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Have Max Level Luck RAW novel - Chapter 21
‘드래고니안의 알이라니.’
당연히 드래곤보다는 아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드래곤은 구할 방법 자체가 없다. 훈처럼 직접 때려잡고, 알을 구한다면 모르겠지만 말이다.
만약 구한다고 해도 길들이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드래고니안은 다르다.
어렵긴 하지만, 길들이고 키우는 건 어렵지 않다.
‘무조건, 무조건 사야 한다.’
메인 경매답게 시작가는 1억이다.
“1억1천.”
한성은 조용히 입찰했다.
– 1억1천만 원 나왔습니다!
– 1억5천만 원 나왔습니다!
– 2억. 3억까지 나왔습니다.
역시, 아무리 미감정 물품이라고 하더라도 메인 경매에 나왔다는 것 자체가 투자할 가치를 부여한다.
“5억.”
한성이 유용할 수 있는 돈은 54억.
이 정도는 무난하게 구매할 수 있을 거다.
누군가 고의로 방해할 생각이 없다면 말이다.
– 5억 나왔습니다! 더 없으십니까?
한성은 주변 눈치를 살폈다.
길이현은 뭔가 이상하다는 눈치였지만, 입찰할 생각은 못 했다. 아무래도 후반에 나올 [속성 부여 킷] 때문에 함부로 자금을 유용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 5억! 낙찰되었습니다.
한성은 길게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낙찰이다.
‘미쳤는데.’
대한 옥션의 메인 경매라지만, 서울 지역에서 열리는 [희귀] 등급 이하의 경매다. 이 작은 경매에서 이런 물건이 나오다니.
이것도 운의 영향인가 싶었다.
알은 SS등급.
S등급 감정사가 감정한다면 감정하지 못하는 것 정도는 알 수 있고, SS등급 감정사가 감정한다면 ‘대략’ 무엇인지는 알 수 있을 거다.
만약 이 알의 정보가 밝혀졌다면?
‘못해도 수조 이상.’
물론, 부화가 가능할지. 부화한다면 길들이는 게 가능할지. 관련 정보를 모르는 상태에서의 가격일 거다.
아마 팔지도 않겠지.
‘마력과 혈액으로 부화하지.’
드래고니안의 알은 이래서 길들이기 어렵지 않다는 거다. 일단 마력과 혈액의 주인. 그리고 부화하자마자 본 이의 얼굴을 부모라고 기억한다.
바른길로 인도하고 좋은 교육을 하는 건 한성 몫.
잘만 키우면 그 전략적 가치는 상상을 초월할 거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원래 한성은 경매를 끝까지 지켜보다가 길이현에게 접근할 예정이었다. 좋은 인상을 남기고 차근차근 공략하기 위해서.
하지만 이 알을 낙찰받자마자 그 생각은 사라졌다.
어서 기숙사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크흠.”
한성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가고 싶지만, 할 일은 해야 하니까.
한성이 길이현에게 접근하자 경호원 몇 명이 막아섰다.
“접근하시면 안 됩니다.”
“전해줄 말이 있어서 그래요.”
“그래도 안 되십니다. 따로 약속을 잡으신다면······.”
“잠깐만요.”
길이현이 경호원을 말렸다.
사실 길이현 자체도 현역 영웅이기에 경호에 그리 집착하는 편은 아니었다. 경호원이 강해 봤자 A급 영웅인 길이현보다는 약하니까.
“무슨 일이죠?”
길이현의 표정은 좋지 않다.
한성이 이상한 말이라도 하면 한 대 치고 싶은 눈빛이랄까.
하긴 매력도 바닥이라 얼굴 보고 반한다거나, 시크하게 대한다고 해서 ‘어맛, 나한테 이러는 사람은 처음이야!’라며 반한다는 만화 같은 일은 절대로 없다.
“저 속성 부여 킷.”
“······.”
한성의 말에 길이현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제가 만든 겁니다.”
한성은 연락처를 적은 메모를 집어 들었다.
