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48
제48화
하늘에서부터 굉음이 들려왔다.
한 번도 들어본 적은 없었지만, 운석 떨어지는 소리가 꼭 저렇지 않을까 싶다.
고개를 쳐들어 하늘을 올려다본다.
무언가가 공기를 찢어발기는 듯한 소리를 내며 떨어지고 있다.
내 몸통보다 3배는 더 커 보이는 그것은 운석 같은 게 아니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튀어나왔던 세계수의 솔방울이다.
솔방울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이 솟아올랐다가 그 힘이 다해서 다시 떨어지고 있었다.
“괜히 지금 받았나?”
위력 때문에 그런 생각마저 들었다.
나중에 공격 스킬 대신 썼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듣도 보도 못한 굉음을 내는 걸 보면 사이클롭스에게도 통할 것 같다.
운석이, 아니, 솔방울이 떨어질 것 같은 곳에서 살짝 떨어졌다.
콰앙!
“허, 허헛…!”
저절로 헛웃음이 나왔다.
지금 이곳이 특별 이벤트 장소라서 천만다행이다.
아마 아스팔트 바닥이나 흙바닥이었다면 커다란 구덩이가 생겼을 게 분명하다.
구덩이를 본 사람들은 운석이 떨어졌다느니 싱크홀이 생긴 거라느니 떠들어 댔겠지.
당초 목적이었던 대로 솔방울을 넣기 위해 새로 얻은 스킬을 사용했다.
“인벤토리.”
눈앞에 푸르스름한 인벤토리가 떠올랐다.
스킬 창이 설명했던 대로 총 50칸 크기였다.
상단 오른쪽에는 X와 톱니바퀴 아이콘이 그려져 있는데, 종료 버튼과 설정 버튼이 분명했다.
먼저 설정 버튼을 눌러 보았다.
[인벤토리 기본 설정] [원하는 사항 체크 요망] [□ 물건 습득 및 등록 시 따스한 손길 쓰고 접촉] [□ 물건 수납 시 따스한 손길 쓰고 물건 호명] [□ 물건 꺼낼 시 따스한 손길 쓰고 물건 호명] [* 위치 및 분출 속도 조절 가능] [위치 – △ 등록 위치] [속도 – △ 느리게 △ 보통 △ 빠르게 △ 새싹이 마음대로]모든 항목이 쓸모 있어 보여서 전부 체크했다.
클릭하면서 특히 눈에 띄는 게 있었다.
바로 분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항목이다.
[△ 새싹이 마음대로]인벤토리에서 물건을 꺼내는데 왜 새싹이 마음대로 분출한다는 걸까.
고민하는데 새싹이가 흙을 뿜어내고 돌팔매질을 해 왔던 게 떠올랐다.
인벤토리에서 새싹이 마음대로 물건을 분출하는 게 그것들과 같은 작용을 하지 않을까.
눈앞의 솔방울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미사일이 쏘아지는 것 같았던 솔방울을.
[세계수 새싹은 관리인이 마음대로 항목을 표시하길 권합니다.]“보채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어.”
새싹이 마음대로 항목을 표시한 후 설정창을 껐다.
이후 솔방울과 마법 주머니에 있던 것들을 전부 인벤토리에 옮겨 넣었다.
인벤토리는 물건 크기와 상관없이 한 칸을 차지하는 방식이었다.
마법 주머니에는 아르카, 그림자의 눈, 쪼개진 돌멩이 조각들, 설지초 등등이 들어 있다.
그렇게 인벤토리에 옮기는데,
“어라, 이건 내 거 아닌데?”
마법 주머니에서 처음 보는 물건을 하나 발견했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검은 판지 상자다.
상자를 꺼내 열자 흰 팔목 보호대 한 쌍이 들어 있었다.
그 위에는 황금색으로 ‘PTAH’라는 글자가 쓰인 검은 봉투가 가지런하게 놓여 있다.
프타는 일대 그룹 소속 대장간이었다.
시간으로 치면 런칭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A급 헌터들을 노린 고급화 전략으로 빠르게 성장한 걸로 알고 있다.
홍보 모델도 딱히 구할 필요가 없었다.
우연후 파티가 장착하면 그게 그대로 홍보가 됐으니까.
봉투를 열어 그 속의 종이를 꺼내 읽었다.
[‘품질보증서’] [본 보증서는 구매하신 제품이 PTAH 정품임을 보증합니다.] [제품 이름 – ‘아르무스’] [유의 사항 – ‘귀수산 강철 합금’으로 제작되어 방어력 A등급을 판정받았습니다.] [착용자는 아이템 스킬인 A등급 방패 마법을 사용할 수 있으며, 방패 마법 시동어는 ‘투투스’입니다.] [※본 보증서는 수리를 의뢰할 때 꼭 필요한 증서입니다.] [본 보증서를 제시하셔야만 서비스를 받으실 수 있으므로 잘 보관하시기 바랍니다.] [무상 AS 기간은 구매일로부터 1년입니다.]“우연후가 넣어 둔 건가?”
