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107
106화 중간고사(1)
밀레스 아카데미의 정규 고사는 예로부터 악명이 자자하다.
지나칠 정도로 어려운 난이도와 과도한 경쟁 탓에, 수많은 생도의 무덤으로 불리기 때문이다.
시험은 크게 이론과 실기. 총 두 개로 구성된다.
우선, 이론은 일반 대학처럼 자신이 수강하는 과목의 시험을 본다.
이를테면 《마수학》이나, 《기초 마투학》 등이 기본이며.
마법계의 경우 여기서 《마법 연산의 이해》. 무투계의 경우 《초식의 기초》와 같은 전공 과목이 추가된다.
참고로. 재현은 이미 마법계, 무투계 할 것 없이 모든 과목을 섭렵해 두었다.
《배틀메이지》라는 전례 없는 포지션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무투계 관련 강의 역시 놓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실기의 경우는 다시 두 개로 나뉜다.
첫 번째는 연금술을 기반으로 한 포션 조제 시험.
두 번째는 아공간에 마련된 던전을 클리어하는 공략 시험.
후자의 경우, 모의 던전 실습과 비슷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모의 던전 실습은 어디까지나 부외자 엄금의 이벤트.
외부에 공개되지 않고, 내부에서만 자체적인 평가를 내렸었다.
허나, 정규 고사의 실기 시험은 방송국을 통해 전국 생중계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1학년 시험은 더 많은 사람이 몰리는 편.
향후 대한민국을 뒤흔들 뉴페이스들을 볼 몇 안 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잘만 하면 유명인사가 되어 다른 길드의 눈에 띄게 될 테고, 그 반대라면 전국적으로 개망신을 당하겠지. 구자인다운 더러운 방식이야.’
이 과정에서 밀레스 아카데미와 구자인 측은 막대한 중계 수수료를 벌어들이게 될 것이다.
쉽게 말해, 생도들을 이용해 장사치 노릇을 하려는 속셈.
재현은 그 악독함에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었다.
회귀 전.
재현 역시 실기 시험에서 끔찍한 수모를 당했던 기억이 있었다.
마지막 공략 시험을 치르던 중 팀원의 리더가 자신을 버림패로 이용해 먹고 배신했던 것이다.
덕분에 재현은 당시 팀원 중 첫 번째 탈락자가 되었고, 시청자들은 그런 그에게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내뱉었다.
‘능력 부족이다.’부터 시작해서 ‘저딴 게 밀레스 아카데미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겠다.’, ‘세금이 아까우니 퇴학시켜라.’, ‘얼굴만 번지르르 한 게 얼굴로 학교에 들어갔나.’와 같은 악의적인 비난의 댓글들.
이는 아직도 재현의 뇌리에 선명히 박혀 있었다.
‘물론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지.’
지금의 재현은 아카데미 시험을 걱정할 처지는 진작 벗어났다.
애초에 과거 재현이 시험으로 고통받았던 이유는 오직 실기 때문이었고, 이제 실기는 물론 필기 역시 미리 예습해 둔 덕분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물론, 다른 이들 역시 그러리라는 보장은 전혀 없었지만.
“대체 왜 드레이크의 약점이 발뒤꿈치에 난 점인 거야?!”
“…이런 걸 전부 외워야 하는 거야? …거짓말이지?”
안호연과 서이나의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고개를 떨군 채 책상에 얼굴을 파묻었다.
현재, 일행은 밀레스 학원의 부지 내 스터디 카페에 와 있었다.
얼마 전, 두 사람이 재현과 김유정에게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두 사람 모두 이론 성적이 암울한 수준이며, 공부와 진작부터 담을 쌓고 살아왔다는 것이었다.
재현은 피식 웃었다.
근래 어른인 양 굴었지만, 이들은 아직 열일곱의 애들.
따지고 보면 마수를 잡는 것보다 시험 걱정을 하는 게 더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나저나… 어디부터 가르쳐야 하는 거지? 답이 안 서네.’
재현은 깊은 고민에 빠진 채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물론 처음부터 공부를 봐 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비록 이들이 자신의 파벌이긴 하나, 구태여 재현이 이런 수고를 감수할 이유는 없으니까.
재현이 아는 미래에 두 사람은 어떻게든 밀레스를 졸업한다.
굳이 재현이 나서서 뭔가 할 필요는 어디에도 없었다.
허나, 그럼에도 두 사람이 간절히 도와달라며 부탁하기에 짐을 지워두면 이후 언제든 쓸 만하지 않을까 싶어 제안을 받아들였다.
‘어차피 얘들이 잘 성장하면 내 아카데미 생활도 편해질 테니까.’
한편. 김유정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한 채, 두 사람을 어떻게 골려줄까 고민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론 시험 자체에는 큰 거부감이 없는 듯했다.
