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74
74화
최근 6개월 간 구조 활동 시 현장 힐링 포션 사용 횟수 총 962건.
그 중 힐링 포션이 없었다면 사망자 발생 가능성이 높은 사건 총 730건.
힐링 포션 부작용 발생 사례 0건.
시범 사용 중인 서울 지역 안전센터 소속 구급 대원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 조사 결과, 시범 사용이 아닌 정식 인가 물품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 100%.
국회 청문회 중 제시된 소방청의 공식 자료였다.
“이렇듯 현장의 목소리는 한결 같습니다. 물론 119 구급대원분들의 피땀어린 노력 덕분입니다만, 힐링 포션이 우리 국민들을 살리고 있습니다. 다음에 보실 자료는 힐링 포션으로 목숨을 구하신 분께서 직접 녹화하신 영상입니다.”
정인섭은 또렷한 목소리와 발성으로 진행 순서에 따라 발표를 했다.
잠시 후 준비된 TV 화면에 영상이 재생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도봉구에 살고 있는 이영규라 합니다. 아, 소개를 다시 해야겠군요. 저는 힐링 포션으로 목숨을 구한 이영규입니다. 지난 3월, 저는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다 음주운전 차량에 치이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당시 현장의 사진입니다.”
영상 속에서 이영규는 커다랗게 출력한 사진을 앞으로 내밀어 보여줬다.
사방에 떨어진 차량 파편만 보면 과연 이게 사람과 부딪힌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의 현장 사진이었다.
“저는 사고 직후부터 기억이 없습니다만, 당시 출동한 구급대원분의 말씀에 따르면 출혈이 너무 심해 도저히 응급실까지 갈 수 없을 것 같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팔이며, 다리며 할 것 없이 골절상까지 당해 거의 걸레짝인 상황이었습니다. 그 때 힐링 포션이 없었다면 아마 전 죽었겠지요.”
이영규가 앉은 채로 허리를 꾸벅 숙여 인사했다.
“힐링 포션을 만들어서 119에 제공해주신 분, 또 제게 힐링 포션을 투약해 주신 119 구급대원분. 진심으로 감사인사드립니다.”
길지 않은 영상이었지만, 수겸과 정인섭에게 필요한 모든 내용이 담겨 있었다.
영상이 끝나고 정인섭은 곧바로 부가 설명을 시작했다.
“이와 같이 실제 힐링 포션으로 목숨을 구하신 분의 인터뷰 영상이 수 백개입니다. 그 분들께서 왜 영상을 찍어서 올렸다고 생각하십니까? 힐링 포션을 계속 사용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 때문입니다. 위급한 순간에 목숨을 구할 수 있도록 말이지요. 여기 지금 보이는 동영상들이 그 증거입니다.”
정인섭이 미리 챙겨둔 태블릿 화면에서 동영상 목록을 쭈욱 내렸다.
“힐링 포션 뿐만 아닙니다. 어웨이큰, 스토니 등 강수겸씨가 가진 기술인 연금술로 만들어내는 시약을 정식으로 인가하는 특별법 제정을 발의하는 바입니다. 이상입니다.”
어느새 이마에 땀이 맺힐 정도로 최선을 다한 정인섭의 발표 다음에는 수겸이 나설 차례였다.
‘휴우. 긴장하지 말고 최대한 편안하게. 말은 가능한 한 천천히 하라고 했지.’
수겸은 정인섭이 미리 코칭해준 내용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카메라가 수겸을 향했다.
모니터에 비친 본인의 모습을 보니 수겸의 손에는 땀이 베어나왔다.
“강수겸입니다. 어웨이큰을 비롯해 마지막에 언급된 힐링 포션을 제작한 제작자입니다.”
수겸이 마이크를 입 앞으로 가져다 대며 말했다.
“당사자가 나왔으니 이제서야 여쭙습니다. 도대체 연금술이 뭡니까?”
평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앞, 뒤 없이 내뱉는 것으로 유명한 국회의원이 물었다.
“새로운 성질을 이끌어 내는 것입니다. 요리를 한다고 생각해볼까요?”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한 것과는 다르게 수겸은 침착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요리를 하다보면 향신료를 넣어야 할 때가 있죠? 근데 양을 적게 넣으라는 레시피가 있습니다. 딱 1그램 정도요. 이걸 왜 넣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도 요리를 하지만 막상 결과물을 먹어보면 희한하게도 희미하게 아까 넣은 향신료의 향이 느껴집니다. 이게 일반의 상식이고 지금까지 의원님께서 알고 있던 상식입니다.”
수겸은 자신에게 질문을 한 국회의원을 가르키며 말했다.
