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이대로 가기에는 조금 아쉬우니까 몇 가지만 더 재밌는 걸 해볼까요?”
“네!!”
수겸은 미리 양해를 구한 뒤 학생들을 운동장 가운데에 모아 앉혀두고 단상에 올라가 말했다.
일종의 출장 이벤트인 셈.
“연금술이 뭔지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손!”
수겸이 손을 위로 번쩍 들며 질문했다.
“은근히 무대 체질인가? 옛날에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진짜 바뀌었나 보네.”
그 모습을 단상 옆에 서서 보던 민환이 조용히 혼잣말을 읊조렸다.
그러는 사이 몇 명의 학생이 손을 들었다.
“민환 씨. 마이크 부탁드려요.”
수겸이 고개를 돌려 쳐다보며 민환을 호출했다.
“네~”
미리 이야기해둔 터라 민환은 멈칫거리지 않고 손을 든 학생들을 향해 걸었다.
첫 번째 학생이 발표를 시작했다.
“사람들한테 필요한 약을 만드는 겁니다!”
목소리가 우렁찬 학생이었다.
“처음엔 금을 만들기 위해 연구된 기술로, 시약 뿐만 아니라 다른 물체도 창조할 수 있어요!”
학생들의 대답은 역시나 대동소이 했지만 저마다 보고 들은 것들이 있는지 나름대로의 포인트가 있었다.
“모두 발표를 잘해주었어요. 세상 모든 물질은 각기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어요. 연금술은 각각의 물체가 가지고 있는 성질 중에서 필요한 성질만 뽑아내고 그걸 다시 한데 모으는 것입니다.”
수겸이 단상 구석에 놓아둔 양동이를 가까이 가져와 발 옆에 두었다.
“성질을 뽑아내고 바꾼다는 건 어떤 걸까요? 아직 감이 잘 안 오는 친구들이 있지요?”
수겸이 한쪽 무릎을 꿇어 자세를 낮춰 손을 바닥에 대었다.
“오오!”
“너튜브에서 봤던 거랑 똑같아!”
단상 바닥에 그린 마법진에서 빛이 나오자 학생들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법진이 완전히 가동되고 수겸은 물이 든 양동이를 머리 위까지 번쩍 들었다.
“바로 이런 겁니다.”
수겸이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 후 마법진 중앙을 향해 양동이를 기울여 물을 쏟았다.
쏴아악―
물이 바닥에 닿자마자 수겸이 의도한 대로 반응이 일어났다.
물은 곧바로 수증기로 변환되며 수겸 주변이 안개가 낀 듯 새하얗게 되었다.
휘익.
그리고 불어오는 바람에 수증기가 밀려나 온데간데없어지고 젖은 곳 하나 없이 말짱한 수겸이 학생들을 향해 짠― 하는 포즈를 취하며 나타났다.
“어때요? 신기해요?”
“와! 최고에요!”
“한 번 더! 한 번 더!”
학생들의 반응은 격렬했고, 수겸은 싱긋 웃었다.
“하나만 더 해볼까요?”
수겸이 이번엔 단상에서 내려와 학생들 앞에 섰다.
“아까 발표했던 학생들은 앞으로 나와줄래요?”
그러자 총 다섯 명의 학생들이 쭈뼛거리며 나와 시키지도 않았는데 나란히 줄을 맞춰 섰다.
“민환 씨.”
민환이 이번엔 학교 측에서 지원받은 짐수레에 돌멩이를 채운 후 싣고 왔다.
‘마술사 조수도 아니고…….’
민환은 스스로의 모습이 웃기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했지만 즐거워하는 학생들의 표정을 보니 그마저도 싫지 않았다.
‘그래도 나름 재미는 있네.’
“돌멩이는 절대로 사람한테 던지면 안 되는 건 다들 알죠? 오늘은 연금술 실험을 위해서 하는 거니까 절대로 친구한테 던지면 안 됩니다.”
“네!”
수겸은 대답 소리를 들은 후에 팔을 앞으로 쭉 뻗었다.
공중에 마법진을 그릴 심산이었다.
허공에 점을 찍듯 내지른 손가락 끝에서 황금빛이 발하기 시작하고 수겸은 지체없이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학생들은 턱이 빠져라 입을 떡 벌린 채 수겸을 쳐다보고 있었다.
무엇이든 영상으로 접하는 것보다 실제로 눈앞에서 보는 것이 몇 배는 더 신기한 법이니까.
“끝.”
수겸이 허공에 그린 마법진은 분해의 묘리가 담긴 마법진이었다.
