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58
58화
핸섬가이를 따라 걷길 불과 15분.
그리 멀지도 않은 곳에 영업장을 차렸다는 사실은 수겸은 더욱 분개했다.
‘이 새끼들 진짜로 우리가 흘린 콩고물을 주어먹으려고 작정을 했네.’
처음엔 혼자였다가 점점 일행이 늘고 있었다.
아마도 호객꾼이 한 둘이 아닌 모양이었다.
수겸의 뒤에서 연신 두리번거리면서 걷고 있는 남자는 오늘 202번 번호표를 받은 사람이었다.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질 때 따라붙었나보네. 내가 실랑이 하고 있을 때 바로 꼬셔서 데리고 온 모양이야.’
수겸은 어디선가 수겸을 따라오고 있을 동철을 떠올렸다.
‘동철씨가 있으니 겁낼 것 없어.’
고개를 좌, 우로 돌려가며 전체를 보니 벌써 열명은 넘는 것 같았다.
수겸의 안내를 맡았던 핸섬가이는 한 패로 보이는 이들과 뭐가 그리도 재밌는지 실실 웃고 있었다.
이미 확보한 손님이라 생각하는지 알아서 잘 따라오고 있나 확인도 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리고 잠시 뒤
사칭범 일당들이 한 건물 입구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여기인가보네요.”
처음부터 끝까지 수겸의 등 뒤에 바짝 붙어 따라오던 202번이 이제서야 입을 열었다.
절름발이 등 뒤에 그리도 숨고 싶었을까.
수겸은 본인보다 더 쫄보인 사내를 한심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러게요. 여긴 저도 오며가며 본 적이 있는데 여기서 짝ㅌ, 아니 어웨이큰을 판다는 건 완전히 몰랐어요.”
수겸은 [TOP 코인노래방] 간판을 쳐다보며 말했다.
수겸의 말은 진짜였다.
편의점에서 불과 15분거리니까 당연히 익숙한 곳이지 않겠나.
나름의 수사가 진행될수록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게 느껴졌다.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짝퉁이요?”
겁은 많지만 말귀는 잘 알아듣는 사내, 202번이 수겸에게 물었다.
“네? 저 그런 말 안했는데요?”
본의 아니게 튀어나온 진심을 들어버려서 202번이 상황에 변칙을 주면 안되는 상황이었다.
“아, 그런가. 내려가시죠.”
다행히 사칭범 일당은 둘의 대화를 못들은 듯 했고, 쫄보 202번은 이번에도 여지없이 수겸을 먼저 들어가라며 손짓했다.
코인노래방 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의외인 점은 운영하지 않는 상가를 무단으로 쓰는 건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웅웅- 소리를 내며 작동하고 있는 음료냉장고에는 여러 음료수가 가득차 있었고, 입구에서도 보이는 1번 룸 안을 보니 노래방기계도 켜져 있었다.
사실 무엇보다도 누군가가 부르는 노래소리가 은은하게 들리기 때문에 좀전에 살펴본 단서들은 필요도 없긴 했다.
마이크를 데고 부르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릴 정도면 이런 코인노래방 치고는 방음시설에 신경을 쓴 모양이었다.
‘근데 노래 진짜 못 부르네.’
2000년대 감성이 물씬 풍기는 발라드였는데 목소리며, 박자며, 음정이며 모두 꽝이었다.
‘친구였으면 무조건 노래 끈다. 이건 못참지.’
뚝-
수겸의 간절한 마음이 전달된걸까?
노래가 뚝 끊기더니 구석에 있는 14번 룸 문이 열렸다.
포마드 스타일로 쫙 넘긴 머리에다가 눈썹 문신을 한건지 숯검댕이 눈썹이 돋보이는 남자였다.
“안녕하세요. 먼 길 오셨습니다.”
말하는 목소리는 노래할 때와 다르게 의외로 괜찮았다.
동굴에서 말할 때처럼 울림이 있는 목소리였다.
외모와 목소리가 어울리는 남자, 그의 이름은 박도하였다.
“더 오기로 하신 분들이 계셔서 짤막하게 저희 제품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박도하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하니 저절로 모두가 집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저, 박도하는 여러분께 솔직히 고백합니다. 제가 오늘 판매하고자 하는 제품 어웨이큰은 여러분들이 오늘 사려고 하신 진짜 어웨이큰이 아닙니다.”
박도하의 발언에 너, 나 할 것 없이 웅성거렸다.
“당황들 하지마시구요. 하하. 조금 더 설명을 들어보세요. 이 어웨이큰은 기존 어웨이큰을 조금 더 보급형으로 개량한 겁니다. 재료 배합을 달리해 효과는 그대로지만, 지속시간이 기존의 것보다는 짧아졌습니다. 대신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었죠.”
박도하는 의도된 행동인 듯 어웨이큰 하나를 꺼내 먹으며 말했다.
