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44
44화
“표창. 위 대원 윤상준은 119 구급대원으로서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며, 구조 활동에 혁혁한 공을 세워 이에 표창함.”
단상 위에서 표창장을 받는 윤상준을 보며 박희원이 연신 박수를 쳤다.
“브라보! 멋있다. 윤상준!”
“최고다!”
함께 일하는 소방서 동료들 역시 자기 일인냥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역시 알아봐 줄 것 같았어. 상준이만큼 진심인 애가 어딨다고.”
“그러게 말입니다. 하늘도 알아주는지 이송 중에 사망하시는 분도 줄어든 것 같아요.”
저마다 평소 윤상준의 행실을 칭찬하기 바빴다.
“이상으로 표창장 수여식을 마치겠습니다.”
식 종료를 알리는 방송소리가 나오고 윤상준이 단상에서 내려와 일행에게로 다가왔다.
“상준아. 축하한다.”
“축하해!”
“모두들 감사합니다. 제가 대표해서 받은 것으로 생각하겠습니다. 더 열심히 하란 뜻이겠죠.”
꽃다발을 품에 안고 윤상준이 연신 고개를 숙였다.
“자! 그럼 회식장소로 가자고! 오늘 메뉴는 소고기!”
“우와. 대박!”
소방서 식구들이 삼삼오오 무리지어 회식장소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형, 축하드려요.”
박희원이 윤상준 옆으로 가 축하 인사를 건넸다.
“축하는 무슨. 너는 알잖냐. 내가 잘나서 받은게 아니란 걸. 이게 다∙∙∙.”
“그래도요. 그걸 얻는 것도 형이 잘 해서 그런거죠. 그나저나 이제 약도 거의 다 썼죠?”
박희원은 점점 멀어지는 사람들을 쳐다보며 물었다.
“응. 일부러 아끼느라 조금씩 부어가며 치명상에만 썼는데도, 금새 다 쓰네.”
“그러게 말이에요. 지난번 화재사고가 너무 크게 났어서 그런가봐요∙∙∙.”
“그게 우리 탓인가. 그래도 덕분에 돌아가신 분도 없잖냐. 당사자들은 기억이 안나시겠지만, 화상치료까지 되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오늘 받은 표창장 역시 윤상준과 박희원이 말하는 한 아파트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사고에서의 활역 때문에 받은 것이었다.
“근데요. 그런 약을 그냥 공표해버리고 다 같이 쓰는게 모두를 위해서 좋지 않을까요? 이게 어디 나쁜 일인가요. 사람 살리는 일인데, 둘이서 속닥속닥 하는 것도 좀.”
박희원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아무래도 둘이서 작당모의를 하는 것 같아서 맘에 들지 않는 모양이었다.
“네 말이 맞지. 지금 우리가 그 약 덕분에 구한 사람이 몇 명이야. 새 삶을 얻은 분들이 얼마나 많아. 근데 나는 왜 비밀로 하는지 아예 이해 못하는 건 아니야.”
윤상준이 옆으로 흘러내리는 꽃다발을 다시 정리하며 말했다.
“왜요? 다들 인정해주고, 칭찬해줄텐데요.”
“그 분은 일개 개인이잖냐. 그리고 우리가 얻은 약은 보통 물건이 아니잖아. 누구 하나가 독점을 해선 안되는데, 개인이 이걸 지키는게 우리나라에선 쉽지가 않을 것 같아. 내 생각이지만”
“특허라는게 있고, 법이 있는데 그게 힘든 일인가요? 저는 잘 모르겠네요.”
여전히 이해가 되지 않는 박희원이었다.
“법만으로 세상이 살아지니. 산재 현장에 가보면 느끼는게 없어? 법으론 규제를 하는데 그게 어디 지켜져? 아마도 치료제가 공개되면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결국 다 뺏기고 말거야. 스스로를 지킬 힘이 있지 않는 한.”
윤상준은 뒷 맛이 씁쓸했다.
누구든 법을 잘 지킨다면 그들이 출동해야 하는 일이 아마 반의 반으로 줄어들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여튼, 약은 더 구해볼테니까 너무 걱정 마.”
윤상준은 박희원과의 대화를 마무리하며, 고기집 안으로 들어갔다.
***
오늘도 할머니에게 치료제를 쓰고 나온 수겸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점점 어웨이큰의 유효 시간이 줄어드는 게 느껴져.’
일주일에 두 번. 어웨이큰을 쓰다보니 어느새 내성이 꽤 생긴 듯 했다.
