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사장님은 아예 행사를 뛰셔도 되겠던데요?”
최영지는 휴대폰으로 수겸이 인화초 운동회 영상을 보고 있었다.
“지금은 인기 동영상 몇 위야?”
이은호 역시 동영상을 봤는지 바로 끼어들며 물었다.
“당연히 1위죠! 누가 나오는데. 근데 진짜 얼굴만 가리고 보면 그냥 마술사 같아요. 전문적으로 마술 행사 다니는 사람이요.”
“그렇지? 나는 아예 현장에서 봤잖아. 다음에 또 간다고 하면 다 같이 가자 그냥.”
양손에 커피를 여러 개 든 채 등으로 문을 열며 들어오던 민환이었다.
“커피 감사해요! 잘 마실게요, 오빠.”
최영지가 방긋 웃으며 말하는 걸 보며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던 수겸이 민환을 째려봤다.
“야, 너희들 그런 이야기는 나 없을 때 해줄래? 이게 할 때는 몰라도 영상으로 찍은 걸 다시 보니까 되게 민망하네.”
“에이, 왜 그러세요? 전 재밌기만 한데요. 이게 자기 얼굴이 낯설어서 그렇대요. 그러니까 더 자주 보세요.”
이게 격려인가, 놀리는 것인가.
수겸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민환아 근데 내 커피는?”
“아! 하나 부족해?”
그러고 보니 하나씩 다 돌아가서 모두가 빨대 하나씩을 물고 있는데 수겸만 빈손이었다.
“계산을 잘못했나 보다. 미안. 그러면 이거라도 먹을래? 한입밖에 안 먹었는데.”
민환이 자기 커피를 수겸에게 내밀었다.
“됐다. 꺼져. 내가 가서 사 먹고 말지.”
“근데 너 이제 놀 때가 아니지 않아?”
민환이 얄미운 표정으로 커피를 마시며 수겸에게 말했다.
“왜?”
“어제 이찬수 팀장님이 연락하셨던데. 지금 재고 부족하대.”
“벌써? 지난번에 엄청 만들어서 넘겼던 것 같은데.”
“나도 똑같이 말했는데 이찬수 팀장님이 그러더라고. ‘그게 몇 주 전 이야기인데요!’ 이렇게.”
“그런가? 사실 내 생각에도 이러고 놀 시간은 없긴 해. 미국에 보내줄 것도 만들어야 하고, 대한제약에도 보내야 하고. 거기다가 시약 개량도 하고 싶긴 해.”
“내가 커피를 안 사온 게 신의 계시인가 보다. 그만 놀고 일하라는. 자, 이제 시작해.”
“네가 그러니까 왜 더 하기가 싫지?”
“에이, 사장님~ 우리 그러지 말고 바짝 일하고 저녁에 맛집가서 밥 먹어요. 저희도 열심히 어웨이큰 작업할게요.”
“알겠다, 알겠어. 민환아 가자.”
“그래.”
그제야 민환은 자신은 수겸과 한 세트라는 걸 깨닫고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 * *
“고기 냄새 맡으니까 배에서 소리 나요.”
삼겹살을 굽는 냄새가 가게 앞까지 퍼져 나왔다.
도저히 이건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상황.
“다 같이 밥이나 먹고 가자.”
8시간쯤 감금당하듯 작업실에 처박혀 시약을 찍어내던 수겸이 말했다.
“오예!”
“너무 좋습니다, 사장님.”
모두가 기다렸다는 듯 대답을 하고 곧바로 삼겹살집으로 돌격했다.
자리에 앉아 음식 주문을 마치고 최영지가 수저를 집어 각자에게 건네주었다.
“사장님, 저 질문이 있어요.”
“뭔데?”
“지금 공사하고 있는 종로 건물이 완성되면 지금 우리 사무실이 있는 건물은 어떻게 쓰실 거예요?”
“그러게. 거의 쓸모가 없어지긴 하겠네.”
최영지의 질문에 이은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치익―
그때 민환이 불판에 고기를 올려놓자 기분 좋은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일종의 연금술 샵을 만들까 생각하고 있어. 전시장 역할도 하면서 말이야.”
“전시장이요?”
“응. 자동차매장도 1층에는 자동차를 전시하고 있고, 안마의자매장도 보면 제품 전시를 하거든. 체험도 할 수 있고.”
“아아, 생각해보니까 안마의자는 저 매장 가서 앉아 본 것 같아요.”