“아 참. 중요한 걸 빼먹었네. 이게 훨씬 맛있습니다. 입으로 먹는거니까 맛이 중요하죠? 하하.”
박도하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100퍼센트의 거짓보다는 80퍼센트의 진실과 20퍼센트의 거짓이 섞인 편이 더 구분하기 힘들다고 하던가.
박도하의 전략이 그러했다.
“그래서 얼마에요?”
설명을 듣던 누군가가 손을 들어 물었다.
“아이코. 안내원분들이 말씀을 안하셨구나. 저희 어웨이큰은 여러분들이 아시는 50만원이 아니라 하나에 30만원에 팔고 있습니다. 2개를 사신다고 하시면 할인가 적용해서 50만원에 팔고 있죠. 하나를 사러 오셨다가 두 개를 들고 가면 기분이 2배 좋으시겠죠?”
“지속시간은 어떤가요? 효과는 원래것보다 얼마나 떨어진건데요? 설명이 좀 부족한 것 같은데.”
이번엔 또 다른 사람이 물었다. 추리닝 차림의 사람이었는데 아마도 이 사람은 기존 어웨이큰을 먹어본 것 같았다.
“저희 제품은 보통 5분에서 8분 내외입니다. 사람에 따라 편차가 큽니다만 보통 그렇습니다. 효과가 걱정이시군요. 보통 가성비라고 하죠? 저희껀 가성비를 넘어서 갓성비수준입니다. 가격은 절반을 떨어뜨렸는데, 효과는 그 이상이면. 게다가 개같은 오픈런도 안하고 사고 싶은데로 살 수 있다는 점도 있지 마세요.”
박도하는 본인이 제시하는 장점을 손가락으로 세어 가며 말했다.
“그래도 말만 듣고 사는 건 좀.”
제일 끝 쪽에 있던 여자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박도하는 그걸 또 캐치했는지 손가락으로 방금 말한 여자를 가르키며 말했다.
“저희 강매 아니에요. 지금 가시고 싶으면 가도 됩니다. 여러분들을 안내해 준 안내원들은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려는 걸 막으려고 저기 서있는거지, 여러분들이 나가는 걸 막으려고 서있는 게 아니에요. 저기야. 길 좀 터드려.”
박도하가 입구 가드를 향해 말했다.
“이 동네에 코인 노래방이 여기 하나라서 손님이 좀 많은 편이거든요. 하하하.”
지금까지 이야기를 듣고 있던 수겸이 손을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몇 십만원 쓰는데 샘플이라도 없습니까? 사고는 싶은데, 뭘 믿을 구석을 주셔야죠.”
“말씀 잘하셨습니다! 샘플이요. 당연하죠. 저기씨. 샘플 박스 좀 들고 와줄래?”
박도하는 옆에 서 있던 스태프 하나를 가르켰다.
“여기 있습니다.”
저기씨가 들고 온 샘플 박스에는 1/5 크기로 소분된 어웨이큰이 소분되어 있었다.
“하나씩 받아서 드셔보세요. 직접 드셔보시면 제 말이 다 맞다는 걸 아실겁니다.”
심부름꾼 저기씨가 하나씩 박스에서 꺼내 이야기를 듣고 있는 사람들에게 나눠졌다.
수겸에게도 역시 하나가 주어졌다.
‘마나가 있어.’
수겸이 제일 처음 본 것은 짝퉁 어웨이큰이 품고 있는 마나의 양이었다.
그렇지만 잘게 쪼개진 걸 감안해도 수겸의 어웨이큰에 비하면 절반 정도의 수준.
‘아직은 조금만 더 들어보자.’
수겸의 감으론 눈 앞에서 말로 살살 꼬득이는 박도하는 무조건 사기꾼이었다.
만에 하나가 아니라 여지없이 어웨이큰 사칭범이 맞았다.
그렇지만 0.0001퍼센트의 가능성일지라도 수겸과 같은 연금술사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정도면 미숙한 연금술사일지도 모르니까.’
어쩌면 답답할 수 있는 신중함이었다.
눈으로 마나를 보고 직접 먹어도 봤지만, 역시 효과 역시 절반 수준이었다.
체감되는 효과도 적을 뿐더러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 역시 5분 내외.
박도하는 넉넉잡아 1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입을 열었다.
“어떻습니까? 사기 아니죠? 효과가 덜할 순 있지만, 이건 분명히 어웨이큰이 맞습니다.”
그 때 뒤쪽에 서 있던 입구 가드가 손짓하는 게 보였다.
“아! 오기로 하신 분들이 더 오시는군요.”
박도하의 시선에 따라 설명을 듣던 이들 모두 뒤를 돌아봤다.
“안녕하세요! 휘유. 오늘은 손님이 좀 적네요.”
제일 먼저 들어온 20대 남자가 쾌활한 목소리로 인사하며 들어왔다.
