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137
137화
– 연금술로 도달할 수 있는 궁극의 단계.
– 플라스크 안의 생명체라는 뜻으로 생명의 조각을 모아 새로운 개체로 재탄생시키는 기술.
– 레시피 자체에 우연에 기대하는 부분이 있어 최종 성공률은 5% 내외로 알려진다.
– 제작 가능 목록 : 키르게스, 루츠, 티앙크
삼겹살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수겸은 공원 벤치에 앉아서 다시 한번 눈앞에 설명을 띄워 읽어 내려갔다.
‘궁극의 단계라… 내가 할 수 있을까?’
내심 그간 엄청난 실력 향상이 있었다고 자부했지만 ‘궁극’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왕 알아봤으니 내용을 다 보기나 하자. 각각의 목록에 대해서 알고 싶은데.’
그러자 일종의 상세보기처럼 제작 가능 목록에 있던 것들에 대해 부가 설명이 나왔다.
[제작 가능 목록 : 키르게스]– 체내에서 금속 합성을 할 수 있는 호문쿨루스.
– 존재하지 않는 특수한 금속을 만들어 낼 수 있지만, 성공 확률은 낮은 편.
– 성장도에 따라 성공률이 올라간다.
[제작 가능 목록 : 루츠]– 희귀한 약초를 찾고 키우는데 탁월한 호문쿨루스.
– 주변 10M 반경 내에 있는 식물의 성장 속도를 촉진시킨다.
– 술사 기준 50M 반경 내에 있는 상급 이상의 약초를 감지할 수 있다.
– 성장도에 따라 효과 범위가 넓어진다.
[제작 가능 목록 : 티앙크]– 제작한 시약을 체내에 흡수할 수 있는 호문쿨루스.
– 필요시 흡수했던 시약을 외부로 발산할 수 있다.
– 성장도에 따라 흡수해 놓을 수 있는 시약의 개수가 늘어난다.
‘대충 파악은 됐어.’
수겸의 눈이 빛났다.
“셋 다 동시에 하면 어떻게 되지? 대박인데.”
수겸은 각각의 호문쿨루스를 총동원해 연금술에 활용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그야말로 가슴이 웅장해지는 상황.
그때 또다시 눈앞에 글씨가 나타났다.
[호문쿨루스 주의사항]– 호문쿨루스는 마나로 연금술사와 연결되어 연금술사의 의지를 읽을 수 있지만, 이를 위해 마나 적응 기간이 필요함.
– 각 개체별로 1년의 기간이 소요되며, 그 기간 중 새로운 호문쿨루스를 창조하게 되면 마나 연결이 불안정하여 컨트롤이 불가능함.
“진짜 매번 말하지만 참 불친절하단 말이야. 좀 먼저 알려주면 안 되나?”
수겸은 툴툴거리며 벤치에서 일어나 다시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할 시간이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도전을 피할 이유는 없지. 무조건 시도는 한다. 실패하더라도.’
이제 문제는 어떤 걸 먼저 만드느냐였다.
‘하나를 만들고 1년 동안 함께 지내고, 그 뒤에 또다시 새로운 개체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니까……. 최단으로 잡으면 3년 뒤면 셋 다 가능하긴 하겠다. 문제는 우선순위인데.’
수겸은 입술을 매만지며 생각에 잠겼다.
‘일단 키르게스는 후순위인 것 같아. 요새는 금속과 관련해서는 연금술을 많이 사용하지도 않으니까. 게다가 특수 금속은 필요하지도 않을 것 같고.’
3순위는 결정이 되었다.
수겸은 알 수 없는 일이긴 했지만, 수겸에게 연금술을 전수해준 리카르도가 있는 세상에서는 키르게스는 무척이나 중요한 호문쿨루스였다.
심지어 처음 호문쿨루스를 만드는 연금술사에게 추천하는 것이 키르게스일 정도.
리카르도의 세상에서는 포탄과 총알이 날아다니는 전쟁이 아닌 검과 창이 주무기였기 때문이었다.
상대보다 더 강한 강도의 무기는 곧 생존 확률과 직결되고 전쟁 승리의 지름길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건 그쪽 사정.
수겸의 사정은 전혀 다르긴 달랐다.
“오케이! 결정했어.”
수겸은 집 앞에 도착해서도 곧장 들어가지 않고 한참을 걸으며 고민한 끝에 결론을 내며 말했다.
