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learned alchemy RAW novel - Chapter 99
99화
“앞에 막아! 뭐해, 이 새끼야!”
형사들이 악을 쓰고 누군가를 쫓고 있었다.
부웅―
놈은 끝까지 오토바이를 고집하며 틈새를 파고 들었다.
형사들은 처음엔 경찰차로 그리고 범위가 좁혀졌을 때는 두 발로 쫓아갔다.
물론 절도죄를 저지른 놈을 잡는 것처럼 주먹구구식 추적은 아니었다.
두두두―
하늘에는 헬기가 띄워져 공중에서 놈의 동선을 전부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앞으로 세 번째 골목으로 유도하면 계단이 나옵니다. 경찰차로 골목길을 막으면서 전진하도록 합니다.
헬기에서 상황을 파악하여 때에 맞춰 작전 지시를 내렸다.
대로변에서 시작한 추적은 어느덧 주택가로 이어진 상황.
“꺄악!”
툭 튀어나온 오토바이에 놀란 누군가가 지르는 비명 소리와
“정신 차려! 숨차다고 저 새끼 놓칠 셈이야?”
악에 바친 형사들의 소리가 골목 길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헬기에서 말한 세 번째 골목.
족히 200단은 되는 높은 계단이었다.
“새끼야. 이제 끝이야. 오토바이에서 내려!”
놈은 잠시 주저하더니 계단 아래를 한 번 쳐다봤다.
부웅― 부웅―
“어어?”
엔진 소리가 울리고 그대로 계단을 타고 내려가는 테러리스트.
처음엔 잘 내려가다가 결국은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모습이었다.
“아래 대기 중인 사람들. 도주로 봉쇄 끝났나?”
형사들이 뒤쫓아 가지 않은 이유.
그건 이제 확실하게 더 이상의 도주로가 없기 때문이었다.
하늘을 날 수 있는 오토바이가 아닌 이상 말이다.
타르르르.
텅― 텅― 텅―
이내 오토바이는 넘어졌고, 테러리스트는 계단을 구르면서 연신 계단 난간에 머리를 부딪히며 굴러 떨어졌다.
오토바이에선 하얀 연기가 올라왔다.
형사들은 대자로 뻗은 놈을 향해 오른쪽, 왼쪽으로 나눠 접근했다.
“쿨럭―”
목숨을 잃진 않았지만, 중상을 입은 듯 토해내듯 기침을 하더니 옆구리를 부여 잡으며 바닥을 굴렀다.
“개새끼야. 넌 절대 죽게 두지 않을거야.”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형사가 냅다 달려들어 무릎으로 놈의 어깨를 짓눌렀다.
보통의 범죄라면 최소한의 인권이라며 이 정도 제압은 하지 않을 것이지만, 지금 바닥을 뒹굴고 있는 테러리스트가 감행한 테러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최소 10명 이상.
절대 보통의 경우로 볼 수 없었다.
“너희가 가장 싫어하고, 경멸하는 것이 연금술이라지? 어때, 네 목숨을 연장시켜줄 것도 연금술일텐데.”
헬멧을 거칠게 벗겨내고, 상의까지 부욱 찢은 형사는 뒤에서 전달받은 힐링 포션을 놈의 상체에 들이부었다.
거기에 그치지 않고 볼을 잡고 강제로 입을 벌린 후에 입에다가도 힐링 포션을 들이 붓는 광경은 절대 구호활동이라고 보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보는 시민들은 어느 누구도 동영상 촬영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것 역시나 평범한 모습은 아니었다.
“동영상 찍지마. 저 새끼들은 더 당해야 하니까. 혹시나 저놈들한테 유리할 수도 있으니까 촬영 자체를 하지 말자.”
한 시민의 목소리가 옆으로 퍼져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이 된 것이었다.
* * *
그리고 잠시 후 병원으로 이송이 된 뒤
“전혀 문제 없습니다. 힐링 포션 효과는 이미 검증이 된 것이니까요. 골절 부위로 대부분 아물었다고 보시면 되고, 이 정도는 특별한 치료 없이 일상 생활도 가능합니다.”
의사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테러리스트가 입원하지 않아도 된다는 소견을 말했다.
“머리 쪽은 괜찮을까요?”
형사는 계단에서 구르면서 연신 난간에 박던 모습이 떠올라 의사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예. 헬멧 한 번 좋은 거 썼네요. 찢어진 곳도 없고 멀쩡합니다. 그럼 퇴원하세요.”
테러리스트는 자신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말을 할 법도 한데 아직 말 한 마디를 하지 않은 상태.
“독한 새끼. 말하면 죽는 병이라도 생겼냐?”
