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47
제47화
“뭐 이렇게 깜깜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살폈다.
이동된 공간은 온통 어두웠고 텅 비었다.
상황을 설명하는 커다란 메시지창만 공중에 떠 있다.
그리고,
“…새싹이?”
새싹이가 홀로 서 있었다.
스마트폰에 있어야 할 새싹이는 은은하게 푸른빛을 내뿜었다.
시선이 닿자 줄기를 살살 흔들어 보인다.
규칙적인 흔들림은 손바닥을 들어 인사를 해 주는 듯하다.
그 모습이 귀여워 앞에 쪼그리고 앉아 살살 어루만져 주었다.
새싹이는 기분이 좋은지 이파리를 부르르 떨었다.
“근데 새싹아, 너 좀 크다?”
내 예상보다 좀 커서 당황스러웠다.
쪼그려 앉은 나의 시선과 이파리들이 맞닿았다.
일어서 있을 땐 이파리 높이가 허리까지 왔었다.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보는 동안엔 무릎 높이 정도인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비율을 따져 보면, 비료를 흡수해 조금 더 자라기 전의 상태가 무릎까지 왔을 듯하다.
이파리 크기 자체도 내 손바닥만 했다.
“하긴….”
새싹이는 나뭇가지랍시고 통나무를 보내온 전대 세계수와 같은 존재다.
크기가 예상을 훨씬 웃도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어라, 그럼 내 머리 위로 소환됐던 모습도 이렇게 컸던 걸까?
나중에 새싹이가 자라서 거대한 나무가 되면 어떡해야 하나.
그때 소환하면 무거워서 그 밑에 깔리게 되는 거 아닌지 몰라.
“흠, 넌 어떻게 될 것 같아?”
질문하면서 이파리를 검지로 톡톡 두드렸다.
새싹이는 가만히 내 손길을 받아 내기만 했다.
의사를 전달하던 작은 메시지창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어디에선가 작은 쇠구슬이 대구루루 굴러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게임이 실행될 때 나는 효과음 같기도 했다.
[곧 특별 이벤트를 시작합니다.]그 생각이 맞았던 모양이다.
까만 허공에 떠 있던 네모난 창의 메시지가 바뀌었다.
[전대 세계수가 고마운 마음을 담아 진행하는 이번 특별 이벤트는 ‘새싹이를 지켜라!’입니다.] [준비된 여러 종류 게임 중 ‘디펜스 게임’으로 진행됩니다.]“새싹이를 지켜라…?”
디펜스 게임은 흔히 지켜야 하는 무언가에 적이 다가오지 못하도록 막는 게임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이벤트에서는 새싹이를 지켜야 했다.
새싹이의 실물이 왜 있나 했더니만.
근데 무엇에서부터 지키라는 거지?
이파리를 톡톡 두드리며 네모난 창을 올려다봤다.
모든 스킬을 쓸 수 없다?
세계수 휘두르기나 나무껍질을 쓸 수 없다는 소리다.
[오로지 따스한 손길 하나만으로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야 합니다.]그러더니 허공에 빨간색 액체가 가득 담긴 유리병이 떠올랐다.
디펜스 게임이라고 했으니, 저 빨간 액체는 라이프를 표시하는 것이 분명했다.
몬스터들이 새싹이를 만지거나 가까이 다가서면 라이프가 줄어드는 식일 터였다.
[유리병에 담긴 붉은 액체는 새싹이의 현재 상태를 나타냅니다.] [출현하는 몬스터가 세계수 새싹을 터치할 때마다 액체는 까맣게 변질됩니다.] [몬스터 웨이브를 막지 못하고 붉은 액체가 까맣게 변질되면 특별 이벤트는 종료됩니다.] [온 힘을 다해 성공적으로 몬스터 웨이브를 저지하고 새싹이를 지켜 주세요!]예상한 대로 설명이 이어졌다.
설명이 끝난 창에서는 곧바로 ‘이벤트를 시작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이어졌다.
[첫 번째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이번 웨이브에 출현하는 몬스터는 E등급 몬스터 붉은 놀입니다.] [5, 4, 3, 2, 1.]숫자가 사라지자 100마리가량의 놀들이 한순간에 튀어나왔다.
마치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다는 듯 튀어나온 놀들은 주변을 돌아보지 않고 곧장 내 쪽으로 달려들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내 뒤에 있는 새싹에 돌진해 왔다.
