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52
52화
“고객님? 은호 네가 고객님이었다고?”
수겸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반쯤 농담조로 말했다.
“제가 샀던 건 아니고 제 친구가 샀는데, 저 먹어보라고 새똥만큼 쪼개 주더라구요.”
“헐. 세상 진짜 좁네.”
“그러게요. 엄청 신기하다고 생각도 하고, 누군지 몰라도 진짜 돈을 쓸어모으겠다 생각했는데 그게 사장님이었다니.”
이은호는 소름까지 끼친 모양인지 연신 팔을 매만졌다.
“대박. 저도 하나 좀 주세요. 뭔지 알아야 팔죠!”
최영지는 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보고 신난 강아지마냥 방방 뛰며 하나 내놓으라고 소리를 질렀다.
“알겠어. 우리 직원들부터 챙겨야지. 누굴 챙기겠어.”
수겸이 고개를 내저으며 말했다.
“근데 사장님. 제가 관심이 있다보니 너튜브까지 챙겨 봤는데, 괜찮으십니까? 완전 저격당하신 거 아닙니까? 아 마지막에 깨갱하긴 하던데.”
“저격 맞지. 그래서 한참 잠수 타다가 이래 죽나 저래 죽나 매 한가지 같더라고. 난 스스로 당당하니까 그냥 부딪히려고. 누구든 올테면 와보라지.”
수겸을 가슴을 쭈욱 내밀었다.
“크크크. 사장님 그새 캐릭터까지 바꾸셨나. 예전엔 이만큼 재밌는 분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사람이 바뀌긴 하나봐요.”
최영지가 이은호의 팔을 찰싹 때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게 말이다. 여튼 너희도 그러면 조인하는걸로 한다. 아! 혹시 걱정되거나 일하다가도 불안해지면 말해. 언제든지! 퇴직금까지 빵빵하게 줄거니까.”
수겸은 마지막으로 둘의 생각을 한번 더 떠보았다.
아무래도 너튜브까지 봤다고 하니 더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럼요! 전 콜입니다.”
“완전 핫한데 제가 빠질 것 같으세요? 이런 변두리 편의점에 올인하고 있던 보상은 받아야겠어요.”
둘은 의기투합해 한마음 한뜻으로 외쳤다.
아무래도 20대의 젊은이들은 겁이 없는 모양이었다.
“나도 콜.”
이걸로 수겸 패밀리가 전부 모였다.
그간 돈이 없이 살았다 뿐이지 인생을 헛살진 않은 모양이었다.
수겸은 일이 착착 진행되는 것 같아 환한 미소를 지었다.
***
흡사 화학 물질을 만들어내는 실험실 같았다.
새하얀 벽에 고개를 똑바로 들어 위를 쳐다보지 못할 정도로 밝은 조명.
스테인리스 제품 특유의 은색 빛깔의 향연에다가 크기별로 주루룩 나열되어 있는 비이커들.
지금 당장 여기에다 불을 질러도 탄내가 퍼지지 않을 것처럼 크고 압도적인 환풍구.
초정밀 저울과 배합기까지 조합이 완벽했다.
수겸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기구들을 세팅한 셈이었다. 나중엔 실험도구를 좋아하는 특이한 취향의 수집가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
“와. 여길 보니까 왠지 성공한 인생 같네. 금빛은 아니지만 번쩍 번쩍 같아.”
수겸은 양 팔을 허리춤에 대고 눈 앞의 광경을 즐겼다.
이제 재료만 충분하면 생산량을 대폭 늘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재료만 충분하다면 말이지.’
수겸은 휴대폰을 쳐다봤다.
다시 연락을 준다던 박동현은 아직 전화, 문자 그 어느 것으로도 연락이 없었기 때문이다.
“고민 되시겠지. 그 때 내가 너무 급발진으로 진행했나? 일단, 첫번째 시약 제조를 한번 해볼까?”
수겸은 두 팔을 걷어 붙이며 새로운 작업에서의 첫번째 연금술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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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겸이 빌딩 매입과 관련된 절차를 마치고 지금의 작업실까지 세팅하는 데 걸린 시간은 한 달.
시장에 어웨이큰이 사라진 지 2개월 하고도 절반이 지난 시점이었다.
그 사이 꾸준히 작업한 덕분에 쟁여둔 어웨이큰의 갯수는 1,300개를 넘어 이제 1,700개를 넘긴 상태였다.
“많이도 만들었다. 하하.”
‘사업 정착만 되면 연금술 수련만 주궁장창 해야지.’
수겸은 본인의 못난 다리를 내려다 봤다.