의사의 검증까지 마치고 형사는 다시 놈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고 경찰서로 향했다.
* * *
“이게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할지 모르겠네요.”
취조실 너머에서 수겸과 함께 심문 과정을 살펴보던 형사가 말했다.
한 명이라도 잡은 것만 보면 좋은 일이지만, 잘만 했다면 한 번에 여럿을 잡을 수 있는 상황에 딱 한 명을 잡은 것은 안 좋은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잡은 게 어딥니까?”
수겸은 평소와는 다르게 촥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나저나 입이 무겁네요. 거의 10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지금 필요한 건 조직에 대한 정보였다.
최소한 이름이라도 알아야 할 것 아닌가.
“형사님. 이 자리에 저를 부르신 걸 보면 저도 심문에 참여해도 되는 거지요?”
“예?”
사실 중요 관계인이라 부른 것이지 형사가 아닌 사람이 심문 과정에 참여시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형사가 할 수 있는 답은
“그건 조금 어렵습니다. 일반인이 수사 과정에 참여시키려면 상부에서 허가를 내어줘야…….”
“저는 이미 일반인의 직위는 아니지 않나요? 아니면 결재를 받아 올까요? 누구 정도면 될까요?”
수겸은 눈을 부라리며 형사에게 말했다.
평소에 수겸을 알던 이들이라면 지금 수겸이 반쯤 정신을 놓은 것 같다라고 생각할 모습.
‘이대로면 절대로 정보를 빼지 못 할 테니까 내가 선을 넘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실상은 수겸은 어느 때보다도 머리가 맑은 상태였다.
“하지만 그건 좀 무리가 있습니다.”
“아, 예. 의원님. 제가 수사 과정에 참여를 좀 하고 싶은데 말이죠. 예. 그렇게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형사가 머뭇거리는 사이 수겸은 벌써 정인섭에게 전화를 걸어 부탁을 했다.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 나가는 국회의원 중 하나인데 끝말이 안 먹힐리가.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 인맥이면 뭔들 못할까.’
띠리링―
형사의 휴대전화에 전화가 걸려왔다.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는 불 보듯 뻔한 일.
“들어가시죠.”
통화를 마친 형사가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정중하게 수겸을 취조실로 안내했다.
“감사합니다.”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일은 일대로 벌여놓고 말만 미안하다고 하면 그게 더 기분이 나쁜 일이 아닌가 싶어 수겸은 이내 입을 꾹 닫았다.
철컥.
수겸은 취조실에 들어가 철제의자에 털썩 앉아 정면에 있는 남자를 바라 보았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남자를 보고 있노라니 속에서 천불이 올라오는 기분이었다.
“시발. 너 뭐하냐?”
수겸이 일단 욕을 내뱉으며 대화를 시작했다.
“적어도 네가 신념에 차서 한 짓이라면 지금 고개를 처박고 있을 이유가 없지 않나? 안 그래? 너는 지금쯤 네가 속한 그 미친놈들 집단에서는 순교자쯤으로 되어 있을 것 같은데.”
수겸은 눈 앞에 남자를 순교자로 칭하며 이미 죽은 목숨으로 표현을 했다.
그제서야 남자는 고개를 살짝 들었는데, 수겸을 바라보고 있는 눈빛은 금방이라도 찢어죽일 것 같았다.
“왜? 순교자가 아닐 것 같아? 내 생각은 다른데.”
수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네가 여기서 무슨 이야기라도 불면 배신자가 되어 넌 어떤 형태로든 자살을 당하겠지. 네놈들이 운송 기사들한테 했던 것처럼. 그런데 포장은 비밀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죽은 순교자가 될 거고.”
수겸은 반응은 살피지 않고 계속 말을 이었다.
“근데 만약에 네가 엄청난 의지로 버텼어. 근데 과연 그 놈들이 네 말을 믿을까. 글쎄. 난 모르겠네. 그래도 살아보고 싶으면 가서 빌어 보던가.”
“더러운 악마가 지독히도 혀를 놀리는구나.”
들개가 으르렁거리는 듯 남자는 부르르 떨며 수겸에게 말했다.
“너희 말투 더럽게 오글거리는 건 아냐? 그런 말투면 없던 신앙심도 생긴다고 보는 거야?”
“하하. 신께서는 모든 사실을 알고 계시니 난 오로지 그분만을 믿을 뿐이다. 네놈의 간사한 계략에는 넘어가지 않을 터.”
묘하게 말이 통하지 않는 것 같았다.
“거의 세뇌를 당한 건가. 그러면 이건 어때?”