털 색깔이 붉은 것을 보니 남산 게이트에 서식하는 녀석들이 분명했다.
“무기를 쓸 수 없다는 게 좀 크네.”
100마리의 놀을 상대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충분히 회피하면서 상대할 수 있었다.
아르카를 쓰지 못하는 게 조금 아쉽기는 했다.
그걸 썼다면 한 번 휘두를 때마다 몇십 마리를 죽였을 테니까.
세계수 휘두르기를 쓸 수 있었다면?
놀들은 출현하자마자 죽었을 거다.
[관리인이 붉은 놀을 모두 쓰러뜨려 첫 번째 웨이브가 종료됩니다.] [10초 후 다음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10, 9, 8….]다음 라운드로 넘어가는데 겨우 10초밖에 안 걸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특별 이벤트라며!”
무슨 이벤트가 숨 돌릴 시간도 안 줘?
‘특별’이라는 단어의 뜻을 모르는 거야 뭐야.
따져야 할 대상이 보이지 않아 따질 수 없는 게 안타깝다.
그런 와중에 새싹이는 머쓱하게 이파리로 다른 이파리를 문질렀다.
그게 꼭 사람이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해하는 모습처럼 보였다.
후우, 새싹이가 귀여우니까 봐준다.
[두 번째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이번 웨이브에 출현하는 몬스터는 E등급 몬스터 대왕 개미입니다.] [5, 4, 3, 2, 1.]첫 번째 때처럼 100마리의 대왕 개미가 한순간에 튀어나왔다.
무주 개미굴에서 봤던 대왕 개미들이 분명했다.
그것들은 출현하자마자 놀들처럼 곧장 새싹이를 향해 달려왔다.
검지로 한 방씩 대가리를 두드릴 때마다 대왕 개미들은 몸을 축 늘어뜨렸다.
마나 실드가 없었는데도 무주 개미굴을 돌 때보다 훨씬 쉬웠다.
가지치기를 통해 신체 능력이 월등히 좋아진 덕분이었다.
그 덕분에 그것들이 뿜어내는 산성액을 피하며 잡생각도 할 수 있었다.
“어째 출현하는 몬스터가 익숙한 것 같기도 하고.”
놀에 이어 대왕 개미라니.
아마 근래 봤던 몬스터들이 출현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정말 그런 거라면 다음 라운드에선 스켈레톤들이 튀어나올 것이다.
뭐, 세 번째 라운드가 시작되면 알게 되겠지.
[관리인이 대왕 개미를 모두 쓰러뜨려 두 번째 웨이브가 종료됩니다.] [10초 후 다음 웨이브가 시작됩니다.]대왕 개미를 전부 쓰러뜨리는 것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따스한 손길 한 방에 죽는 건 매한가지였기 때문이다.
본능적으로 달려들기만 하는 건 놀이나 대왕 개미나 마찬가지였고.
[세 번째 웨이브가 시작됩니다.] [이번 웨이브에 출현하는 몬스터는 B등급 몬스터 스켈레톤입니다.] [5, 4, 3, 2, 1.]“역시….”
놀, 대왕개미, 스켈레톤.
특별 이벤트에서 출현하는 몬스터는 근래 사냥했던 녀석들이 확실했다.
아마도 새싹이와 함께 봐 왔던 녀석들이 출현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그렇다면, 다음 순서는 왓쳐가 되지 않을까?
“후우, 아이템을 쓸 수 없는 게 아쉬운걸?”
홍유릉 게이트에서 스켈레톤은 새싹이가 보낸 흙으로 정화돼 사라졌었다.
부정한 존재였던 녀석들은 정결한 세계수의 마나를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르카는 그런 세계수의 마나가 충만하게 담긴 무기였다.
아르카를 쥐고 있었더라면, 스켈레톤은 순식간에 정화되어 사라졌으리라.
그랬으면….
“이렇게, 일일이!”
빡, 빠악!
“대가리를, 깨지 않아도, 됐을 텐데!”
빠악, 빡, 빡!
스켈레톤의 흰 대가리를 열심히 두드렸다.
그것들은 놀과 대왕 개미들보다 단단한 신체를 가져서인지 두드릴 맛이 났다.
한 방에 죽었기 때문에 지겨운 건 마찬가지였으나 타격감만큼은 좋았다.
순식간에 세 번째 웨이브가 끝이 났다.
지금까지 출현했던 녀석들은 새싹이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다.
유리병에 담긴 붉은 액체도 그대로였다.
