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107
107화
김철수는 수겸의 예상보다 똑똑한 사람이었다.
아니, 영리했다.
필요하다는 부품과 사용하려는 기술은 하나씩 놓고 보면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니었다.
특별한 점은 연금술, 마나라는 것에 현혹되지 않고 그것을 우리가 익히 아는 산소처럼 변환하여 생각했다는 것.
거기다가 이미 알려지고 사용하고 있는 현대의 기술을 끌어와 생각을 현실화시킬 방안까지 모두 구상한 것이 대단했다.
‘다른 아이디어는 애초에 내가 알고 있는 연금술의 영역을 벗어났거나, 말만 그럴듯했는데 이건 분명히 된다.’
김철수의 거침없는 설명을 들으니 수겸은 기대감에서 확신이 되고 있음을 느꼈다.
‘이건 리카르도 아저씨의 세상에도 없던 시도일거야. 현대의 기술이 접목되었으니까.’
주입된 지식만을 활용하다가 이제 수겸, 본인만의 도전을 한다는 것에 묘한 흥분감이 일었다.
“구조는 제가 설계할 수 있으니 문제 없고, 인부들만 넉넉히 구할 수 있다면 한 달 내에 완성시키겠습니다.”
공사 기간을 말하는 것으로 김철수의 발표가 끝이 났다.
짝짝짝.
“발표 잘 들었습니다. 준비를 많이 하신 것 같아요.”
“하하. 평소에 생각해보는 걸 좋아해서요. 고민을 거듭하다보니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좋습니다. 그런데 조건은 생각해보셨나요? 아, 생각해보니 이걸 먼저 여쩌보고 아이디어를 들었어야 했나요? 이것도 일종의 특허인데.”
“그런 생각을 순간 안한 것은 아니지만 별 상관 없습니다. 어차피 연금술사님의 도움 없이는 애초에 성립이 되지 않는 것이라서요.”
사실 맞는 말이다.
수겸이 만든 마나 흡입체가 없으면 김철수의 아이디어는 그저 망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그렇게 되나요. 하여튼 어느정도 로열티면 될까요?”
푸웁!
“로, 로열티요?! 용역비가 아니라요?”
김철수는 커피를 마시다 순간 코로 뿜을 뻔 했다.
“당연하죠. 아무리 메인 아이템이 마나 흡입체라고 하더라도 철수씨 아이디어잖아요.”
김철수는 소매로 대충 입가를 닦은 다음 생각에 빠졌다.
“이것으로 나오는 매출의 1퍼센트만 주세요.”
“1퍼센트요? 저야 좋긴 한데 너무 적지 않으신가요?”
“많이 먹으려다 급체합니다. 그리고 아마도 제 생각엔 1퍼센트만으로도 전 부자가 될 것 같은데요?”
김철수는 자신이 있었다.
“좋습니다. 그러면 부탁드립니다. 세상에 내놓을 첫번째 연금술 장치의 제작을.”
“절대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김철수와는 계약서 작성을 위해 일주일 뒤 만나기로 하고 수겸은 1층으로 내려왔다.
“오늘은 더 일정 없는데, 어디 가려고?”
밑에서 기다리던 민환이 내려오는 수겸을 보고는 물었다.
“할머니 뵈러 가려고.”
“아, 그러면 나랑 같이 가자.”
민환이 테이블 위에 올려놨던 차키를 집고 바로 나갈 채비를 했다.
“간만에 쉬는데 그냥 쉬어. 안 데려다 줘도 돼.”
“아니, 데려다 주는 게 아니고 나도 할머니 보고 싶어서. 인사 드린지 너무 오래 됐네.”
“누가 보면 네 친할머니로 생각하겠다?”
수겸은 자기 할머니를 생각해주는 민환의 마음이 고맙지만 괜히 퉁명스럽게 말했다.
“야, 우리 사이에 무슨 너희 친할머니, 내 친할머니야? 섭섭한데. 우리 엄마가 네 엄마고, 네 할머니가 내 할머니지. 안그래?”
“새끼. 사람 좀 감동시키네?”
“우냐? 빨리 가자.”
민환이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고 수겸 역시 밖으로 향했다.
수겸의 할머니가 계신 해피니스 300으로 향하는 차 안.
“그래서 고민이 이걸 어디에다가 설치하냐 이거야.”
수겸은 방금 전 김철수가 구상한 아이디어를 민환에게도 말을 해준 후 고민을 이야기했다.
