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got the world tree in my phone RAW novel - Chapter 99
제99화
한진환이 마지막으로 검지를 접는 순간,
꽝!
천장에서 내 몸을 향해 벼락이 떨어졌다.
나무껍질은 순식간에 그 쓸모를 잃고 깨져 버렸다.
이어 온몸을 짓누르는 듯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떨어진 것이 벼락이 아니라 수백 톤에 달하는 고철덩이 같았다.
벼락 맞으면 원래 이런 느낌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때 고통이 뒤따라 느껴졌다.
꼴사납게 사람들이 다 지켜보는데 비명을 질러댈 수는 없었다.
꾹 참았다.
“오. 안 쓰러지네.”
“…너무 아파서 그런가. 아픈 게 안 느껴지는데요?”
“그래? 그럼 한 방 더.”
꽝!
벼락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 내가 이미 벼락에 맞았다는 것을 인지했다.
누군가 한 번 참은 고통은 또 참을 수 있다고 했던 것 같은데….
직접 겪어 본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그건 개소리다.
한 번 참든 두 번 참든 고통은 고통이었다.
고통스러워서 입에서 신음이 나오려고 하는데,
[광합성 에너지(리히텐베르크) 36%]알림창이 떠올랐다.
빠른 속도로 차오른 퍼센티지가 눈에 띈다.
퍼센티지는 나흘 동안 한진환과 함께하면서 21%까지 차올랐었다.
그런데 그게 방금 두 번 맞았을 뿐인데 15%가 차올랐다.
“하. 하하, 하하하하!”
그걸 보니 왠지 웃음이 나왔다.
꽝!
그 웃음을 지워 버리겠다는 듯 한진환이 또다시 벼락을 떨어뜨렸다.
이번엔 피해 냈다.
당연히 벼락을 보고 피한 것은 아니었다.
내가 서 있는 자리에 떨어뜨리겠거니 예상하고 피한 거다.
그런 만큼 완벽하게 피해 내지는 못했다.
벼락은 내 오른팔을 맞췄다.
그 한 방에 오른 팔뚝이 떨어져 나갔다.
“……!”
그 순간, 한진환이 멈춰 섰다.
오른 팔뚝이 떨어져 나간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이번 대련은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알아보려는 실험 같은 것이었다.
생사결이 아니었으니 떨어져 나간 오른팔을 보고 당황하는 건 당연했다.
멀찍이 떨어져서 구경하던 이들이 “오른팔이!”, “힐러, 힐러 불러와!”하고 외치는 것도 마땅했다.
그러므로 그 순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뿐이었다.
내가 가지치기를 한 게 몇 번인가?
오른팔이 떨어지는 건 내게 일상다반사다.
이런 일로 이제 와서 당황하지 않는다.
[광합성 에너지(리히텐베르크) 51%]차오른 퍼센티지를 흘깃 보면서 왼손을 들어 올렸다.
“아르카!”
쾅!
왼손에서부터 아르카가 쏘아졌다.
그러나 그는 번개의 마나 소유자였다.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한진환은 내 오른팔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고 난 후에 움직였는데도 그에게 쇄도하는 아르카를 손쉽게 피했다.
우르르 꽝!
그러고는 다시 벼락을 떨어뜨렸다.
이번 벼락은 지금까지 쓴 세 방보다 소리가 훨씬 컸다.
소리가 큰 만큼 더 빨랐고, 위력도 더욱 강했다.
그 증거로 퍼센티지도 훨씬 말이 올랐다.
[광합성 에너지(리히텐베르크) 71%]한 번에 20%가 오른 것이다.
나쁘지 않은 속도였다.
이렇게 버티면 금방 100%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광합성 모드를 쓰면 지금보다도 반응할 수 있으리라.
물론, 모드를 써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김무연과 싸울 때도 광합성 모드를 썼지만 혼자서는 무리였다.
그때보다 더 강해지긴 했지만, 눈앞의 상대는 더욱 강했다.
그 때문에 반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만으로도 입에서 웃음이 나왔다.
아르카가 오른손으로 되돌아왔다.
한진환이 완전히 회복된 오른손과 그 손에 들린 아르카를 보며 씩 웃었다.
“이제 좀 제대로 해 볼까?”
“…기대하던 바입니다.”
“그렇게 나와야지. 그럼-”
“대련 멈춰!”
한진환의 목소리를 끊는 배 사무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귓속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목소리는 바로 옆에서부터 들려왔다.
나와 한진환은 동시에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구경꾼들이 바글바글 모여 있는 곳에 배 사무관이 서 있었다.
커다란 두 눈에 불꽃이 이글이글 불타올랐다.
