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53
53화
TV에 나온 유명 맛집
리미티드 에디션을 판매하는 의류 브랜드
가격 인상이 예정되어 있는 명품 브랜드
이 세 가지 모두가 가지고 있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오픈런.
그리고 그와 똑같이 판매 시간이 되기도 전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 곳이 있다.
아르케의 첫 공식 판매 개시일이었다.
대대적인 홍보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어웨이큰을 파는 곳이라고 알리는 작은 간판도 없었다.
1층에 편의점이 들어서 있는 낡은 상가 건물 앞에 왠 행렬이 서 있으니 지나가는 사람이 가던 길도 멈추고 뒤돌아 한참을 쳐다 보기도 했다.
오늘이 첫 날이라 더 그랬다.
“이제 일주일, 한달, 두달이 지나면 여기 줄 서있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 되겠지.”
수겸은 2층 사무실 창가에 서서 몰려든 사람들을 쳐다봤다.
사실 첫 날만큼은 이럴 것이라 예상 못한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번호표 주는 건 10시, 실제 판매 시각은 11시로 한 것이니까.
수겸은 9시 55분쯤 모두를 집합시켰다.
“자, 이제 진짜 디데이네. 아마 순식간에 매진이겠지만 화이팅하자.”
“화이팅!”
“모두들 수고하십쇼.”
수겸은 문득 참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사람들의 이목으 피해 팔았을 때는 화이팅은 고사하고, 어디에 숨어서 팔기 급급했었는데.
‘잘 된 것 같아. 나한텐 이게 맞아.’
편의점 사장도 어찌 됐든 고객을 상대하는 직업.
수겸은 능숙하게 영업용 미소를 장착하고 10시가 되길 기다렸다.
띠링-
10시가 되고, 편의점 문이 열렸다.
“번호표 드립니다. 잘 가지고 계셨다가 11시에 오시면 됩니다.”
“아싸 1번이다!”
오전 7시에 왔다던 1번 대기자는 환호성을 질러 쌓인 피로감을 한번에 날리는 듯 했다.
이후로 차근차근 진행되는 배부식.
198번
199번
200번
“자, 여기까지입니다. 못 받으신 분들은 죄송합니다!”
이은호가 번호표를 못 받은 201번의 얼굴을 보고도 못본 채 휙 돌아서며 외쳤다.
“아씨! 나도 3시간이나 줄 섰는데, 하나만 더 주라! 어?”
오히려 아예 뒤에 사람들은 조금 간만 보다가 애진작에 떠나갔고, 조금 애매한 사람들만 남은 상황이었다.
이은호가 대충 보니 열댓명정도가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줄을 서 있었던 것 같았다.
그 중에서 화를 주체하지 못한건 201번이었다.
‘하긴, 나 같아도 화나겠다.’
“죄송합니다. 준비된 수량이 딱 200개라서요. 다음에 다시 찾아주세요!”
이은호의 정중한 표현에도 201번은 안타까움이 화가 되어 분을 참지 못했다.
휘익
201번이 이은호의 팔을 확 잡아 채 본인을 보도록 거칠게 뒤돌려 세웠다.
“어어! 이러지 마세요!”
갑작스런 접촉에 이은호가 당황했을 때 편의점 쪽에서 누군가 큰 소리로 외쳤다.
“어이! 거기 손 떼십쇼. 경고는 한번만 합니다.”
동철이 손가락으로 지목하며 외쳤다.
당연히 생기는 헤프닝이고, 이미 예상한 시나오리오였다.
어딜가나 제 성질을 못이기는 사람은 있으니까.
모르는 사이라면 살면서 단 한번도 대화를 해볼 일이 없는 비쥬얼의 동철이라면 현장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건 꽤나 성공적이었다.
첫번째 반항자, 201번이 하는 떼부림의 귀추를 살피고 있던 뒷 번호 사람들은 모두 작게 ‘에이 씨’만 말하며 포기하는 눈빛이었다.
“일단 상황은 종료가 되었고. 이제 1시간 뒤에 판매만 잘하면 되겠구만.”
“생각보다는 더 잠잠하네요.”
유리창으로 밖을 바라보는 수겸과 그런 수겸 뒤에 서 있는 조태규였다.
“다른 너튜버들도 오고 할 줄 알았는데, 생각외인데요?”
“그러게 말입니다. 저는 최소 렉차는 올 줄 알았어요.”
“에이, 사장님. 렉차는 그 때 완전 말려서 관심 접지 않았겠어요?”
조태규가 설마? 하는 말투로 물었다.