“그런데 연금술의 상식에선 소금 넣었다고 짠 맛이 나는 게 아니고 거기서 단 맛이 날 수 있습니다. 모든 물질은 각각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연금술은 각각의 물질을 조합하고, 가공해서 숨겨진 성질을 이끌어 냅니다. 그래서 말이 안되는 효능들이 나올 수 있는 겁니다.”
“아 그렇습니까∙∙∙∙∙∙.”
국회의원은 온전히 이해하진 못한 것 같았다.
“이번엔 제가 질문하겠습니다. 연금술이라고 하는 기술을∙∙∙어떻게 알게 되신 겁니까?”
수겸이 가장 고민한 질문 중 하나였다.
리카르도와 우연히 만나서 그에게서 연금술을 배웠는데, 그 사람은 다시 자기가 살던 세계로 돌아갔다는 이야기.
‘이걸 굳이 이야기해야 하나?’
“영화나 소설을 보면 이런 표현이 있죠. 각성. 저도 어느 순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냥 하니까 되더군요.”
“그게 무슨∙∙∙?”
질문을 한 의원은 맥락없는 이야기에 말문이 막혔다.
“제가 어떻게 알게 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무엇을 할 수 있냐가 중요한 것 아닙니까? 제가 연금술을 알게 된 경위에 따라서 실질이 바뀌는 게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만.”
“크흠. 일단 알겠습니다.”
찝찝한 질문은 약간의 억지를 부리며 넘겼다.
“자, 그러면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사회자의 말에 동시에 모두가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청했다.
점점 청문회는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자리에 배석한 국회의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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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시간이 넘는 청문회의 막바지.
“마지막으로 한 말씀만 드려도 되겠습니까?”
수겸이 본인을 쳐다보고 있는 여러 국회의원을 한 명, 한 명 쳐다보며 물었다.
“네, 하시죠.”
그 중 하나가 답했다.
“처음 보는 것이라고 받아들이지 않고, 본인의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위험한 것, 가까이 하면 안되는 것이라 치부하면 우리 인류는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누구도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이해하지 못했던 시절이 있습니다만, 우리는 그걸 무시하지 않았으며 미친 소리라고 치부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어떻습니까? 그의 이론은 여전히 많은 곳에서 쓰이며 인류 발전에 토대가 되지 않았나요?”
수겸은 한 번 말을 끊어서 이목을 더욱 집중시켰다.
“제가 하는 연금술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저는 제 사익을 위해서 이 자리에 나온 것이 아닙니다. 저는 단지 세상이 연금술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또, 모두를 위해 쓰겠노라 다짐을 하고서 지금 여기에 왔습니다. 국회의원분들께서도 국민을 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하셔서 부디 좋은 결정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수겸의 연설이 끝나고 장내는 일순 침묵이 내려앉았다.
“이상으로 연금술 특별법안 발의 청문회를 마치겠습니다.”
사회자의 폐회 선언과 함께 수겸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수고하셨습니다.”
정인섭이 수겸 옆으로 다가와 물을 건넸다.
“의원님도 준비하시느라 고생하셨어요. 이거 두 번 하라고 하면 못하겠는데요? 기운이 달려서 다리까지 떨릴 정도에요.”
“하하. 그래도 잘 하셨습니다. 말씀도 잘 하시던데요?”
정인섭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이제는 기다릴 수 밖에 없네요.”
“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그런데 만약 법안 상정에 실패하면 어떻게 하실 계획이십니까?”
“음∙∙∙ 생각한 게 있긴 한데. 이걸 의원님께 말씀드리기가 좀.”
수겸은 밖으로 걸어 나가며 정인섭에게 말했다.
“뭡니까? 그러니까 더 궁금한데요?”
수겸의 보폭에 맞춰 정인섭이 따라 걸었다.
“몇 일전에 너튜브에 남긴 메일로 메일 한 통이 왔더군요. 발신지가 미국이었습니다.”
“미국이요?”
청문회에 참석한 의원 중 몇몇이 수겸 곁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네. 미국이요. 미 국방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군사 목적으로 제가 만든 스토니를 쓰고 싶다고. 만약 국회에서 연금술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면 저를 인정해주는 곳으로 가야죠.”
수겸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하, 이거 참. 괜히 들었네요. 이렇게 되면 국가적 손실인데 이걸 알아주실 지. 저로서는 말릴 수도 없고 난감하네요. 일단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네. 저도 살 길은 찾아야죠. 여튼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수겸과 정인섭은 끝으로 악수를 한번 하고는 헤어졌다.
그렇게 자리를 떠나고 수겸에게 관심을 가졌던 의원들 역시 수겸이 한 말을 모두 들은 상황.
수겸이 했던 말은 전해지고 또 전해졌다.
