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Max Level Luck RAW novel - Chapter 162
한성은 착실하게 쇼핑을 했다.
종종 하얀이와 함께 마굴을 공략하면서 쓸만한 소환수를 구하는 것도 빼먹지 않았다. 성시연도 한 번씩 끼기도 했고, 한성처럼 DP를 구한다고 카지노에 갔다가 DP를 싹 털리기도 했다.
이런저런 일과 함께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러던 도중, 진훈에게 연락이 왔다.
– 나 투신의 탑을 정복했어.
한성은 웃으면서 축하해줬다.
하지만 걱정 또한 생길 수밖에 없었다.
“마계로 갈 거지?”
– 응, 가야 해.
한성은 당장 못 간다.
아직 안혜림과 얜 샤를의 준비가 덜 끝났다. 한성은 그들을 함께 데려가야 한다. 그리고 준비할 게 더 있었다.
“알겠어, 조심히 가. 나도 금방 따라간다.”
– 기다릴게.
그 말이 마지막이었다.
통신이 끊겼다.
한성은 자리에 앉았다.
한 달 동안 준비하던 게 있었다.
지구에서 몇 명 이상의 사람이 마계로 가게 되면, 일어나는 거대한 격변(激變). 그것은 전 세계에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는 재앙(災殃)이었다.
“헤일렌.”
한성은 다시 오랜만에 헤일렌에게 연락했다.
그러자 홀로그램 하나가 떠올랐다.
– 오랜만이네요. 한성님.
“그래, 자주 연락 못 해서 미안하다.”
– 명령을 내려 주세요.
“내가 준비한 배치. 끝났겠지?”
– 네, 완벽하게 준비되었습니다.
“정상을 소집한다.”
한성은 품에서 하얀 선이 그어진 블랙 카드를 꺼냈다.
[오리지널 노블레스]
인류를 위해 헌신하는 자의 증명.
인류를 위해 각국의 정상을 소집할 수 있는 자격.
그것을 꺼내 통신을 연결했다.
그러자 한성을 중심으로 수십 개가 넘어가는 홀로그램이 떠올랐다. 각국의 정상. 몇몇 협회의 협회장. 그중에는 다른 오리지널 노블레스도 있었고 십선(十善)이나 그에 준하는 영향력과 세력을 지닌 이들도 있었다.
지금까지 없었던 최대 규모의 소집이다.
– 무슨 일입니까. 이한성 영웅.
한성에게 [오리지널 노블레스]를 줬던 [언터쳐블]인 라엘 카네기였다.
– 무슨 일이길래, 레벨 9의 재앙 소집을 내린 것입니까.
레벨 9이라는 것은 드높은 신격을 말한다.
하지만 재앙 레벨 9라는 것은 전 인류가 위험할 수 있는 최종 단계의 재앙 레벨을 말하는 것이다.
“레벨 9의 대재앙이 다가오고 있으니까요.”
전 회차에서, 한성은 지금처럼 다른 이들을 마계로 보내고 이곳 지구에서 이 재앙을 막았었다. 그때도 한성보다 빠르게 이 게임을 공략한 사람이 많았기에 미리 알고 대비했다.
하지만 인류의 절반이 죽었고, 메인 캐릭터 30%가 죽는 참사를 겪었다.
그리고 지구의 60%가 마계의 땅이 되었다.
그것은 마계와의 연결에서 일어날 어쩔 수 없는 재앙이다.
이것을 막을 순 없다.
혼돈이 아닌, 천외천으로 가는 길은 마계뿐이니까.
어쩔 수 없이 올 재앙이라면, 그 피해를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 그게 사실입니까? 아니, 그것을 어떻게 알고 있는 겁니까.
– 오리지널 노블레스, 그 신분을 걸고 맹세할 수 있습니까?
– 9라는 재앙 레벨은 결코 쉽게 내릴 수 없습니다.
가상 회의장은 시끄러워졌다.
레벨 9라는 재앙.
그런 재앙이 온다면 무조건 미리 대비해야 한다. 하지만 모든 인류가 전시 대비를 한다는 건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경제적 손실만 따져도 경 단위가 넘어갈, 아니, 어떻게 계산해야 할지 감도 안 온다. 당연히 많은 기업과 나라가 반발할 거고, 만약 재앙이 오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지금의 [오리지널 노블레스] 이상의 모든 지배계층이 져야 한다.
결코, 아무런 증거 없이 내릴 수 있는 소집이 아니라는 거다.
“지구는 마계와 연결될 겁니다.”
한성이 말에 모두 침묵했다.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 누군가 물었다.
“지금의 아프리카처럼. 지구의 70% 이상이 마계화 될 겁니다. 우리가 대비하지 않는다면요.”
– 잠시만요.
라엘 카네기가 물었다.
– 마계와의 연결. 우리는 이미 연결되어있는 거 아닙니까? 그 아프리카처럼요.