내게 이 마법 주머니를 줬던 건 그였다.
그가 아니면 이 팔목 보호대를 넣을 사람이 없었다.
아무래도 홍유르 게이트에서 건네기 전에 넣어 뒀던 모양이다.
어쩐지 민망할 정도로 단호하게 내 거라고 하더라니….
왼팔에 끼고 있던 놀 가죽 팔목 보호대를 마법 주머니 속에 넣었다.
부러 제작해 놓고선 버리기도 뭐해 착용하던 것이지만, 더 좋은 걸 얻었으니 바꾸기로 했다.
상자에서 아르무스를 꺼내 착용했다.
사이즈를 맞춘 것처럼 팔목에 딱 맞았고, 손등을 감싼 부분도 거슬리거나 불편하지 않았다.
“투투스.”
시동어를 말하자 왼쪽 팔둑에 방패 마법이 발동했다.
푸른빛을 띤 마법 방패는 내 몸통을 전부 가릴 수 있는 크기였다.
생김새부터 성능까지 마음에 쏙 들었다.
다음에 그를 만나면 좋은 걸 줘서 고맙다고 말해야겠다.
[관리인이 특별 이벤트의 보상을 전부 받은 게 확인되었습니다.] [이 장소에서 나가시겠습니까? (YES / NO)]당연히 나가야지.
방패 마법을 풀고 나가는 것을 선택했다.
[관리인을 바깥으로 전송합니다.] [앞으로 있을 또 다른 이벤트를 기대해 주십시오.] [- PG Corporation.]문구가 떠오르자마자 스마트폰에서 흰빛이 뿜어 나와 내 몸을 덮쳤다.
차츰차츰 눈부심이 사라지는 것이 느껴져 천천히 눈을 떴다.
나는 어느새 주차장에 돌아와 있었다.
특별 이벤트 장소로 이동하기 전에 있던 곳으로 돌아온 것이다.
한 가지 달라진 점은 시간이었다.
어두웠던 밤하늘은 온데간데없고 해가 중천에 떠 있다.
시간을 확인하니 점심시간도 지나서 거의 2시가 다 되어갔다.
“벌써 이렇게 됐어?”
체감상으로는 몇 시간 정도밖에 안 됐던 것 같은데.
실제로는 몇 시간이 아니라 반나절이 지나가 있었다.
다음에 또 특별 이벤트를 하게 된다면 시간을 신경 써야겠다.
그러지 않으면 하루를 통으로 날릴지도 모른다.
부르르…!
손에 들린 스마트폰에 진동이 울렸다.
전화가 온 줄 알고 받으려 했는데, 아니었다.
“뭔 메시지가 이렇게 많이 와?”
메시지들이 끊임없이 들어와 진동이 계속 이어졌던 거다.
전파가 닿지 않는 게이트에서 나올 때와 같은 현상이다.
닿지 못했던 전파가 특별 이벤트 장소에서 나오니 다시 닿게 됐고, 따라서 메시지를 수신한 것이다.
“무슨 일 있었나?”
평소보다 많이 수신되는 메시지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면서 손바닥을 펼쳤다.
인벤토리에 넣어둔 차 키를 꺼내기 위해서다.
등록 시스템을 이용하면 인벤토리 속 물품이 나오는 위치를 지정할 수 있었다.
차 키의 경우 오른 손바닥 위에 나오도록 등록해 뒀다.
손바닥 위에 곧 차 키가 뿅 튀어나왔다.
살짝 위로 솟았다가 손바닥에 착지한 차 키로 문을 열었다.
그러는 동안 스마트폰의 진동이 그쳤다.
메시지 수신이 전부 끝난 거다.
차에 탑승하면서 메시지들을 확인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유재이가 보내온 딱 한 통의 메시지다.
[백도운, 오늘 대장간 오지 마.]“……?”
이 강렬하고 짧은 메시지는 대체 뭘 뜻하는 걸까.
내가 뭔가 실수한 게 있었나 하고 잠깐 생각해 봤지만, 잘못한 일은 떠오르지 않았다.
같이 지낸 시간이 짧아선지 유재이는 날 잘 모르는 것 같다.
잘못한 것도 없는 데 오지 말라고 하면 내가 “응, 알겠어. 안 갈게.”하고 곱게 따를 줄 알았나?
“절대 안 그러지.”
이어서 다른 메시지들을 읽기 위해 단체 대화방으로 들어갔다.
심윤진이 만든 대화방에는 그녀와 김지연이 들어와 있다.
우연후한테도 초대가 가 있었는데 들어와 있지는 않았다.
같은 파티원의 초대를 받지 않을 걸 보면 게이트에 들어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전파가 닿지 않아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하는 것이리라.
