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230
229화 임무 수행 기간(1)
아카데미 부지 내 온갖 육류를 취급하는 최고급 음식점.
이곳에는 서클 나인의 생도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조금 전 재현이 고기를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기에, 자세한 이야기는 음식점에서 마저 하기로 한 것이다.
치이익!
불판 위에 고기가 올라가는 소리와 함께 재현의 입가에 침이 고인다.
고기… 대체 시련을 치르는 동안 단백질이 얼마나 그리웠던가?
재현이 군침을 삼키며 고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데, 별안간 앞에서 못마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디서 굶다 왔냐?”
김유정이 턱을 괴며 재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일행들도 거의 같았다.
하나같이 눈을 부릅뜬 채, 실종사건의 해명을 요구하는 무언의 압박을 보내왔다.
아무래도 재현의 행방이 적잖이도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재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하긴, 저런 반응도 당연한가.’
기별도 없이 갑작스레 사라진 자신이, 일주일이나 지나서야 다시 돌아왔다.
그들로서는 걱정하지 않는 게 더 이상한 상황이었다.
듣기로는 동료들이 자신이 없는 동안 이사장인 김지연을 찾아가 행방을 수소문했다고 한다.
걱정스러운 마음에 갖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물론 그리 큰 의미는 없었다. 애초에 재현은 이 세계에 없었으니까. 곳곳을 수소문해봐야 찾을 방법은 전무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말 안 해 줄 거야? 어디 갔다 왔는지?”
“뭐… 그렇지.”
안호연의 물음에 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재현으로서는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
애초에, 세 번째 시련을 치르러 니플헤임에 다녀왔다고 해도 믿을 사람은 없겠지.
이러한 문제는 서로 깊게 묻지 않는 편이 좋았다.
다행히 일행들은 그와 관련해 더는 물어오지 않았다.
그들은 저마다 재현에게 이것저것 먹을 것을 챙겨주며 그가 허기짐을 채우는 것(?)을 도와주었다.
역시 가장 적극적인 것은 서이나였다.
“…이것도 먹어.”
그녀는 재현이 좋아하는 음식을 챙겨주며, 기분이 좋은 듯 생긋 웃고 있었다.
정작 재현은 그녀의 시선을 애써 피하며 고기만 계속 입에 넣고 있었지만.
이곳의 모두는 이미 그녀의 행동에서 느껴지는 심상찮은 분위기를 읽고 있었다.
재현은 자신을 챙겨주는 서이나를 보며 어째서인지 얹힐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나,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걱정되는 마음에 자신을 챙겨주는 것이 아닌가. 굳이 여기서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간 서로 무안해질 게 분명했다.
지금은 입을 닫고 밥이나 먹는 게 낫겠지.
“하, 그래도 몇 대 때리니까 속이 다 시원해졌네.”
권소율이 주먹을 돌리며 말했다.
사실, 저렇게 거창하게 말하지만 세게 때린 것은 아니었다.
그저 말 좀 하고 다녀라. 그래야 다른 동료들이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투정 아닌 투정을 토로했을 뿐.
재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자신이 갑자기 사라진 탓에, 그녀에게는 적잖은 부담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가 해야 하는 서클 업무도 대신 처리해야 했으니, 더더욱 힘들었겠지.
재현으로서는 여러모로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고마워요. 선배, 그리고 다들 걱정해줘서.”
“닭살 돋게 뭐래.”
김유정이 어깨를 감싸 쥐며 몸을 오들오들 떠는 시늉을 했다.
다른 이들 역시 재현의 따뜻한 말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는지, 표정이 영 좋지 않았다.
재현이 미간을 약간 구겼다.
‘내가 따뜻한 말을 하는 게 그렇게 이상한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하지 않나?
그래도 내가 동료들에게 이것저것 챙겨준 게 얼마인데.
재현이 그렇게 생각하는데, 갑작스레 이재상이 TV를 가리키며 화제를 돌렸다.
“그, 그나저나 요즘 세상이 마마, 말세야… 뉴스도 맨날 저, 저런 것만 나오고….”
“뉴스?”
재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가 고기를 우물거리며 이재상이 가리킨 TV로 시선을 옮겼다.
식당 중앙에 달린 모니터. 그로부터 재현의 흥미를 동하게 할 만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최근 던전의 창궐 빈도가 증가해 레이더 계에서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으며….] [등장하는 게이트의 평균 등급 역시 올라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듯합니다. 지금부터 대비하지 않으면….]뉴스의 내용은 심상치 않았다.
아무래도 재현이 없는 일주일간 뭔가 벌어지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뒷맛이 안 좋아. 불안한데.’
“네가 딱 가출할 즈음에 이렇게 난리가 나버렸어.”
권소율이 그렇게 운을 떼며 말을 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등장하는 던전의 평균 등급이 갑자기 높아졌다더라고. 레이더들 인력난이 최고조라더라.”
