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Max Level Luck RAW novel - Chapter 19
일요일 아침이다.
안 그래도 할 일이 많은데 [블랙 카드]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도 일주일 정도는 여유가 있지.”
아무리 한 별이라고 해도 아카데미 내에서 움직임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거기에 진 훈과 접촉을 줄인다면 일주일 정도는 괜찮을 거다.
한성은 아침에 간단한 체력 단련을 마치고 ‘이능’ 훈련장으로 들어섰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지만, 간단한 훈련 정도는 괜찮다.
이능 훈련장은 특이한 모양새였다.
작은 돔이 100개쯤 쭉 나열된 모양인데, [속성], [무형], [정신] 등 수십 가지의 분류로 나뉘어 있다. [공간]은 [무형]에 속하는 [중력], [물리력], [확장 공간] 등의 훈련장을 사용한다.
관련 훈련장의 벽은 모든 물리력을 차단하는 결계가 펼쳐져 있는데 [공간]의 A등급까지 차단이 가능하다.
– 신분을 확인하였습니다.
– [무형]의 [공간 확장] 훈련장으로 입장합니다.
“한 번 해볼까.”
한성은 손에 쥔 [공간 관여] 바라봤다.
엄지와 검지로 들어 올리며 아련한 표정을 짓는다. 아니야, 이 정도론 더 많은 관심을 받을 수 없다. 조금 더 강렬하게!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찰칵.
헤일렌의 타이밍 잡는 센스가 점점 좋아진다.
역시 공산품보단 [영혼] 등급의 성능이 좋았다.
“습득.”
큐브가 작은 입자로 변해 공중에 흩날렸다. 동시에 한성의 몸이 하얗게 빛났고 허공을 유영하던 입자들이 한성의 육체로 스며들었다.
– [공간 관여(F/S+)]을 습득하였습니다.
단순한 문장에서 느껴지는 감회는 굉장히 새로웠다.
초반부터 이런 [특성]급 이능을 배우다니.
첫 플레이와는 많은 게 달랐다.
‘전 플레이 때도 정보는 풀려 있었지만, 그걸 깔끔하게 클리어할 실력은 없었지.’
이번엔 달랐다.
한 단계 상승한 포쉘을 그대로 잡고 그만큼 업그레이드된 이능까지 배웠다.
공간 관련 능력은 상상력이 중요하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 ‘공간’이라는 새로운 물체라 생각하고 조물조물 만지는 느낌인 거다.
예를 들어, 넓은 공간을 작게 모으면 방사되는 수백 개의 공격을 한곳으로 모을 수 있고 경로를 바꿀 수도 있다. 그게 마법이든, 총탄이든, 화살이든 말이다.
또한, 어떻게 응용하느냐에 따라 [시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상당히 사기적인 능력이다.
‘물리력’은 마찬가지고 ‘마력’까지 공간이라는 개념 아래 있다 보니 이 공간을 뚫을 수 있는 건 그리 많지 않다.
‘나중엔 아마 소형 블랙홀까지 만들었지.’
물론, 위계라는 게 존재하기에 [공간 관여]라는 능력의 수준과 [F/S]라는 등급에 영향을 받는다. 아무리 공간을 움직여 방어한다고 해도 F등급에 불과하면 하위 이능에도 쉽게 무너진다.
“그래도 웬만한 이능이 아니면 뚫기 힘들지.”
하지만 더욱 완벽하게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성이 빠르게 숙련도를 올릴 필요가 있었다.
– 한성님, 오늘 오후 5시에 약속이 있으십니다.
“성시연하고 얜 샤를 만나는 거였지.”
– 만들어 놓은 [속성 부여 킷] 세트 경매장에 올리고 ‘특허 신청서’ 작성하는 일정도 있습니다.
“······바쁘네.”
– 포쉘의 던전 재진입 관련 일정도······.
“자, 잠깐. 알고 있으니까 그만 말하면 안 될까?”
주말이 한정되어 있다는 게 아쉬울 뿐이다.
내일부터는 수업이 빡빡하다. 과제도 나올 거고 쪽지 시험이니 실기 수행평가니, 이것저것 신경 쓸 게 많다. 게다가 다음 주엔 메인 스토리가 시작되기도 한다.