“이번엔 여기 돌멩이를 모래로 바꾸는 걸 해볼 거예요. 학생들은 5개씩 돌멩이를 들고나와서 저기 마법진을 향해 던져주세요.”
최대한 마법진을 크게 그리기도 했고, 가까이에서 던져서 빗나갈 일은 없지만 혹시나 몰라 애초에 바닥에 앉아 있는 학생들과 거리를 두고 마법진을 그렸다.
“마음 편안하게 던지기만 하면 돼요.”
처음으로 나온 학생은 키가 제법 커서 수겸과 비등한 체격의 남학생이었다.
“던지기만 하면 돼죠?”
“네, 맞아요.”
학생이 전력투구하여 마법진을 향해 돌을 던진다.
힘차게 날아간 돌멩이는 마법진을 통과한 후 허무하게도 모래가 되어 흩날렸다.
수겸이 생각한대로였다.
사실 이러한 방법으로 마법진을 사용하는 것도 최근에야 깨달은 방식이었다.
‘공중에 마법진을 그리면 위, 아래 개념이 없지.’
그렇게 모든 학생이 참여를 한 후 수겸은 다시 단상에 올라섰다.
“어때요? 재밌었나요?”
“네~!”
말 그대로 학교가 떠나가라 지르는 함성이었다.
그 때 수겸은 한 가지 재밌는 생각이 떠올랐다.
‘안 되면 할 수 없지만. 적어도 기념은 되겠지.’
수겸은 조용히 민환을 옆으로 불렀다.
“민환아, 혹시 교장 선생님 좀 모셔줄 수 있겠어? 하나 부탁 좀 해보려고.”
“교장 선생님? 아까 이 근처에서 봤는데. 잠시만 있어 봐.”
민화이 후다닥 뛰어 내려갔다.
다행히 교장 선생님도 수겸의 연금술 쇼를 보고 계셨는지 금방 단상 위로 올라 왔다.
수겸은 마이크를 끄고 먼저 교장 선생님에게 물었다.
“교장 선생님. 혹시 여기 바닥에 지금 보시는 마법진을 새겨 두어도 될까요? 자연스럽게 지워지지 않고, 지우려면 페인트를 다시 칠하는 수밖에 없어서 미리 여쭤봅니다.”
“혹시 이유를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교장 선생님은 바닥을 한 번 보고는 물었다.
“음… 일종의 인재 확보랄까요?”
수겸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 뜻이라면 좋습니다. 허락하지요.”
둘 간의 대화가 끝나고 수겸은 다시 마이크를 켜고 학생들을 쳐다봤다.
“단상에 제가 새롭게 마법진을 하나 그려두려고 해요.”
수겸의 말에 학생들은 무슨 말인가 싶어 웅성거렸다.
“별다른 효과가 있는 마법진은 아닙니다. 컴퓨터로 치면 그래픽카드도 없고, 램도 없어서 아무것도 못 하고 딱 전원만 켜지는 걸로 생각하면 됩니다.”
수겸이 손바닥을 펴서 학생들에게 보이며 말을 이었다.
“전원을 켜는 방법은 동그랗게 표시된 곳에 손바닥을 이렇게 쫙 펴서 갖다 대고 집중하는 겁니다. 그리고 어떤 힘을 여기에 주입한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수겸은 자세한 설명을 해주고 싶었지만, 더 이상 어떻게 표현을 해야 할지 떠오르지 않았다.
“내 주변에 있는 마나라고 하는 에너지가 날 통해서 이 마법진으로 흘러가게 한다는 느낌. 계속해서 떠올리세요. 집중하고 또 집중해야 합니다. 그래서 혹시나 어떤 반응이 있다면!”
수겸이 손을 내리고 학생들을 응시했다.
“아주 미약한 빛이라도 나기 시작하면 연금술을 시작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러니 아주 작은 반응이라도 나타난다면 연락주세요.”
수겸은 그 말을 끝으로 단상을 내려갔다.
이후는 다시 계획에 짜인 운동회 순서에 맞춰 진행되었다.
승리 팀 선언과 최고의 응원 반 선정까지.
교장 선생님의 폐회선언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이로써 오늘 운동회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학생들은 선생님들의 안내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퇴장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의 안내 멘트에 따라 장내가 정리되었다.
수겸과 민환은 운동장 구석에 서서 자신들을 쳐다보는 학생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야, 근데 그게 되겠냐?”
민환은 시선은 여전히 학생들을 향한 채 수겸에게 물었다.
“나도 모르지. 근데 그냥 이런 생각이 들더라.”