“네놈들이 말하는 악마들의 부산물인 힐링 포션으로 살아난 네 몸뚱아리는 어쩔 건데? 네가 돌아가서 어찌 살아왔냐고 하면 연금술의 도움으로 살았다고 하면. 재밌겠다?”
쿵! 쿵!
놈은 수겸의 말에 테이블에 냅다 머리를 박아버렸다.
게다가 얼마나 독한 놈인지 평평한 면에 박은 것도 아니고 모서리에다가 박아 이내 살갗이 찢어져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미친 놈이.”
수겸은 재빨리 일어나 취조실의 거울을 향해 손을 내밀어 들어오려는 형사를 제지하고는 놈의 머리통을 낚아챘다.
“다쳤으니까 치료해야지.”
수겸은 외투 주머니에 있던 힐링 포션을 놈의 이마에 부었다.
“악마의 저주가 어떠냐.”
표현과는 달리 없어지고 있는 이마의 상처.
“퉷!”
놈이 고개를 돌려 수겸을 향해 침을 뱉었다.
“미친 새끼가. 이제 장난은 그만하고. 네놈들 정체랑 본거지를 말해.”
“내가 말할 것 같으냐? 어림없다.”
“하! 독한 새끼네.”
수겸은 다시 원래 자리로 돌아가 앉으려다가 철제 의자를 들어 취조실의 문에 비스듬하게 되어, 밖에서 밀고 들어올 수 없도록 했다.
“근데 너희들이 착각하는 게 있어.”
수겸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너희들, 아니 세상 사람들은 내가 만들 수 있는 시약이 연금술의 전부라고. 그게 아닌데 말이지.”
수겸이 힐링 포션이 있던 주머니에서 또 다른 앰플병을 꺼내어 한 손에 쥐었다.
“너희들만 아니면 이런 시약을 만들지도 않았을거야. 절대로.”
앰플 안에 있는 건 투명한 색의 액체.
수겸은 앰플병을 쥔 손에 마나를 끌어 모았다.
수겸의 손에서 푸른 빛이 터져나왔다.
수겸이 끌어 모은 마나는 앰플병 안에 있던 액체를 끓어오르게 했고, 이내 액체는 기체가 되었다.
수갑을 차고 있는 남자도 호기심이라는 본능은 어쩔 수 없는지 수겸을 쳐다보고 있었다.
수겸은 뚜껑을 열어 곧바로 남자의 코 밑데 갖다 댔다.
의도적으로 숨을 참지 않는 이상 당연히 숨을 쉬며 흡입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수겸은 앰블병을 다시 닫아 주머니에 넣은 후 남자 앞에 섰다.
쾅쾅!
“강수겸씨.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밖에서는 형사가 연신 문을 두드렸지만 수겸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이거면 네 입을 열기에는 충분하겠지.”
수겸이 정체 불명의 조직을 잡기 위해 준비한 이것은
[취조 시약]– 반수면 상태를 강제로 유도하여 몽롱한 상태로 만드는 시약.
– 약효가 지속되는 동안 있었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특징이다.
– 완성품은 액체 상태로 사용 시에 마나를 주입하여 기체로 만들어 흡입시킨다.
“이름”
“한수명입니다.”
“나이”
“31살입니다.”
“네가 속한 단체의 이름과 목적은 뭐야?”
“천강교입니다. 신의 자식인 대천사와 천사를 현세에 강림시켜 현세에 신의 제국을 세우는 것이 목적입니다.”
“미친 놈들이네. 와, 이건 좀 말세다. 말세.”
심문을 하던 수겸이 혀를 쯧쯧 찼다.
“총 인원은 어떻게 돼?”
“한국에서 활동하는 사람은 200명쯤으로 들었습니다. 외국 지부는 알지 못합니다.”
생각보다 작은 규모였다.
“그러면 너희 본거지는 어디야? 자세하게 주소까지 말해 봐.”
“성지는 특정 한 군데로 지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제사장님께서 머무시는 곳이 우리들의 성지입니다. 제사장님께서는 매일 거처를 옮기시기 때문에 알현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절차를 거쳐 제사장님을 찾아 뵙는 것이 유일한 방법입니다.”
“하. 종교 단체를 표방하는 새끼가 사람들이 쉽게 찾아오기 힘들게 한다고? 알고는 있었지만, 시작부터가 사이비구나.”
수겸은 말하면서도 주머니 속에서 어린 아이들이 물약을 먹을 떄 사용하는 약통을 만졌다.
약통을 찾은 후 손에 힘을 주니 크림 형태의 시약이 쭉 하고 나왔다.
그리고 손에 묻은 크림은 곧바로 한수명의 목덜미에 묻힌 후 잘 흡수가 되도록 몇 번을 펴발랐다.
‘일단 생각한 건 전부 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