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80
80화
수겸이 산에서 산삼 캐고, 다리를 고치고,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동안 아르케는 누가 운영하고 있는가.
이것은 남은 자들의 이야기.
눈물 없이 들을 수 없는 그들의 이야기이다.
띠링-
출입문 차임벨이 언제나처럼 울렸다.
“어웨이큰 2개 주세요.”
“네. 22만원입니다. 카드이시죠? 단말기에 카드 꽂아주세요.”
가장 큰 변화였다.
일단, 가격. 어웨이큰 하나의 가격이 개당 10만원이 되었다.
이건 이번 법안 통과 시에 협상한 부분으로, 수겸이 유일하게 호구 잡힌 부분이었다.
실질적으로 일평생 독점으로 운영하는 것을 허용하는 대신 가격을 대폭 낮추는 것.
그게 조건이었기 때문에 수겸은 스스로를 호구라 칭하며 판매 조건 유지 계약서에 서명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공산당도 아니고.’
수겸이 계약을 마치고 한 말이었다.
대신 이제는 정식으로 인가를 받았기 때문에 카드 결제가 된 부분은 좋았다.
좀 전에 2개를 사간 손님이 20만원이 아닌 22만원을 결제한 이유.
거지 같은 부가세는 역시나 판매자가 아닌 구매자의 몫으로 넘기는 것이 독점 사업자의 덕목.
모든 건 부가세 별도였다.
대신 변하지 않은 건 1인당 구매 제한은 여전히 2개라는 것이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이렇듯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일하는 사람 입장에선 거기서 거기. 도긴개긴이었다.
“너무 힘들어요. 세무사님. 저 집에 가고 싶어요.”
최영지가 흐느적거리며 조태규에게 투정을 부렸다.
“영지야. 나도 너무 힘들어. 왜 사람들은 우리 말을 믿지 않는 걸까요?”
“세무사님은 촬영 때문에?”
“네, 맞아요. 방송국에서도 그렇고 너튜버들도 매일 같이 오네요. 심지어 어제 왔던 애도 오늘 또 왔어요. 제가 몇 번이나 사장님 안 계시다고 했는데 말이죠.”
지금도 창 밖을 보니 본인이 들고 온 카메라를 보며 혼자 주저리 주저리 말하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었다.
“저 사람들은 지치지도 않나보군요. 방금까지도 저랑 실랑이를 했는데 또 촬영을 하는 걸 보니.”
조태규가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직업이니까요. 사실 지금은 어웨이큰 판매점 실시간 현황이라고 올리면 관심 받을 시기일걸요?”
최영지가 설명을 했다.
“그런가. 전 그냥 사람들이 싹 다 꺼졌을면 좋겠군요. 하하.”
언제나 맑음 상태였던 조태규가 흑화를 선택한 모양이었다.
띠링-
“어서오세요.”
조태규와 대화를 하는 와중에도 문이 열리니 자연스럽게 최영지가 인삿말을 건넸다.
그렇지만 들어온 건 손님이 아니었다.
“후욱. 후욱.”
온통 검은 색으로만 가득 채운 문신이 인상적인 동철이었다.
“너는 또 무슨 일이야?”
조태규가 동철의 상태를 보더니 물었다.
“오늘은 미국인이네요. 확실히 서양 놈들이 운동까지 하니까 체격이 엄청나네요.”
“아, 또 어웨이큰 팔아 달랬구나?”
“예. 지금은 제 설명을 충분히 이해하고 돌아갔습니다.”
앞서 설명에 빠진 내용 하나.
무조건 내국인에게만 판매한다는 부분이었다.
‘시발, 우리가 먹고 죽을 것도 없는 어디 외국 놈들이 와?’
왜 그리 흥분했는지 모르겠는지만 수겸은 공급이 수요를 충분히 따라갈 때까지는 내국인 우선 원칙을 유지하기로 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은 어웨이큰의 효과로 치고 나가는 한국인들을 그저 손가락 빨며 보는 수 밖에 없었다.
때문에 최소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소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냥 아는 한국인한테 사다 달라고 하지. 우리가 뭐 모든 거래를 검열하는 것도 아닌데. 멍청한 놈들.”
조태규가 혀를 찼다.
“혹시 별 모양이 그려진 딱 달라붙은 티셔츠를 입은 미국인이었어요?”
최영지가 동철 말고 그 뒤를 보며 물었다.
“맞아. 봤구나?”
“아닌데요?”
“응?”
“저기 뒤에 있어요. 친구들을 데리고 온 것 같은데?”
최영지가 문 밖에서 안쪽을 노려보고 있는 미국인 셋을 가리켰다.
“설명이 부족했나 보네. 잠시만.”
동철이 뒤돌아 밖으로 나가려 했다.
“동철 삼촌. 여기요! 이거 드시고 가세요.”
최영지가 휘익 던진 것은 스토니. 피부를 단단하게 해주는 시약이라 맨손 싸움에서는 이보다 확실한 것이 없었다.