뭐, 당연한 일이다.
김유정은 중학교 재학 시절 전교 1, 2위를 다툴 정도로 이론에 능했다. 지금의 재현 역시 이론으로 김유정을 이기기란 쉽지 않을 터였다.
“하나씩 차근차근해야지. 너희 중학교 때 어디까지 공부했어?”
“…중학교 땐 놀아도 된다고 할머니가 그랬어.”
“나도 실기 준비하느라 필기는 거의 공부 안 했는데…….”
서이나와 안호연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지며 재현의 얼굴에도 그늘이 졌다.
하지만 김유정은 전혀 그런 기색 없이 즐거운 표정이었다.
“그럼 내가 처음부터 설명해 줄게. 단기 속성 과외. 과외비는 시험 끝나고 노래방이랑 뒤풀이 쏘는 거 어때?”
“오오오……!”
“…머, 멋있어…….”
두 사람은 종교에 매료된 광신도처럼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김유정이 이론은 잘 가르치지. 나도 도움을 받았었고.’
재현은 동의하며 잠시 과거를 떠올렸다.
처음 마법에 대해 익히기 시작했던 때. 그는 김유정에게 이론 수업을 받았었다.
그때 분명 좋은 기억이… 젠장.
‘존댓말 하던 게 아직도 어제처럼 선하네.’
재현은 묘한 살기가 담긴 눈빛으로 잠시 김유정을 노려보았다.
김유정은 벌써 두 사람에게 존댓말과 함께 자신을 선생님으로 부를 것을 강요하고 있었다.
뭐, 이미 신도가 된 두 사람은 기쁜 마음으로 제안을 받아들인 것 같지만.
* * *
처음으로 김유정은 두 사람에게 《마수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통상적으로 가장 어렵다고 알려진 과목이지만, 김유정의 도움이 있으니 생각보다 재미있게 마수의 특징을 이해하고 또 약점과 습성을 배울 수 있었다.
이미 내용을 알고 있는 재현까지 감탄할 정도로 알찬 수업이었다.
“…서, 선생님은 천재예요.”
서이나는 그렁그렁한 눈물을 매단 채 김유정을 보며 말했다.
재현 역시 놀고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호연아. 호연아. 안호연! 얼른 일어나라. 안 그럼 패버린다.”
…조금 과격한 방식이긴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무투계 적성치 1위에 빛나는 천재. 안호연은 잠과 책에 취약했던 것이다.
“아, 미안. 책만 보면 졸려서…….”
“낙제점 받고 나면 책만 봐도 무서워서 벌떡벌떡 일어나게 될걸.”
“…….”
재현은 안호연을 설득(?)하며 그가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다.
서이나는 의외로 금방 적응해 마수학의 기초를 모두 끝냈고, 안호연 역시 어떻게든 따라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어지는 마력 관련 과목과 게이트 생성의 원리 등.
연속된 과목들은 두 사람을 완전히 탈진 상태로 만들었다.
그로부터 네 시간 뒤.
안호연과 서이나는 넋이 나간 듯 망연한 얼굴로 천장을 보며 중얼거렸다.
“난 틀렸어…….”
“…재시험장에서 만나.”
“두 사람 다. 헛소리 그만하고 일어나. 다음 과목은 《파장의 이해》와 《레이더의 마음가짐》…….”
재현은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이번 시험은 여러모로 동료들에게 버거울 듯했다.
* * *
이론 시험 준비가 모두 끝나고 저녁 여섯 시 무렵, 재현은 호텔로 돌아왔다.
좀 더 훈련해 둘까 생각도 했지만, 최근 너무 열심히 한 탓인지 몸에 무리가 갔다.
게다가 아직 이번 던전의 보스를 처치하며 얻은 아이템을 확인하지 않았으니까.
자고로 보스 레이드에서 얻은 아이템은 제때 확인해야 하는 법. 재현은 호텔 방 내부로 들어선 뒤, 짐을 풀고 침대에 걸터앉았다.
“일단은 이것부터.”
재현은 가장 먼저 새롭게 얻게 된 칭호를 살펴보았다.
[칭호 아이템]이름: 다크 엘프들의 왕을 죽인 자
등급: A
설명
다크 엘프들의 왕을 죽인 자만이 얻을 수 있는 명예로운 칭호.
1. 마력 + 30
2. 어둠 속성 몬스터 상대 시 공격력 10퍼센트 가산.
*칭호 착용 시 모든 다크 엘프들의 분노를 사게 되며, 표적 대상이 된다.
“…칭호 아이템은 죄다 이렇게 사기인가?”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좋은 아이템이었다.
마력을 무려 30 보조하는 것도 모자라, 어둠 속성 마수를 상대할 때 공격력을 10퍼센트나 상승시켜 준다고?
이런 아이템은 좀처럼 구할 수 없는 희귀품이었다.
