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522
제524화
김재식과 김상철.
얘네가 은마 매립지엔 웬일이래?
그런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이 김상철이 대답했다.
“얼마 전부터 가끔씩 같이 하고 있어요.”
“너희가?”
“네. 팀장님한테 도움이 되는 작업이라는 소리를 흐레이스 씨한테 들었거든요.”
“아, 그래?”
고개를 주억거리며 흐레이스를 바라봤다.
흐레이스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김재식과 김상철이라는 노동력이 마음에 드는 눈치였다.
하여간….
“그런데 왜 너희 둘이야?”
“네?”
“네 단짝은 어디 갔냐고.”
“아. 그건….”
김상철이 말끝을 흐린다.
그러고는 김재식의 눈치를 살폈다.
그걸 보고 어떻게 된 일인지 금세 깨달았다.
김상철의 단짝인 이재욱은 아마 지금쯤 지상욱과 함께 있을 터였다.
둘이서 각각 김재식과 지상욱을 케어하기로 한 거겠지.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는 놈들 때문에 참,
“고생이 많네.”
“하하….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 말하는 김상철의 얼굴과 목소리에 피곤이 묻어났다.
저 반응을 보아하니, 아마 내 생각보다 더 김재식과 지상욱이 곤란하게 만들고 있나 보다.
뭐, 대부분 지상욱한테 휘말리고 있는 거겠지만.
“어쨌거나 왔으니 너희도 이거 먹어.”
“아, 네…!”
“잘 먹겠습니다!”
고구마를 권하자 김재식과 김상철이 바로 자리에 앉았다.
흰 번데기 의자는 세 개뿐이었으므로 두 사람은 바닥에 앉았다.
임페일은 고구마엔 관심이 없다는 듯 흰 번데기 관을 꺼내 들어가 누웠다.
저건 또 언제 만들어줬대?
그때, 흐레이스가 질문을 던져왔다.
“관리인님. 이 애송이들이랑 잘 아는 사이예요?”
애송이들?
하긴.
흐레이스 입장에선 이제 갓 A급 헌터가 된 두 사람이 애송이처럼 보일 법도 하다.
크라우드가 되어 변태화를 쓰기도 전에 A급 헌터였던 녀석이니….
“상철이랑은 한때 일을 함께했어. 재식인 내가 백운천으로 데려온 애고.”
“헤에, 그래요?”
감탄을 흘린 흐레이스가 김재식을 빤히 바라봤다.
다시 봤다는 얼굴인데, 애송이라고 부른 걸 보면 지금까진 무시했던 것 같다.
뭐, 겉으로 보기에 김재식은 옆의 무뚝뚝해 보이는 김상철과 달리 소년티가 아직 다 벗겨지지 않았다.
그 때문에 순수하고 순진해 보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그걸 장점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녀는 아니다.
전 크라우드 아닌가.
그녀에게 그저 순수하고 순진한 녀석은 단점 덩어리일 뿐이다.
그리고 메스트는… 어라?
“…….”
메스트는 김재식과 김상철을 쳐다보지 않았다.
마치 눈앞에 아예 없는 사람처럼 무시한 채로 고구마만 먹고 있었다.
뭐지?
쟤네랑 싸우기라도 했나.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흐레이스가 작은 목소리로 빠르게 속삭였다.
“저 애송이 관리인님 찾으러 매립지 왔었던 거 기억해요?”
“…어. 기억해.”
그러고 보니, 김재식은 날 찾으러 매립지에 왔었다.
근데 그때 서로 만났었던가?
엘릭서를 완성했다는 엘프들을 만나고 성역에서 나왔을 땐 김재식과 지상욱 둘뿐이었는데….
“그날 잠깐 마주쳤었거든요?”
“아하. 그런데?”
“그때 저 애송이가 메스트한테 한눈에 반했어요.”
[두근두근!] [세계수가 나뭇가지를 쫑긋 세웁니다.]세우지 마.
내려.
“그게 정말이야?”