“음… 제일 간단한 건 우리가 생산 시설을 만들 때 거기에 끼워 넣는건데 그건 좀 취지랑 안 맞을 것 같단 말이지.”
민환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나머지 손으로 콧잔등을 긁으며 말했다.
“맞아. 생산 시설이 돌아가는 곳에 환자들이 오고 가는 건 좀 아닌 것 같아. 사실 간단한 건 또 다른 건물을 짓던지 사서 거기에 치료시설을 꾸미는거야.”
“근데 그건 너무 일이 크지 않냐?”
“어, 맞아. 아직 만들지도 않은 기계인데 아마도 이걸 쓸 사람은 거동이 힘든 중환자들일 텐데 치료만 받고 또 원래 있던 병원으로 돌아가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만드는 공간에는 병원처럼 전문 의료시설까지 꾸미기는 힘들테니까.”
“사실 그러면 답은 정해진 거 아냐? 병원밖에는 답이 없을 것 같은데.”
민환은 도로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화를 이었다.
“응. 그건 맞는데, 병원을 찾아가서 협상하고 하는 과정이 이제 좀 귀찮네. 질린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또 무슨 법에 걸리니 마니 할 것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거려.”
“너도 참 이상한 놈이다. 어떨 때는 잘만 갑질하더니, 이럴 땐 왜 존나 을처럼 행동하냐”
정지 신호에 걸린 사이 민환은 수겸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
“응?”
“네가 말한 것 말이야. 그거 만들기만 하면 다들 줄서서 제발 자기네들 병원에 와달라고 할텐데 멀 고민이야. 듣다보니까 이상하네. 그리고 뭐랬냐? 법? 그걸로 누가 태클걸면 그냥 너튜브 생방송 틀어서 이러저러 하니까 그냥 난 해외에 팔련다 해버려.”
“그래도 될까? 그냥 매국노 꼴 되지 않을까?”
“절대 안그래. 내 말 믿고 그냥 뒷 일 생각하지 말고 그냥 질러. 그래도 돼.”
부웅―
민환은 마치 보여주기라도 하려는 듯 속도를 올려 도로를 내달렸다.
* * *
가슴이 뻥 뚫릴 것 같이 도로를 달려 도착한 곳은 해피니스 300.
“진짜 오랜만이다. 너는 얼마만에 오는거야?”
“나야 원래는 못해도 2주에 한 번씩은 왔었는데, 중국에 나간다고 못 오고 테러 때문에 혹시나 해서 못 오고 하다보니 지금은 한 달만인 것 같은데.”
“그래?”
“응. 그래도 여긴 관리를 워낙 잘 해주니까.”
“괜히 최고급 요양시설이겠어? 한 달만이면 엄청 오래되지 않았네. 아 참. 뭐라도 샀어야 했는데! 할머니 뭐 좋아하셔?”
“할머니 약과 좋아하셔. 하나 정도는 드셔도 될 거야.”
“오케이.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민환은 건물 1층에 있는 편의점에 들러 약과 한 봉지와 선물용 과일 음료 한 박스를 샀다.
“음료수는 왜?”
“여기 직원분드 드시라고. 그래야 한 번이라도 할머니를 더 봐주시지.”
이럴 땐 세심한 민환이었다.
“고맙다.”
둘은 곧바로 수겸의 할머니, 김옥례가 지내고 있는 병실로 향했다.
드르륵.
문을 열고 들어가자 창 밖을 보고 서있는 김옥례의 뒷모습이 보였다.
“할머니. 저 왔어요.”
수겸이 반가운 목소리로 김옥례를 불렀다.
“저도 왔어요! 민환이요. 기억나시죠?”
김옥례가 천천히 뒤돌아 둘을 쳐다 봤다.
수겸은 한 달만에 더 늙어버린 할머니의 모습에 마음이 착잡해졌다.
“아이고, 우리 손자 왔구나.”
김옥례가 손뼉을 치며 반갑게 맞이했다.
“다행이다. 할머니 지금은 우리 알아보시나 봐. 할머니 저도 알아보시겠어요?”
수겸은 자기를 반갑게 맞이해주는 김옥례의 모습에 조금 전까지 침울했던 마음은 잊고, 김옥례를 향해 달렸다.
그 뒤에 민환은 자기가 등장할 시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는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고 제자리에 서서 할머니와 손주의 상봉 장면을 바라봤다.
“왜 이리 안 찾아왔어. 이 할미가 얼마나 애가 탔는지 모른다.”
김옥례 역시 다가오는 수겸을 향해 걸어나갔다.