“그건 마계에서 억지로 균열을 만들어 조금씩 들어온 겁니다. 마수와 일반 마족은 그렇죠.”
– 그것과 그게 다른가요?
“네, 몇 년 전의 대격변. 신격이 인류에 간섭할 수 없는 ‘제약’이 흐려진 것처럼, 마계의 신격이 인류에 간섭하게 될 겁니다.”
– 그 말은, 귀족 마족이나 화신체로 강림했던 마계의 신격이 인류로 온전한 상태로 들어올 수 있다는 말로 들리는군요.
“맞습니다.”
한성은 이때를 위해 [오리지널 노블레스]를 구한 거다. 이왕이면 [언터처블] 신분이 더 나았겠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만약 [언터처블]이었다면 이런 과정 없이 레벨 9의 재앙 소집을 내릴 수 있었을 거다.
– 증거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오리지널 노블레스의 신분을 지니고 있더라도 레벨 9의 재앙 소집은 말로만 내릴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증거는 없습니다.”
한성은 당당했다.
없다. 그러니까 없다고 한다.
– ······.
그 말에 당연히 모든 정상은 한성을 이상하게 바라봤다. 하지만 라엘 카네기는 아니었다.
– 어떻게 안 건가요.
“미래를 봤습니다. 제 능력이기도 하고요.”
라엘 카네기는 이 영상 너머로 진실을 판별할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묻는 거다.
한성은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특성’이 아닌 ‘능력’이라고 말한 것도 그 때문이다. 한성은 자신의 튜브에 올렸던 공략뿐 아니라 인터넷을 이용해 현실에서 사람들이 플레이했던 모든 영상을 볼 수 있으니까.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매번 다르게.”
한성의 말에 누군가 이의를 제기하려 했다.
당연히 믿을 수 없는 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라엘 카네기가 제지했다.
그녀는 [언터처블]. 그 누구도 그녀의 의견에 반대할 수 없다.
– 당신, 진실이군요.
“맞습니다.”
라엘 카네기와 한성의 대화에 다른 정상들이 동요했다.
라엘 카네기의 진실을 볼 수 있는 능력은 유명하다. 물론, 오리지널 노블레스의 신분과 소수의 정상 중에서 말이다.
“전시에 돌입해야 합니다.”
한성의 말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그 침묵을 깬 건 라엘 카네기였다.
– 이 재앙 레벨의 소집. 비상 전시 체제를 발동하기에는 증거가 없습니다. 이한성 영웅과 저의 증언일 뿐이지요.
맞는 말이다.
하지만 라엘 카네기는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위치다.
– 전 강제할 수 있습니다. 그게 신분 제도를 만든 이유이고, 제가 언터처블이라는 신분을 가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이런 인류의 위기가 왔을 때, 인류는 반드시 서로 싸울 것이다. 인류의 절반이 죽든, 땅의 절반이 사라지든, 자신들만 이득을 본다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게 대부분의 인간이니까.
그래서 협회를 구성했고 신분을 만들었다.
아주 오래전, 신과 인간이 협정한 것처럼. 인간들 사이에서도 협정이 있었다.
– 저는 [인류 평화를 위한 공동 협정 선언문]이 발표된 인류 평화 협정의 발의자인, 저의 가문을 대표로 이한성 영웅의 의견을 믿고 동참할 겁니다.
그녀는 다른 이들에게 강제하지 않겠지만, 스스로는 동참한다고 선언했다. 그것만으로도 한성에게는, 아니, 인류에게는 아주 큰 힘이 된다.
[인류 평화를 위한 공동 협정 선언문]라엘 카네기는 그것을 꺼내 들었다.
지금으로부터 80년 전.
하늘에서 포자가 떨어지면서 몬스터와 인간이 싸우기 시작하고 20년이 지났을 때, 인간은 겨우 몬스터와 인간의 경계를 세웠고 몬스터를 몰아내면서 인간은 서로 싸웠다.
본인의 나라를 위해서.
본인의 단체를 위해서 말이다.
그때, 인류는 다시 한 번 위기에 빠졌다.
그래서 각국의 정상은 한곳에 모여 협정했다. 인류의 대표자를 세우고 그들이 모든 인류를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자격을 주자고.
신분이라는 것은 책임이고.
협정 선언문은 명분이다.
그리고 그녀에겐 책임과 명분을 내세울 힘이 있다.
– 하지만 전 강제하지 않겠습니다.
지금 라엘 카네기가 이 협정 선언문을 들고 명령한다면, 모두가 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강대한 한국이라도 ‘나라’라는 체제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라엘 카네기는 강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한성은 아쉬웠다.
직접 [언터처블]을 얻었다면 어땠을까.
그럴 시간도, 여유도 없었다. [언터처블]이 겨우 몇 개월로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오리지널 노블레스]와는 차원이 다른 신분이니까.
