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79
79화
이제 대한민국에서 강수겸이라는 사람을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하루에도 수십 개씩 연금술에 대한 기사가 쏟아졌다.
그중에는 인간 강수겸에 대해 다룬 기사도 꼭 섞여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지금까지 수겸을 알고 있던 이들은 모두 내가 알던 강수겸이 그 강수겸이구나라는 걸 알 수밖에 없었다.
그건 수겸의 할머니, 김옥례가 머물고 있는 요양원인 해피니스 300의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저분 손자가 그 사람이라며?”
“누구?”
“왜 연금술인가 뭔가 하는 사람 말이야. 요새 기사도 엄청 많이 나오는데 못 봤어?”
“아아! 그 사람이야? 헐∙∙∙대박!”
해피니스 직원들이 모이면 꼭 한 번씩은 나오는 대화였다.
원래 계획보다 농촌 생활을 짧게 즐기고 상경한 수겸은 곧장 해피니스300을 찾았다.
“안녕하세요. 김옥례님 면회하려고요.”
“아! 오셨어요? 면회요? 네네. 알겠습니다.”
김옥례가 거주하고 있는 19층 간호사가 마치 못 볼 사람이라도 본 것 마냥 깜짝 놀랐다.
“네. 감사합니다.”
수겸이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되돌아선 순간.
“저기요. 맞죠?”
간호사가 용기를 내 물었다.
“네? 뭐가 맞아요?”
“그∙∙∙TV에 나온 연금술사요. 보호자분 맞죠?”
“아~ 맞아요. 저 맞습니다. 하하.”
괜히 수겸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조금 있다 가실 때 사인 하나만 부탁드릴게요.”
“네. 갈 때 다시 들릴게요.”
수겸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를 하고 김옥례의 거처를 향해 걸었다.
“어? 원래 다리를 좀 저시지 않으셨나?”
간호사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수겸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김옥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수겸은 침대 옆으로 작은 의자를 들고 가 침대에 머리를 대고 엎드렸다.
예전과 입고 있는 옷도 다르고 장소도 달라졌지만 은은하게 나는 할머니의 체향에 수겸은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으∙∙∙ 그새 잠들었네.”
잠에서 깬 수겸이 고개를 드니 김옥례가 수겸의 손을 매만지며 수겸을 쳐다보고 있었다.
“일어났니?”
김옥례가 수겸을 알아보고는 다정한 말투로 물었다.
“네. 할머니. 저 좀 보세요.”
수겸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방 끝까지 걸었다.
“할머니. 저 다리 다 나았어요. 그러니까 이제 제 걱정은 하나도 하실 필요 없어요.”
“아이고. 아이고.”
김옥례는 단숨에 울음을 터뜨렸다.
“내가 이러려고 버텼나 보다. 감사합니다. 천지신명님. 정말 감사합니다.”
김옥례는 합장을 한 채로 연신 고개를 숙였다.
“할머니가 그렇게 기도하셔서 나을 수 있었나 봐요.”
어차피 전후 관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모든 진실을 말해줄 필요가 없었다.
지금 둘에게는 시간이 부족했으니까.
수겸은 조금이라도 할머니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도록 했다.
“이제 할머니만 다 나으시면 돼요.”
“수겸아. 이 할미는∙∙∙∙∙∙.”
김옥례는 차마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할머니! 우리 산책 나가요. 빨리 가요.”
***
대한 제약의 사옥.
이찬수는 미쳐 날뛰는 고양이마냥 펄떡 펄떡 뛰어다녔다. 아니, 날아다닌다고 해야 정확한 표현일까?
“우리 무슨 대통령님 오시니?”
제품개발팀의 팀원들은 그런 이찬수의 모습에 혀를 내둘렀다.
“이제 더는 못하겠다. 지금까지 잠도 못자고 어떻게 따라왔는데, 오늘 텐션은 사람이 따라갈 텐션이 아니야. 이러다 죽어.”
“제 생각에도요. 저 진짜 너무 집에 가고 싶어요.”
박일성 대리의 말에 옆에 있던 김두희 대리가 격하게 공감했다.
“박대리, 김대리. 너희 회의실 의자 체크 했어? 혹시 불편하실 수 있으니까 제일 새 의자로 바꿔놔. 알겠어?”
“네? 그 정도까지 해야 합니까?”
참다 못한 박일성이 되물었다.
“일성아. 일성아. 이름이 우리의 유일한 경쟁사인 일성 제약이랑 똑같은 일성아. 제발 현실 감각 좀 키워라. 지금까지 분석을 했으면 알아야 할 것 아니야. 오늘 오기로 한 분이 얼마나 파급력이 큰 지 아직도 모르겠니?”
이찬수가 분통을 터뜨렸다.