그녀의 옆으로 귀를 막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배 사무관은 우리의 시선이 모이자 다시 한번 크게 외쳤다.
“제대로 하긴 뭘 제대로 해요!”
그 말에도 한진환은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무시하고 강행하려고 하는 것이다.
나도 따라서 반응하기 위해 아르카를 높이 쳐들었다.
“어어? 그만두라니까!”
또다시 배수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차 화통을 삶아 먹었나….
무슨 사람 목소리가 저렇게 큰 걸까.
“일하러 안 갈 거예요? 프로답지 못하게?”
프로답지 못하게.
그 말이 나오자 한진환의 입가에서 미소가 천천히 사라졌다.
정색한 건 아니다.
다시 미소가 피어올랐다.
아까와는 달리 힘이 없는 미소다.
흥이 전부 식어 버린 듯하다.
“…쩝. 저 말도 맞는 말이긴 하지.”
그리 말하면서 한진환은 자세를 풀었다.
풀썩.
나는 아르카를 품에 안으며 주저앉았다.
멀쩡한 듯 버티고 서 있었지만, 정신적인 피로감은 장난이 아니었다.
다치고 회복하는 일을 반복하는 게 기분 좋은 일은 절대로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대련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충분한 이득이 있었다.
[광합성 에너지(리히텐베르크) 71%]히히. 거의 다 찼다.
***
배 사무관과 함께 장관실로 돌아갔다.
시침이 어느새 2시를 가리키려 하고 있었다.
들어서자 황 장관이 큭큭 웃으며 우릴 맞이했다.
뭐 재미있는 일이라도 있었나?
“한바탕했다면서?”
재미있는 일이 나와 한진환의 대련이었던 모양이다.
한진환이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 나는 그 옆에 앉았고, 배 사무관은 맞은편에 앉았다.
“알고 있었습니까?”
“건물 전체가 두 사람 얘기로 시끌시끌한데 어떻게 몰라?”
“아….”
“큭큭, 그래서? 만족할 만큼 싸웠나?”
“아뇨. 수현이가 막는 바람에 중간에 그만뒀습니다.”
“공적인 자리입니다, 한진환 헌터님.”
배 사무관이 차갑게 말했다.
수현이라고 하는 걸 보니, 내 생각보단 둘 사이가 나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한진환만 친근하게 대하는 걸지도.
황 장관이 날 바라봤다.
“중간에 그만뒀다니… 자네도 아쉽겠구만?”
아쉽겠다?
아니, 그렇지 않다.
배 사무관이 대련을 말려 줘서 다행이었다.
대련장에서 나는 광합성 모드를 쓰려고 했었다.
문제는 그걸 쓰고 나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는 거다.
조금만 움직여도 고통스러움을 느끼는 몸이 돼서 절전 기능을 사용해야 했다.
쓰지 않을 수도 있기는 했지만, 깨어 있어 봤자 그 상태로는 다른 사람을 지켜 낼 수 없다.
그걸 썼으면 지금쯤 골골대고 있거나 기절해 있었을 거다.
정말 깜빡할 게 따로 있지….
“아뇨, 원래 목적은 이뤘으니 상관없습니다.”
“원래 목적?”
“제가 한 선배 공격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지 알아보는 거였습니다.”
“아하. 그렇군. 진환, 어떨 것 같나?”
황 장관이 한진환에게 물었다.
배 사무관도 궁금한 듯 한진환을 쳐다봤다.
두 사람의 시선을 받은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전력을 내도 문제없을 것 같던데요?”
그를 바라보던 두 사람의 눈이 커졌다.
한진환의 말에 놀란 것 같다.
그럴 수밖에.
그는 힘을 내면 낼수록 주변 사람들을 다치게 해서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
정부나 협회 그리고 길드에 적을 두지 않고 솔로 헌터로 활동하는 것도 그래서다.
“그게 정말인가? 립서비스 아니고?”
“이런 거로 립서비스 해서 뭐합니까?”
“허….”
황 장관이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나를 바라봤다.
그의 시선엔 놀라움이 담겨 있었다.
나를 한진환이 전력을 내도 괜찮을 수준의 헌터일 거라고는 생각 못 한 것 같다.
“과연, 사람들이 자네에 대해서도 떠들던 이유가 있었군….”
“저요? 저에 대해 떠든다고요?”
“진환도 진환이지만, 지금 자네가 엄청나다는 말도 자자해.”
“…왜죠? 맞은 기억밖에 없는데.”
뭐가 엄청나다는 걸까.
대련하는 동안 공격 한 번 성공 못 하고 벼락을 얻어맞기만 했는데.
