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108
108화
“민환아, 미안한데 네가 바로 이천으로 가서 원래 쓰던 마나 흡입체 좀 가져와 줄래?”
할머니 면회를 마치고 수겸이 민환에게 부탁을 했다.
“응. 그건 상관없는데, 아직 시작한 것도 아닌데 그거부터 가져와?”
“뭐라도 하지 않으면 조바심이 나서 못 버틸 것 같아서 그래. 부탁 좀 하자.”
수겸의 눈이 흔들렸다.
‘여태 다른 일에만 몰두하고 정작 할머니는…할머니를 신경 안썼어.’
수겸은 자책했다.
“그러면 나는 바로 출발할테니까 너는 알아서 갈 수 있지?”
“고맙다.”
민환이 떠나고 수겸은 다시 김철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깐 두서없이 이야기해서 죄송해요. 당장 시작하고 싶은데, 뭘 도와드릴까요?”
* * *
설치 장소는 아르케 빌딩의 4층, 수겸이 혼자 사용하던 공간이었다.
“짐들은 전부 다 버릴 겁니다. 그러면 공간은 충분할까요?”
수겸은 김철수를 쳐다보며 의견을 물었다.
“해봐야 알겠지만 충분할 것 같습니다. 지금은 첫 시도니까 규모는 작게 할 생각입니다.”
“좋습니다. 그리고 설계 도면 좀 볼 수 있을까요?”
“여깄습니다.”
이미 보급된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쉽게 생각한 건 아니었지만, 예상보다는 훨씬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엄청 많은 부속품이 필요합니다. 그 중에 몇 가지는 제가 고안한 것들이라 별도로 제작 요청을 해야하구요.”
“그 말씀은?”
“해보겠지만 2주를 못 맞출 수도 있습니다. 부품들을 직접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공장에서 납품을 해주는 속도가 관건입니다.”
김철수가 그린 도면의 양 옆과 위, 아래는 세부 부품의 상세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여기 이것들 말씀이시죠?”
수겸은 그것들을 가리키며 물었다.
완성된 그림의 챔버는 성인 남성이 누워도 남을 정도로 큰 크기였지만 당연히 그건 가장 바깥 쪽의 외형일뿐, 그것을 이루는 세부 부품은 커봐야 1미터도 되지 않는 듯 했다.
“맞습니다. 거기서 윗 줄에 그린 건 기성품이라 이미 발주도 했고 일주일 내에 가져다 준다고 했습니다. 물론 단가는 좀 더 줬지만요.”
“잘하셨어요. 비용은 전혀 걱정하지 마세요. 그러면 문제는 양 옆쪽이랑 아래쪽?”
“네네. 가공집을 찾아야 하는데 저희는 딱 1대만 우선 만들거라 발주 자체도 어렵네요.”
“그건 쉽게 해결되겠는데요?”
수겸이 미소지었다.
“예? 그걸 어떻게?”
김철수는 의아할 수 밖에 없었다.
수겸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수겸이 형태 변형을 할 때 신경써야 할 건 크기와 중량 그리고 수겸이 명확하게 형태를 인지하고 있는지였다.
‘크기도 괜찮고, 무게도 해봐야 얼마나 되겠어. 거기다가 도면데 상세하게 기재되어 있어서 떠올리기도 쉽다.’
척 봐도 가능할 것 같았다.
“음. 말하는 것보다 직접 보시는 편이 이해가 빠르겠네요.”
수겸이 왜 있는지 모르겠지만 창고에서 철판 하나를 가지고 와서 바닥에 앉았다.
대충 맛만 보여주는 거니까 마법진도 대충 슥슥 그린 후 마나를 주입했다.
팟!
마법진 위에 있던 철판이 수겸이 생각한대로 도면 속 부품과 똑같은 모양으로 변한 것은 당연지사.
“이런거에요.”
“헐……. 진짜 헐 밖에 할 말이 없네요. 사기다.”
“에이. 너무 큰 부품은 못하고, 철수씨가 그려준 도면 덕분에 상세하게 구조를 알 수 있기 떄문에 가능한 겁니다.”
“그래도요. 이건 진짜 공업소, 가공집에서 보면 까무러치겠네요. 그래도 사장님이 도와주시면 가능하겠습니다.”
“예. 한 번 해보시죠.”
방법을 찾은 둘의 작업은 그대로 탄력을 받았다.
추진력을 얻었지만 잠을 포기했지만 그래도 진행률이 올라가는 것이 눈에 보이니 힘든 줄도 모르고 작업에 몰입했다.
일명 고농축 마나 치료 장치의 구조는 크게 보면 단순하다.
높이로 봐도, 폭으로 봐도 정 가운데에 마나 흡입석을 배치한다.
