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9
9화
리카르도에게 연금술을 배우면서 혹했던 부분은 두가지였다.
그 중 첫번째는 당연히 금전적인 부분이었다.
대표적으로 리카르도가 수겸을 설득할 때 보여준 금 연성술.
구하기 쉬운 물건들을 이용해 고가의 금을 만들고, 그걸 판다?
이건 그야말로 돈을 복사하는 수준이었다.
분명 연금술을 이용한다면 돈을 벌 방법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그럼에도 수겸이 금 연성술에 매달리고 있는 건 그만큼 큰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돌이 금이 된다는데 그걸 어떻게 참냐고.’
번쩍 빛이 나는 금은 사람을 매혹한다.
그래서 수겸은 자신도 리카르도가 했던 것처럼 아름다운 금을 만들 수 있을 때까지 매진할 생각이었다.
수겸이 연금술로 이루고 싶은 두번째 목표.
그건 바로 다리였다.
다리만 멀쩡했다면 학교 생활도 꼬이지 않았고, 그의 인생이 이렇게 흘러가지 않았을 것이라 수겸은 생각했다.
만약 현대 의학으로 수겸의 다리를 정상으로 돌릴 수 있었다면,
그런데 수술 비용이 10억이라서 청춘을 수술비를 갚는데 써야 한다 할지라도 수겸은 아마 그 방법을 택했을 것이다.
그런데 연금술로 잘린 다리도 붙일 수 있고, 불구가 된 신체를 정상으로 만들 수도 있단다.
수겸의 한을 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다만, 수겸이 곧바로 시약 제조에 나서지 않았던 것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수겸이 머리 속으로 확인한 내용은 이랬다.
– 일시적인 효과를 얻는 시약부터 영구적 신체 변화를 가져오는 시약까지 제조할 수 있다. 지속시간이 길수록 제조 난이도가 올라간다. 재료가 품고 있는 마나의 순도, 양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며 최상급 시약의 경우 최소 100년치 이상의 마나를 품고 있는 재료가 필요하다.
[제조 가능 시약]– 상처 치료제 : 상처에 바를 경우 즉시 상처 수복이 되고, 복용할 경우 내부 장기 손상을 치료할 수 있다.
– 해독제 : 중독 상태를 해제한다.
– 각성제 : 일시적으로 두뇌 활동을 활성화 한다. 사용할수록 내성이 생길 수 있다.
너무 갈 길이 멀기 때문이었다.
또, 필요한 재료를 보면 시약을 제조하는 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건 돈이었다.
금 연성술이 포함된 물질 변환계는 그에 비해 아주 쉬웠다.
목적이 재화의 생산이었고, 결과물 역시 그에 부합하는 것이라 깔끔하달까.
돈이 돈을 낳는 것이기에 고민할 것도 없었다.
재료가 구하기 힘들면 구하기 쉬운 재료로 만들 수 있는 무언가로 조금 더 가치가 있는 물질로 바꾸면 그만이었다.
마찬가지로 만들 수 있는 양이 적다면 그걸 무수히 많이 반복하면 그만이었고.
그렇지만 시약 제조는 핵심 재료를 구할 수 없다면 시작조차 못하는 기술이었다.
다행히 현대의 자본주의 사회는 돈만 있다면 무엇이든 구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수겸이 다리를 고칠만한 시약을 제조하려면 실력도 실력이지만 필요한 재료를 맘껏 구할 수 있는 재력을 만드는 것이 첫번째 조건이었다.
수겸은 어젯밤에 있었던 일을 곱씹으며 침대에 누워 있었다.
자꾸만 다리병신이라고 말하던 깡패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수겸은 한숨을 내쉬며 다짐했다.
“돈을 모아야 해. 돈 자체가 목적이 되어선 안되고 수단이 되어야 해. 내 다리를 고칠 시약을 만들기 위한 수단.”
고개를 돌려 마치 집을 공사판으로 느껴지게 하는 원인 1, 2, 3을 쳐다봤다.
철. 구리. 납.
지금부터 할 일은 저것들을 소량 배분하는 것이었다.
방법은 쉽다.
그저 쪼개고, 쪼개고, 쪼갤 뿐.
수겸이 머리 속 지식을 검색해서 내린 결론은 연금술 대상이 마법진보다 클 때에도 는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역시 훌륭하신 선대 연금술사 선배님들이었다.
선배님들은 정말로 뭐든 계획이 있으셨고, 모든 경우의 수를 산정해 연구를 하신 듯 했다.
‘하긴 모든 재료를 직접 도끼질을 해가며 쪼갤 수는 없었겠지.’
수겸은 곧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그나마 구할 수 있는 가장 큰 종이를 바닥에 펴고, 마법진을 그렸다.
그 위에 10킬로 짜리 철을 낑낑대며 올렸다.
이제 마나만 불어넣으면 끝이 나는 상황.