한성은 일단 숙련도 노가다에 집중하기로 했다.
조물조물.
말 그대로 공간을 만진다.
직접은 만지는 건 아니고 일정 크기를 상상하며 손을 움직이는 거다.
넓은 면적을 작은 공으로 만들어 보기도 하고 작은 면을 넓게 늘려 보기도 한다. 등급이 낮고 ‘관여’에 불과한 만큼 생각대로 자유롭진 못하다.
진득하고 무거운 진흙을 펴는 느낌이랄까.
공간의 ‘양’이 많아질수록 무게감은 더해진다. 일정량 이상. 그러니까 학교의 평범한 강의실 정도의 크기를 잡는 순간, 거대한 돌덩이를 뭉쳐 놓은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는다.
“이 정도가 한계.”
– 튜브에서 공간 관련된 영상을 몇 개 뽑아 봤습니다.
한성은 그것들을 보면서 [공간 관여]의 활용을 공부했다.
– [공간 관여]의 숙련도가 상승하였습니다.
– 정신력 1이 상승하였습니다.
이능은 대부분 정신력을 소모한다. 마법이 마력을 소모하는 것처럼 말이다.
지끈.
두통이 살짝 생긴다.
조금 쉬면 괜찮아지고 쉬지 않고 움직이면 다시 생긴다.
‘정신력’이란 이런 식으로 플레이어에게 제한을 건다. 그 때문에 낮은 등급일 때는 십 분 이상을 이어갈 수가 없다. 가파른 성장을 저해하려는 운영자의 음모랄까.
한성은 [정신력 포션]과 [통증 완화] 포션까지 마셔가며 오전 내내 훈련에 임했다.
그 결과.
–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 [공간 관여(F/S+)]가 [공간 관여(E/S+)]로 올랐습니다.
– 정신력이 2 올랐습니다.
“드디어 E까지 올렸네.”
E등급으로 오르자 공간을 주무를 수 있는 범위와 양이 배는 늘어났다.
한성은 흐뭇하게 웃었다.
이렇게 급하게 등급을 올린 이유가 있다.
그것도 이 [공간 확장] 훈련장에서.
“큼큼.”
한성은 슬쩍 눈치를 봤다.
사실 이건 ‘버그’에 가까운 플레이기에 운영자가 있었다면 바로 징계를 먹을 만한 일. 하지만 이곳에 운영자는 없다.
한성이 손을 펼쳐 공간을 모으기 시작했다.
50평 정도의 공간이 주먹 정도의 크기로 줄어든다. E등급의 [공간 관여]는 그 작업을 연속으로 세 번은 할 수 있을 정도.
꾹꾹.
더 이상 압축할 수 없을 때까지 시도한다.
– [공간 관여]의 숙련도가 올랐습니다.
– 정신력이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 정신력 포션으로 정신력이 회복되었습니다.
일련의 시스템 문구가 계속 떠오른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뜻.
“끄응. 꽤 힘드네.”
본래라면 주변의 공간이 늘어져서, 다시 되돌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압축된 공간’에 힘을 소모하는 상태이기에 한성은 손을 뗄 수 없다.
“이걸 저장한다면?”
– 이해할 수 없는 설정입니다.
헤일렌이 시스템에 한 발 걸쳐 있다고 하지만, 결국 게임 안의 존재. 당연히 모든 걸 이해할 수는 없었다.
설정에 의하면,
[‘사라진 공간’엔 ‘새로운 공간’이 들어서야 한다. 당연히 주변에서 끌어오며 공간의 왜곡이 생기고, 비정상적인 마력의 흐름과 이능의 잔류 힘에 세계는······.]
불라불라.
설정이 있긴 하다.
결국은 플레이어의 ‘버그’가 아닌 ‘고인물’은 플레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짓을 계속하다간 등급에 맞는 ‘긴급 퀘스트’. 즉, [재앙(災殃)] 생긴다는 운영자의 경고다.