나무껍질은 소용이 없었다.
자동으로 다시 발동됐지만, 벼락에 맞을 때마다 파괴됐었다.
한진환의 벼락이 새싹이의 껍질보다 훨씬 강하다는 소리다.
“벼락에 아무리 맞아도 멀쩡했다면서?”
“멀쩡하지는 않았죠. 재생한 거니까.”
“그 재생했다는 거. 그게 중요한 거야. 진환의 번개엔 재생을 억누르는 효과가 있거든.”
“…그랬습니까?”
그런 효과를 지니고 있다는 소린 들은 적 없었다.
한진환을 쳐다보자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별거 아니라고 말하는 듯하다.
황 장관이 말을 이었다.
“재생 스킬 있다고 괜찮으면, 진환이 괜히 혼자 다니겠나.”
“아, 그러네요.”
“자네 오른 팔뚝이 날아갔는데 막 웃었다지?”
“웃기는 했습니다만….”
“그 모습 보고 소름 돋았다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야. 몇몇은 자넬 무서워하던데.”
“…그렇습니까.”
“자, 자. 그런 얼굴 하지 말게. 진환의 공격에 맞고 지금 그렇게 멀쩡히 앉아 있는 것만으로 자넨 그 실력을 입증한 셈이니.”
“장관님.”
배 사무관이 황 장관을 부른다.
나를 향하던 시선이 그녀에게로 옮겨졌을 때, 그녀는 손목의 시계를 가리키고 있었다.
시간이 되었다는 뜻이다.
시계는 2시 11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황 장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참. 이런 얘기를 재미있게 떠들 때가 아니었지.”
“이제 출발하는 겁니까?”
“맞아, 공항으로 출발하려고 두 사람을 부른 거였네.”
그리 말하면서 황 장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도 곧바로 일어났다.
알레딩 밀러를 태운 비행기는 저녁 5시쯤 도착할 예정이었다.
슬슬 출발하면 적당할 것이다.
“자, 출발해-”
노랫소리가 황 장관의 말을 막았다.
그 노래는 그의 주머니 속에서부터 들려왔다.
전화가 온 것이다.
황 장관은 우리에게 양해를 구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어, 나야. 나 지금 급하니까… 뭐?”
순식간에 그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들으면 안 될 것을 들은 사람 같은 얼굴이었다.
대체 뭘 들었기에 저러는 걸까?
“그게 정말이야? 확실해? 하…. 알았어. 일단 끊어.”
황 장관은 전화를 끊었다.
한숨을 푹 내쉬고는 다른 곳으로 전화를 건다.
배 사무관이 그를 재촉하려는 듯 나서지만, 그가 손을 들어 그녀를 막았다.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뒤로 물러났다.
바쁜 상황인 걸 알면서도 그녀를 막았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었다.
상대방이 전화를 받았는지 황 장관이 입을 열었다.
“아, 여보세요? 대통령님. 저 황정희 장관입니다.”
오? 대통령?
지금 통화하는 사람이 대통령이라고?
배 사무관도 놀란 듯 눈이 커졌다.
“중국이 조사팀을 보냈답니다.”
엥? 중국?
갑자기 중국이 왜 나와?
“그리고… 조사팀에 리롄제와 그의 수제자가 포함돼 있답니다.”
“뭐? 그 영감탱이가?”
“조용히…!”
한진환이 눈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혼잣말이었지만, 소리가 제법 컸기 때문에 배 사무관이 그를 제지했다.
그도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입을 다물고 다시 황 장관을 바라봤다.
리롄제….
그는 중국의 S급 헌터다.
나이가 90이 넘어 현재 현존하는 S급 헌터 중 나이가 가장 많기도 하다.
“네, 네. 방금 중국에서 통보해 왔다고 합니다.”
연락도 아니고 통보라니….
중국답다면 중국다운 행동이었다.
황 장관이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그게… 미국에서 밀러가 오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 그녀 때… 라고?
“네. 그녀를 견제하기 위해 중국에서도 리롄제를 보내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견제하기 위해서라니….
밀러는 그냥 마법사로서 호기심 차원에서 오는 거였다.
그걸 굳이 견제할 필요까지 있을까?
중국도 따로 연구팀을 보내는 정도면 딱 적당했을 거다.
마법사도 아닌 리롄제를 보낼 필요는 없었으리라.
“…….”
그나저나, 일이 참 이상하게 됐다.
알레딩 밀러. 리롄제.
한국에 S급 헌터가 두 명이나 오게 됐다니.
이러다 러시아에서도 보내는 거 아닌지 몰라.
……에이, 설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