심지어 등급도 A.
경매장에 올라온다면 적어도 백억부터 시작할 사기 아이템이었다.
‘뭐. 애초에 칭호 아이템을 가진 게 나 하나뿐이라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지.’
물론, 다크 엘프들의 분노를 사게 된다는 문구가 있긴 하지만… 절대 연산을 지닌 재현에게 다크 엘프들은 그저 맛집일 뿐이었다.
재현은 올라가려던 입꼬리를 애써 진정시킨 뒤 다음 아이템을 확인했다.
[재료 아이템]이름: 다크 엘프 왕의 정수
등급: A+
설명
다크 엘프의 여덟 번째 왕 카이난이 몸속에 지니고 있던 마력의 정수.
잘 조제 하면 명약이 될 수 있다.
1. 섭취 시 조제의 정도에 따라 마력 스탯 영구적으로 상승(10 ~ ??).
“이것도 좋아. 마력 스탯은 항상 모자라니까.”
이번 아이템 역시 훌륭했다.
마력 스탯의 영구 상승을 노릴 수 있는 명약의 재료라니.
“재상이 형한테 갖다 드리면 좋아하시겠네.”
이재상이 새로운 약재를 다루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재현은 정수를 그에게 가져다주고 조제를 부탁할 생각이었다.
다음은 무려 장비 아이템이었다.
[장비 아이템]이름: 다크 엘프 왕의 견갑
등급: A
설명
다크 엘프 왕인 카이난의 견갑. 최고급품.
1. 근력 +25 / 마력 +25
2. 체력 +1,500
따로 스킬이 붙진 않았지만, 이것 역시 재현이 기대하던 것 이상이었다.
재현은 당장 견갑을 착용한 뒤 몸을 가볍게 움직여 보았다.
근력 스탯을 큰 폭으로 증가시켜 주는 아이템은 회귀 후 처음이었다.
이는 앞으로 배틀메이지로 활동할 때 큰 체감이 되어 줄 터였다.
마지막으로 확인할 것은 바로 스킬이었다.
다크 엘프들의 왕을 죽인 후 봉인된 마도서로부터 얻은 것.
재현은 고민하지 않고 창을 열었다.
[액티브 스킬]이름: 마도구의 형상화(形像化)(LV. 1)
등급: EX
마력을 이용해 전투에 필요한 무구를 형상화하는 스킬.
등급이 높아질수록 더 상위 등급의 무구를 제작할 수 있다.
무구는 마력을 지속해서 주입하지 않으면 소멸한다.
1. 마도구를 형상화한다.
2. 옵션과 등급은 레벨에 따라 랜덤 부여된다(현재 최소 등급 – C).
3. 무구의 등급이 지나치게 높은 경우 사용자의 레벨에 맞게 등급이 하락한다.
재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스킬창을 보고 또 봤다.
그만큼 좋은 스킬이었다.
힘겹게 다크 엘프의 왕을 잡은 보람이 느껴졌다.
무려 무구를 형상화할 수 있는 스킬?
지금껏 재현은 듣도 보도 못한 것이었다.
C급 무구 하나도 경매장에서 구매하기 위해서는 수천을 호가하며, B급일 경우 수억에서 수십억을 가볍게 넘어선다.
그 이상은 더 말할 것도 없을 정도.
그런데 이 스킬은 성장시키기만 하면 C급을 넘어서는 무구를 전투 때마다 실시간으로 만들 수 있다.
심지어 자신이 원하는 종류로 말이다.
옵션이 랜덤인 것 따윈 전혀 단점이 되지 않았다.
재현은 당장 스킬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그는 손바닥에 마력을 가볍게 주입했다.
그러자, 지이잉 하는 마력이 회전하는 소리와 함께 손바닥으로부터 떠오른 빛이 무기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처음 제작한 것은 도신이 짧은 단도였다.
―장비 아이템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아이템의 정보를 표시합니다.
[장비 아이템]이름: 마나 블레이드
등급: C
설명
마력이 담긴 기본적인 마나 블레이드.
공격력: + 30
내구도: 100/100
“…사기네.”
재현은 순수히 그런 감상평을 남겼다.
물론 C급에 옵션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 하지만 그것과 비교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유틸성이 있었다.
“응?”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었다.
잠시 후. 만든 무기에 푸른 이펙트가 덧씌워지더니, B급으로 승급된 것이다.
“뭐, 뭐야?!”
재현은 당황해 무기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그때, 시스템음이 들려왔다.
―장비 아이템 《미스틸테인》이 반응합니다.
―조건의 충족으로 《미스틸테인》의 효과가 모두 개방됩니다!
―패시브 스킬 《무구 제작의 천재》를 획득하셨습니다.
―지금부터 사용자가 제작하는 모든 장비의 등급이 1 상승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