그녀가 고기와 함께 시킨 냉면을 후룩거리며 그렇게 말했다.
“어휴. 이러다 진짜 큰일 나는 거 아니에요?”
김유정이 우려하는 목소리로 말을 받았으나, 권소율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그녀의 어깨를 두드려주었다.
“너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안 좋지만 그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할 필요도 없어.
아직 학원 긴급 소집도 안 떨어졌으니까. 벌써부터 너무 겁먹지는 말자.”
학원 긴급 소집.
이는 국민의 안위가 훼손되는 위급 상황으로 인해 학원의 생도들이 전투에 임해야 하는. 쉽게 말해, 유사시에 내려지는 군 소집령이었다.
국립 레이더 협회에 의해 시행되며, 회귀 전에도 몇 번인가 발생한 적 있어 재현 역시 이에 동원되었던 적이 있긴 했다.
…뭐, 별로 활약은 하지 못했지만.
재현은 고개를 저어 적당히 생각을 털어냈다.
지금은 이것 말고도 신경 쓸 게 많다.
‘더구나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 없으니까.’
회귀 전, 이 시기에 갑작스레 마수가 들끓었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었다.
아마 늘 그랬듯, 협회에서 국가 예산을 더 뜯어내려 수작을 부리는 거겠지.
“그나저나 슬슬 그 시기 아니야?”
잠시 후. 식사를 하던 재현이 운을 떼며 말하자, 서이나가 즉시 말을 받았다.
“…응. 아카데미 임무 수행 기간 말이지?”
모두들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아카데미 임무 수행 기간.
이는 생도들이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두 번째 걸음이다.
밀레스 재학생도들이 지자체에서 발행하는 의뢰를 해결하며,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
재현으로서도 고대하고 있던 이벤트였다.
재현은 어느새 식사를 모두 마친 뒤,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그럼 일단 장소를 옮겨서 제대로 이야기해보자.”
다른 일행은 이미 식사를 마친 뒤였다. 그의 제안에 모두가 벌떡 일어났다.
그들은 계산서에 나온 액수를 보며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는 중이었다. 고급 식당이라 그런지 찍힌 액수가 상당한 탓이었다.
재현이 피식 웃으며 그들을 불러세웠다.
“계산은 내가 할 테니까 도망치지 말고 오지?”
그 역시 최소한의 양심이 있는 사람이었다.
걱정을 하게 한 만큼 배불리 먹여주기라도 해야지.
…물론 자기가 제일 많이 먹긴 했지만.
* * *
두 시간 뒤. 동료들과 임무 수행에 관한 이야기를 마친 재현이 호텔로 돌아왔다.
그가 침대에 걸터앉으며 중얼거렸다.
“이제야 집에 온 것 같네. 역시 집이 최고라는 건가?”
전신에서 뚜둑거리는 소리가 났다.
그간의 피로가 누적된 탓에 몸이 뻣뻣이 굳은 탓이었다.
역시 시련은 시련이었다.
어떻게 하나 치를 때마다 몸이 이렇게나 비명을 질러대는지.
재현으로서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이제는 시련의 보상을 정산할 때인가?”
안개 정원과 나스트론드에서 많은 보상을 얻었던 재현이었다.
니드호그의 송곳니를 강화한 것도 충분히 고무적이었지만, 지금 확인할 보상 역시 그에 뒤지지 않는다.
이둔의 시련을 통과하고 얻은 새로운 스킬. 이는 재현의 성장을 더욱 가속화 해 줄 테니까.
재현은 한 치의 의심도 없이 스킬창을 열었다.
[패시브 스킬]이름: 이둔의 온정
등급: EX
자애롭고 아름다운 여신 이둔이 내리는 온정이다.
파티원들의 경험치 획득량을 대폭 증가시킨다.
파티원이 성장할수록 사용자도 추가 스탯을 획득한다.
*파티원의 성장 속도가 2배로 증가한다.
*파티 상태에서 파티원의 레벨이 1 오를 때마다 사용자의 자유 분배 스탯이 1 증가한다.
처음으로 확인한 것은 스킬이었다.
이둔의 온정.
이는 파티원들을 성장시키는 스킬로 매우 쓸만한 것이었다.
시스템에서 레벨을 올린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가?
고작 1을 올리기 위해 몬스터 수천 마리를 처치해야 하는 구간까지 존재할 정도로, 레이더에게 레벨업이란 매우 어려운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스킬이 있다면, 동료들의 성장 속도를 두 배로 상승시켜줄 수 있다.
거기다 그들이 성장할 때마다 자신의 스탯까지 획득할 수 있다니.
이는 위험에 처한 동료들을 구하려 하는 재현에게 꼭 필요한 스킬이었다.
‘아마 이둔이 내 동료를 지킬 수 있도록 배려해준 거겠지.’
