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309
제310화
『후. 후후후….』
알루키노르가 웃었다.
그럴 때마다 그에게서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아마 우리가 그에 맞춰 마나를 뿜어내지 않았다면 유재이와 홍수정은 기절했을지도 모른다.
그 자신도 마나를 갈무리하고 있어서 죽지는 않았겠지만.
『대금(代金)이라….』
“저는 대장장이예요. 무료로 봉사할 수는 없어요….”
『과연 그 말이 옳소. 장인(匠人)이라면 자고로 그래야지.』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 당연한 일이니 감사할 필요는 없소.』
“그렇다면….”
『보고 정하도록 하지.』
“네?”
유재이는 되물었다.
알루키노르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녀가 예상했던 말이 아니었다.
어떤 식으로 대금을 치르겠다고 말해줄 줄 알았겠지.
『만들어진 것을 보고 값을 결정하겠소.』
“아….”
『혹, 불만 있으시오?』
“…아니요. 없습니다.”
『…….』
싱긋, 알루키노르는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는 마치 ‘있는 것 같은데?’라고 묻는 듯했다.
유재이는 그의 미소에 화답하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불만이야 있겠지.
드래곤에게 그걸 그대로 드러내 보일 수 없을 뿐.
『얼마나 걸릴 것 같소?』
“멘테…, 아니. 솔방울을 개조하는데 사흘 정도 걸릴 것 같아요. 그리고….”
“발광 마법을 새겨 넣는데 적어도 나흘은 걸릴 거예요.”
도희가 유재이의 말을 받았다.
알루키노르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레…인가.』
“기다리게 해서 죄송하지만, 서둘러서 그 정도예요. 더 빠르게는 무리입니다.”
『괜찮소.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겨우 이레를 더 못 기다릴까.』
그리 말하며 그는 미소를 지었다.
아까처럼 유재이를 놀리던 장난스러운 미소가 아니었다.
진심으로 흡족한 듯했다.
일주일 후면 태양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진정으로 기쁜 모양이었다.
『흠….』
이어 그는 고개를 돌려 태천이를 바라봤다.
태천이는 방금 내게 멘테를 빼앗긴 탓에 삐진 척을 하고 있었다.
[세계수 어린나무가 나뭇가지를 갸웃거립니다.] [자신에게 이태천은 척이 아니라 정말 토라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합니다.]당연히 척이지.
태천이도 드래곤의 부탁이고 하니 들어줘야겠다고 생각해서 순순히 내어준 거야.
녀석한테 건네줄 생각이 없었다?
내 손에 멘테는 들려 있지 않았을걸.
지금까지도 엎치락뒤치락하고 있었을 거야.
『…문지기여.』
“네…?”
『위그의 솔방울을 내어준 것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지.』
“하하, 괜찮습니다. 어차피 제게 과분한 물건이었는데요.”
『그 대신 새로운 방패의 재료가 될만한 것을 내어주지.』
“앗. 그러지 않으셔도…!”
태천이는 말을 하다말고 입을 다물었다.
옆에서 도희가 녀석의 말을 끊어내고자 발을 짓밟았기 때문이다.
도희는 모르는 척도 하지 않고 뻔뻔하게 서서 알루키노르를 올려다보았다.
어서 재료를 내어달라는 뜻이었다.
알루키노르가 그런 도희를 보며 후후 웃었다.
그와 동시에 우리 앞에 초록빛이 나는 물건이 소환됐다.
처음엔 웬 보석인가 싶었는데….
“…비늘?”
도희가 그것을 보고 중얼거렸다.
그 말대로 우리 눈앞에 나타난 건 초록색 비늘이었다.
초록색의 비늘, 이라면….
우린 자연히 알루키노르를 바라봤다.
정확히는 초록빛의 비늘로 뒤덮인 기다란 몸을 봤다.
『여의 비늘이오.』
“헉…!”
『방패로 쓴다면, 위그의 솔방울보다도 나을 거요.』
“그, 그렇겠죠….”
태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는데, 두 장인이 특히 눈빛을 빛내며 비늘을 바라봤다.
유재이는 저것으로 방패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을 내비쳤고, 홍수정은 제 손바닥을 자꾸만 뺨에 비벼댔다.
홍수정이 평소 하던 짓을 연상해보면, 아무래도 저것에 뺨을 문지르고 싶은 듯했다.
[…….]유일하게 새싹이만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다.
세계수의 솔방울보다 좋을 리가 있겠냐.
그리 따지고 싶은 듯했지만, 새싹이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무려 ‘드래곤의 비늘’이었으니까.
귀수산의 등껍질이 최고의 방패라고 인정받는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드래곤 비늘에 비견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건 진짜였다.
알루키노르가 유재이를 보며 물었다.