“저 그때 사람이 다른 사람한테 한눈에 반하는 모습 처음 봤어요.”
“헐….”
그 말을 듣고 다시 보니, 김재식은 자리에 앉아 고구마를 건네받은 이후로 줄곧 메스트만을 바라봤다.
메스트는 그런 김재식의 시선을 피하려고 고구마에만 몰두하고 있고….
응?
“잠깐. 메스트는 지금 가면 쓰고 있잖아.”
메스트가 현재 착용한 가면은 알루키노르의 송곳니로 만든 것으로 보는 이의 눈에 혼란을 주는 마법이 자동으로 발동된다.
심지어 저렇게 착용한 채로 음식을 섭취할 수 있을 만큼 편리해 메스트는 가면을 잘 벗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우리 길드에서 메스트의 진짜 얼굴을 보는 건 나와 흐레이스를 포함해 원래 얼굴을 아는 사람들뿐이었다.
원래 얼굴을 알면 가면의 마법이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 김재식은 지금 메스트의 가짜 얼굴을 보고 있는 거 아닌가?”
“맞아요.”
“응? 맞다고?”
“그게 바로 메스트가 저렇게 자신을 좋아한다는데도 무심한 이유예요. 자기 진짜 모습에 반한 것도 아니니까.”
“아아. 어쩐지….”
메스트가 답지 않게 자신에게 호의적인 사람에게 쌀쌀맞더라니.
저런 이유 때문이었군….
흐레이스가 말을 이었다.
“아무튼. 한눈에 반한 이후로 저 애송이가 자기도 돕겠다면서 임페일 님이랑 함께 찾아오곤 했어요”
“…왠지 그 일을 일부러 의도한 것 같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후, 후, 후.”
흐레이스가 히죽 웃는다.
역시 일부러 말한 거였군.
훌륭한 노동력을 얻기 위해서였겠지.
겸사겸사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도 했을 거고.
어쨌거나, 나한테는 잘된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김재식을 만나러 가려고 했었으니까.
“김재식.”
“…네?”
“너한테 줬던 창 지금 갖고 있냐?”
“‘베아’요?”
그러고 보니 저런 이름이었지.
아마 풀네임이….
그래, 그런 이름이었어.
척추뼈를 마법으로 가공해서 만들었고….
“당연히 갖고 있죠!”
“줬다 뺏는 것 같아서 좀 그렇기는 한데, 그거 다시 돌려줘야겠다.”
“에이. 어차피 형이 빌려준 거나 마찬가지였는데요.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김재식이 산뜻하게 대답한다.
그 말대로 원래 빌려준 것이기는 했다.
하지만 빌려준 물건을 갑자기 돌려달라고 하면 불쾌해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나.
그런 불쾌함이 녀석에게선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왜 그러시는 거예요?”
김재식이 마법 주머니에서 베아를 꺼내며 물었다.
목소리엔 순수한 호기심만이 담겨 있었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정보를 대충 말해주려고 했는데,
“그건, 네크로맨서 ‘펜데오’의 등뼈…!”
흐레이스가 다급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역시 전 크라우드.
저 창이 뭔지 바로 알아보는걸.
흐레이스는 경악한 얼굴로 따지듯 물었다.
“이런 미친…! 저걸 왜 저 애송이가 갖고 있어요?”
“지금까지 뭐 들었어? 내가 빌려줬다니까. 벌 인간이 갖고 있던 걸 빼앗아서.”
“그러니까요! 저런 걸 왜 본인이 안 쓰고 저런 녀석한테 빌려주냐고요!”
“저딴 거보다 더 좋은 게 많아서?”
그리 말하면서 인벤토리에서 아르카를 꺼낸다.
이어 알루키노르의 송곳니로 만든. 삽으로 변하는 단검도 꺼냈다.
그걸 본 흐레이스가 말문이 막힌 듯 입만 헤 벌려댔다.
깨달은 것이다.
