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371
제372화
톡톡, 우웅…!
두드리는 스마트폰에서 진동이 느껴진다.
김재식과 지상욱이 메시지를 보내온 것이었다.
[김재식 : 형, 고생하셨어요!] [지상욱 : 형님. 고생하셨습니다!] [김재식 : 오늘은 뭐 하세요? 저흰 오늘도 훈련에 힘쓸 예정입니다!]동시에 보내온 것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함께 있는 모양이다.
이런 메시지 보내는 것에도 라이벌 의식을 느끼는 건가?
이 상태로 이 녀석들 파티 괜찮은 건가 몰라.
나중에 이연지한테 물어봐야겠다.
선배라고는 해도 다른 녀석들보다 어려서 잘 녹아들지 못했을 수도….
“아.”
내가 뭘 걱정하는 거람.
생각해보니 그 반대일 가능성이 더 큰데.
[세계수 어린나무가 나뭇가지를 갸웃거립니다.]이연지는 최연소 A급 헌터라는 타이틀을 차지한 천재야.
그 덕분에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데다가 본인 실력이 백운천 간부 중에서 상위권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그런 녀석이니 어리다는 이유로 기가 죽을 리 없다는 걸 새삼 깨달았어.
이연지가 아니라 이재욱이나 김상철한테 넌지시 물어봐야겠네.
[그래, 너희도 고생해라.]생각을 정리한 후 대충 답장을 보낸다.
이어 눈앞의 민트색 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드르륵!
힘차게 문을 열자,
“안녕하십니까! 수정 공방입니다!”
공방의 아르바이트생 최상윤의 목소리가 힘차게 들려왔다.
이른 아침인데도 공방엔 손님으로 북적거렸다.
이 정도면 알바를 몇 명 더 뽑아야 할 것 같은데?
그런 고민을 하는 내게 최상윤이 활짝 웃어 보이며 다가왔다.
“도운 님! 찾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는 평소와 다르게 큰소리로 날 불렀다.
아마 공방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방금 한 말 때문에 공방을 둘러보던 이들의 모든 시선이 내게로 향했으니까.
그들은 “백도운이다…!”라면서 감탄했다.
A+급 헌터인 내가 자주 찾아오는 공방, 이라는 이미지를 메이킹하고 싶었던 거겠지.
하여간 대단하다니까.
이 수정 공방을 정상적인 업체로 바꾼 것도 그렇고.
“오랜만이네요. 잘 지냈죠?”
“네, 저야 잘 지냈- 아….”
“……?”
“그게….”
최상윤이 가까이 다가와 속삭였다.
그가 조심스레 소곤거리자 사람들이 궁금한 듯 귀를 세웠다.
토끼가 귀를 쫑긋거리는 것처럼 보였다.
“며칠 전에 귀신을 본 것만 빼면 잘 지냈습니다….”
“아….”
깜빡했다.
그러고 보니 최상윤이 최동훈의 영혼을 본 사람 중 하나였었지.
유재이를 찾고자 대장간과 공방을 돌아다녔으니, 알바생인 그와 마주칠 만도 했다.
늦은 밤이어서 손님이 목격하지 않은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지.
그런데… 왜 아직 귀신을 본 거로 알고 있지?
최상윤에게 귓속말로 대답했다.
“수정 씨가 아무 말 안 해줬어요?”
“네…?”
“그거 귀신 아니었어요.”
“…귀신이 아니었다고요? 몸이 비쳐 보였는데요?”
“영혼이긴 했거든요.”
“네에…?”
최상윤이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내 말이 이해가 가지 않는 눈초리다.
그럴 수 있지.
영혼이었다면서 귀신은 아니라고 하니 뭔 소리인가 싶을 수도 있고.
뭐. 굳이 설명해줄 필요는 없겠지.
궁금하면 자기가 알아서 홍수정한테 물어볼 테니까.
“수정 씨 안에 있죠?”
“아, 네. 재이 님과 함께 계세요.”
“역시….”
이미 재이네 대장간을 들렀던 길이다.
대장간이 닫혀 있어서 이곳에 있을 거라고 예상했었다.
“들어가 볼게요.”
“넵!”
최상윤의 우렁찬 대답을 들으며 공방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런 나를 향해 손님들이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
A+급이라는 등급을 향한 선망일까.
VIP 대접을 받는 것을 부러워하는 걸까.
아마 둘 다겠지.
끼이익….
공방 안쪽으로 들어온 나는 끝에 있는 제조실로 향했다.
이어 유재이와 홍수정이 있을 제조실의 문을 열려고 손을 뻗는데,
우웅!
스마트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이번에 수신된 건 메시지가 아니라 전화였다.
전화를 건 사람은….
[유재이]얼씨구.
“…여보세요?”
– 당신 지금 어디 있어?
“문 앞에.”