“받을 겁니까?”
“······정말인가요?”
“뭐, 믿는 건 자유고.”
길이현은 벌떡 일어났다.
자존심 생각할 때가 아닌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거짓이면? 그래도 상관없다. 저자가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도 없고, 한 번 속는 게 이런 기회를 날리는 것보다 백번 낫다.
한성이 한 발 이동했다. 경호원은 자연스럽게 물러났고, 한성과 길이현의 거리는 1m 정도.
한성은 한 발 더 다가갔다.
길이현이 움찔거린다.
한성은 그런 그녀를 보며 웃었다. 그리곤 고개를 숙여 주머니에 쪽지를 넣으며 귓가에 말했다.
“딜은 직접 와야 할 겁니다.”
한성은 더는 볼 것도 없었기에 바로 등을 돌려 나왔다.
이미 한성은 떠났지만, 아무도 입을 열 수 없었다.
잠시 생각하던 길이현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진짜 못생겼네.”
토가 목구멍까지 쏠린 표정이었다.
* * *
“으흐흐흐.”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스윽스윽.
한성은 변태처럼 웃으며 알을 쓰다듬었다. 몸속에 마력이 차오르면 마력을 부었고, 회복 포션을 삼키면서 피를 뽑았다.
“좋다. 좋아.”
– 한성님, 혈액이 모자랍니다! 조금만 더 뽑으면 포션도 감당하지 못합니다!
“아아, 그래? 알겠어. 딱 한 번만 더 하고.”
쭈욱.
한성은 팔뚝 혈관에 꽂힌 주삿바늘의 뚜껑을 열었다.
피슛.
붉은 피가 뿜어진다.
검게 굳어 있었던 알의 표면은 어느새 하얗게 변해 한성의 피를 흡수하고 있었다.
“아아. 좋아.”
– ······.
한성의 얼굴은 헤일렌도 말을 걸지 못할 정도로 변태 같았다. 마치, 발정기가 된 음흉한 수컷 두더지 같은 표정이랄까.
– 한성님······.
“크흠. 알겠어. 그만할게.”
한성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알을 끌어안았다.
좋다.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SS등급의 드래고니안의 알이라니.
얼마나 이 짓을 해야 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조금씩 ‘심장 박동’이라는 게 느껴지는 걸 보니, 고통도 쾌락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한성은 드러누웠다.
그러곤 튜브를 검색해 영상 하나를 틀었다.
‘드래곤’이라 하면 생각나는 하나의 유명한 영상.
영상의 시작은 하늘이었다.
시커먼 구름에 빛 한 점 보이지 않는 하늘. 육중한 무언가 대기에 파장을 새긴다. 현세가 감당할 수 없는 과도한 마력의 유동.
쿠우우웅.
검은 구름 사이로 거체가 드러난다.
악룡(惡龍)이라 불리는 헤게모르드 성룡. 이제 겨우 해츨링에서 성룡이 된 어린 500살짜리 드래곤이지만, 그 크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악(惡)을 먹고, 악(惡)에 성장하며, 악(惡)에 의해 신격에 도달한 드래곤.
그 순간.
핑.
허공에 빛살이 그어졌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를 빛줄기. 그것은 헤게모르드가 행한 강대한 실드 수십 겹, 악의 기세를 모조리 뚫고 거체에 다다랐다.
둥.
헤게모르드의 배는 한껏 출렁거린다. 마치 공간 자체가 흔들려 왜곡되어 버린 듯, 헤게모르드는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콰아아앙.
뒤늦게 방사된 굉음은 대륙 전체의 마력을 요동시킨다.
진 훈이다.
전신이 근육질로 뒤덮인 훈은 주먹과 발로만 공격하기 시작했다. 아니, 구타라고 보는 게 정확했다. 헤게모르드는 저항은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죽기 직전까지 맞기 시작했다.
게임으로 유명한 소도서관의 영상.