『어떻소?』
“네? 뭐가요?”
『그대의 물음에 답이 된 듯한데.』
“…아!”
유재이는 탄성을 흘렸다.
대금을 어떻게 치를 거냐.
그 질문의 답이 방금 나온 것이다.
그녀는 주먹을 꼭 쥐었다.
주먹에서 승리욕이 느껴졌다.
“최선을 다해 만족하게 해드리죠….”
『그거 기대되는군.』
“드…! 드래곤 님!”
홍수정이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알루키노르는 눈동자만 굴려 그녀를 내려다봤다.
『……?』
“혹시 술 좋아하세요?”
『갑자기 웬….』
그는 어이가 없는 얼굴로 홍수정을 바라봤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로 그녀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질문의 이유를 알아차린 건 나와 유재이, 그리고 무기뿐이었다.
저런….
「…….」
무기의 표정은 별로 좋지 못했다.
홍수정이 주려는 술이 무엇인지 눈치챈 것이다.
당연히 표정이 좋을 리 없지.
그 술은 무기에게 주고자 만들었던 거였으니….
알루키노르는 그녀의 기대를 꺾듯 무심하게 말했다.
『여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만.』
“아, 그러시군요….”
홍수정이 손을 축 내렸다.
음, 옛날 속담이 절로 떠올랐다.
가는 토끼 잡으려다 잡은 토끼도 놓치게 된다는 속담이.
무기 표정 좀 봐, 홍수정….
***
우린 백운천 훈련실로 돌아왔다.
무기는 함께 돌아오지 않고 혼자 태평양 던전에 남았다.
크라켄을 전부 사냥하지 못했다는 게 이유였다.
갑자기 왜 크라켄 사냥 같은 일을 맡았냐고 물어볼까도 했지만, 듣는 귀가 많아 그만뒀다.
어차피 짐작되는 대답이 있었으니 나중에 돌아오면 넌지시 물어볼 생각이다.
“난 이만 작업하러 가볼게.”
멘테를 짊어진 유재이가 말했다.
그녀는 자기 몸보다도 훨씬 큰 멘테를 아주 손쉽게 들고 있었다.
“지금 바로 가?”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하긴. 기다리게 해서 좋을 게 없는 상대니까.”
“그보단 대금으로 주겠다는 게 더 탐나.”
“아하.”
알루키노르가 주겠다던 대금은 비늘이었다.
대장장이로서 그걸 얻을 기회를 놓치고 싶지는 않을 거다.
그녀는 내 옆에 서 있는 도희를 바라봤다.
“개조 끝나면 바로 연락드릴게요.”
“네, 밤에도 상관없으니 언제든 연락해주세요.”
“그럴게요. 수정아…. 어? 얘 어디 갔어?”
유재이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홍수정을 찾았다.
하지만 홍수정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아까까지만 해도 태천이가 들고 있던 그린 드래곤의 비늘도 함께.
태천이 목을 긁적였다.
“비늘 건네주니까 바로 가버리던데.”
“건네줬다고?”
“감정은 받아야겠다고 생각했지.”
“아아.”
“하여간 홍수정….”
유재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는 먼저 가버린 친구에게 실망을 느끼지 않은 모습이었다.
당연하다는 듯 익숙한 태도에서 이런 일이 잦았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런 후 그녀는 멘테를 들고 대장간으로 떠났다.
셋이 남게 되자 태천이 말했다.
“둘 다 이제 뭐 할 거야? 오랜만에 치킨이나-”
“피곤해요. 자러 갈래요.”
“어, 그래….”
도희는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홱 떠났다.
긁적긁적….
태천이는 목을 긁으며 나를 바라봤다.
뭐할 거냐고 묻는 거다.
나는….
“나비 보러 갈 건데.”
“나비? 이 시간에?”
“이제 세계수의 권속이 됐으니 여러 가지 경고해줘야지. 확인해야 할 것도 있고.”
“…그렇구나. 수고해라.”
“응? 같이 안 가?”
“난 치킨 먹을 거야. 아직 집에 안 간 놈들 한두 명쯤 있겠지.”
그리 말하며 태천이는 발걸음을 옮겼다.
정말로 같이 갈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경고하는 것쯤 금방 끝날 건데.
확인할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거고.
“조금만 기다리지?”
“그럴 수는 없지.”
“뭐?”
“난 마음 편하게 치킨이 먹고 싶거든.”
“뭔 소리야?”
“뭔 소리긴.”
태천이 걷는 것을 멈추지 않고 날 돌아봤다.
녀석은 점점 멀어지면서 씩 웃었다.
“네가 백도운이란 소리지.”
끼이익, 탁.
그 말을 끝으로 태천이는 문을 닫았다.
톡톡톡….