“아니, 팀장님. 연금술이 대단한 거 인정합니다. 근데 어차피 일이잖아요. 지금 우리 오버하고 있는 거란 말입니다.”
“그러니까 네 말은 저기서 커피에 다과까지 사 오고 있는 저기 영업팀 애들이랑 내가 너무 과하다는 말이지?”
이찬수는 양 손 가득 뭔가를 들고는 회전문을 통과하고 있는 영업팀을 가리켰다.
“네. 맞아요. 조금 있다 오시면 저희가 준비한 것만 잘 말하면 되지 않겠냐는거죠. 저희 준비 열심히 했잖습니까.”
“아이고, 두야. 아직도 우리가 갑으로 알고 있구나. 그래, 네 말은 이해했으니까 너희 둘은 회의실 세팅까지만 하고 좀 쉬고 있어.”
이찬수는 포기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저런 애들 데리고 일을 한다는 게. 누굴 탓하리오. 내가 뽑은 애들인데.”
강수겸과 약속한 시각까지 앞으로 20분.
모지리 팀원들을 탓할 시간이 없었다.
.
.
.
“반갑습니다. 강수겸입니다.”
수겸이 보무도 당당히 대한 제약에 입성했다.
찰칵. 찰칵.
연신 셔터가 터졌지만, 이제 이정도 카메라는 가볍게 소화하는 수겸이었다.
“예. 연락드린 이찬수라 합니다. 일단 자리 옮기실까요?”
정신줄을 놨다가 다시 복귀한 두 팀원이 앞장서서 안내를 시작했다.
이찬수는 곧장 수겸을 사옥에서 제일 큰 회의실로 안내했다.
의자까지 신경써서 준비한 회의였다.
안내에 따라 회의실에 들어가자 안에는 정장을 입은 두 남자가 수겸을 맞이했다.
중년을 지나 노년에 들어선 나이대 같았다.
“아, 저희 대한 제약의 회장님과 부회장님이십니다.”
사전에 이야기가 된 건 아닌지 이찬수가 순간 멈칫했다가 이내 자연스럽게 소개했다.
“안녕하십니까. 저희 대한 제약과 인연을 맺게 되어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한 제약의 회장이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1층 로비까지 나오기엔 자존심이 상하고 무시하자니 찝찝했던 건가?’
수겸은 손을 맞잡으면서 회장이라는 사람의 속내를 짐작했다.
“아무쪼록 잘 부탁합니다.”
회장은 간단하게 몇 마디만 나누고 이내 자리를 떴다.
‘회장인 자기가 매달리는 그림은 보기 좋지 않을테니까. 하긴 언제부터 내가 이렇게 생각했다고. 꼴깞 그만 떨고 겸손해지자, 강수겸.’
우리나라에서 제일 가는 제약사의 격한 환영을 받으니 순간 자기 모습에 취한 것 같았다.
“크흠. 회장님께서 오실 거라곤 저도 생각을 못했네요.”
이찬수가 목을 가다듬었다.
지금 이 순간 제일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건 역시나 이찬수 휘하의 두 팀원이었다.
‘회장님께서도 지켜보고 있는 일이라니. 아까 한 이야기 팀장님께서 마음에 담아두셨겠지? 하아. 좆됐네.’
과거의 나를 자책하기엔 이미 엎질러진 물.
박일성은 이제 시작할 발표에 집중하기로 했다.
“강수겸님. 이거 호칭이 어렵습니다. 혹시 연금술사님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습니까?”
발표를 위해 강연대에 선 이찬수가 우선 앞으로의 대화를 쉽게 하기 위해 호칭을 정리하고자 했다.
“연금술사라고 부르는 게 제일 별로고요. 편하게 이름 불러주세요. 저도 팀장님이라 불러도 될까요?”
“그럼요. 그러면 수겸님이라 하겠습니다. 자, 오늘 이 자리에 오시게 한 건 저희 대한 제약과 수겸님과의 콜라보를 제안드리기 위해서입니다.”
이건 일반적인 대화가 아닌 이찬수가 준비한 발표. 수겸은 질문은 나중으로 미루고 듣는 것에 집중했다.
“실제로 수겸님의 연금술에 제일 먼저 반응한 것이 저희 대한 제약이라는 점은 알고 계실 겁니다. 그 사이 몇 번에 걸쳐 함께 일을 벌여보자는 연락도 자주 드렸지만, 당시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으셨던 것 같습니다.”
“그 때 연락을 제대로 드리지 못한 건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닙니다. 사과를 받자고 이야기 꺼낸 것은 아닙니다. 그만큼 저희는 연금술에 대해 깊게 생각하고 치밀하게 준비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저희 대한 제약이 어떤 부분에서 수겸님에게 도움을 드릴 수 있느냐? 그건 생산 시설과 공급망입니다.”