사실 여기까지 대화가 모두 짜여진 대본.
의원들도 사람인지라 수겸의 발언에 영향을 안받을리가 없었다.
‘미국 이야기는 진짜이지만.’
***
우웅- 우웅-
우웅- 우웅-
수겸의 휴대폰에서 진동 소리가 끊임 없이 울렸다.
대충 목록을 보니 수겸의 번호를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이 연락을 해오고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모르는 번호도 절반은 되겠다.’
그 중 눈에 띄는 건 CV리테일의 이승준 대리였다.
『친애하는 강수겸 사장님. 청문회는 잘 보았습니다. 비루한 제 목숨을 살린다 생각하시고 제발 연락 한번만 부탁드립니다.』
사는 게 참 고달픈 직장인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렇다고 연락할 생각은 없었다.
“정 필요하면 찾아오겠지.”
그동안 일 밖에 모르면서 살았던 수겸이었다.
애초에 만나는 사람이 적었던 수겸과 그나마 최근까지 교류가 있었던 사람 중 하나가 이승준이었다.
“찾아오면 그 때는 인사라도 한 번 하자.”
거지 같은 인연이라도 인연이었으니까.
수겸이 휴대폰의 배터리를 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냥 끄는 게 낫겠는데. 오래 써서 그런가? 충전기를 꽂았는데도 배터리가 차질 않는 것 같은데.’
수겸은 있으나만 쓰질 못하는 휴대폰의 전원을 꺼버리며 집 밖으로 나왔다.
“나오셨습니까?”
동철이었다.
“예. 근데 이렇게까지 안해주셔도 되는데. 저 진짜 괜찮다니까요.”
“아닙니다. 이제 얼굴까지 나온 마당에 어떤 미친 놈이 나타날 지 모르니까요. 조심해서 나쁠 게 있겠습니까?’”
“그건 맞지만, 동철씨는 아실텐데요. 사실 누구보다 위험한 인물이 저라는 거. 게다가 항상 가방에는 시약들이 잔뜩 있다구요.”
“그래도 남들 다 보는데서는 쉽게 대처가 안되실거니까요. 하여튼 제가 앞으로 보디가드 역할로 붙어다니겠습니다. 오늘은 인터뷰 2건과 식사가 있으시지요?”
“네네. 맞아요. 당분간은 일정도 좀 많을 것 같네요.”
“그래서 일정 관리 및 운전까지 해줄 사람도 데리고 왔습니다.”
“아 그래요?”
“나다.”
그 때 수겸의 뒤에서 민환이 나타나며 말했다.
“아이씨. 깜짝이야. 왜 거기서 나와? 동철씨 여기 미친 놈 나왔는데요.”
“나만큼 너 서포트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냐? 그리고 우리 엄마가 평생 너 업고 다니래.”
“어?”
“너 같은 유명인을 친구로 두는 게 나한테는 최선이래. 내가 미친다 미쳐.”
평소 오로지 아들만 바라보던 민환의 엄마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멘트였다.
“아줌마가 진짜 그러셨어? 크크. 그러면 좀 업혀볼까?”
“됐고. 그래도 우리가 도와주는 게 너한테 낫겠다 싶어서 어제 밤에 잠깐 회의를 했어.”
“그래서?”
“말씀드렸다싶이 제가 사장님의 안전을 책임지고, 민환씨가 매니저 역할을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조태규 세무사님이 향후 어웨이큰 판매 쪽을 맡아주실 겁니다.”
동철이 답했다.
“그리고 영지가 매장 판매쪽으로 서포트 역할을 하고, 은호가 온라인 담당. 너튜브 채널 관리할거야.”
동철의 말에 이어 민환이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나 없이 회의를 했는데 되게 알차네? 그렇게 해주면야 나는 좋지만∙∙∙. 너무 짜치는 일이 아닌가 싶네.”
“왜 말 끝을 흐려? 네가 돈 주고 부리는 사람들인데. 일할 때 나도 네 친구가 아니고 직원이야. 물론 반말은 계속 하겠지만. 회사에서 일시키는건데 왜 미안한 감정을 가지냐. 등신이야? 아니면 우리가 생각도 없이 부려지는 병신이야? 걍 너는 네 할 일을 해. 우리는 우리가 할 일을 할테니까.”
민환이 질책하듯 수겸에게 말했다.
“너 좀 달라보인다?”
수겸이 의외라는 듯 민환의 가슴을 주먹으로 가볍게 치며 말했다.
“이제 정신차려야지. 예전처럼 있다가는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 것 같아서. 여튼 이제 가자. 더 있다가는 차 막혀서 늦어.”
민환이 발걸음을 재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