“너튜버들은 또 그게 아닐걸요. 깨지면 깨지는대로 조회 수 잘 나온다고 할테니까요. 모르긴 몰라도 오늘 번호표 받은 사람 중에 하나는 너튜버일 것 같은데요? 아니면 아까 저기 난리친 사람이 그럴 수도 있구요.”
수겸은 너튜버 세상에 통달한 사람처럼 뒷짐을 진 채 말했다.
“그런가요. 근데 너튜버들은 몰라도 제가 이건 하나 압니다.”
조태규가 목소리 톤을 바꿨다.
“뭐죠?”
밖을 보던 수겸이 뒤를 돌아 조태규로 시선을 옮겼다.
“어느 기관이 먼저 올 진 알 수 없지만, 공무원 놈들은 반드시 옵니다. 사장님 팔이며 다리를 뜯어먹으러요. 이렇게 살이 통통하게 오른 걸 두고 볼 족속들이 아니거든요.”
조태규는 공기관에 대한 적개심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일단 지금은 즐기시고, 미리 준비하면 되지요.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 대비못할 것도 없지 않을까요? 괜찮아요.”
수겸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조태규를 안심시켰다.
“무슨 생각이 있으시길래.”
조태규는 의아했다.
‘이 사람이 이렇게 치밀한 사람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불신이 가득한 눈빛이었지만, 그래도 조태규 본인에게 돈을 주는 고용인이기에 믿을 수 밖에 없었다.
마라탕 냄새가 진동하는 사무실보다 지금의 사무실이 훨씬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포기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조태규는 의지를 한 번 다지고 2층 사무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 편의점 매대에 있던 과자 하나를 집고서.
“그건 계산하고 가져가세요.”
“이거 직원 복지 아니었습니까?”
“아닌데요.”
현재 사무실이 좋은 이유 하나가 사라진 순간이었다.
.
.
.
1시간이라는 시간은 딱히 떼운다는 생각을 안해도 금방 지나가는 시간이었다.
편의점에서 사온 과자 한 봉지를 뚝딱 한 조태규에게도
간만에 편의점 점주 역할에 충실하며 매장 청소를 했던 수겸에게도
번호표를 손에 쥐고 편의점 문을 바라보고 있는 대기자들에게도
11시입니다.
대기열에 서 있던 누군가의 휴대폰에서 시간을 알리는 알림이 울렸다.
“11시 됐어요!”
시작이다.
조급증이 난 사람들은 1분이라도 늦게 문을 열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눈빛이었다.
안되겠다 싶어 동철이 편의점 문 밖에 지키고 섰고, 민환과 이은호가 편의점 한쪽 구석에 마련한 테이블에 앉았다.
민환의 손에는 첩보 영화에나 나올법한 007 가방이 들려 있었다.
보통의 서류 가방보다는 크기도 크고 두껍기도 두꺼웠는데, 어웨이큰 수납을 위해 특수 제작했기 때문이었다.
가방 안은 격자 모양으로 칸이 나눠져있고, 그 안엔 간단하게 포장되어 있는 어웨이큰이 차라락 진열되어 있었다.
가치를 생각해본다면 특수 제작한 가방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한쪽에 100개씩, 양쪽으로 해서 도합 200개가 들어가니 1억 상당의 제품이었다.
“자, 문 엽시다!”
수겸의 외침에 동철이 문을 활짝 열어 목이 빠져라 안을 쳐다보고 있던 1번 손님을 안으로 모셨다.
1번 손님은 어리둥절한 눈빛이었다.
“컨셉 오지시네요. 편의점에서 이렇게 팔아도 돼요?”
“하하. 저희 사장님이 미쳐서 그래요.”
궁금해서 도저히 질문을 참을 수 없었던 1번 손님과 자기 생각에도 웃긴 듯 웃음기 가득한 말투로 말하는 민환 사이의 문답이었다.
거래는 아주 순조로웠다.
애초에 공지가 되어 있기도 했고, 다음 입장 순서를 기다리는 손님마다 동철이 꼭 한번씩 아이컨택을 하고 있는게 큰 것 같았다.
말 안듣고 헛짓거리 하다가는 정말 큰 일 날 것 같은 기분이었을테니.
첫 날의 거래는 무사히 끝이 났다.
딱 1억의 현금.
그것은 아르케 일원들의 얼굴에 함박 웃음이 베어 나오록 하기에 충분한 금액이었다.
돌아가며 이은호와 주간, 야간 근무를 하기로 한 최영지 역시 출근한 상태.
“사장님! 이거 실화에요? 헐.”
최영지는 조금 상황이 다르겠지만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오히려 이은호는 담담해보였다.
“어웨이큰 효과를 생각하면 당연한 겁니다. 이게 보통 약이 아니니까요.”