– 문? 갑자기 무슨 소리야?
“이런 소리.”
제조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스마트폰을 귀에 대고 있던 재이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재이의 맞은편에 앉은 홍수정은 “어머, 어머!” 하며 감탄을 내뱉었다.
순간 원장 아줌마가 떠올랐다.
아침 드라마를 즐겨 보던 그녀가 저런 얼굴을 하곤 했었다.
뚝.
재이가 통화를 끊으며 물었다.
“뭐야, 당신이 왜 여기 있어?”
“너 찾아다녔지.”
“날? 왜?”
“아이, 참! 왜겠어! 보고 싶어서지!”
질문에 대답하기도 전에 홍수정이 호들갑을 떨었다.
보고 싶어서, 라니….
솔직하게 말하면 그 이유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단지, 주 용건이 다른 일이었을 뿐.
탁, 탁.
재이가 손바닥으로 홍수정 사이에 놓아둔 것을 두드렸다.
새싹이의 나뭇가지들이다.
“…이것들 때문에 온 거지?”
“맞아.”
“백운천 간부들 무기를 만들 거라는 소리라면, 어제 도희한테 들었는데.”
“아, 도희가 말했어?”
“응. 당신이 어제 그렇게 쫓겨난 후에 말해줬어.”
“아하….”
어젯밤 일이 문득 떠오른다.
재이에게 새싹이 나뭇가지를 건넨 이후, 나는 여자들의 시간이라는 이유로 최희주와 서보민에 의해 곧바로 쫓겨났다.
방해할 생각은 1%도 없었으므로 순순히 물러나 줬었다.
쫓겨나기 전에 도희가 “나 데려가요!”라고 부르짖었지만, 당연히 들어주지 않았다.
그 결과, 도희는 지금 자기 방 침대에서 정 세실리아 수녀와 사이좋게 자고 있었다.
무기 제작을 부탁했다는 말을 전달받지 못한 것도 그래서였다.
“도희한테 그 말을 듣고 희주 씨가 엄청 놀랐었지.”
“희주 언니만 놀랐나? 다들 당황해선 입을 떡 벌렸었잖아. 수아 언니는 10분이 넘도록 딸꾹질을 했는걸.”
“너무 안 멈춰서 당황하긴 했지.”
[…….] [어린나무가 관리인을 바라봅니다.]왜. 뭐.
[어린나무는 나뭇가지를 으쓱입니다.] [그저 관리인이 안쓰러워 보일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합니다.]…그땐 어렸어.
지금의 나는 달라.
성장했다고.
[어린나무가 나뭇가지를 휘젓습니다.] [관리인은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단언컨대.] [관리인은 성장하지 않았을 거라고 단정합니다.]뭘 그렇게 단정까지 하니.
얄밉게시리!
톡톡 톡톡톡!
“이해 못 할 바도 아니긴 하지만…. 세계수의 나뭇가지로 만든 무기를 갖게 됐는데, 어떻게 안 그러겠어?”
“글쎄…. 단순히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리 말하면서 재이는 물끄러미 나를 바라봤다.
하여간 눈치는 빨라 가지고….
그녀가 예상한 대로다.
최희주를 비롯해 그곳에 있던 백운천 간부 녀석들이 놀라고 당황한 건 세계수의 나뭇가지로 만든 장비를 갖게 돼서가 아니다.
물론 기쁘기야 했겠지만, 그보다 내가 녀석들의 장비를 제작할 재료를 구해줬다는 사실 그 자체에 경악한 게 분명했다.
그들이 알고 있는 백도운은 절대로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었으니까.
“그 얘긴 됐고. 난 왜 찾은 거야?”
스마트폰을 흔들며 물었다.
어젯밤 전해 들었다면, 지금쯤 간부 녀석들을 불러 모아 신체를 유심히 들여다봐야 정상일 텐데.
왜 날 찾은 걸까.
“이 나뭇가지들 말이야. 나뭇잎이 달려 있잖아.”
“그래서?”
“나뭇잎들로는 포션으로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나도 그렇게 생각해.”
긍정하고자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대장간에 재이가 없을 때 이곳에 와있을 거로 생각한 것도 그래서다.
장비를 만들 때 나뭇잎은 필요가 없었으니까.
사용하려면 사용하기야 하겠지만, 나뭇잎으로는 포션을 만드는 게 더욱 효율적이다.
“그런데. 이걸 뗄 수가 없어.”
“응? 뗄 수가 없다니?”
“말 그대로야. 아무리 시도해봐도 이게 안 떨어져.”
그리 말하며 재이는 나뭇잎을 잡아당겼다.
초록의 이파리는 쭉 펼쳐질 뿐 나뭇가지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홍수정도 “끄응!” 소릴 내며 나뭇잎을 잡아당겨 보았으나 재이와 상황이 똑같았다.