어웨이큰으로 정신을 차리게 한 다음에서야 치료제를 쓸 수 있기 때문에 쓰지 않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덕분에 김옥례의 신체는 더 없이 건강해진 상태.
그렇지만 수겸이 만든 치료제는 말 그대로 치료제일 뿐, 불로장생의 묘약은 아니었다.
노화로 인해 지쳐버린 장기들을 모두 젋은이의 그것처럼 만들어 줄 순 없는 것 같았다.
‘그래도 체력은 좋아지신 것 같아 다행이야. 움직이는 것도 한결 수월해지셨고.’
그 때 수겸이 휴대폰에 메세지가 들어왔다.
『윤상준입니다. 뵐 수 있을까요?』
“아?!”
수겸은 업그레읻 된 치료제를 만든 이후 무언가 놓친 게 있다는 생각을 종종 했는데, 그게 바로 윤상준이었음을 깨달았다.
“계속 아픈 버전을 쓰고 있었겠네. 미안해라.”
수겸은 치료제로 인해 치료되면서 고통을 느끼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겪었을 누군가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윤상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상준씨. 통화 괜찮으세요?”
『네. 수겸씨. 괜찮아요. 다른건 아니고 벌써 치료제를 다 써버려서.』
“연락 잘 하셨어요. 이번에 더 업그레이드 해서 마침 바꿔야 했어요.”
『오 그렇습니까? 혹시 언제 시간 괜찮으세요? 전 다 괜찮아요.』
“음. 그러면 오늘 밤 어떠세요. 괜찮으시면 공원에서 맥주나 하나 하실래요?”
『좋아요. 그러면 그때보다는 조금 더 빨리 7시쯤 뵙죠.』
“네. 그 때 뵈요.”
수겸은 윤상준과의 전화를 끊고 발걸음을 서둘렀다.
.
.
.
해가 뉘엇뉘엇 넘어간 시간.
이어폰을 귀에 꽂고 혼자 사색을 즐기는 사람.
줄 지어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
귀여운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까지.
황금빛이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하늘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즐기고 있었다.
수겸과 윤상준 역시 정석 중의 정석으로 따사로운 노을을 맛보고 있었다.
손에 맥주 한 캔씩 들고 걷는 길은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다.
둘은 각자의 템포에 맞춰 맥주를 마시면서 이야기 하고 있었다.
“그래서 치료제를 쓴 뒤에는 바라시던 대로 안타깝게 돌아가신 분은 없으셨어요?”
수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나 가슴 아픈 일을 들추어 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수겸씨 덕분에요. 정말 최소한으로 응급실까지 가는 그 길을 버티지 못한 분은 한 분도 안계셨어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별 말씀을요. 제 손에만 있으면 쓸모가 없는 물건이었을 거에요. 아무리 좋은 물건이라도 잘 쓸 수 있는 사람 손에 쥐어졌을 때 빛을 발하는 것 아니겠어요?”
수겸이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옆에 벤치를 가리켰다.
“좀 앉을까요?”
수겸이 먼저 앉고는 자리를 권했다.
“건배!”
“건배!”
시원하게 건배를 한 번 하고 들이키는 맥주.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캬. 진짜 이 맛이죠. 안 그렇습니까?”
“그럼요. 좋네요. 여러모로.”
수겸이 내내 들고 다니던 종이 가방을 윤상준에게 건넸다.
윤상준이 가방 안을 보니 그 안에는 치료제가 20병도 넘게 들어 있었다.
“헤에? 이렇게나 많이 주셔도 되나요?”
윤상준이 휘둥그렇게 눈을 뜨고는 수겸에게 물었다.
“안될 건 또 뭐 있나요? 이번에도 잘 써주세요. 아 참. 이번부터는 개량이 되었어요.”
“개량이요?”
“네. 예전엔 치료가 되는 과정에서 통증이 생겼었잖아요. 이제는 통증이 없어졌습니다. 엄청나죠?”
“정말입니까?”
윤상준은 보물이라도 되는 듯 종이 가방을 품에 꼭 안은 채로 물었다.
“그럼요. 제가 상준씨한테 거짓말해서 무슨 재미를 본다구요. 그러니까 이제는 좀 더 편하게 쓰세요.”
“하하. 너무 좋네요. 사실 말은 안했지만, 나중에 민원이라도 생길까봐 얼마나 겁이 났는지. 희원이도 좋아하겠어요.”
“그 동료분?”
“네. 맞아요. 비밀도 잘 지켜주고, 이제는 나서서 치료제를 챙길 정도라니까요.”
“혼자가 아니라 다행이네요.”
“다행이죠. 그리고 제가 멀 좀 가지고 왔는데요.”