“흐읍.”
평소와 다르게 제법 오랜 시간을 들여서야 마법진을 따라 빛이 나기 시작했다.
이번엔 제법 힘들었다라고 생각하는 찰나
털썩.
수겸은 정신을 잃고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
우웅- 우웅- 우웅-
연신 휴대폰 진동 소리가 들렸다.
“으윽- 아고, 머리야.”
수겸은 바닥에 손을 짚고는 겨우 몸을 일으켰다.
사람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기절을 했다가 일어나면 무슨 일이 일어난건지 자각하는 데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수겸의 경우도 마찬가지.
약 5분동안 멍하니 앉아 있다가 갑자기 화들짝 놀라 휴대폰을 찾았다.
부재중 전화 29건.
시간을 보니 저녁 10시가 넘었다.
“아씨. 망했다.”
수겸은 자기가 오질 않아서 교대시간이 되었는데도 퇴근을 못하고 있을 최영지가 떠올랐다.
휴대폰 잠금화면을 풀고 부재중 전화를 봤는데 예상대로 27건은 발신인이 최영지였다.
나머지 2건은 최민환이었다.
수겸은 당연히 최영지에게 먼저 전화를 걸었다.
“여, 영지야. 미안. 내가 깜짝 잠들었나 봐. 얼른 갈게.”
『사장님! 어디 아프신거에요? 제 걱정은 마세요. 괜찮아요.』
“아픈 건 아니고. 너 밥도 못 먹었지. 사람 없을 때 적당히 도시락 하나 먹어. 계산은 내껄로 하고.”
『저 지금 퇴근해서 밥도 먹고 했어요. 걱정마세요.』
지각해서 당황한 수겸은 다시 한번 당황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럼 편의점은? 그냥 잠구고 나온거야?”
‘이게 말로만 듣던 MZ 세대인가?’
본인도 MZ 세대의 일원이면서 세대 차이를 떠올리며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
『아니요. 가게를 어떻게 제 맘대로 닫아요. 민환 오빠한테 전화해서 대타 시켰어요.』
“누, 누구?”
『사장님 친구 민환 오빠요. 전에 번호 교환 했거든요. 전화 해보세요. 그럼 내일 뵈요!』
“그래∙∙∙∙∙∙. 내일 보자. 수고했어 영지야.”
최영지와의 통화를 마치고 수겸은 곧바로 최민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민환아. 너 지금 편의점이냐?”
『너 무슨 일이야? 연락두절이었다며. 내 전화도 안 받고. 지금은 괜찮아?』
“어어. 너 근데 언제 영지 번호 땄냐? 미쳤냐? 죽고 싶어?”
최민환은 누가 들어도 당황한 티가 났지만, 당황하지 않은 척을 하며 답했다.
『같은 직장 동료 아니냐. 교대 근무니까. 서로 번호를 알고 있는 게 맞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장님? 이왕 근무 시작했으니까 오늘 밤은 제가 계속 있겠습니다요.』
“그, 그래. 고맙다. 신세 졌다.”
『그 신세는 높은 시급으로 쳐주시면 됩니다. 오늘은 시급 16,000원에 모시겠습니다. 그럼 이만.』
대답할 새도 없이 최민환이 전화를 끊었다.
아무래도 꼼짝없이 16,000원 시급을 주게 생겼지만, 고마운 마음에 수겸은 별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냉장고에서 찬 물을 꺼내 컵에도 따르지 않고 벌컥 벌컥 들이마신 뒤 종이 위에 놓인 철을 봤다.
수겸의 생각대로 잘게 부서진 조각들.
‘근데 왜 기절을 한거지. 이런 적은 없었는데 말이지.’
그 때 수겸의 눈 앞에 다시 한번 글자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연금술 실행 후 탈진 증상]– 연금술은 기본적으로 연금술 개체의 무게에 따라 마나를 소진한다. 체내의 마나를 소진하는 것은 아니라도 술사 본인이 감당하지 못할 만큼 많은 양의 마나를 컨트롤하고 난 후에는 탈진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 주요 증세로는 호흡곤란, 실신 등이 있다. 때문에 더 많고 무거운 물체를 다루기 위해서 지속적인 체력 훈련을 필요로 한다.
“왜 먼저 알려주지는 않는거니. 난 내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잖니.”
억울한 듯 본인의 두뇌에게 말을 거는 수겸이었다.
하루 반나절이 흘렀지만, 지금 완료된 건 철 하나였다.
이번엔 구리를 쪼갤 차례였다.
‘철 무게의 딱 절반인 5킬로니까 아마도 괜찮지 않을까?’
수겸은 걱정하면서도 마법진 그리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어차피 야간 근무도 없으니 기절하더라도 크게 문제되는 건 없다.’
일련의 과정을 거친 후 마지막 마나까지 불었지만 수겸은 건재했다. 아니, 건재한 척을 했다.