결국, 시스템의 힘이 가미되어 ‘무한한 공간’을 생성하는 이 [공간 확장] 훈련장에서나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한성은 가방에서 작은 포션 병을 꺼냈다.
땅에 떨어뜨리면 깨질 연약한 병.
하지만 [공간 격리] 마법이 새겨진 병이라면?
“마법이란 게 참 신기해. 직접 공간을 만지는 건 그렇게 고난이도라 이능은 절대 못 따라가면서, 이런 비대칭적인 마법은 의외로 쉽단 말이야.”
– 아, 이래서 내내 포션 병을 만지고 계셨던 거군요.
주먹 크기의 빈 포션 병에 150평 정도의 공간이 담기는 거다. [공간 격리]는 밖과 공간의 연결을 끊는다. 그것은 압축된 공간이 퍼지지 않게 막기도 한다.
보통 이런 작은 유리병에 3개의 마법진과 마력 회로 13개 어절을 새겨 넣는 건 절대로 불가능한 일.
[마법 보존]이 기본 설정된 포션 병이기에 가능하다.
“여기에 ‘트리거’를 설정하고 ‘속성’을 부여하면.”
이 작업은 친한 스트리머 중 공간 관련 이능으로 플레이했던 친구가 했던 짓이다. 당연히 그 친구는 마법을 못했기에 중후반에나 가서 할 수 있었지만.
아, 물론 그 친구도 40년 가까이 플레이한 고인물이다.
– [???]을 완성하였습니다.
– [공간이 담긴 ‘■■’ 포션 병]이라고 명명하였습니다.
– 등급을 설정합니다.
– [희귀]로 설정되었습니다.
– 업적을 이뤘습니다!
– [희귀 등급 물품 제작자]
– 세계관에 없던 새로운 방법으로 희귀 등급의 물품을 제작하였습니다.
– 업적 등급 판정 : [역사]
– 역사에 남을 만한 일입니다!
“나쁘지 않네.”
[희귀] 등급의 소모품.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가치는 천차만별이 될 것이다.
게다가 [희귀 등급 물품 제작자]라는 업적은 제작 관련된 다른 업적과 상호 작용을 이뤄, 한성이 제작할 물품의 가치의 ‘격’을 확 올려줄 것이다.
이름에 있는 ‘■■’라는 것은 임의로 정해지는 것이다.
한성이 트리거에 ‘충격’을 넣고 ‘화염’ 속성을 섞는다면 거대한 폭탄이 되는 것이고, ‘성(聖)’ 속성이나 ‘재생(再生)’ 속성을 입히면 광역 힐링 마법이 되기도 한다.
물론, [공간]은 그 자체만으로 강력한 힘이기에 그냥 사용하는 게 가장 좋을 수도 있었다.
“이 정도면 됐나.”
속성 부여와 트리거 설정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하는 게 맞다. 일단 한성의 실력이면 1초도 걸리지 않으니까.
“일단 급한 건 끝냈고.”
이제 포쉘 던전에 재진입해서 빼먹을 수 있는 건 모조리 빼먹어야 한다.
* * *
“하암.”
한성은 훈련장 근처에 앉아서 얜 샤를과 성시연을 기다렸다.
던전을 터는 건 꽤 어려웠다. 아니, 간단했지만 굉장히 노가다라 체력이 한계치까지 떨어졌다. 체력 포션을 거의 물처럼 마셔야 했다.
성시연은 통통 뛰어 한성 옆으로 다가왔다.
“야야. 우리 암살 임무 언제 갈래? 내일 저녁에도 하나 있는데.”
순간 심장이 철렁한 한성은 마음을 다잡고 입을 열었다.
“안 돼. 일단은 네 훈련부터 봐 줘야지. 대상 개화 효과 떨어지기 전에.”
“그, 그런가. 음. 알겠어. 그럼 내일 훈련은 어디서 해? 서울 시내? 아니면 근처 용인도 괜찮고.”
“응? 훈련하는데 왜 시내를 가?”
“왜라니, 당연히 사람 많은 곳으로 가야지.”
한성은 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 물었던 스스로를 자책했다. 그녀에게 훈련은 곧 실전. 실전은 곧 살인이나 다름없었다.