그런데, 김옥례는 달려오는 수겸을 무시하고 문 앞에 서있던 민환을 향해 팔을 벌리며 걸어왔다.
양 팔로 민환을 안고 등을 토닥이는 김옥례.
그런 김옥례를 쳐다 보는 수겸의 눈에는 더 없이 슬픔이 가득했다.
“할머니, 저 수겸이 친구 민환이에요. 손주는 저기 있어요! 하하. 잘못 보셨나보다.”
민환은 어쩔 줄을 몰라하며 일단 김옥례를 감싸안고 침대로 데리고 갔다.
“우리 수겸이. 요새 힘든가보다. 얼굴이 많이 상했어. 이 할미가 한약이라도 지어줄까?”
김옥례는 침대에 앉아서도 연신 민환의 손을 쓰다듬었다.
“수, 수겸아.”
“응. 어웨이큰 챙겨 왔어. 잠시만.”
수겸은 미리 챙겨온 어웨이큰을 김옥례에게 먹이려다 손을 멈췄다.
‘이걸 먹으면 바로 정신을 차리실텐데.’
김옥례가 정신을 차렸을 때 마주하는 장면은 자기가 손주인 수겸 말고 그 옆에 있던 민환읜 손을 붙잡고 있는 모습.
또 다시 치매 증상이 도졌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휴우… 민환아, 이거 받아서 할머니 입에 좀 넣어주라.”
“알겠어.”
아주 잠깐의 실랑이가 있었지만 어웨이큰 한 알이 김옥례의 입 속으로 들어가고, 정적이 흘렀다.
“민환이구나.”
김옥례는 민환의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본인이 의식을 되찾았다는 걸 알렸다.
“우리 손주, 수겸아…….”
김옥례가 고개를 들어 수겸을 올려다 봤다.
김옥례의 눈에도, 수겸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할머니! 괜찮아요. 제가 얼른 할머니 낫게 해드릴게요. 그러니까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이것도 병이니까 낫는 방법이 있을테니까요.”
“그래. 할미는 우리 손주만 믿는다.”
그렇지만 김옥례의 상식에서 치매는 불치병. 그저 손자가 할머니를 안심시키기 위해 한 말이라 여길 뿐이었다.
방금 전 먹은 약 한 알 때문에 정신이 돌아왔다는 것도 사실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 저는 중국에도 다녀왔어요. 할머니, 다 나으시면 어디로든 여행도 가요. 우리 예전에는 놀러 다니지도 못했잖아요.”
“운전은 제가 할래요! 저도 껴주세요. 맛있는 식당도 하고, 경치 좋은 곳도 다 모셔드릴게요.”
“하하. 그래, 그러자꾸나. 민환아, 항상 우리 수겸이를 잘 챙겨줘서 고맙구나.”
김옥례가 푸근한 미소를 짓다가 돌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컴퓨터 전원이 꺼지듯 치매 증상이 발현된 것이었다.
행복한 시간은 딱 3분이었다.
물론 가지고 온 어웨이큰은 많았지만 말이다.
“하아… 예전엔 적어도 10분은 효과가 있었는데 치매 증상이 심해지면서 효과 유지가 안 되나 봐. 게다가 조금은 내성도 생겼을 거고.”
“그러게. 걱정이다. 어떻게 해야하지.”
민환이 고개를 푹 숙였다. 해줄 수 있는 조언이 한 마디도 없었다.
“아까 내가 말한 장치말이야. 우리 할머니한테 제일 먼저 써볼까 해.”
수겸은 민환에게 말하는 것 같기도, 혼잣말을 하는 것 같기도 했다.
“효과가 있을까? 혹시 몸이 버티질 못하면 어쩌지?”
“체력은 아마 괜찮지 않을까 싶어. 그 사이에 힐링 포션으로 꾸준히 치료를 하기도 했으니까. 고농도 마나 장치로 체내 흡수율을 끌어올리면 어쩌면 두뇌까지 힐링 포션의 효과가 닿지 않을까?”
아주 조그마한 희망이라도 필요했다.
첫 시도에서 극히 일부분이라도 뇌기능이 되살아난다면,
힐링 포션의 효과가 부족하면 더 높은 품질의 힐링 포션을 만들고 기계의 성능이 부족하다면 어떻게든 성능을 끌어올릴 것이다.
수겸은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
김옥례의 시간은 수겸의 시간보다 너무 빨리 흐르고 있었다.
수겸은 오늘 받았던 김철수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한 달도 깁니다. 2주 내에 만드시죠. 끊습니다.”
수겸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그건 통보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