[세상의 끝]의 종장(終章) 과정 중 일어난 작은 사건이었다.
“진짜 미쳤네.”
한성은 영상을 보곤 끌어안고 있던 알을 더욱 강하게 끌어안았다.
“······태교에 안 좋은 걸 보여줬네. 미안하다.”
동족이 얻어맞아 죽어가는 걸 보여줘 버렸다. 한성은 다시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절대로 선(善)에 치우치게 교육해야 한다. 만약 헤게모르드처럼 악(惡)에 물든다면 저 무지막지한 훈이 가만두지 않을 거다.
아무리 한성이 친구라고 해도.
한성은 알을 꼭 끌어안고 잠에 빠졌다.
오늘 하루, 너무 길었다.
* * *
한성은 옆으로 둘러매는 가방을 구매해 알을 품고 다녔다. 강의실에 갈 때도 마찬가지였다.
‘뭐야, 뭐야. 쟨 또 이상한 걸 들고 다녀!’
‘이상한 거 키우는 거 아니야? 완전 관종이라는데?’
‘야, 뭔가 이상해! 얼굴이 점점 괜찮아지는 거 같아!’
‘에이, 저게 괜찮은 거면 난 연예인 하겠어!’
한성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매력의 비약 덕분에 매력이 점점 오르고 있지만, 아직 한참 부족했다. 한 달은 있어야 10대 중반은 될 테니까.
‘어떻게든 하나 더 구해야겠는데.’
[하급 매력의 비약]도 중급 포션 박스에서 나온다. 그것도 상당히 운이 좋았기에 가능한 일. 시스템 상점에서 직접 구매하려면 1만 포인트는 줘야 한다.
‘그래서 랜덤 박스를 돌리는 거지.’
꼭 필요한 게 있으면 바로 구매해도 되지만, 랜덤 박스에 비해 굉장히 비싸다. 그리고 꽤 많은 특정 물품은 아예 랜덤 박스에서만 나오기도 한다.
“안녕하세요. 한도석입니다.”
입학 실기 시험 때 안내를 맡았던 담당 강사인 S등급 영웅 한도석이다.
역시 A급 강사와는 확연히 다른 기세가 있었다.
A등급과 S등급은 어떻게 보면 종이 한 장 차이, 어떻게 보면 절대로 넘을 수 없는 선이라 할 수 있다.
A등급은 재능이 있다면 노력과 훈련만으로 도달할 수 있는 경지.
S등급은 [희귀] 이상의 ‘격’을 획득하고 [전설] 이상의 ‘격’과 계약해 스스로 [신격]의 길을 걷기 시작한 이들을 뜻한다.
그 둘의 재능과 노력은 서로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 [격] 하나로 인해 벌어지는 차이는 엄청나다.
A등급 수백 명이 모여도 S등급 하나를 이기지 못하고 S등급이 마음만 먹으면 산 몇 개를 없애고 바다를 가르는 것도 가능하다는 뜻이다.
‘물론, 그 격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확연히 달라지지만.’
한성도 어서 S등급에 올라야 한다.
그렇게 된다면 웬만한 [재앙]와 [악]의 무리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첫 2주 동안은 주무기에 상관없이 공통 과목을 공부했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주부터는 공통 과목 외에 주무기 전담 과목이 추가되고 그에 맞는 훈련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한도석은 뒤쪽에 나열된 무기를 보여줬다.
“이곳에서 고르고 맞는 위치로 이동하면 됩니다.”
수십 가지의 무기가 존재한다.
하지만 후보생이 선택하는 것은 몇 없다.
가장 많은 건 역시나 ‘검’. 두 번째는 ‘창’와 ‘활’이었고 자잘하게 ‘총기’나 ‘채찍’ 등 비주류 무기가 보인다.
그와 다르게 ‘이능’과 ‘마법’이 전공인 후보생은 대부분 ‘완드’를 선택한다. 마력과 정신력을 보조하는 등 여러 종류의 완드가 있다.
“전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겠습니다.”
