 외형은 그대로였으나 크기 때문인지 더는 막대사탕으로 보이지 않았다.
지름이 50m 정도 되니 그저 거대한 둔기로 보일 뿐이었다.
채정연과 김서준도 중얼거리듯 감상을 말했다.
“켁…. 저 정도로 크니 현실감이 없는걸….”
“막대사탕 속에 담긴 마나가 굉장하네요. 백, 아니, 2백만을 조금 넘었나….”
“그걸 알 수 있어요?”
“네, 느껴지는- 오.”
쿠구구궁….
막대사탕이 천천히 움직였다.
크기가 크기인지라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소리가 울렸다.
쿠구구, 쾅!
높이 솟구쳤던 사탕이 단두대처럼 떨어져 검은 결계를 때렸다.
엄청난 파열음이 상공에 울려 퍼졌지만….
“역시 무리인가 보네요….”
채정연이 멀쩡한 결계를 보며 중얼거렸다.
김서준은 엄지로 입술을 훑으며 막대사탕을 바라봤다.
결계를 부수지 못했지만, 막대사탕 또한 흠이 없고 온전했다.
막대사탕의 단단함이 결계에 비할 만하거나 휘두른 힘이 부족해 제대로 맞부딪치지 못한 거다.
“칫….”
이영지도 그 사실을 파악했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상공에 있는 사람들을 빠르게 훑어봤다.
본인 대신 막대사탕을 제대로 휘둘러줄 사람을 찾기 위해서다.
그녀의 시선은 곧 김서준에게로 향했다.
“…저기요.”
“네.”
“할 수 있죠?”
“저걸 휘두르는 걸 묻는 거라면, 네. 할 수 있어요.”
“그럼 해줘요.”
쿠구궁.
이영지는 곧바로 막대사탕을 김서준에게로 옮겼다.
그는 그것을 바라보다 천천히 손을 뻗었다.
내뻗는 오른팔의 생김새가 변했다.
사탕의 막대 부분을 쥘 수 있을 만큼 손이 커졌고, 또 살갗에 단단해 보이는 돌들이 돋아났다.
그 모습은 마치 골렘의 팔 같아 보였다.
꽈악!
거대한 손이 막대사탕을 쥐었다.
“오…. 김 형은 골렘으로 변태할 수 있었구나.”
“골렘…. 별로 어울리지는 않네.”
“그런가?”
“응. 안 어울려. 서준 씨는 좀 더-”
“어라? 그냥 골렘이 아니었네.”
“앗….”
화르륵…!
김서준의 거대한 팔에서 화염이 솟아올랐다.
그와 동시에 막대사탕에 붉은 검기가 둘러졌다.
콰드득!
막대사탕을 움켜쥔 손을 뒤로 당긴다.
“물러서.”
그가 말하자 세 사람이 바로 물러났다.
물론, 채정연에게 붙들려 있던 황시열은 흥미로운 듯 김서준을 바라봤다.
“화염 골렘인가? 하긴, 김 형은 염제 선생의 제자였었지….”
“근데… 저거 좀 이상하지 않아?”
“응?”
“기분 탓인가? 왠지 저거 검기가 아닌 것 같은데….”
“아아….”
황시열이 고개를 끄덕인다.
뭔가 알고 있는 듯한 제스쳐에 채정연이 바라봤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후후후….” 웃을 뿐이다.
확 바다로 떨어뜨려 버릴까.
그녀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합니다.”
김서준이 오른팔을 움직였다.
화염을 내뿜는 바위의 손이 막대사탕을 휘둘러 검은 결계를 때렸다.
폭탄이 터진 듯한 파열음이 울렸다.
굉음과 함께 충격파도 퍼져 나갔다.
상공에 있던 사람들이 거센 파도에 밀린 것처럼 밀려났다.
채정연과 이영지도 마찬가지다.
밀려나지 않은 건 막대사탕을 휘두른 김서준뿐이었다.
“…….”
그가 눈을 찌푸렸다.
엄청난 굉음이 울렸음에도 결계는 흠 하나 없이 깨끗했다.
반면, 막대사탕은 산산이 조각나 깨졌다.
첫 번째 가격(加擊)에서 막대사탕이 온전했던 것은 역시 단단했던 덕분이 아니라 제대로 맞부딪치지 못해서였다.
“이렇게 해도 무리인가….”
김서준의 팔이 원래대로 되돌아왔다.
커다랗던 막대사탕도 작아질 때쯤, 뒤로 밀려났던 이영지와 채정연이 날아왔다.