“뭐?”
“솔직히 이제 너나 나나 돈 걱정은 안 하고 살지 않겠어?”
“음… 그건 네 생각에 따라 달라질 것 같긴 한데. 직원은 사장이 내치면 끝이니까.”
“뭐 그런 생각을 다 해. 당연히 같이 가는 건데. 그리고 어차피 난 너 없으면 혼자 감당 못하는 일이 너무 많아. 그런 생각은 빼고 말이야.”
“그런 거라면 사실 걱정이 없지 당연히. 다른 거 다 빼고 지금 가진 건물만 해도 이미 손에 꼽히는 부자일걸?”
민환은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 종로 건물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렇지. 게다가 다른 일 안 하고 힐링 포션만 만들어서 납품해도 대대손손 부자 소리 들을 정도로 돈을 벌 거야.”
그야말로 인생역전.
월세 걱정을 하던 시절은 옛일이었다.
“근데?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않나?”
“그것도 맞긴 한데 이제는 그냥 내가 하는 일을 하다 보면 돈이 따라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지금까지는 1순위가 돈이었는데, 그게 바뀌었어.”
“예전엔 돈이 되냐, 되면 얼마나 되나 이게 먼저였는데 이제는 아닌 것 같다는 말이야?”
민환은 무슨 외계인을 보는 것처럼 수겸을 응시했다.
“좀 미친 소리인 거 아는데, 지금 마음이 그래. 그러면 속으로 생각했지. 이제 내게 1순위가 무엇이냐. 그러니 남은 건 연금술인 것 같더라.”
“…….”
민환은 말없이 수겸의 이야기를 들었다.
“할머니 건강도 중요한데 이제 회복도 할만큼 하셨고, 전에 병원에서 마나 스트림 치료를 받고 눈물을 흘리던 가족이 계속 떠올라.”
수겸은 어느새 독백을 하고 있었다.
“또 예전에 내가 만든 힐링 포션으로 살았다고 인터뷰를 해주신 분들도 생각나고 이번에 미국에서 마약 중독 치료를 받던 사람들도 마찬가지. 그러면 난 내가 연금술로 만든 것들을 이용해서 많은 사람을 돕는 게 목적일까 생각했지.”
수겸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좋은데, 거기서 ‘내가’를 빼야 말이 맞겠더라고.”
“그게 무슨 말이야?”
“꼭 내가 만든 연금술만 의미가 있겠냐 이거지. 누가 만들던지 상관하지 않고 난 그저 연금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늘어서 그걸로 많은 사람이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더라고.”
“근데 다 좋은데, 수겸아. 네가 전에 말했던 것이 생각나서 그런데 너도 주입식으로 교육을 받아서 다른 사람을 가르치는 게 불가능하다고 하지 않았어?”
“맞어. 그때는 그게 맞았는데 지금은 틀린 것 같아. 예전보다 내 실력도 많이 늘었고, 상황도 엄청 좋아졌으니까.”
“아, 하긴 생각해보면 예전엔 너나 동현이형이 직접 재료를 골라야 했는데 이제 그건 아니겠구나?”
“응. 이제는 마나 흡입석 아래에서 자란 약초들이면 무조건 시약 재료로 활용할 수 있거든. 이게 생산량이 늘면 우리가 키운 작물만 공급해줘도 누구나 재료 걱정은 안 해도 되니까.”
“그러면 남은 건 마법진으로만 해야 하는 것들인데?”
“만약 마법진 가동만이라도 가능하다면 내가 마나 잉크로 마법진만 그려두면 되잖아.”
“아, 그렇네. 소분하는 건 레시피에 따라서 하고 여차하면 현대 기술을 사용해도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으니까 말이 되네.”
“내 말이 그거야. 그러다 실력이 늘어서 직접 마법진을 그릴 수 있으면 더 많은 걸 맡길 수도 있겠지. 레시피를 알려주는 건 그다음 문제고.”
수겸은 먼 미래의 일을 상상했다.
“약간 공장 생산직을 구하는 느낌이긴 한데 말이 되긴 하네.”
“그건 너무 간 것 같고 믿을 수 있는 인턴을 구한다고 해둘까? 내가 그릴 마법진을 조금이라도 가동할 수 있는 건 채용 시험이고. 크크.”
수겸은 진지한 표정을 풀고 웃음을 지으며 단상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이제 학생들에게 말한 마법진을, 채용 문제를 만들 시간이었다.
“누구든 합격자가 나오길.”
수겸은 간절한 마음을 담아 작업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