“아, 고마워. 필요 없을 것 같긴 한데 혹시 모르니까.”
동철은 약을 한 손에 받아 들고는 밖으로 나갔다.
(“어이, 좋은 말로 할 때 망할 어웨이큰을 내놔. 아니면 널 제압하고 전부 다 가져갈거야.”)
쫄티를 입은 미국인이 위협하며 동철에게 말했다.
“뭐라는거야. 네 친구들 왔다고 좀 될 것 같아?”
그러던가 말던가 동철은 한국어로 답했다.
“쟤는 잘 설명한다는 놈이 한국어로 말하고 있네.”
조태규가 문을 열고 상황을 관전하며 말했다.
(“우리 셋이면 너 정도 제압하는 건 일도 아니지. 다치고 나서 후회하지 마.”
동철은 말 없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동철에게 입을 털었던 놈이 동철의 도발에 흥분하여 냅다 주먹을 휘둘렀다.
후욱-
확실히 체급이 깡패인지라 바람 소리부터 달랐다.
동철은 한 발을 뒤로 빼며 주먹을 피한 후 망설임 없이 손바닥으로 놈의 뺨을 후려갈겼다.
쩌억!
당연히 이 하나는 부러졌겠다 싶은 소리가 울렸다.
단번에 사람들의 이목이 쏠린 상황.
친구가 공격당하자 함께 온 두 명이 좌, 우로 나눠져 동철을 제압하려 했다.
“허허.”
그럼에도 동철은 당황하지 않았다.
몇 번의 타격이 있었지만 온 힘을 다할 겨를이 없어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진 못했다.
최악인 건 그 사이에 처음 얻어 터진 미국인마저 정신을 차렸다는 점.
이제 1대3의 싸움이었다.
그러다 동철의 앞차기가 어린 나이에 탈모가 오기 시작한 백인의 복부에 정확히 꽂혔다.
“모자란 새끼.”
이 공격으로 분위기상 열세에 처하자 쫄티 놈이 바지 주머니에서 칼을 꺼냈다.
(“그러게 좋은 말로 할 때 내놓지 그랬어? 시발!”)
“우리나라에서는 총을 못 쓰니까 섭섭하다, 그치?”
뒤로 물러설 법도 한데 동철은 되레 앞으로 나아갔다.
슈욱- 쉬익!
날카로운 칼이 공기를 갈랐다.
사람이 동시에 여럿을 상대하기란 사실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오히려 지금까지 버틴 것도 대단한 정도.
결국 동철은 등을 칼잡이에게 노출시키고 말았다.
슈욱! 캉!
칼을 맞았는데 사람 몸에서 이런 소리가 나던가?
현장에 있던 이들이 동시에 한 생각이었다.
“스토니다! 인터넷에서 봤어. 이것도 연금술 시약 중에 하나라고 했어.”
“오오!”
구경꾼들의 환호성이 들렸다.
칼 하나 믿고 설치던 놈들은 단번에 사기가 꺾였다.
힘으로도 안 되고, 무기로도 상처를 입힐 수 없었으니까.
“어이, 이만 포기하고 꺼져. 고소는 안할테니까.”
아까와는 반대로 동철이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셋 중 하나가 가운데 손가락을 내밀어 욕을 하면서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마지막 자존심인 느낌.
“확! 이 새끼가. 손가락 안 내려?”
동철이 손을 위로 쳐들고 앞으로 나가려는 시늉 하자 이제는 완전히 뒤돌아 도망치는 셋.
“한국어로 설명이 되네.”
조태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셋이 경찰에 잡힌 건 얼마 후의 이야기.
몰려드는 손님에 질려 버린 최영지와 촬영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지친 조태규
방금 싸움까지 한 바탕 하고 온 동철.
셋은 의자에 물기가 채 빠지지 않은 빨래 마냥 의자에 널부러져 있었다.
“도와주세요! 허리가 부러질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남은 건 이은호였다.
민환이 없는 상황에서 창고를 담당하고 있는 건 이은호였다.
지금까지 일을 쉬는 동안 매일 꾸준히 어웨이큰을 찍어낸 결과 지금 창고는 말 그대로 어웨이큰 풍년이었다.
“후우. 한 번에 다 내려놓자니 그것도 찝찝하고, 매번 왔다갔다 하자니 허리가 나갈 것 같아요.”
“은호 오빠도 여기 와서 좀 쉬어. 우리도 좀 쉬면서 해야지.”
넷은 의자에 걸터앉아 천장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장님은 지금 편하게 쉬고 계시겠지?”
***
수겸과 민환은 떠돌이 신세였다.
“집 나온 지 얼마나 됐냐?”
“몰라, 대충 1주 반? 우리 왜 이렇게 바쁘지?”
운전대를 잡은 민환이 답했다.
지금 둘이 향하는 곳은 대전에 위치한 대한 제약의 연구시설이었다.