보고 있는 이 하나 없었지만.
“휴우. 버텼다. 이걸 해내네.”
근데 머리가 띵하고, 숨이 가빠오는 걸 보니 한계 무게는 5킬로인 것 같았다.
‘연달아는 무리겠구나.’
꼬르륵.
때마침 배에서 쉬라는 신호처럼 꼬르륵 소리를 냈다.
“그러고 보니 여태 한끼도 안 먹었구나. 조폭들 생각에 분해서 밥도 안 먹었네.”
말 나온 김에 그대로 집을 나서 근처 편의점으로 향했다.
사실 필요한 건 도시락 하나였지만, 일종의 직업병처럼 다른 편의점에만 있는 신박한 제품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호오. 이런 것도 있어? 이건 좀 팔리려나?”
누구보다 편의점 일을 싫어하고 그만두고 싶어하지만, 여전히 편의점만을 생각하는 남자.
그것이 수겸이란 남자였다.
급하게 한끼를 채우고 난 뒤 쉴 틈도 없이 다시 수겸은 연금술에 매진했다.
이번엔 납 차례였다.
3킬로 밖에 되지 않아서 납을 분해하고, 원하는 크기로 만드는 데에는 그리 힘들지 않았다.
“이 정도는 가뿐하구만.”
일전에 만들어둔 흑연은 아직도 충분해서 지금은 추가 가공을 하지 않아도 되는 상태.
이제 남은 건 석회암과 스크롤.
이번엔 각 잡고 제대로 만드는 것이라 스크롤까지 제대로 만들어보려 했다.
“산에 올라서 수액도 채취하고, 돌도 주우면 딱이긴 한데 말이지.”
문제는 지금 시각은 밤 11시가 넘는 밤이란 점이었다.
잠시 고민 한 수겸
“시간은 금이니까. 어라? 내가 만드는 것도 금인데? 하하하.”
아무래도 단단히 미치기 시작한걸까.
하여튼 수겸은 간단한 채비를 마치고 야간 산행을 떠났다.
***
“이쯤이었나?”
찾기 어려운 곳에 숨긴 것도 아닌데 밤에 오니 찾기가 힘들었다.
“오! 여깄다!”
수겸은 겨우 하나를 찾아 통을 살펴봤다.
찰랑.
몇 일이 지나도록 방치해둔 보람이 느껴질 정도로 제법 많은 양의 수액이 모였다.
수겸에게만 보이겠지만, 수액에서도 기분 좋은 푸른 빛깔이 나오는 걸 보니 나무를 아주 잘 골랐던 모양이었다.
수액을 채취한 나무 중앙을 보니 확실히 지난번보다 푸른 빛깔이 사그라져 있었다.
그럼에도 다른 나무보다 아직은 마나가 많이 모여 있는 편이라 수겸은 다시 채취 장비를 나무에 꽂았다.
“미안하다. 나무야. 대신 영양제 하나 놔줄게.”
예전에 ‘다있어’ 천원 샵에 들러 미리 사둔 영양제를 정성껏 나무에 꽂아 주었다.
마치 링겔을 놓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세번째 나무를 찾아 수액을 회수하고 다시 장비를 설치한 시점이 벌써 새벽 1시였다.
“슬슬 힘에 부치네. 근데도 아직 2개나 남았네.”
수겸은 불편한 다리 때문에 남들은 30분 걸릴 거리를 1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렇게 네번째 나무를 찾아 수액을 회수하고, 이제 마지막 차례였다.
“이 정도면 당분간 쓰겠지. 어우, 무거워. 내려가는 건 또 언제 내려가나.”
당분간은 힘든 산행을 안해도 되겠다는 생각에 지친 다리를 겨우 이끌고 마지막 나무를 찾았다.
꿀렁 꿀렁.
수겸이 가방에 넣어 들고 온 병 속에 수액 채취함 속 수액이 흘러 들어갔다.
수액으로 가득 찬 병에 불빛을 비춰 쳐다보니, 마치 심해 안을 수영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푸르면서도 오묘한 빛깔. 참으로 보는 맛이 있는 수액이었다.
마지막 나무에도 또 수액 채취를 하려고 장비를 설치하려는 순간 수겸의 눈에 더 맑은 빛을 내는 나무가 보였다.
“호오? 마지막은 저 나무에다가 할까. 쟤가 아주 정기가 좋구만.”
그 때였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뒤에서 갑자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네도 좋은 정기를 찾아 산에 올랐어? 여기 산이 아주 좋아. 그렇지?”
갑자기 누가 찾아와 뒤통수에 대고 말하는 것도 놀라운데 더 놀라운 점은
내게 말을 건 아저씨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오직 랜턴이 달린 머리띠만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제발요. 저 진짜 사는게 너무 힘들어요. 그냥 저 좀 내버려 두시면 안될까요?”
수겸의 절박한 목소리가 산 전체에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