“아.”
즉.
채집 스킬의 레벨이 부족하단 거다.
내가 등장하기 전까지 홍유릉 게이트에서 아무도 우담화를 채집하지 못했던 것처럼.
그렇다면 방법은 스켈레톤 로드가 했던 것처럼 우담화를 베어내는 것뿐인데….
헌터도 아닌 재이와 홍수정이 그런 위업을 행할 수 있을 리 없었다.
하긴, 헌터라고 해봐야 감히 세계수의 나뭇가지에서 나뭇잎을 떼낼 순 없겠지만.
톡.
왼팔을 뻗어 검지를 나뭇가지와 이파리 사이에 갖다 댄다.
그러자,
[따스한 손길이 세계수 나뭇가지에 닿았습니다.] [현재 상태를 유지하면 세계수 나뭇잎의 채집을 시작합니다.] [3, 2, 1.]익숙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1이라는 숫자와 함께 나뭇잎은 뿅! 튀어 올랐다.
개구리가 점프하듯 튕기는 모습이 참 정겹다.
“어?”
“으엥?”
그걸 보고 재이와 홍수정이 당황스러운 소릴 냈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은 지금까지 내가 채집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
늘 채집한 아이템을 가져왔었으니 당황하는 게 당연했다.
“손가락을 갖다 대니까 나뭇잎이 저절로 튀어 오르다니…. 세계수 관리인이라서 그런 걸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채집 방법이 검지를 갖다 대는 거라니 너무 이상하잖아.”
“글쎄. 이 남자에 한해선 이상한 일도 아니기는 해. 검지 하나로 몬스터 사냥도 하고 빔도 쏴대는걸.”
“앗. 그렇지 참. 도운 씨 손가락은 평범한 손가락이 아니니까….”
그러더니 두 사람은 내 왼손 검지를 바라봤다.
어떻게 갖다 대는 것만으로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인지 알아내고 싶은 듯했다.
지켜본다고 해서 알아낼 수 있는 건 아닐 테지만.
톡, 뿅…!
둘의 시선이 닿은 왼손 검지는 차례차례 다른 나뭇잎들을 튀어 오르게 했다.
나뭇잎은 나뭇가지 하나당 수십 장이 달려서 다 떼어내려면 적어도 10분은 소요될 듯하다.
“재이야. 혹시 태천이랑 한재임 것부터 만들어 줄 수 있어?”
“당연히 되지. 그런데 왜?”
“24일 해골 은신처에 쳐들어가잖아.”
“아. 그 두 사람이랑 쳐들어갈 생각?”
“아니. 가는 건 무기랑 둘이서 갈 거야.”
“무기 씨랑? 그럼 왜 두 사람 무기를 먼저 만들어달라고 한 건데?”
“어젯밤에 최동훈이 그랬잖아. 그날 해골이 어떤 일로 자리를 비울 거라고.”
“그런데?”
“그 어떤 일이 이곳에 쳐들어오는 거라면?”
“앗….”
유재이의 눈이 보름달처럼 커졌다.
그녀도 최동훈에게 크라우드가 어떠한 일을 벌이기 위해 자리를 비운다는 말을 들었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일일지까지는 생각해본 적 없었을 거다.
막연하게 크라우드니까 나쁜 짓을 하려고 한다고만 생각했겠지.
“서로의 본진을 공격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거구나.”
“맞아. 내가 자리에 없을 경우 이곳을 지켜야 하는 건 도희랑 태천이, 그리고 한재임이야.”
“도희는 알루키로느 님의 송곳니로 만든 무기가 있으니 만들 필요 없을 테고.”
“그런 거지.”
“음….”
유재이는 팔짱을 꼈다.
고민에 빠진 듯한 모습에 조용히 바라보았다.
물론, 나뭇가지에서 나뭇잎을 떼는 작업은 멈추지 않았다.
뿅, 톡. 뿅, 톡. 뿅, 톡.
나뭇잎이 튀어 오르는 소리와 스마트폰을 두드리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튀어 올라 테이블 위로 떨어진 나뭇잎은 홍수정이 차곡차곡 주워 모은다.
새로운 포션을 만들 생각에 싱글벙글하다.
그나저나, 재이는 뭘 고민하는 걸까.
태천이아 한재임의 무기를 먼저 만드는 일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저기.”
고민이 끝난 모양인지 날 부른다.
뿅, 톡! 뿅, 톡!
두 검지를 열심히 휘두르며 유재이를 바라봤다.
“재료가 좀 많이 필요할 것 같은데, 괜찮아?”
“괜찮고말고. 뭐가 필요해?”
“당연한 걸 왜 물어?”
어라, 당연한 거?
필요한 재료가 대체 뭐길래?
생각해 봐도 알 수가 없어서 고개를 기울이자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가장 필요한 건 당연히….”
당연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