베아가 성능이 좋은 무기이긴 했지만, 그건 보통의 범주에서 볼 때나 그렇다는 걸.
세계수의 나뭇가지.
드래곤의 송곳니.
그런 것으로 제작한 무기엔 비할 바가 못 된다는 사실을….
“흐레이스 씨 반응을 보아하니 역시 이거 엄청난 무기였나 보네요….”
김재식이 베아를 제 무릎 위에 올려놓으며 말했다.
내 손아귀에 들린 무기들을 보았으면서도 저렇게 말하는 건, 보통의 범주에서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역시 과분한 무기였구나….
그리 생각하는 얼굴도 그래서고.
“착각하지 마.”
“네?”
“내가 그걸 돌려달라고 한 건 네게 과분한 무기라서 그런 게 아니야. 오히려 그 반대지.”
“반대라고요…?”
“그래.”
슥.
팔을 뻗어 베아를 건네받는다.
베아에선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새싹이도 그랬고, 이걸 감정했던 홍수정도 미처 알아내지 못했다.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은 갓난아기를 저주와 주술로 죽여가며 벼린 창이라는 것을….
“…….”
물론, 그 사실을 전부 설명해주진 않을 거였다.
알아봐야 김재식한테 좋을 것도 없었으니까.
혐오스럽기만 하겠지.
감수성이 풍부하니, 이런 걸 다뤘다는 사실에 절망감을 느낄지도 모른다.
“…이건 잘못된 방식으로 만들어졌어.”
“잘못된 방식이요?”
“넌 모르는 게 좋아.”
“형은 괜찮고요?”
김재식이 바로 되물었다.
모르는 게 좋을 진실.
그걸 아는 나를 걱정하는 것이었다.
하여튼….
“난 괜찮아.”
“그럼 다행이지만요….”
괜찮다는 말에도 김재식은 걱정을 거두지 않는다.
귀여운 녀석.
“대신 네겐 더 좋은 거로 줄게.”
“네? 아뇨, 그러지 마세요! 전 괜찮아요!”
“내가 안 괜찮아.”
“하지만-”
“야, 야. 애송이. 너 관리인님이 준다고 할 때 그냥 받아. 네가 사양한다고 해서 안 줄 사람 같아?”
흐레이스가 끼어들었다.
그야말로 옳은 소리였다.
김재식이 사양한다고 내가 안 줄 사람이었으면, 메스트가 옆에서 얌전히 고구마를 꼭꼭 씹어먹고 있지도 않았겠지.
“그냥 ‘감사하다’라면서 받아, 멍청아.”
“…네. 그럴게요. 감사합니다, 형.”
“뭘 이런 걸 가지고.”
김재식이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부담스러워서 사양하고 싶지만, 흐레이스의 말마따나 나를 못 당해낼 것을 예상한 것이었다.
그 대답에 고개를 만족스럽게 끄덕인 흐레이스가 나를 쳐다봤다.
초롱초롱한 눈빛이 딱 봐도 보상을 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보상은 분명….
“안 돼. 이건 없앨 거야.”
“네? 아니, 왜요!”
“아까 말했잖아. 잘못된 방식으로 만들어졌다고.”
“그런 게 뭐가 중요해요! 쓰는 사람이 중요하지!”
틀린 말은 아니다.
세상의 모든 무기는 다루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법이다.
단.
넘으면 안 되는 선을 넘지 않았다면.
하지만 이 창은 넘어도 한참 넘었다.
다시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너 아까 쟤한테 말한 거 기억 안 나냐?”
“네?”
“네가 따진다고 내가 그 말을 들어줄 것 같냐고.”
“윽….”
흐레이스의 입에서 정곡을 찔린 신음이 나왔다.
바로 조금 전에 김재식한테 말해놓고선.
왜 자신은 같은 실수를 하는 건지.
바본가?
아. 크라우드였으니 바보가 맞긴 하네.
흐레이스가 투덜거렸다
“그런데 그거 어떻게 없앨 거예요?”
“얼레…?”