그리고 위로는 마나를 싣고 있는 대기가 흘러들어올 수 있도록 흡입구가 있고, 아래에는 호스로 연결된 챔버가 있다.
챔버 갯수가 만약 8개라면 문어처럼 보일 수 있을 것 같은 형태.
여기서 중요한 것은 마나 흡입체가 빨아들이는 마나의 유속과 흡입체가 배치된 곳에 함께 설치된 공기 흡입기의 출력을 맞추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파트인 챔버. 챔버는 사실 그다지 특별하지 않았다.
조금 차이라고 한다면 원래 있는 치료장치인 고압산소치료의 챔버는 코로만 흡입하여 치료하지만 이건 상황에 따라 환자가 시약을 섭취해야 한다는 점.
그건 작은 투입구 하나를 만들면 되기에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처음 작업을 시작하면서 김철수가 말한 인부들은 거의 필요도 없었다.
무거운 물건을 나르는 건 동철과 민환까지 투입하면 해결이 되었고, 부품을 연결하는 작업은 김철수가 직접 했기 때문.
“여기 이 부분은 아래로 꺾이는 게 맞아요? 아무리 해도 균형이 안맞아서 제대로 변형이 안되는 것 같은데.”
그나마 어려운 부분은 수겸이 맡은 부품 제조의 영역이었지만, 그조차도 김철수와 함께 해결해 나갔다.
그리고 이제 꼬박 2주를 다 채운 날.
“다 된 것 같은데요.”
아르케 빌딩의 4층, 수겸의 작업실에는 2개의 챔버가 연결된 수겸과 김철수의 합작품이 자리잡고 있었다.
“와, 이게 되네요.”
“그러게요. 고생하셨어요.”
수겸이 팔짱을 끼고서는 본인의 작품을 뿌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제 저기에 마나 흡입체를 올려 두고 가동시키면 되는거죠?”
“맞습니다. 시운전 해보시죠.”
수겸은 김철수의 말을 듣고 미리 옆에 두고 있던 마나 흡입체를 집어 들고는 챔버 위에 연결된 공간에 놓았다.
딸깍.
첫 가동이었다.
모터가 돌기 시작하고 공기가 흡입되면서 거친 바람 소리가 실내를 가득 채웠다.
김철수는 수겸을 바라보았다.
마나가 제대로 흐르는지 확인은 결국 수겸의 눈으로만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어떻습니까?”
“…….”
수겸은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 대답이 없었다.
그건 흡사 폭포 같았다.
생명을 품은 물줄기가 굽이굽이 흐르는 듯 마나 흡입체가 빨아들인 마나가 배관을 타고, 챔버로 들어가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됐어.’
분명 이건 효과가 있으리라.
수겸은 주먹을 꼭 쥐었다.
“성공입니다! 성공이에요!”
수겸의 선언에 옆에 있던 김철수와 뒤에 서 있었던 민환까지 세 명이 부둥켜 안았다.
그간의 고생을 서로는 알기 때문이었다.
“근데 이거 이름은 뭘로 할꺼야? 고농축 마나 치료기는 너무 딱딱한데.”
민환이 우뚝 서서 대뜸 이름을 물었다.
“음… 마나 스트림 어때? 지금 내 눈에는 마나가 끊임없이 흐르고 있는 것이 보이거든.”
“마나 스트림. 저도 좋습니다.”
김철수는 무엇이든 좋다는 듯 방긋 웃었다.
* * *
마나 스트림 최초의 이용자는 수겸이었다.
“이번엔 효과보다는 안전성이 먼저니까. 치료 시작하고 밖에서 이상 징후가 보이면 말해주고, 나는 혹시 모르니 최대한 오래 있어볼께.”
이번에는 수겸의 머리속에도 없는 지식이라 뭐든지 테스트를 해야했다.
5분, 10분, 20분, 30분.
똑똑.
30분을 설정한 타이머가 울리자 민환이 챔버 뚜껑을 똑똑 두드린 후 챔버를 개방했다.
“30분이야. 안에서는 어땠어?”
“어우 야. 잠든 것도 아닌데 엄청 개운해. 좋은데?”
아닌 게 아니라 그사이에 수겸의 안색이 한결 좋아진 것이 육안으로도 보였다.
다음은 김철수와 민환이 양 쪽 챔버에 나란히 누웠다.
마찬가지로 개운한 표정으로 나오는 둘.
“야, 이거 대박이야. 여기에 시약 효과까지 더하면…….”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었다.
“수겸아, 이제 결정해야 해. 할머니를 여기로 모실지.”
“해야지. 할머니한테는 시간이 같은 편이 아니거든.”
* * *
마나 스트림과 함께 수겸이 준비한 시약은 힐링 포션과 어웨이큰이었다.