돌아오자마자 이영지가 미간을 찌푸리며 구시렁거렸다.
“짜증 나네…. 폭식이라고 했죠. 대체 뭐 하는 놈이에요?”
“비공식 A+급이에요.”
“네? 비공식 A+?”
이영지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저게 무슨 뜻이냐고 묻듯 채정연과 황시열을 바라봤다.
두 사람은 어깨를 으쓱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부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녀는 김서준의 말에 거짓이 없음을 인지했다.
“폭식, 이라면…. 7대 죄악 중 하나 맞죠?”
“네.”
“그런 변명을 붙였다는 건, 저런 짓을 할 수 있는 놈이 6명 더 있다는 거네요?”
“그렇죠.”
“켁…. 아? 잠깐만. 그럼 혹시 비공식 S급도 있어요?”
“…….”
김서준은 싱긋 웃었다.
그 미소는 긍정도 부정도 나타내지 않았다.
단지 ‘가능성’을 담고 있었다.
이영지는 새로운 막대사탕을 꺼내 입에 물었다.
“짜증 나네, 진짜. 이럴 줄 알았으면 지팡이를 갖고 오는 건데…!”
“글쎄. 아마 갖고 왔어도 소용없었을걸?”
“뭐요?”
“네 실력으로 저 결계를 부수는 건 무리일 거니까.”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아?”
“김 형이 못 했잖아.”
“…….”
그녀는 가만히 황시열을 노려보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싱글벙글 웃기만 했다.
못하는 근거가 된 김서준은 고개를 돌렸다.
김서준의 시선이 처음으로 제주도의 반대쪽을 향했다.
“서준 씨?”
“…왔군요.”
“누가… 아.”
그를 따라 고개를 돌렸던 채정연이 탄성을 흘렸다.
누가 왔다고 말한 것인지 깨달은 것이다.
지금 이 상황을 타개(打開)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
백도운.
대왕 독수리를 탄 그가 평소처럼 스마트폰 화면을 두드리고 있었다.
***
[세계수 어린나무가 여러 시선을 느꼈습니다.] [시선들은 관리인을 관찰하고 있다고 전합니다.]톡톡 톡톡톡.
제주 상공에 도착하고 나니, 낯익은 얼굴들이 보였다.
막대사탕을 타고 있는 이영지.
내게 치료받았던 김서준 일행.
사람을 보냈다더니, 그게 김서준이었나 보다.
간단히 눈인사한 후 영지를 바라봤다.
“네가 왜 여기 있어?”
“그러니까요. 누구 때문에 여기 있네요.”
그리 말하며 영지는 나를 째려봤다.
아침에 있었던 일을 따지고 싶은 게 분명하다.
한진환이 오려고 했던 이유가 저 일 때문이었다는 걸 알아차린 거다.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속였다는 것도.
뭐, 마음은 이해한다.
백운천의 간부로서 저 안에 함께 있고 싶었겠지.
“도희가 시켰어.”
“바보 같은 짓이었어요! 내가 더 강한데 날 놔두고 가면 어떡해요?”
“그거야-”
“애 취급하면 진짜-”
“저기에서 벌어지고 있는 건 놀이가 아니니까.”
“네…?”
영지는 말문이 막힌 듯 입을 다물었다.
그러면서 주변을 돌아봤다.
주변에 있는 모든 이들이 내 말이 옳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늘 진지하지 않던 황시열조차도 그랬다.
“놀이가 아니니까 더더욱-”
“지금 그런 투정을 부리는 것부터가 상황 파악 못 하는 거야.”
“……!”
“그러니까 이제 조용히 있어. 나 할 일 하게.”
“…….”
“형원 씨.”
곽형원의 어깨를 툭 쳤다.
잠자코 있던 그는 영지를 지나쳐 대왕 독수리를 몰았다.
그러면서 조심스럽게 물었다.
“…괜찮은 겁니까?”
“네?”
“너무 세게 말씀하신 게 아닌가 싶어서요.”
“여유롭게 타이를만한 상황도 아닌데요.”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영지는 괜찮을 겁니다. 특별 취급받기 싫어서 저러는 거니까.”
“아.”
곽형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 말뜻을 이해한 것이다.
영지가 투덜거리는 건 아이라는 특별 취급을 받아서라는 걸.
곧 대왕 독수리가 결계 앞에 멈춰섰다.
“역시 혼자 있는 게 좋겠죠?”
“고맙습니다.”
“별말씀을.”
곽형원은 대왕 독수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몇 초간 쓰다듬다가 비행 마법을 써서 뒤로 물러났다.