“…뭐예요. 그 못 들을 말을 들은 듯한 표정은?”
“그야 못 들을 말이 맞으니까. 어떻게 없앨 거냐니, 무슨 그런 멍청한 질문을 다 하냐?”
“멍청한 질문이라니…. 그 창이 보통 물건이 아니란 거 아시잖아요. 없애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 건데요?”
“보통 물건이 아니긴 개뿔. 내 눈엔 그냥 쓰레기로만 보이는구만.”
“쓰레기라니…. 쓰레기는 저기 있는 것들이 쓰레기죠!”
흐레이스가 팔을 뻗는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쓰레기가 쌓여 만들어진 산이 있었다.
새삼스럽지만, 역시 화톳불을 지피고 고구마를 구워 먹기에 좋은 장소는 아니었다.
평소처럼 그런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단검을 삽으로 바꿔 땅을 길게 팠다.
“저것들이나 이거나. 내 눈엔 똑같이 쓰레기로 보이거든.”
“설마…! 지금 그걸 쓰려는 거예요?”
“그런데.”
파놓은 자리에 베아를 던져놓으며 대답했다.
흐레이스의 얼굴이 곧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될 리가 없잖아요! 진짜 쓰레기도 아닌데!”
“그래?”
“당연하죠! 절대, 절대, 절대로!”
흐레이스가 당혹스러움 속에서 소리쳤다.
쓰레기를 땅속 영양분으로 바꾸는 마법, 알테라-쇼넴.
그것이 저 베아에 통하지 않으리라 단정을 지은 거다.
쯧쯧….
권속이 된 지도 벌써 해가 지났건만 아직도 새싹이가 어떤 아이인지 모르나 보다.
저렇게 믿음이 부족해서야 직접 보여주는 수밖에 없겠군.
툭. 투둑.
모래로 땅을 덮는다.
그러고는 곧바로 알테라-쇼넴을 썼다.
곧 이곳 매립지에서 늘상 일어나던 일이 벌어졌다.
땅에 파묻힌 쓰레기가 순수하고 완전한 영양분으로 바뀐 것이다.
“…….”
그 모습을, 흐레이스가 입을 쩍 벌린 채로 멀거니 바라봤다.
으음….
내가 그래도 천주교 보육원에서 자란 값을 하는 것 같다.
“세계수의 권속아. 어찌하여 너는 나 관리인을 믿지 못하느냐?”
이런 성서에서 나올 것 같은 어투의 구절이 떠오르는 걸 보면 말이다.
털썩….
흐레이스가 땅바닥에 두 무릎을 꿇었다.
그러고는 나를 의심한 것에 대해 진심으로,
“아, 안 돼…. 저게 얼마나 대단한 건데…! 저렇게, 저렇게 허무하게 흙으로 돌아가다니….”
뉘우치지 않았다.
뉘우치긴 개뿔.
진심으로 베아의 소멸을 아까워하고 있었다.
“…아. 맞다.”
그때, 문득 떠올랐다는 듯 김재식이 손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렸다.
원래 자기 것도 아닌 것을 잃은 주제에 허망함을 느끼는 멍청이를 무시한 채 녀석을 바라봤다.
“왜 그래?”
“그, 대여료는 어떡할까요?”
“대여료?”
[세계수는 창을 빌려줄 때 대여료를 지급하라고 했다고 전합니다.] [대여료는 김재식이 관리인의 파티 구성원이 될 만큼 강해지는 것이었다고 설명합니다.]아. 그거.
새싹이의 간략한 설명에 기억이 떠올랐다.
그건 뭐….
“아까 새로운 거 준다고 했지? 그걸로 이월하자.”
“아. 네! 알겠습니다! 저, 그런데….”
김재식이 손가락을 꼼지락거린다.
말하기 어려운 것을 말하려는 것처럼 조심스러웠다.
뭘 말하려고 저러는 거람.
“왜 그래?”
“중간정산은 안 해도 될까요?”
“호오…?”
이놈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