“시간을 좀 달라고 해서 쉴 수도 있었는데, 그냥 한 번에 끝내자고 했지?”
“그 쯤되면 내 생각은 안 하는구나?”
민환이 원망 섞인 눈빛으로 수겸을 쳐다봤다.
“어∙∙∙음∙∙∙ 아니야. 네가 착각한거야. 나만큼 너 생각하는 사람이 어딨다고? 민환아 내가 주는 월급을 생각해 봐. 어때?”
“생각해보니 그런 거 같기도 해. 이깟 운전이 뭐라고.”
민환의 얼굴을 천진난만한 리트리버 마냥 순둥이 그 자체가 되었다.
“사람들이 이래서 금융치료라는 단어를 쓰나봐. 싹 낫네. 악귀가 물러났어.”
“에라이.”
“근데 요새 너무 일이 남발되고 있는 것 같아서 뭐 하나라도 좀 끝내려고 그런거야. 대한 제약이랑 일 좀 끝내면 좀 쉬자 우리도.”
“그래. 우리 엄마가 너 데리고 오래. 밥 먹인다고. 일 끝나면 우리 집에서 좀 쉬어.”
“좋네. 나는 집밥 하면 너희 어머님 생각이 나더라고. 근데 날씨가 왜 이러지?”
수겸은 창밖의 하늘을 쳐다 봤다.
“이번엔 조금 빨리 태풍이 온다고 하더라. 한 3일정도 쏟아진다더라.”
“3일이면 아예 정통으로 우리나라 지나가나보네. 별 일이 없어야 할텐데.”
“별 일이야 있겠냐?”
.
.
.
대한 제약 대전 연구소.
수겸이 지금까지 봤던 건물 중 내부가 가장 하얀 건물이었다.
“이 쪽은?”
수석 연구원 최하나가 민환을 쳐다보며 물었다.
“아, 저요?”
“제 조수입니다. 같이 들어가도 되죠?”
발그레진 민환 대신 수겸이 답했다.
“뭐, 그러시죠. 내부 기밀 사항들이 많아 저와 함께 다니셔야 합니다. 이 부분은 양해 부탁드릴게요. 가시면서 오늘 일정 말씀드릴게요. 우선 복장부터.”
확실히 연구소라 그런지 TV에서 봤던 이미지의 복장을 해야했다.
머리에 하얀 모자를 뒤집어 쓰고, 방진복까지.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다. 그치?”
민환은 처음 해보는 일에 신이 났는지 톤이 살짝 올라가 있었다.
“그러게. 다 입었냐? 가자. 기다리시겠다.”
안으로 입장하니 최하나가 안내를 시작했다.
“우선은 힐링 포션 제조 과정을 한 번 살펴보고, 운송 과정에 생길 수 있는 변수부터 확인하고자 합니다. 어떤 연구 결과가 있는 것이 아니라 세부적인 사항들 모두 확인을 해야 해서 시간이 꽤 걸리고, 반복적인 작업도 있을 것 같습니다.”
최하나의 말투는 딱 인공지능 로봇이 말하는 것 같았다.
‘진짜 일을 일로만 하는구나.’
딱히 상관할 부분은 아니지만 인상적인 부분이긴 했다.
“이 후에는 생산된 제품을 소분하는 것, 생리식염수 등 타 제품을 섞을 경우 생기는 변화 등을 모두 확인할 셈입니다. 예상으로는 내일까지 진행할 것 같고, 숙소는 저희 쪽에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미리 이야기 들은 내용이라 이해했습니다.”
수겸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겸이 이 곳에 온 건 제조 직후의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아무리 사소한 부분이라 할 지라도 뭐든 배제를 해야 실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움직이는 수 밖에 없다는거지.’
“힐링 포션을 만드시는데 필요한 재료는 직접 가지고 오신다기에 준비를 안했습니다만, 혹시 도움이 필요하시면 말씀해주세요. 왠만한 건 바로 구할 수 있을 겁니다.”
“괜찮습니다. 재료는 충분히 들고 왔으니까요.”
박동현과의 만남 이후 즉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마나가 깃든 약초들은 전부 수거를 해온 참이었다.
예상치 못하게 토지에 영향을 미치면서 약초들의 생장 속도는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동현이형이 재배하는 건 특상품에 쓰고, 일반 제품을 지금처럼 약초를 사서 쓰면 재료는 충분할 것 같은데.’
민환은 꼼꼼히 밀봉된 재료 주머니를 내밀었다.
“이건 어디서 풀면 되죠?”
“아, 그건 저 쪽으로 이동하시죠.”
행여나 연구소가 오염될 새라 최하나는 식겁한 표정으로 민환을 이끌었다.
실험은 시작되었다.
그 사이 밖은 대낮임에도 불구하고 햇빛 하나 없는 어두컴컴해지기 시작했다.
태풍이 한반도에 상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