지금 당장이라도 연금술에만 매진하고 싶지만 이미 벌인 일이 너무 많았다.
‘정리만 되면∙∙∙. 정리만∙∙∙.’
어웨이큰 판매 개시 3일전의 일이었다.
새로운 작업실에서 시약 제조를 마친 다음 날.
어웨이큰의 성지가 되어버린 공무원 수험생 커뮤니티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어웨이큰 판매 개시]성지는 역시 성지던가.
자극적인 게시 글 제목에 너도 나도 모두 자동으로 글을 읽었다.
[너튜버 렉차가 홍보한 어웨이큰이 다시 판매됩니다. 이전에 했던 비정기 판매에서 바꿔 항시 판매로 바뀝니다. 단, 매일 판매 수량 200개 제한! 한 분당 1개 제품만 구매 가능합니다. 매일 아침 10시에 입장 번호표를 배부하오니 이 점 참고 부탁드립니다. 주소는 아래에 있습니다.]완전히 바뀐 방식이었다.
아무리 미리 생산해둔 것이 있다고 해도 수겸 혼자서 계속 만들어내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갯수 제한은 불가피한 상황.
거기다 파격적으로 바뀐 내용 하나.
가격이었다.
공지글을 올린 조태규가 다 함께 회의를 하던 때를 회상했다.
“아니! 호구세요? 아니, 등신이세요? 내가 이런 사람을 믿었다니.”
조태규가 항상 깔끔하게 하고 있던 연노랑 넥타이마저 거칠게 풀어버리며 언성을 높였다.
“저 사장인데요? 단어 선택 오지시네요.”
수겸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조태규의 말을 받아쳤다.
“지금 상황에서는 다들 이해해줄걸요? 사장이고 나발이고. 호구짓도 적당히 해야지. 이건 뭐. 우리도 먹고 살아야 할 거 아닙니까!”
조태규가 좌우에 나눠 앉은 수겸 패밀리 일원들을 하나 하나 쳐다봤다.
‘마치 내 편을 어서 들어서 함께 멍청한 사장을 참교육 시켜주자!’ 라는 표정이었다.
“근데 수겸아. 이건 나도 좀 이해가 안간다. 왜 다들 사고 싶어서 안달이 났는데 가격을 낮추겠다는거야? 수요가 늘어나면 가격도 올라가는게 맞다고 이야기한 건 너잖아.”
조태규의 간절한 바람에 응답한 건 민환이었다.
“수요 공급 그래프니 머니 그려가며 설명할 땐 언제고 알아서 가격을 낮춘다는 건지 나는 모르겠다.”
민환은 소리 지르는 것보다 나긋하게 설득하는 방법을 선택한 모양이다.
“그 때는 그게 맞았는데, 지금은 내가 말한 게 맞는 것 같아서. 내 가치관이 달라졌달까. 그리고 하나에 50만원이 싸요? 하루에 1억씩인데? 우리 지금 해봐야 6명인데 하루 1억이면 꽤나 괜찮지 않나요?”
수겸이 제시한 건 하나에 500만원에 팔던 어웨이큰을 1/10 가격으로 낮춰 개당 50만원에 팔겠다는 것이었다.
“가치관은 개뿔. 배때지에 기름이 낀거지. 돈 좀 벌었다고 겁나 느낌있게 재능 기부라도 하는 것처럼 싸게 팔려는거 아니에요? 나는 ‘고저스’ 한 사람이라면서.”
조태규의 말에는 단어 하나 하나에 가시가 박혀있었다.
“휴우. 진짜 화나려고 하니까 좀 닥치고 내 말 다시 한번 들어요.”
수겸은 인상을 팍 썼다.
“잘 들어요 모두. 내가 어웨이큰 장사를 하려면 모두의 도움이 필요한 건 맞아요. 그래서 제가 도움을 청한거구요. 근데요. 그럼에도 사업의 주체는 저에요. 다들 그 점은 잊지 말아주세요. 존나 열받거든요.”
수겸은 일부러 거친 말투와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하루 200개, 개당 50만원으로 1일 1억이면 우리 모두가 부자 소리를 듣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민환아. 내가 예전에 그렇게 생각했던 건 언제고 우리 사업이 엎어질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절박하기도 했고.”
“어, 응.”
민환은 평소와 다른 수겸의 모습에 낯선 듯 짧게 답했다.
“근데 여러분들을 만나고 지금 이까지 오니까 이게 오늘 내일 걱정을 할 사업은 아닌 것 같아요. 당장 내일 망할 수도 있으니까 오늘 30억을 벌어놔야지! 이게 아니란 말이에요. 아까 제가 가치관 이야기 했죠?”