이찬수는 강수겸의 반응을 보며 발표를 이어 나갔다.
“연금술. 지금까지 세상에 없던 기술이고, 앞으로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기술입니다. 일반적으로 어떤 물건이든 장인이 만드는 건 전부 비쌉니다. 왜? 기술을 가진 장인이 뭐든 직접 해야 하다 보니 공급량 자체가 적기 때문이죠. 여기에서 희소성이 생겨서 가격이 올라갑니다.”
수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연금술은? 마찬가지죠. 영상을 보니 모든 과정에서 수겸님의 수고가 들어가더군요. 데이터가 없어 정확한 양을 가늠하진 못하지만 확실한 건 전 국민을 대상으로 판매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겠지요. 하물며 우리나라에서만 필요로 할까요? 아닙니다. 이제는 세계를 봐야 합니다.”
‘세계라.’
수겸은 아직 한 번도 떠올려보지 못한 단어였다.
“그래서 저희는 소방청에 정식 협조 요청을 해 힐링 포션의 효과에 대해 수치화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답이 조금 보이더군요. 생산량을 늘릴 수 없다면 제품을 세분화해서 유통량을 늘리자는 답이요.”
말장난 같은 단어였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결국 수겸은 질문을 했다.
“네. 수겸님께서 연금술로 힐링 포션이나 다른 시약들을 만드실 때는 한 번에 대량 생산을 해서 소분하는 형식이시죠?”
“네, 맞아요. 그래도 양을 많이 늘렸지요. 앞으로도 더 늘릴 가능성도 있고요.”
수겸은 머리 속으로 마법진에 대해 생각했다.
‘마나를 다루는 기술과 크기를 더 키운 마법진이 있다면.’
“네. 저희는 품질에 집중했습니다. 일반 가정집에서도 소방서에서 취급하고 있는 정도로 많은 양의 힐링 포션이 필요할까요? 아닙니다. 그러면 의료기관에서는요? 모든 환자가 생명이 위독할 정도로 위급한가요? 그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은 처음 맛보는 힐링 포션의 위대한 효력에 취해 모두가 필요하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습니다.”
“그걸 정리하려고 하시는거군요.”
“네, 맞습니다. 힐링 포션은 공기에 오래 노출이 되면 효력이 떨어지지요? 저희가 할 건 밀봉된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겁니다. 그래서 가정에서도 한 번 사서 오래 쓸 수 있도록요. 각각이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들어 유통할 수 있는 제품의 바운더리를 넓히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해했습니다. 그건 저라도 할 수 없는 일이 맞네요.”
이찬수가 이야기한 것은 연금술로 만든 시약들의 진정한 상품화였다.
“허가를 받을 수 있을까요?”
“그 부분도 이미 정인섭 의원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수겸에게 큰 도움을 줬던 정인섭의 이야기가 나왔다.
‘이미 A부터 Z까지 생각을 하고 나온 것 같아.’
“사실 여기에 덧붙일 이야기가 하나 더 있습니다만∙∙∙∙∙∙.”
이찬수가 진짜로 부탁할 건 이 부분인지 말을 망설였다.
“말씀하시죠. 지금까지는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수겸님께서 만드시는 연금술에 대해 독점 유통권을 부탁드립니다! 앞으로의 행보에 저희 대한 제약이 함께 하고 싶습니다.”
독점 유통권.
쉽게 생각할 일은 아니었다. 수겸이 떠올린 선택지는 세 가지.
‘힐링 포션에 대해서만 줘도 되고, 기간을 짧게 잡아도 돼. 그것도 아니면 거절해도 되고.’
그렇지만 수겸이 고른 선택지는 네 번째.
“아직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지도 않았으니, 독점 유통권은 좀 그렇습니다만.”
“아∙∙∙∙∙∙. 이해합니다. 저희가 성급했죠. 다만, 이번 건에 대해서는 계약을 하고 싶습니다.”
이찬수는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프로답게 이내 표정 관리를 하고 말을 했다.
“대신.”
“우선 협상권 정도로 하시죠. 힐링 포션은 이대로 계약하시고, 앞으로 제가 유통하고 싶은 연금술 제품들에 대해서는 항상 대한 제약과 먼저 이야기 해보죠. 이정도는 어떠세요?”
수겸으로서는 이게 최선이었다. 이건 월간 아르케를 하고 있을 당시 수겸의 의도대로 반응해준 것에 대한 감사 표시였다.
‘게다가 숙제도 잘 해온 것 같고, 나로서는 손해가 없으니까.’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이찬수의 회사 생활 역사상 최고 실적을 낸 날의 이야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