수겸, 민환, 조태규에게 이제 1억은 생전 처음보는 금액은 아니었지만 그들에게도 역시 감회가 새로웠다.
수겸은 이럴 때 직원들 사기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 오늘은 기분들 좋게 특별 인센티브로 가보자. 모두가 똑같이 고생했으니 1인당 1,600만원씩 챙겨. 나는 사장이니까 400만원 더 가져간다? 크크.”
수겸은 어느새 현금 계수기 한 대를 들고와서 현금 다발을 턱하고 올렸다.
드르륵. 드르륵.
신나게 돌아가는 현금 계수기.
320장 한 묶음을 만들어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건넸다.
만원짜리 320장을 받아도 편의점 알바를 야간으로 해서 받는 월급보다도 많았다.
게다가 이건 5만원권. 입이 찢어져라 웃음이 나올 수 밖에 없었다.
“꺄아!!”
“대박입니다. 군 전역하자마자 이렇게 수지 맞은 사람은 저 뿐일 겁니다.”
최영지와 이은호가 방방 뛰며 좋아하는 모습에 수겸은 뿌듯했다.
“여기 회사 다른 복지는 영 별로인 것 같더니, 돈으로 혼내주는 스타일이시군요?”
아직까지 편의점에서 과자 계산을 하라고 한 걸 잊지 않은 조태규가 한 쪽 입꼬리를 씰룩하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사장님!”
어쩌면 오늘 최고 에이스일 지도 모르는 동철 역시 허리를 숙여 감사인사를 했다.
“고맙다. 너도 고생했다.”
수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민환이 말했다.
“오늘 모두 고생했어요. 내일도, 모레도. 돈을 박박 긁어모아 봅시다.”
수겸이 손뼉을 짝짝 치며 해산을 위한 시그널을 보냈다.
수겸의 말대로 어웨이큰의 인기는 내일도, 모레도 계속 될테니 오늘 하루에 올인하여 감동할 필요가 없었다.
역시나였다.
딱 하루, 첫 날 장사를 했을 뿐인데 새로운 너튜브 영상이 생산되고 또 생산되었다.
지난번 렉차의 영상이 퍼질 때와는 결이 달랐다.
“이번엔 추측 영상이 아니고 실제가 나오는 영상들이테니까.”
수겸은 간만에 홀로 있는 밤을 즐기며 캔맥주 하나를 손에 쥔 채 영상과 댓글을 살폈다.
– 50만원이면 솔직히 개혜자 가격임. 근데 주의할 건 아무 목적없이 그냥 먹고 누워 있으면 좀 돈 아까울 순 있음. 목적을 가지고 섭취하는게 올바른 방법임.
이렇게 실제 경험담이 담긴 댓글과
– 진짜로 영상처럼 효과가 뛰어난가요? 저 곧 있으면 자격증 시험 있는데 50만원 주고 먹을 가치가 있을까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담긴 댓글과
– 오바 그만 좀 하시구요. 님들, 이거 개뻥입니다. 좋게 말해서 바이럴이지, 그냥 사기에요. 다이어트 약 먹는다고 살이 다 빠짐? 그거랑 똑같음.
이렇게 어웨이큰을 부정하는 댓글이 넘쳐났다.
“난리부르스구만. 궁금하면 먹어보시던가. 겁이 나서 못 먹는 사람들, 거짓말에 속아서 안 먹는 사람들은 전부 후회할 걸. 이 바보들아.”
수겸은 모니터 속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듯 취기가 살짝 오른 목소리로 읖조렸다.
“어으. 소주를 좀 탔더니 취하네.”
붉어진 얼굴의 수겸은 자리에서 일어나 수납장으로 걸어갔다.
그 곳에 있는 무언가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숙취엔 이거지.”
수겸이 꺼낸 건 일전에 만들어 둔 해독제였다.
검붉은 색깔이 도는 작은 콩 같이 생긴 해독제는 크기가 효과의 반증은 아니라는 듯 입에 넣자마자 술기운을 싸악 날려버렸다.
수겸이 고개를 세차게 좌우로 돌렸다.
‘무협지에나 나오는 고수들이 술기운을 날리는 느낌이란 말이지.’
처음부터 없었다는 듯 공기 중으로 증발해버리는 듯한 느낌.
“재밌네.”
수겸은 처음 민환에게, 또 윤상준에게 해독제를 주었을 때 기억을 떠올렸다.
‘둘 모두 신기해하고 재밌어했지.’
술 깨는게 왜 재밌냐? 신기하도록 효과가 끝내주니까.
“우선, 이걸로 한번 시작해볼까?”
수겸의 머리 속에 다음 계획이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