“좋아. 이건 당장 이번부터 사용할 수 있을 것 같고. 다음은.”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인벤토리에서 한 아이템을 꺼내 손에 쥐었다. 녹빛 장식이 들어간 열쇠였다.
곧이어 익숙한 소리와 함께 아이템의 상세 정보가 허공에 떠올랐다.
[특수 아이템]이름: 안개 정원의 열쇠
등급: 신화
니플헤임의 안개 정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열쇠다.
니플헤임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것 외에 별다른 설명은 없는 열쇠였다.
허나 그와 함께 이어지는 상태창은 재현을 설레게 하기 충분했다.
[특수 아이템]이름: 토지 계약서
등급: ???
안개 정원의 땅을 일부 양도받을 수 있는 계약서다.
이둔이 직접 서명한 것이다.
“기분 좋은데.”
재현은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다. 드디어 자신의 땅을 가지게 된 상황이니 당연했다.
지잉!
그가 기쁜 마음으로 열쇠에 가볍게 마력을 불어넣었다.
―《안개 정원의 열쇠》가 사용자를 인식합니다.
―사용자를 니플헤임의 《안개 정원》으로 전송합니다.
들려오는 시스템 음과 함께, 재현의 시야가 찬연한 빛에 휩싸였다.
이윽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역시 멀미가 좀 있긴 하지만… 제대로 도착하긴 했네.”
재현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자신이 도착한 곳은 틀림없는 안개 정원이었다.
곧 그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여기 도착하면 튜토리얼 시스템이 작동할 거랬는데, 왜 아무런 기별이 없….”
“짜잔~!”
그 순간, 뒤편에서 들려온 의문의 목소리에 재현은 저도 모르게 검을 뽑을 뻔했다.
“히익!”
기척이 느껴진 곳으로부터 들려온 당황한 목소리와 딸꾹질.
다행스럽게도 재현의 배후를 잡은 존재는 그의 적이 아니었다.
“…이둔? 당신이 왜 여기에…?”
재현이 그녀를 보며 그렇게 묻자, 이둔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그, 내가 튜토리얼 시스템 그 자체거든!”
“네?”
“자, 날 따라와! 정원을 가꾸는 법을 알려줄 테니까!”
* * *
재현, 파피와 재회 겸 뒤풀이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온 김유정이 침대에 몸을 던지며 풀썩 엎어졌다.
호텔 침대는 푹신했지만, 어딘가 불편했다. 평소에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시트를 교체할 때가 된 건가?
김유정은 스마트폰을 만지다가, 이내 침대 옆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나저나 민재현… 정말 이나랑 사귀는 건가?”
숙소로 돌아와 혼자가 되니 조금 전의 일이 선명히 머리에 떠올랐다.
재현이 뭔가 먹을 때마다 옆에서 계속 챙겨주던 서이나의 모습. 이는 사귀는 사이가 아니고서야 잘 하지 않는 행동이었다.
잘은 몰라도 둘 사이에 뭔가 있는 것만은 확실하겠지.
‘뭐 뻔하지. 처음에는 생각 없다, 안 만난다. 했다가 지금은 마음이 바뀐 거야.’
처음 재현이 서이나의 마음을 알면서도 그녀를 거절했다는 이야기는 들었다.
하지만 지금 서이나의 적극적인 행동으로 미루어 짐작건대, 둘 사이에는 친구 이상의 호감이 있는 듯했다.
“내가 신경 쓸 문제는 아니긴 한데….”
머리로는 잘 알고 있는 문제지만, 어째서일까.
그녀는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맛있는 것을 주고받으며 길거리를 걷는 두 사람.
함께 손을 잡고 이곳저곳을 다니는 이들의 모습이, 아직 본 적 없음에도 선명히 머릿속에서 펼쳐졌다.
‘…이상해.’
재현과 너무 오래 친구로 지냈기 때문에, 그를 빼앗기는 느낌이 들어서일까?
자세한 것은 잘 모르겠지만, 지금 자신이 가진 감정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했다.
수학여행 당시. 권소율은 자신에게 말했었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고.
하지만 김유정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자신의 감정이라는 게 대체 뭘까.
그녀는 재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친구로서의 감정은 있지만 그게 연심은 아니었다.
서이나 역시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 두 사람의 마음이 맞다면 잘 되길 빌어주는 것이 자신이 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런데, 왜. 어째서.
“몰라. 모르겠어.”
김유정은 자신의 두 눈을 팔로 덮은 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 어쩐 일인지 수업으로 몸이 지쳤음에도 잠은 오지 않았다.
아무것도 할 수 없지만, 잠들 수도 없는. 그런 상태라고 해야 할까.
그렇게 그녀는 아침까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다음 날 아침 그녀의 소매 끝은 거뮈튀튀하게 물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게 무엇 때문인지 알아봐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