덕분에 독수리 위엔 나 혼자 있게 됐다.
“웃차…. 새싹아.”
독수리 등에서 일어나며 새싹이를 불렀다.
새싹이는 바로 관찰한 결과를 말해주었다.
[어린나무는 A+등급 결계라고 전합니다.] [봉인 마법을 부쉈던 것처럼 커다란 바위로 내리치면 부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새싹이가 줄임표를 보내온 이유를 알 것 같다.
앞서 받았던 것은 봉인을 깨부수면서 조각조각 깨져 작은 바위들이 됐다.
인벤토리에 챙겨 넣기는 했지만, 조각난 그것들로 결계를 부수기엔 무리일 것이다.
아마 또 다른 커다란 바위는….
[어린나무는 없다고 전합니다.]역시….
그럼 어떡하는 게 좋을까.
세계수의 뿌리로 결계를 유지하는 마나를 흡수하면 통하려나?
[어린나무는 나뭇가지를 가로젓습니다.]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닌 듯하다고 전합니다.] [결계에는 에너지를 흡수하는 성질이 있다고 설명합니다.]저런.
그 소리를 들으니 해보고 싶어지는걸?
[…….]바로 왼손을 뻗어 세계수의 뿌리를 썼다.
다섯 개의 손가락이 나무뿌리로 변해 결계로 뻗어 나간다.
결계 표면에 다가가자 웬 검은 갈고리 같은 것들이 튀어나왔다.
그것들은 내 손가락들을 칭칭 옭아매고는 새싹이가 말해준 대로 에너지를 흡수하기 시작했다.
물론, 세계수의 뿌리도 빠르게 결계의 에너지를 흡수했다.
그야말로,
“플러스마이너스 제로….”
무용(無用)하고 무효(無效)한 일이었다.
내가 세계수의 뿌리로 빼앗는 만큼 결계가 빼앗고 있었다.
이 짓으로는 도저히 안 되겠군.
오른손으로도 세계수의 뿌리를 쓰고 힘을 더 주면 빼앗는 양을 늘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몇 시간이 걸릴지 가늠도 되지 않는다.
아니, 며칠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바위도 없고, 세계수의 뿌리도 안 통하고….
나무뿌리로 변했던 왼손을 원래대로 되돌리며 새싹이게 물었다.
“솔라빔은 어떨 것 같아?”
[어린나무는 마찬가지일 것으로 추측합니다.] [솔라빔을 계속 발사하면 부술 수는 있겠지만.] [아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합니다.]솔라빔도 안 되겠네.
뭐야.
그럼 방법은 하나뿐인 건가?
[어린나무는 나뭇가지를 갸웃거립니다.]새싹이는 하나뿐인 방법을 모르겠는 모양이다.
똑똑한 아이가 알아차리지 못하다니….
후후 웃으며 스마트폰을 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스마트폰의 열기가 사라진 오른손을 앞으로 내민다.
“아르카.”
인벤토리에서 170cm짜리 대검을 꺼냈다.
손에 쥐자마자 곧바로 마나를 불어넣는다.
아르카는 순순히 마나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어라?”
받아들이는 양이 조금….
아니, 아주 많이 이상했다.
아르카는 평소와 달리 넣어도 넣어도 계속해서 받아들였다.
그 감각을, 예전에도 느껴본 적이 있었다.
세계수를 소환하거나 솔라빔을 쏠 때 느끼곤 했던 감각….
즉, 온몸의 마나가 전부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더 놀라운 점은 그 상태가 됐는데도 아르카가 마나를 계속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그렇다.
현재 아르카에는 1,000만을 훨씬 웃도는 마나가 모여 있었다.
수치를 가늠해본다면 1,500만에서 2,000만 정도는 될 듯하다.
“유재이…. 대체 아르카에 무슨 짓을 한 거야?”
의문이 절로 중얼거려졌다.
그 순간,
“……!”
아르카가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잠깐만….
설마 마나를 너무 많이 넣은 건 아니겠지?
폭발해버리는 건 아닐 거야…?
머릿속에 자연스레 걱정이 떠올랐는데,
“…오?”
다행히 아르카는 부서지거나 폭발하지 않았다.
다만 외형이 달라졌을 뿐이다.
나무로 만든 칼자루….
직역하면 그런 이름을 가졌던 대검 아르카는 현재 말 그대로 칼날 부분이 없는 칼자루가 되어 있었다.
“이걸로… 뭘 어쩌라는 거야?”
이름 따라가는 게 인생이라지만….
칼날 없는 칼자루로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