“응. 사실 생각해보면 내가 만든 연금술 제품들에 대해서 뉴스도 많이 나고 너튜브에 관련 영상들도 많은데 이걸 실제로 체험해볼 일은 없거든.”
“약국에서도 많이 파는데요?”
이은호가 대한제약에서 만들어 내는 제품을 떠올리며 말했다.
“은호 말도 맞긴 한데 가공이 들어간 제품 말고 순수하게 내가 만든 시약들 말이야. 게다가 어웨이큰은 아직 안 팔고 있잖아?”
“그렇지. 어웨이큰은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더 접하기 힘들지.”
집게를 쥐고 있는 민환이 수겸의 말에 동조했다.
“그렇네요.”
“그래서 어떤 형태로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까 해. 마나 스트림도 아까 말한 안마의자처럼 가볍게 5분에서 10분 정도만 이용할 수 있게 하고. 어때?”
“재밌을 것 같아요. 그렇게만 되면 약간 관광지처럼 될 것 같은데요?”
“맞아. 이천 공장터에 있는 마법진처럼 여기에도 똑같이 하나 만들어야지.”
“아! 혹시 인화초등학교에 만들어 두신 것도 여기에 만드실 겁니까?”
이은호가 번뜩 생각이 난 듯 물을 마시다 말고 컵을 내려놓고 질문했다.
“마법진을 가동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거? 그것도 당연히 해야지. 내 입장에서는 엄청 중요하거든.”
“근데 저희도 한 번 테스트해도 될까요? 혹시 학생들만 해야 할까요?”
이은호가 약간 쑥스러운 듯 눈치를 보며 말했다.
“모두가 해봐도 돼. 난 완전 오픈 마인드라고.”
“아싸! 제가 오늘 어웨이큰 포장하면서 상상해봤는데 왠지 저 될 것 같습니다.”
“갑자기?”
수겸이 피식 웃었다.
“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은호야. 너무 멀리 간 거 아니냐?”
고기에 진심인 민환은 여태 말없이 고기만 굽다가 이은호의 말에 끼어들었다.
“아닙니다. 누가 압니까? 제가 연금술에 재능이 있을지.”
“그것도 맞죠. 만약에 그러면 은호 오빠가 사장님의 제자? 대박이겠다. 그러다 알고 보면 진짜 재능이 있는 사람은 저일 수도 있어요. 헤헤.”
이은호를 따라 최영지도 대뜸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러면 저는 피부가 좋아지는 시약을 만들래요. 이건 어떨까요? 선크림처럼 절대 햇빛에 타지 않는 시약. 아니면 밤에 세수하지 않아도 피부가 상하지 않는 화장품!”
조금 핀트가 엇나간 것 같지만 좋을 것 같기는 했다.
“영지야, 너 아이디어가 좋다? 신선해. 새롭고.”
수겸이 두 주먹 불끈 쥐고 최영지를 응원하며 말했다.
“그러지 말고, 우리 여기서 밥 먹고 다시 들어가서 테스트해보는 건 어때? 아니, 생각해보면 그렇잖아. 우리 앞에는 천하의 강수겸이 있는데 뭣 하러 기다려.”
민환이 집게로 수겸을 가리켰다.
“와! 사장님 진짜 그래도 돼요?”
최영지의 눈이 반짝였다.
“뭘 해도 됩니까?”
그때 뒤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세무사님!”
“동철이 형도 오셨다!”
종로에서 넘어온 조태규와 동철이었다.
“타이밍이 좋네요. 이제 고기 다 익은 것 같은데요? 근데 뭐가 됩니까?”
조태규가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저희 연금술에 재능이 있는지 테스트하려고요. 고기만 먹고. 세무사님도 같이 하실래요?”
최영지가 참으로 해맑은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재밌겠네요. 좋습니다.”
이야기를 얼추 마무리하고 이제는 삼겹살 타임이었다.
칙― 칙―
불판에는 쉴새 없이 고기가 올라가고 모두 다 구워진 고기를 집어 먹기에 여념이 없었다.
“좀 천천히 먹으라고요! 난 고기만 굽다가 끝나겠네.”
좀처럼 짜증 내는 일이 없는 민환이 고기를 뒤집으면서도 누구의 젓가락이 제일 바쁘게 움직이는지 살펴봤다.
“이은호! 진정해. 우리 고기 계속 시킬 수 있으니까 좀 천천히 먹어.”
“알겠습니다. 너무 맛있어서 그만.”
“민환아, 넌 유치하게 그게 뭐냐. 이리 줘봐. 이제 내가 좀 구울게.”
수겸이 민환에게서 집게를 뺏어 들었다.