“······일단 네 훈련은 [원거리]의 [회피] 훈련장에서 할 거야.”
“아, 그래? 아쉽넹.”
이젠 이응 발음까지? 이 여자는 정상과 비정상을 현란하게 오간다. 아니, 이게 비정상인 건가?
다행히, 그때 샤를이 다가와 앉는다.
“그럼 우리 분배할까?”
성시연이 그 말에 큐브 4개와 몇 개의 장신구를 내려놓는다. 마력석은 못해도 100개 가까이 있기에 따로 판매해 정산하기로 했다.
큐브는 D등급 두 개를 빼면, 그나마 쓸만한 건 두 개다.
딱 봐도 주인은 정해져 있다.
이 정도 상성이면 못 배울 일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얜 샤를이 최종장에서 사용했던 [궁니르]는 아마 [전격 소환]에 [무기화]를 사용한 게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최적의 상성이었다.
둘도 어떤 큐브가 자신과 맞을지 미리 생각했던 모양인지, 한성이 큐브를 하나씩 나눠주자 기쁘게 집어 들었다.
원래 상의를 거쳐 큐브를 나누는 게 정상이고, 성시연 정도나 되어야 리더가 되어 보상을 나누는 중심에 서지만, 어쩌다보니 한성이 리더격이 되어 둘이 한성에게 허락을 맡는 모양이 되어 버렸다.
“크흠. 나 이거 써 봐도 될까?”
걱정 반 기대 반. 잔뜩 긴장했는지 입가가 덜덜 떨릴 정도인 얜 샤를이었다.
“써 봐. 무조건 될 거야.”
“나도 써볼래!”
성시연도 신이 났다.
보통 던전을 몇 개나 깨도 상성이 잘 맞는 큐브는 찾기 힘들다. 이 포쉘의 던전에서도 고정된 보상은 [공간 관여]일 뿐이니, 나머지는 한성의 운에 의해 결정된 보상이 아닌가 싶었다.
번쩍.
번쩍.
둘은 무난하게 큐브를 습득했다.
“샤를은 아마 [전격 소환]에 [무기화]를 사용하면 상성이 아주 좋을 것 같아.”
뭐, 샤를의 이능은 그것뿐이니까. 마력으로 직접 할 수도 있겠지만, 이능을 덧씌우는 게 훨씬 좋다.
“알겠어. 한 번 해볼게.”
파지직.
허공에 전격이 소환되기 시작한다. 동시에 샤를의 무기화가 발동되면서, 형(形)이 없던 전격이 기다란 창이 된다.
저거다.
[격(格)]은 확실히 다르지만, 모양은 비슷하다. 게다가 고민도 없이 바로 창으로 만든 것을 보면 확실히 오딘의 궁니르가 될 가능성은 충분했다.
“와······.”
얜 샤를은 만들어진 전격의 창을 휘두르며 감탄을 내지른다.
허공을 가르는 전격의 창은 가볍고 빠르다. 경로(徑路)에 전격이 흩날렸고 근처에만 있어도 피부가 찌릿했다. 바닥을 훑자, 수십 가닥의 전격이 바닥에 달라붙어 검게 태운다.
동시에 시스템 문구가 떠오른다.
– ‘얜 샤를’의 ‘이한성’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합니다.
– ‘얜 샤를’의 ‘이한성’에 대한 의존도가 상승합니다.
‘죽어도 애정도는 안 오르는구만.’
자존심 상하기는 하지만, 이게 정상이다.
한성은 옆으로 돌려 ‘바람의 결’을 사용해 그림자로 숨어드는 성시연을 바라봤다. 한 손에 한성이 속성 부여까지 해 준 단검이 들려 있었다.
이제 어둠 속에선 거의 날아다니다시피 했다.
– ‘성시연’의 ‘이한성’에 대한 애정도가 상승합니다.
– 애정도가 80을 넘겼습니다!
– ‘성시연’의 신뢰도와 호감도는 ‘이한성’이 배신에 가까운 변질만 없으면 하락하지 않습니다.
“······.”
그래, 이제 마음대로 해라.
한성은 속으로 한숨을 푹 내쉬었다.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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