[김지연 : 재이 씨가 알리지 말라고 했지만, 역시 말씀드려야겠어요. 김무연이 대장간에 쳐들어왔어요.]김무연…?
어디서 들어본 이름 같은데?
“…아! 그, 퇴짜 맞은 놈!”
홍유릉 게이트 앞에서 이 대리에게 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유재이에게 장비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가 퇴짜를 맞았다던 헌터다.
[심윤진 : 지가 대한민국 헌터 랭킹 47위면 단가? 장비 만들어 달라고 난동 부리는데 완전 극혐, 개극혐.] [김지연 : 윤진이가 난동이라고 표현했지만, 일단 말로 하고 있긴 해요.] [심윤진 : 난동이 뭐 별거예요? 갑분싸 만들고 폭언해 대면 그게 난동이죠.] [김지연 : 그 말은 맞지만….]애도 아니고….
헌터 랭킹 47위라는 놈이 장비 만들어 달라고 떼를 쓰고 있다고?
어이가 없어서 눈을 찌푸리며 메시지를 읽어 내려갔다.
그거 정신 제대로 박힌 놈 맞아?
[김지연 : 재이 씨가 장비 제작할 생각 없다면서 돌아가라는 데도 들어먹질 않네요.] [심윤진 : 오히려 화내요. 다른 놈은 만들어 주면서 자긴 왜 안 만들어 주냐고.] [김지연 : 무슨 영상 보고 왔다면서 따지는데, 무슨 소린지 모르겠습니다.] [심윤진 : 아, 방금 무슨 소린지 알아냈어요. 이거 보고 지랄하는 거 같아요.]심윤진은 동영상 링크를 하나 보냈다.
그 동영상은 어젯밤 재식이가 보내 줘서 한 번 봤던 그 영상이었다.
아마도 김무연은 영상 속의 아르카를 보고 유재이가 장비를 새로 만들었다는 걸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그녀가 아르카에 새겨넣은 JY라는 이니셜을 보고 알았겠지.
나? 그놈이 나를 왜 찾아?
장비를 만들지 않겠다던 대장장이가 다른 고객에게는 장비를 제작하고 판매했다.
그 사실에 대장간을 이용하던 고객으로서 불같이 날뛰는 건 이해한다.
손님을 가려 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었으니까.
무시당했다고 여겨 기분이 나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김무연은 헌터 랭킹 47위였으니까.
그 자존심이 얼마나 대단할까?
이런 놈들은 자존심 때문에라도 그냥 넘어가지는 못하는 게 대다수다.
[심윤진 : 헐, 개어이없어. 그거, 그 커다란 무기, 그게 자기 거여야 한대요.] [김지연 : 도운 씨한텐 그걸 들 자격이 없다고 하네요.]이 되지도 않는 소리는 뭐지?
제까짓 게 뭔데 자격을 운운해?
자격을 운운할 자격이 없는 놈이면서.
[새싹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냅니다.] [당장 돌팔매질하고 싶은 기분이라고 전해 옵니다.]“그래, 새싹아.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고개를 끄덕이며 화면을 내렸다.
[심윤진 : 으으, 재수 없어! 전설 속 용사의 무기도 아니고 자격은 무슨 자격?] [김지연 : 윤진이 말이 맞아요. 신경 쓰지 말아요.]신경 쓰지 말라고 해도, 쓰이는 게 사실이다.
남의 무기를 자기 것이어야 한다고 하질 않나, 그것을 쥘 자격이 없다고 하질 않나.
사람 기분 엿 같게 하는 재주가 있는 놈이다.
내 아르카가 제 것이어야 한다고?
[김지연 : 재이 씨도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경찰 불렀어요. 아마 좀 있으면 도착할 테니 곧 해결될 거예요.] [심윤진 : 경찰 도착했어요!]그 이후로는 김지연과 심윤진이 보내온 메시지가 없었다.
상황이 마무리된 건가 싶었지만, 그랬으면 김무연이 돌아갔다는 말이라도 남겼을 거다.
그런 메시지가 없다는 것은 상황이 현재진행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그 순간,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발신자는 유재이였다.
[여기 있는 여자들이 당신한테 메시지 보낸 거 같은데, 정말 별일 아니니까 오지 않아도 돼.] [당신한테 불똥 튀게 안 해.]“불똥은 무슨.”
김무연이 나를 찾고 있다면 이건 그녀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누군지도 알고 있는 걸 보면, 지금 대장간에 가지 않는다 해도 며칠 내로 나를 찾아올 게 분명하다.
어차피 만나게 될 거라면 빨리 치워 버리는 게 낫다.
나는 운전대를 잡고 재이네 대장간으로 차를 몰고 갔다.
그런 내게 새싹이가 의사를 전해 왔다.
[새싹은 돌팔매질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합니다.]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메시지였다.
나도 조금 짜증이 났다.
감히 별 시답잖은 이유로 내 물건을 탐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