“사장님.”
다시 또 최영지였다.
“응?”
“저 또 질문이 있어요.”
“뭔데. 말해봐.”
“사장님은 연금술로 치면 모든 단계를 마스터하신 건가요?”
“모든 단계?”
수겸의 손이 턱 하고 멈췄다.
‘나는 정말 어느 정도 수준인 걸까?’
수겸은 처음 황금빛 마법진을 그려냈을 때 봤던 설명을 떠올렸다.
‘그때 그건 마나를 다루는 실력, 마법진을 가동하는 능력에 관한 것일 뿐 연금술 자체에 대한 반증은 아니야.’
“사장님?”
수겸의 생각이 깊어지자 최영지가 수겸의 눈을 바라보았다.
“아아, 응. 연금술 전체로 보면 아직은 갈 길이 많이 남았지.”
“진짜요? 저는 마스터, 장인 이런 단계로 생각했었는데 의외인 것 같아요.”
“그거야 지금 연금술을 할 수 있는 게 나뿐이라 그렇지.”
모두가 연신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수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제법 흥미로운 주제인 모양이었다.
“여기 미래의 너의 제자가 있다고 생각하고 한번 설명이나 해주는 건 어때? 연금술에 관해서 말이야. 테스트 결과 진짜로 재능이 있을 수도 있고. 크크.”
민환은 그런 가능성은 전혀 믿지 않는 눈치다.
“그럴까? 어차피 숨겨봐야 나한테 좋을 것도 없고 다들 관심이 있는 눈치니까.”
“좋아요!”
“저도 궁금하긴 하네요. 제대로 이야기 들은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저도 듣고 싶습니다.”
최영지와 조태규까지는 그렇다 치고 마지막엔 동철이었다.
“일단은 다들 아는 시약 제조가 있지. 연금술로 만들 수 있는 시약의 종류는 나도 아직 끝을 몰라. 그래서 아까 영지가 말한 마스터가 될 수가 없어.”
“헐! 사장님도 모른다니.”
“두 번째는 초등학교 운동회에서 했던 것처럼 성질 변환. 이건 설명 안 해도 되지?”
“네네. 동영상 진짜 많이 봤거든요.”
“저도요.”
“그리고 이건 아마도 직접 본 사람은 없을 것 같긴 한데. 금속의 형태를 바꾸는 거야.”
“그건 어떻게 하는 거예요?”
“음… 직접 보는 편이 빠른데. 사장님!”
수겸이 말을 하다 말고 고깃집 사장님을 호출했다.
“네, 손님. 부르셨어요?”
처음 수겸 일행이 들어올 때부터 누군지 알아본 사장은 줄곧 수겸의 테이블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가 호출에 득달같이 반응했다.
“사장님 혹시 제가 값은 지불할 테니 여기 젓가락 한 짝만 제가 사도 될까요?”
“네?”
“제가 좀 사용할 데가 있어서, 부탁드리겠습니다.”
“값은 쳐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근데 저도 좀 같이 보면 안 될까요?”
“아아. 물론이죠.”
허락을 받은 수겸은 자기 앞에 있던 앞접시를 치우고 테이블에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위에 그려지는 마법진.
수겸은 형태 변형을 위한 마법진을 그리고 그 위에 젓가락을 올려두었다.
팟!
순간 터져 나오는 빛에 고깃집 안에 손님들의 시선이 수겸을 향했다.
“대박.”
최영지는 테이블 위에 꽈배기 형태가 되어버린 젓가락을 들어 올렸다.
“이게 형태 변형을 하는 거지. 어때요? 보니까 바로 이해가 되죠?”
“네, 완전히요.”
최영지는 안 그래도 큰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사장님. 또 있어요?”
젓가락 꽈배기를 돌려보고 있는 최영지를 대신해 이은호가 물었다.
이미 불판 위의 고기는 뒷전이었다.
그제야 수겸을 알아본 손님들이 하나둘 테이블 근처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제 더 이상 일행끼리의 대화는 불가능해진 상황.
“하나 더 있긴 하지. 그렇지만 오늘은 여기서 끝.”
‘여기서 말하기는 그렇지만.’
애초에 대뜸 마법진을 그리고 모두의 이목을 끈 것 자체가 수겸이 의도한 것.
최영지를 비롯해 일행들의 궁금증도 어느 정도 풀어주고 숨길 것은 숨기기 위한 계산이었다.
수겸은 눈앞에 떠 있는 글씨를 읽었다.
[생명 창조 : 호문쿨루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