훈이다.
훈은 무기를 싫어한다.
어떤 무기도 자신의 육체만큼 단단하지 않다는 표면적인 이유가 있었지만, 실상은 때리는 맛이 부족하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참고로 학계는 ‘튜버들의 커뮤니티’를 뜻한다.
“저도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겠습니다.”
별이었다. 별은 마법을 적당히 사용할 줄 알고 ‘이능’이 주였지만, 완드조차 선택하지 않는다. 그것은 별만의 훈련 방법이었다.
‘이 정도면 나보다 이놈들이 더 관종인데.’
사실 무기를 선택하고 훈련은 따로 하면 되는 일이다. 저래놓고 진 훈은 육체 쪽, 한 별은 이능 쪽으로 전공이 결정된다. 말 그대로 달라지는 건 없고 관심만 받는 거다.
확실히 게임은 게임이다.
인물 하나하나 어디서 쉽게 볼 수 있는 캐릭터는 절대 아니다.
성시연, 한 별, 줄리아, 나디아까지······ 어디 하나 정상적인 사람이 없다.
어쩌면 그게 당연한 일 일지도 모른다.
세상 자체가 정상적이지 못하니까. 성시연이나 한 별만 해도 10살도 되기 전에 사람을 죽여왔고 진 훈이나 나디아도 보통 사람은 상상도 못 할 과거가 있다.
죽음과 삶의 경계에 악과 재앙이 당연시되는 세상인 거다.
“하······ 그런 곳에 내가 들어왔다니.”
한성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현실이었다면 월 2억씩 받으며 팬과 소통하면서 게임 스트리밍만 하면서 살면 되는 건데 말이다.
그러는 와중에도 전공 선택은 계속되었다.
길성현과 줄리아 마틴은 완드를 선택했다.
“전 검입니다.”
세르게이는 당연히 검.
얜 샤를은 ‘창’을 선택했고 성시연은 ‘단검’을 선택했다.
“저, 저는······ 활이요!”
안혜림이다.
‘쟤랑도 친해지긴 해야 하는데.’
활로 SS등급으로 오른다. 후방을 맡기기에 최적의 인재다. 게다가 히든피스라는 것도 지니고 있는데, 잘만 키우면 훈 못지않은 영웅이 된다.
‘[정보 열람]’
한성은 안혜림의 상태창을 열었다.
능력치 : [근력 20] [속도 34] [민첩 38] [체력 20] [감각 45] [마력 35] [정신력 20] [지능 23] [매력 32] [행운 32] 잠재력 : 299/890
고유 능력 :
사고 집중(B/S), 여섯 번째 감각(미개화/A)
특수 능력 :
천리안(미개화/SS), ■■■(미개화/???)
특성 :
풍운(風雲)(C/A), 다중인격(미개화/SS), ■■■(미개화/???)
‘크으. 좋다.’
아주 좋다.
속도, 민첩, 감각이 특출났다. 특히 저 정도의 감각이면 거의 짐승의 감각이라도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사고집중]하고, [풍운] 정도만 개화했군.’
[사고집중]은 말 그대로 집중력을 순간적으로 뻥튀기하는 이능이고 [풍운]은 바람과 구름의 가호를 받는다는 건데, ‘엘프’에게나 볼 수 있는 자연 친화적인 특성이었다.
그리고 안혜림의 히든 피스는 [다중인격]
쉽게 설명하자면 ‘내성적인 안혜림’은 활에 최적화된 능력치를. ‘광기에 물든 안혜림’은 근접 도살자에 최적화된 능력치를 가지게 된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 인격에 따라 능력치가 재분배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중’이 아니라 ‘다중’이다. 어떻게 성장하느냐에 따라서 다른 인격이 생길 수도 있다.
‘말도 안 되는 능력이지.’
사실상 원거리 딜러의 약점이 아예 사라지는 특성이니까.
그렇기에 철저하게 아군으로 만들어야 했다.
끝
ⓒ [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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