밀폐된 공간에 가만히 누워 있어야 하기에 맑은 정신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어웨이큰은 필수였다.
‘처음엔 딱 3분만 치료를 하다가 점점 늘리는거야.’
고압산소 치료의 효과 중 하나는 압력을 높임으로써 혈액이 끝까지 흐르지 않던 곳까지 혈액을 보내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마나스트림을 사용함으로써 힐링 포션 자체의 약효를 끌어올리고, 그것을 두뇌까지 닿아야 성공이었다.
그 때 민환의 목소리가 아래층에서 들렸다.
“수겸아, 모셔왔으니까 내려와.”
수겸이 아래로 내려가니 요양원에서 지원차 보내준 간호사 두 명과 할머니가 수겸을 쳐다봤다.
“할머니!”
수겸이 김옥례의 손을 잡았다.
“여기까지 함께 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간호사에게 가벼운 목례로 인사를 하고, 천천히 부축을 하며 위로 향했다.
“헙!”
흔히 하는 가정 요양의 개념으로 따라왔던 간호사들은 마나 스트림의 웅장한 자태를 보고 작게 탄성을 냈다.
“할머니. 무섭게 생각하지 마시고, 예전에 MRI검사하는 것처럼 잠깐 안에 잠깐 누워계시면 돼요. 하실 수 있으시겠어요?”
어웨이큰을 먹고 정신을 차린 김옥례가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손주를 못 믿으면 누굴 믿을꼬. 지금 누우면 되겠니?”
김옥례의 인자한 목소리를 들으니 수겸은 더욱 마음이 간절해졌다.
“예. 맞아요. 할머니. 제 손 붙잡으세요.”
민환이 챔버 뚜껑을 붙잡고 있는 사이 수겸이 김옥례를 반듯이 눕혔다.
“그리고 이거 드세요.”
수겸이 건넨 건 인삼을 갈아 넣은 힐링 포션이었다.
평소의 것보다 황금빛이 더 많이 비치는 특상품의 힐링 포션이었다.
‘어웨이큰과 힐링 포션은 할머니 혼자 쓰시기엔 충분한 양이야.’
“두 분께서는 혹시 치료 과정에 문제가 생길 경우에 바로 조치를 해주세요. 이런 부탁을 드려 죄송합니다.”
수겸이 간호사들에게도 부탁을 한 후 김철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 신호였다.
챔버 안에서는 바깥 쪽보다는 훨씬 소음이 덜하지만 사람을 불안하게 만드는 건 매한가지, 김옥례의 눈빛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수겸은 챔버에 난 조그마한 유리창에 손바닥을 올려 김옥례가 볼 수 있도록 했다.
‘괜찮아요. 다 잘될거에요.’
그 사이 김옥례의 신체 안에서는 힐링 포션이 활동을 시작했다.
그건 처음 수겸이 생각했던 것과 같이 생명의 힘을 품은 폭포수였다.
혈액은 신체 부위 닿지 않는 곳이 없다.
두뇌 역시 마찬가지. 혈액이 닿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지금까지는 힐링 포션이 가지고 있는 재생력을 유지한 채 두뇌까지 닿지 못했을 뿐.
그렇지만 이번엔 달랐다.
돛을 힘차게 밀어주는 순풍처럼.
힐링 포션의 효과를 온전히 가진채로 온 몸 구석구석, 머리까지 뻗어나갔고 그것은 파괴된 뇌세포를 아주 조금씩 회복시키기 시작했다.
세상이 가지고 있던 상식이 파괴되는 순간이었다.
외상과는 달리 겉으로는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수겸아, 어떻게 되고 있어?”
답답한 마음에 민환이 물었지만 수겸 역시 의문 투성이.
“조금만 지켜보자.”
그리고 처음 생각한 치료시간 3분이 끝나는 알람이 울리고, 챔버의 뚜껑을 열었다.
김옥례는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다.
“할머니?”
지난 번 경험으로 봤을 떄 지금은 어웨이큰의 효과가 끝났을 것이다.
“수겸아.”
김옥례는 눈을 떠서 민환이 아닌 수겸을 쳐다보며 말했다.
갑자기 내성이 사라질리는 없을텐데 어웨이큰 효과가 유지된다는 것은 뇌세포가 일부 살아났다는 뜻.
“성공이야. 차도가 있어!”
“와!”
김철수는 연신 박수를 치고, 민환은 아무 말 없이 수겸의 어깨를 꽉 붙잡았다.
함께 지켜보던 간호사들 역시 상황파악이 됐는지 두 손을 깍지낀 채 감격스러운 표정이었다.
“할머니! 저 알아보시는거죠? 맞죠? 그죠?”
“이놈아. 할미 어지러워. 그만 좀 떠들어.”
김옥례의 목소리만 들어도 3분 전과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