[네 번째 웨이브가 시작됩니다.]아마 이번엔 왓쳐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스켈레톤 이후로 봤던 몬스터가 그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웨이브에 출현하는 몬스터는 B등급 몬스터 레드 만티코어입니다.] [5, 4, 3, 2, 1.]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100마리의 레드 만티코어가 출현했다.
이 녀석들이 나올 줄은 생각도 하지 못했는데?
등급으로 따지자면 나올 순서가 맞긴 하지만… 레드 만티코어는 실재하는 걸 본 게 아니었다.
시험의 탑에서 봤던 녀석이다.
가상의 존재인 것이다.
…어라?
“거기서 봤던 녀석들이 튀어나온다는 건….”
레드 와이번과 사이클롭스도 출현한다는 뜻, 일지도….
그것도 레드 와이번 100마리, 사이클롭스 100마리가.
지금 장난해?
“이게 무슨 특별 이벤트야!”
그런 내 절규는 다음 순서로 나타난 레드 만티코어들의 울음소리에 파묻혔다.
아르카를 쓰지 못하고 오로지 따스한 손길만 쓸 수 있는 내겐 그것들이 공중으로 날아오르면 공격할 수단이 없었다.
또 만티코어는 앞서 출현한 녀석들과 달리 따스한 손길 한 방에 죽지 않았다.
대가리에 정확히 검지를 내리꽂아도 죽지 않고 공격을 이어 나갔다.
그 탓에 레드 만티코어 한 마리가 처음으로 새싹이를 건드렸다.
“안 돼! 내 퍼펙트!”
유리병 속의 붉은 액체를 확인했다.
아주 조금 변질돼 있었다.
이제 겨우 한 번 닿은 것이어서 변질은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퍼펙트 시스템이 있는 것도 아니니 사실 문제는 없었다.
그저, 평생 게임을 꾸준히 해 온 게이머로서 완벽하게 막지 못했다는 생각에 기분이 나빠졌을 뿐이다.
게이머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더욱더 열심히 새싹이를 지켜 주리라.
새싹이를 좀 더 신경 쓰면서 만티코어를 처리해 나갔다.
조심스럽게 행동하느라 녀석들을 사냥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다.
그래도 그 이후에 새싹이에게 닿은 녀석들은 없었다.
만족스러움을 느끼며 다음 몬스터가 출현하길 기다렸다.
[세계수 관리인은 성공적으로 새싹을 지켜냈습니다.] [전대 세계수가 이벤트 완료를 인정합니다!]“엥?”
그러나 다음 몬스터들은 출현하지 않았다.
특별 이벤트가 끝난 탓이다.
A등급 몬스터들은 출현하지도 않았는데?
이상하게 여기며 메시지창을 바라봤다.
[전대 세계수가 이벤트 완료를 인정합니다!]그 문구만 그대로 유지돼 있다.
이어 푸르스름한 창이 떠올랐다.
인벤토리?
게임에서 아이템 수납할 때 나오는 그거?
게임 속 인벤토리를 떠올리며 보상받기 버튼을 눌렀다.
보상이 전송된 듯 스마트폰에서 진동이 울린다.
우편함을 열고 2개의 보상 중 인벤토리 스킬을 받았다.
스마트폰 화면에서 푸른 빛이 나와 내 몸을 감쌌고 3초 정도 감돌고 사라졌다.
“스킬 창.”
NEW! 표시와 함께 인벤토리가 떠오른다.
스킬 창에 쓰인 설명에 따르면 5X10 크기였다.
또 인벤토리는 스킬 소유자만 확인할 수 있었다.
“50칸이라….”
다만, 설명이 아쉽다.
방식에 대한 설명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물건 크기에 상관없이 한 칸을 차지하는 방식인지, 크기에 따라 칸수를 차지하는 방식인지 알 수 없었다.
뭐, 직접 넣어 보면 알겠지.
그러기 위해 우편함에 남아 있는 솔방울로 눈을 돌렸다.
인벤토리도 생겼겠다, 그곳에 넣어 볼 요량이었다.
받기 버튼을 누르자 솔방울이 튀어나왔다.
쾅!
“…에?”
하지만 화면에서 튀어나온 건 솔방울이 아니었다.
생긴 건 솔방울이 분명했지만, 솔방울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하늘 위로 올라가는 저 물체를 과연 솔방울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굉음을 내는 저것은 누가 봐도 미사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