이번엔 윤상준이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풀어 안에서 어제 받은 표창장을 꺼내 수겸에게 건넸다.
“표창. 이야! 축하드려요. 진작 말씀하셨으면 이렇게 말고 제대로 샀을텐데. 지금이라도 어디 들어가시죠.”
수겸은 표창장을 한번 쭉 읽고 축하의 말을 했다.
“이건 제가 수겸씨를 대신해서 받은 상입니다. 수겸씨야 말로 모두에게 인정받아야 할 분인데∙∙∙. 엄하게 제가 받은 것 같아 죄송합니다.”
“전혀요. 제가 어디 그거 들고 다녀서 사람 한 명이라도 구할 수 있겠어요? 상준씨니까 제대로 쓰신거죠.”
수겸은 손사래를 치며 강하게 부정했다. 겸손을 위한 부정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늘 상준씨가 절 만나서 다행이라 하시지만, 저 역시 그 날 사고 현장에서 상준씨를 만난 것이 행운이라 생각해요. 아니면 사람도 살릴 수 있는 약을 싱크대에 흘려버렸을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상준씨가 가치를 알아봐줬달까요.”
그러면서 수겸은 윤상준이 준 표창장의 겉표지를 가볍게 쓸어내렸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그래도 내가 연금술로 돈 말고도 세상에 도움이 되는 단 한 가지 일이라도 했다는 증거겠네.’
수겸은 문득 이렇게만 쓸 것이 아니고, 좀 더 분야를 넓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 목숨보다 귀중한 건 없다지만, 더 많은 걸 만들어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굳이 나란 사실을 밝히지 않더라도 도움은 줄 수 있잖아.’
술에 취해서였을까?
매번 누군가에게 들킬까봐 전전긍긍하던 모습은 없고, 연금술을 적극적으로 사용해보자는 생각만 가득했다.
‘무슨 종류가 있을까? 음∙∙∙자연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있을 것이고, 치료제처럼 사람 신체에 좋은 효과를 주는 것도 있을 것 같은데. 숙련도도 조금 올랐으니 아마 만들 수 있는 종류가 늘지 않았을까?’
한번 트인 생각은 확장에 확장을 거듭했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 빨리 작업실로 가서 실험 해보고 싶어.’
경제적 자유를 얻은 지금 수겸에겐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그리고 지금 든 이 생각이 수겸에겐 새로운 목표가 되었다.
“수겸씨. 무슨 생각을 그리 하세요? 몇 번을 불러도 답도 없으시고. 혹시 좀 취하신건가요?”
“아, 제가 다른 생각을 좀 하느라. 죄송해요. 아, 술 취했단 이야기에 생각난 건데 제가 재밌는 약 하나 드릴까요?”
“무슨 약인데요?”
윤상준은 수겸이 주는 거라면 뭐든 좋게만 생각했다.
“이거요.”
수겸이 꺼낸 건 항상 하나씩은 들고 다니는 작은 알약, 해독제였다.
물론 원래 목적이 해독제였지, 지금은 그저 숙취 해소제일 뿐이지만.
“이게 원래는 몸에 들어간 독을 없애주는 약인데, 술 깨는 데에도 직빵이거든요. 한번 드셔보세요. 아! 근데 맛은 없어요.”
“그런 약도 있습니까?”
윤상준은 한번은 거부할 법도 한데 망설이지 않고, 약을 입에 넣었다.
“오. 별로 먹지도 않았지만, 술 깨는 느낌이 실시간으로 드는데요? 아, 혈중알콜농도 측정기가 있으면 좋을텐데요. 한번 테스트해보고 싶네요.”
윤상준은 손바닥을 주먹으로 치며 아쉬워했다.
“그러게요. 그것도 재밌겠네. 근데 저∙∙∙ 하나 여쭤봐도 되나요?”
“어떤걸요?”
“상준씨는 제가 이런 걸 보여주고, 권할 때 이런 걸 어디서 얻었는지를 묻질 않으시네요. 혹시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중요한건 어떻게가 아니고, 이걸로 무얼 할 수 있는지니까요. 그리고 물어보면 답해주십니까?”
윤상준은 수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답했다.
“하하하. 그것도 그렇네요. 물어보셔도 저도 어찌 답할지. 말씀하신대로 중요한 건 의지니까요.”
“맞아요. 의지. 수겸씨가 이걸 저에게 준 건 순전히 선한 의지로 주신거니 저는 의심하지 않았죠. 그런 의미에서.”
“네?”
“이 해독제도 좀 주실 수 있나요? 꽤 유용할 것 같네요.”
“얼마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