“네에.”
마찬가지로 항상 웃는 모습의 수겸만 봐왔던 최영지와 이은호 역시 기가 죽은 채 대답했다.
“누군가 어웨이큰이 마약이라고 했어요. 근데 저는 이게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인생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여기 민환이가 공무원 시험에 붙은 것처럼요. 물론 공무원은 안할거지만.”
수겸은 민환을 한번 쳐다보고는 계속 이어서 말했다.
“그런 기회를 최대한 많은 이들에게 주고 싶은거에요. 근데 정말 인생이 힘들어서 어웨이큰이 필요한 사람에겐 500만원은 너무 크다고 생각했어요. 50만원도 물론 생각하기엔 큰 돈이지만 최소한의 가치랄까요. 수익을 내는 영리 사업이지만 동시에 자선 사업이랄까요. 너무 거창한가? 머, 여튼 그런 느낌이에요.”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하라는 홍익인간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풉. 나한테 너무 취했나.’
수겸은 스스로 꼴깞 떤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럼에도 내뱉은 말들에 후회는 없었다.
‘연금술을 많이 퍼뜨리려면 접한 사람이 많아야 하니까. 일단 이로움을 알아야 나중에 궁지에 몰리더라도 빠져나올 구멍이 생길테니까.’
수겸은 최대한 많은 수의 대중을 연금술의 편에 서게 하고 싶었다.
이 세상에 연금술의 가치를 아는 사람은 수겸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없기 때문이었다.
“흐음. 우리 다 부자 만들어 주실겁니까? 원래 직원은 자기 돈만 생각하거든요. 다들 안그래요?”
조태규가 한결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엔 웃음기마저 돌고 있었다.
“하하. 그럼요. 돈만큼 서로를 묶어주는 게 있을까요? 걱정마십쇼. 다들 후회하지 않도록 할거니까. 사업 아이템이 한 두개가 아니에요. 기대하세요.”
“사장님 최고!”
수겸의 자신만만한 태도에 최영지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의미로 우리 회의 안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뭔가요?”
이은호가 물었다.
“우리가 법인을 세울 것도 아니지만 회사 이름 정도는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해서.”
드르륵
수겸이 성큼성큼 걸어가더니 사무실 한 구석에 있던 화이트보드를 끌고 왔다.
작업실이 완성되기 한참 전에 2층 사무실은 완성이 되어 있었다.
“자, 이름 채택되는 분께 인센티브도 있습니다만? 먼저 말씀하시면 좀 유리하지 않을까요?”
수겸이 검은색 보드마카를 뽑아 들었다.
“사천당가는 어때요?”
민환이 작은 목소리로 첫번째 후보를 내놨다.
“제가 무협지를 좋아해서. 우리가 파는게 약이다보니 그게 떠오르네요. 하하.”
민환이 뒷통수를 벅벅 긁었다. 많이 민망한 모양이었다.
“오케이. 일단 접수.”
수겸이 제일 윗 줄에 민환의 아이디어를 적었다.
그 이후에 나온 아이디어로는 ‘SU 메디슨’, ‘미라클 샵’, ‘포츈’ 이 나왔다.
나름대로 각각의 이유는 있지만 모두의 마음에 와닿지는 않은 상황.
그 때 동철이 손을 번쩍 들었다.
회의 시간 내내, 심지어 조태규와 소리를 높여가며 언쟁을 했을 때에도 말 한마디를 하지 않았던 동철이 손을 들자 모두가 입을 꾹 닫았다.
“아르케는 어떻습니까? 연금술(Alchemy) 에서 따와서요. 세상에 없는 약을 만드는 건 연금술 아닌가 해서요.”
‘와, 소름.’
수겸은 깜짝 놀란 표정을 들키지 않으려 화이트보드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오. 좋은데?”
조태규가 동철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좋은 것 같아요!”
“완전 아이디어 뱅크이신데요?”
최영지와 이은호 역시 마음에 든 모양.
“완전 찰떡인 것 같아요. 진짜 소름이네. 연금술. 어떻게 그거 떠올리셨지?”
모든 스토리를 아는 민환이 수겸이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했다.
수겸이 아르케라는 글자를 적으려다가 손을 멈추고, 칠판 지우개를 들어 화이트보드에 적힌 모든 후보를 싹 지웠다.
그리고 다시 커다란 글씨로 아르케를 적었다.
수겸과 수겸과 함께 하는 이들을 한데 모을 이름이 정해졌다.
“아르케∙∙∙. 좋네.”
수겸이 나지막히 읖조렸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 아르케의 첫번째 상품 어웨이큰이 다시 판매되는 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