만약 한성이 노력했다면 최소 반년은 걸렸을 거고, 한성이 최근 반년 동안 이룬 업적······, 차라리 인류의 절반을 잃는 게 나을 정도다.
인류의 절반보다 한성이 도달한 경지가 훨씬 가치가 있었다.
‘이번에도 어느 정도는 포기해야겠군.’
한성이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 저도 동참하겠습니다.
[정연]의 한구본이다.웬만한 작은 나라보다 커다란 세력과 영향력을 지닌 가문. 그 가문의 주인이 말했다.
그리고 옆에 있던 소이현.
[흑연]의 가주도 말을 이었다.
– 저도 동참하겠습니다. 이한성 영웅이라면 믿을 수 있으니까요.
그게 시작이었다.
러시아의 ‘창신’과 ‘검성’도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둘 모두 십선(十善)에 포함된 사람. 그들도 [노블레스]이자 정상 중 하나였다.
세르게이의 아버지와 나디아의 아버지였다.
– 우리 미국도 동참하겠습니다.
백악관을 구했던 인연 때문일까.
아니면 그들도 위험을 감지한 것일까.
생각지도 못했던 미국이 동참했다.
– 최근 이창석, 최이명, 제임스 딘의 도움으로 미국은 평화를 찾았죠. 그들이 이한성 영웅, 당신을 신뢰합니다.
미 대통령은 그렇게 이유를 밝혀왔다.
얜 샤를의 나라, 프랑스도 참여했고 한국의 대통령도 참여했다. 아마 정현과 흑연의 로비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전 회차에서는 한국 정부가 반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동참하겠다는 이들은 많았다.
검은 땅에서 31번 구역의 도움을 받은 가문이나 나라에서부터 한성에게 간접적으로 도움을 받았던 곳까지. 그리고 주요 세력이 동참한다는 것 때문인지, 한성과 관련이 없는 곳에서도 많이 동참했다.
‘이거면 80%.’
이대로만 준비된다면, 피해를 확연히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성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인류의 절반과 한성의 지난 성취를 비교하면, 한성은 지난 6개월을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굳이 무언갈 희생할 필요 없다면, 최대한 많은 인류가 살아남는 게 좋다.
* * *
한성의 레벨 9 재앙 소집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하지만 그건 시작이다.
“헤일렌, 마계로 진입한 영웅의 수는 집계됐나?”
– 집계 중입니다. 최소 일흔 명 이상입니다.
진훈처럼 직접적인 목적이 있어서 가는 영웅은 별로 없다. 하지만 길성현처럼 강해지기 위해서 마계를 찾는 영웅이나 용병은 많았다.
특히, 이계의 도시가 생기고 전체적인 전력이 강해진 후엔 더욱 빠르게 증가했다.
“곧 100명에 도달하겠군.”
정확하진 않다.
대략 100여 명의 존재가 지구에서 마계로 이동하면 마계와의 연결이 시작된다.
세계 각지에서 검은 땅에서처럼 균열이 발생하고 그곳에서 마기가 마계화를 시작할 거다. 마수와 마족은 수도 없이 빠져나와 둥지를 틀 것이다.
“더 빨리 말했어야 했나.”
한성은 더 빠르게 인류를 준비시켰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아니면 마계로 이동하는 존재를 막아볼까. 그것도 아니면 더 늦게 준비를 시켰어야 했나.
많은 선택지가 있다.
그에 따른 결과는 모두 달라지고 말이다.
빠르게 준비시켜도, 시간을 지연하면서 언터처블을 구한다고 해도, 마계화의 징조가 시작될 때 증거를 가지고 준비를 시킨다고 해도.
‘이게 최선의 선택이었겠지.’
오히려 운이 좋았다.
아니, 한성이 걸어온 길 덕분이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을지도 모른다. 전 회차. 아니, 게임으로 했던 것보다 이 세상에 애착을 지니고 움직였으니까.
모두를 구하기 위해 뛰어다녔으니까.
– 한성님, 90명에 도달했습니다.
“거의 다 됐군.”
비상소집을 마치고 전 세계가 전시 대비를 하기 시작한 지 45일이 지났을 때 마계화의 전조는 시작되었다. 그리고 그 전조 덕분에 동참을 거부했던 나라도 부랴부랴 전시 체제에 들어갔다.
시작은 좋았다.
– 한성님, 미국 남부에 반경 2km의 대규모 균열이 발생했습니다.
그게 시작이었다.
마계와의 연결은 시작되었고, 전쟁은 시작되었다.
한성은 이곳에 오래 있지 못한다.
이미 45일 전, 마계로 향했던 진훈을 따라가야 한다.
“최대한 빠르게 10가지 재앙만이라도 막고.”
그것만 막는다면 최소한 인류가 주저앉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거다. 게다가 이번엔 많은 곳에서 미리 준비했기에 더 수월하겠지.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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