또 다른 도전의 시작이었다.
* * *
“하하. 세무사님. 그때 은호 오빠 얼굴 보셨어요?”
어웨이큰 판매 시작 전 아르케 사무실 밖까지 최영지의 목소리가 들렸다.
최영지가 말하는 그때는 삼겹살을 배 터지게 먹고 사무실로 돌아와 마법진 위에 손을 올렸을 때였다.
어쩌면 본인이 제2의 연금술사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모두가 한 번씩 도전했던 어젯밤이었다.
“영지야. 그만해. 나는 정말 진심이었어.”
이은호가 쉴 틈 없이 놀려대는 최영지의 옆에 서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하하. 영지 씨. 그러다 은호 씨 울겠어요.”
“그래, 이제 그만 해. 근데 세무사님 혹시 그때 혹시 못 보셨나요? 전 다시 생각해보니까 살짝 빛이 좀 나왔던 것 같기도 했는데 제 착각일까요?”
그만하라는 건지, 더 하라는 건지.
이은호는 조태규가 겨우 끊어준 기회를 걷어차고 또다시 마법진 이야기를 꺼냈다.
“오빠. 그거 착각이야. 혹시 저 여자가 날 좋아하는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똑같이 마법진에서 빛이 난 건 아닐까? 라고 착각하는 거예요.”
“아아! 영지야. 나 지금 정강이뼈 부러졌어. 팩트로 그만 후려치란 말이야.”
“알겠어요. 이제 그만 할게. 크흡.”
최영지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겨우 참고 진정하려 노력했다.
“그런데 괜히 느낌이 이상한 건 저만 그랬습니까?”
조태규가 다시 등판했다.
“저도 괜히 뭔가 해본다는 생각에 간질거리는 것 같았어요. 별생각이 다 들었어요 전.”
“사실 저도요. 혹시 되면 어쩌나 싶고. 세무사님도 그랬다니까 뭔가 신기해요.”
“저라고 뭐 다르겠습니까? 그나저나 어제도 하루종일 시약을 만든 것 같던데 이제 양은 충분해요?”
조태규가 최영지에게 물었다.
“일단 어웨이큰은 당분간은 걱정 없고, 제가 봤을 때 제약사에 넘겨줄 양도 충분해 보였어요. 사장님 손이 엄청 빨라지셨어요. 예전에 비하면 몇 배는 될걸요?”
최영지는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저는 뭐랄까요. 맡은 바 책임을 다하는 어른의 모습을 봤어요. 정말 쉴 틈도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사장님을 보면서 또 한 번 배웠답니다.”
최영지가 역사적 인물의 일대기처럼 어제 일을 회상했다.
그때였다.
“제가 봤습니다.”
그때 조용히 창밖을 보고 있던 동철이 슬며시 끼어들었다.
“뭘요?”
“뭘?”
순식간에 모여드는 시선.
평소에 말이 없는 만큼 동철이 입을 열 때면 단박에 모두의 관심을 끄는 편이었다.
“사장님 어제… 약빨로 일하셨습니다.”
“약빨로?”
조태규가 무슨 말이냐듯 물었다.
“가장 최근에 만드신 민첩성 향상 물약도 드시고, 어웨이큰도 드시고 나중에는 힘들다며 힐링 포션도 한 병 비우셨습니다.”
동철은 조목조목 친절하게도 설명했다.
왜인지 모르게 흐르는 침묵.
그래서 뭐? 내가 만든 약, 내가 먹겠다는데 뭐?
이 자리에 수겸이 있었다면 당연히 이렇게 말을 했겠지만, 지금은 여기 없으니 어쩌겠는가.
최영지는 슬그머니 엄지손가락을 접어 주머니 속에 고이 넣었다.
“하핫. 그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고, 왠지 모르게 치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아니, 자기만 일하나? 우리도 똑같이 하루종일 일했는데 그거 나눠 먹으면 어디 덧나요?”
같은 사람, 같은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그사이 최영지의 스탠스는 극명하게 달라져 있었다.
“좋은 아침. 아, 아침은 아니구나? 굿 애프터눈.”
적절한 타이밍에 수겸이 등장했다.
“사, 사장님.”
도둑이 제 발 저리듯 평소와는 다르게 말도 더듬어 가며 당황한 티를 팍 내며 최영지가 말했다.