“어서오세요. 또 오셨군요. 지금 오신 분들은 전부 재구매 고객분들이셔서요.”
그 뒤에 연이어 내려오는 사람들은 원래 모여 있던 이들보다 더 많았다.
‘이제 다 합치면 30명은 되겠는데?’
수겸은 눈대중으로 사람을 세었다.
“자! 질질 끌 것도 없고 사실 분은 남고, 영 못믿겠다 하시는 분은 그대로 나가시면 됩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박도하는 쿨하게 인사를 한 후 뒤돌아 본인이 노래를 부르던 14번 룸으로 갔다.
“에이씨. 께름칙하긴 한데.”
“난 안살래.”
“그래도 영 효과가 없는 건 아닌 것 같은데. 또 사러 오는 사람도 있는데 괜찮지 않나.”
저마다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결국 이탈하는 사람은 의문을 제기했던 여자와 가격을 물어봤던 남자, 둘 뿐이었다.
수겸을 방패로 삼던 202번 남자는 여전히 수겸의 뒤에 서 있었다.
아마도 사기로 한 모양이었다.
“으차. 저기씨~ 여기 물건 좀 받아요.”
박도하가 다시 아무 사람이나 불러 도움을 요청했다.
“몇 분 안나가셨군요. 저희 어웨이큰을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바로 거래하고 나가보실까요. 다들 공사다망한 분들이시니까요.”
박도하가 어느새 끌고 온 의자에 걸터 앉았다.
아까 부탁한 저기씨가 동료 하나와 작은 테이블 하나와 어웨이큰이 들어 있을 가방을 들고 와 박도하 앞에 세팅을 했다.
“자, 한분씩 오셔서 필요하신만큼 말씀주세요. 저희는 쪼잔하게 1인당 1개만 팔고 그러지 않으니까 필요한 수량만큼 사가세요.”
박도하가 가방을 척 하고 열며 그 안에 잔뜩 들어있는 물량을 보여줬다.
물론 가방 옆에는 가드 한 명도 붙어있는 상황.
거래가 시작됐다.
“1개만 주세요.”
“전 2개요.”
“전 10개요.”
저마다 수량을 말하며 물건을 받아갔다.
통이 큰 남자는 지금이 기회다 싶었는지 10개나 사고, 계좌이체를 하는 모습이었다.
박도하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며 두 손을 꼭 잡아 인사하기도 했다.
이윽고 수겸의 차례.
“2개 주세요.”
“네. 50만원입니다. 계좌이체도 되고 현금 주셔도 되구요.”
박도하는 어웨이큰 2개를 꺼내주며 기계적으로 답했다.
“저기 근데요. 궁금한 게 있는데요.”
“네?”
“이거 본인이 만드신거에요?”
“그럼요. 제가 직접 만든 게 맞죠. 그러니까 이렇게 팔죠.”
박도하는 고개를 들어 수겸을 쳐다봤다.
“혹시 이런 약을 만들 때 설비가 많이 필요한가요?”
수겸이 또 다시 질문했다.
“설비요? 설비 많이 필요하죠. 한번 해볼까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아무나 못해요. 제약이 어디 보통 사업인가요.”
아니었다.
어웨이큰은 연금술을 할 줄만 알면 그리 설비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오죽하면 아무것도 없던 시절 수겸이 집에서 만들었을까.
수겸이 생각한 99퍼센트의 가능성이 100퍼센트 확신으로 바뀌고 있었다.
수겸은 박도하가 좀 전에 건네 준 짝퉁 어웨이큰 두개 중 하나의 포장을 벗겼다.
“저기요. 여기서는 드시면 안됩니다.”
짝퉁 어웨이큰 무더기를 지키고 있는 가드가 수겸을 제지했다.
“왜요? 아까 테스트도 했는데. 아? 돈을 안내서?”
수겸은 지갑에서 5만원권 10장을 꺼내 박도하의 테이블 위에 집어던졌다.
“이제 됐죠?”
“어? 이 분 태도가 불량하시네!”
박도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수겸을 노려봤다.
수겸은 박도하가 그러거나 말거나 가드가 말릴 틈도 없이 포장을 벗겨낸 짝퉁을 손바닥 위에 올려 살폈다.
‘이제 100퍼센트야. 잡았다. 이 개새끼.’
수겸이 확신을 가진 이유. 그건 방금 포장을 벗겨낸 어웨이큰 때문이었다.
테스트로 준 것은 수겸의 것에 비해 절반정도의 마나를 품고 있었다면, 지금 수겸이 보고 있는건 1/10정도.
마나가 발하는 푸른 빛이 꺼져가는 불씨 수준이었다.
수겸은 남아 있는 다른 짝퉁 역시 포장을 벗겼다.
‘이것도 역시.’
조금 차이가 있지만 대동소이한 수준.
수겸은 손에 쥔 짝퉁 어웨이큰 두 알을 냅다 집어던지며 말햇다.
“잡았다. 사기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