훈련실에 홀로 남은 나는 가만히 스마트폰을 두드렸다.
“저놈 저거 아무래도 눈치를 챈 것 같은데….”
[어린나무가 나뭇가지를 갸웃거립니다.] [또 뭘 숨기고 있는 거냐고 걱정을 담아 질문합니다.]“걱정하지 마. 별일 아냐.”
[어린나무는 관리인을 바라봅니다.] [게슴츠레 보며 못 미덥다고 전합니다.]너무하네?
못 미덥다고 하면 상처받잖아.
[관리인의 행동에 따른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이번엔 또 무슨 꿍꿍이인지 설명해주길 요구합니다.]꿍꿍이라니….
누가 보면 내가 엄청 일을 벌여댄 줄 알겠네.
[어린나무가 그럼 아니냐고 질문합니다.]“…지금 나비 어디 있어?”
[…….] [그녀는 현재 15층에 홀로 있다고 전합니다.]15층은 도희와 태천이의 팀원들 개인 사무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런 곳에 혼자 있다면….
따로 가둬둘 곳이 없으니 그곳에 데려다 놓은 모양이다.
박건영과 수아는….
[그 둘은 각자 나비의 옆방에 있다고 전합니다.]역시나.
옆방에서 감시하고 있었다.
걱정했는데, 할 일은 제대로 하고 있군그래.
그럼 나비 만나러 가볼까?
***
“…….”
문을 열고 들어가니, 바닥에 누워 있는 나비가 보였다.
그녀는 훈련실에서처럼 흰 번데기 모습이었다.
유일하게 드러난 표정이 험상궂게 굳었다.
표정 엄청나네.
“…일찍 왔네요?”
“왜 또 번데기 상태야? 이상한 짓 하려던 건-”
“아니에요. 말했었잖아요. 시간이 더 필요했다고.”
“그랬었지….”
재생성이 끝났을 뿐.
컨디션이 원래대로 되돌아오진 않았다고 말했었다.
지금 번데기 상태가 돼 있는 건 컨디션을 올리기 위해서인 모양이다.
딴생각하고 있는 줄 알았네.
“포션 안 먹었어?”
“먹었어요. 그 덕분에 이렇게 얼굴 내놓고 있을 수 있는 거고요.”
“그래? 마법 준비는?”
“못했어요.”
“못했다고?”
“네.”
“근데 왜 당당해?”
“안 한 게 아니라 못한 거니까요. 누구 덕분에 제대로 된 컨디션이 아닌 상태에서 나와야 했거든요.”
“내 탓이라는 거야?”
“그럼 아니에요?”
나비는 입술을 샐쭉 내밀며 되물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니 왠지 화면을 두드리고 싶어졌다.
톡톡톡….
화면을 두드리며 나비를 본다.
“…사, 4일!”
나비가 다급하게 소리쳤다.
그녀는 목소리 음정이 어긋날 정도로 당황했다.
“4일?”
“네, 네! 그 정도만 기다려주시면 마법을 쓸 컨디션이 될 거예요!”
“4일…. 4일이라. 적당하네.”
“네?”
“시기가 아주 적절하다고.”
4일 후면 도희의 시선이 내게 향하지 못한다.
유재이와 함께 전대 세계수의 솔방울에 발광 마법을 새겨 넣어야 하니까.
충분히 별일 아닌 일을 몰래 벌일 수 있을 거다.
마음 편하게 치킨 먹고 싶은 놈도 조용히 있겠지.
“좋아. 그 정돈 기다리지 뭐.”
“휴, 휴우….”
“그럼 기다리는 동안. 대화나 좀 해볼까.”
“대화…요?”
“좋은 말로 하면 교육. 나쁜 말로 하면 경고.”
“아….”
“어느 쪽으로 받아들일래?”
“안 하는 건 안 될까요?”
톡톡톡….
화면을 두드리며 나비를 바라본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안 될 리가 있겠냐고.
세계수의 권속이 이상한 짓을 하면 우리 얼굴에 먹칠하게 되는데.
그치, 새싹아?
[어린나무는 나뭇가지를 끄덕입니다.] [그런 의미로 관리인도 이상한 짓을 그만두는 건 어떻겠냐고 조언합니다.]“일단, 너 이름이 뭐냐?”
새싹이가 메시지를 보내왔지만, 읽지 못한 척했다.
나비가 물끄러미 나를 바라봤다.
“이름이요…?”
“그래. 계속 나비라고 부를 수는 없잖아.”
“제 이름은…. 그러니까, ‘블린더 흐레이스(Vlinder grijs)’…입니다.”
[……?] [어린나무가 나뭇가지를 갸웃거립니다.]그녀가 제 이름을 밝히자, 새싹이가 의문을 표해왔다.
갑자기 왜 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