“너 왜 그래? 어디 아파?”
“아니에요.”
“어라? 아닌 게 아닌데. 가만 보니 은호도 왠지 어색해 보여. 혹시 제 욕하고 있었어요?”
합리적 의심이었다.
자고로 부하 직원이 사장 욕하는 건 당연한 것 아닌가.
“욕은 절대 아니에요!”
최영지가 기겁하며 손을 내저었다.
“그러면 욕은 아닌데 내 이야기를 한 건 맞네.”
수겸이 매서운 눈빛으로 모두를 쏘아봤다.
“절대 욕은 아니고, 어제 사장님께서 일하실 때 약물의 도움을 좀 받더라. 이런 이야기 중이었습니다.”
보다 못한 조태규가 나서서 상황 정리를 시도했다.
“맞아요! 저희는 절대 뒷담화를 한 건 아니에요. 그냥 좀 치사해서요. 우리도 다 같이 하루종일 약 포장하고, 나르고 똑같이 일했는데 혼자만 치사하게!”
“맞습니다! 다음에는 저희도 챙겨 주시면 안 됩니까?”
최영지와 이은호가 이때다 싶어 조태규의 말을 이어받았다.
“난 또 뭐라고. 너희도 먹어. 내가 언제 먹지 말라고 한 적 있어?”
수겸으로서는 억울한 부분이었다.
“아니, 먹을 거로 불쌍하게 왜 그러고 있어. 먹고 가져가고 싶으면 가져가도 돼. 그 이야기는 이제 그만.”
수겸이 대화 마무리를 짓자 최영지는 한결 가벼워진 표정을 지었다.
“근데 사장님 오늘은 왜 오셨어요? 어제 작업도 다 했는데.”
“겸사겸사 왔지. 일단은 누가 내 뒷담화 까는 건 아닌가 감시하는 게 첫 번째고.”
“어우, 뒤끝이 장난 아니시네요.”
최영지가 인상을 찌푸리는 건 전혀 개의치 않고 수겸이 이어 말했다.
“앞으로 대충 2주? 길면 한 달까지 잠수를 좀 탈 것 같아서 말이야.”
“네?”
“어디 또 가십니까? 미국?”
“너무 긴 것 같아요!”
수겸의 잠수 선언에 모두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디 가는 건 아니고 좀 해볼 게 있어서 말이지. 근데 이게 나도 처음인데다 굉장히 어려울 것 같아서 아마 밖에 못 나올 것 같아.”
수겸이 뒷말을 흘리며 말했다.
‘호문쿨루스에 대한 건 굳이 먼저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지. 다 되면, 성공하면 그때 보여주자.’
“음… 잠시만요. 일단 어웨이큰은 최대 한 달은 버틸 것 같구요. 제약사는 최소 3주는 될 것 같은데 마지막 한 주 정도는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요새 긴급 발주를 좀 넣는 일이 생겨서 그 부분은 예상이 안 돼요.”
어웨이큰 판매와 대한제약사와의 소통을 맡고 있는 최영지였다.
“이게 두 번째 이유. 대충은 나도 감으로 알겠는데 재고 파악도 할 겸, 인사도 한 번 해둘 겸 해서 왔어.”
“어디서 머무실 겁니까?”
동철이 물었다.
“원래 생각은 집에 있을까 했는데 오히려 할머니가 너무 걱정하실 것 같아서 말씀드리고 예전에 저 혼자 살던 집에 있으려고 해요.”
“혹시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제게 연락주시면 달려가겠습니다.”
동철은 이제 호위를 한다는 개념보다는 보좌를 한다는 개념으로 수겸의 곁에 머물고 있었다.
누구보다 수겸이 무슨 짓을 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할머님은 너무 염려 마세요. 제가 매일같이 들려서 모시겠습니다.”
조태규가 고개를 살짝 숙이며 말했다.
“그렇게 해주시면 너무 감사하죠. 제가 먼저 부탁드려야 하는 걸 해주신다고 하셔서 감사해요.”
“별말씀을요. 공짜로 일하는 것도 아니고요.”
띠리링―
그때 1층 자동문에 여전히 달려있는 차임벨 소리가 들렸다.
“아, 오셨나 보다.”
“누구신데요?”
“이게 내가 오늘 여기 온 마지막 이유. 나한테 온 선물이야.”
수겸이 싱긋 웃으며 1층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