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266
265화 튜터링(3)
망설이고 있다.
그것은 김유정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을 만한 말이었다.
마법사가 되겠다.
유성은을 동경해 지금까지 오게 된 그녀였다.
돌이켜보면 자신이 레이더가 되겠다는 판단에서, 그녀의 의지. 그러니까 자신의 고민으로 결정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막연한 동경은, 그 대상이 무너질 때 거기서 끝나기 마련이다.
이번 레드 게이트 공략에서 김유정은 확실히 깨달았다.
유성은. 그녀는 거기서 죽을 수 있었다.
그것도 후배 레이더들의 생존을 위해서 대신 희생하려 했었다.
만약 그녀가 사라진다면, 죽어버린다면 김유정은 어떻게 할 것인가?
또한, 지금 자신을 망설이게 하는 그 뺀질거리는 애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복잡한 것으로 가득 차 있었다.
카밀라는 다 안다는 듯 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연합의 하위 던전으로 안내할게. 거기서 너희의 성장을 도와줄 거야. 괜찮겠니?”
“…네.”
“물론이에요.”
두 사람의 결정에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 *
“검을 다루는 것은 늘 어렵다. 적을 베기 위한 기술이 바로 검술이지만… 이는 언제나 자신이 베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기도 하지.”
발락은 커다란 넓은 평상 같은 것 위에 앉아 있다.
그 아래 아이들이 검을 쥐기 전, 기본적 근력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근래 이들은 검을 쥐기 이전에, 이런 기초적인 체력 훈련을 받고 있다.
발락은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며 생각했다.
‘그나저나 역시 대단한 녀석들이군. 검은 로브의 동료답게 뛰어난 실력이야. 이미 현장에 투입해도 전혀 손색없는 수준이다.’
사실 첫날 발락이 이들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하긴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그들의 의욕을 고취시키기 위함이었다.
그것은 자신의 못된 버릇이었지만, 레이더를 성장시키는 데는 효율적이기도 했다.
자신의 약함을 인지했을 때 계속해 노력할 수 있는가.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나아가게끔 돕는다.
그렇지 않다면 거기서 멈춰버리도록 날개를 뜯어버린다.
그게 바로 발락이라는 사람이 레이더가 되겠답시고 자신을 찾아오는 뺀질이들을 구하는 방식이었다.
그는 계속 사고를 이어갔다.
‘이재신의 아들. 그는 스킬도 없고 근력도 없다. 사실 형편없는 수준이지. 하지만 그 눈만큼은 살아있다. 언제든 무슨 일을 저지를 놈이야.
권소율이라고 했나… 저 녀석은 전황을 읽는 눈이 매우 훌륭하다. 연합에서도 탐을 낼 만큼 뛰어난 재능이야.
마지막은 역시 안호연이군.’
거기서만큼은 한참이나 발락 역시 그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지금까지 그보다 더한 적성치를 가진 레이더도 보았다. 그러나 이 정도로 이미 완성에 가까운 검을 지닌 녀석은 본 적이 없어. 그는 완성형 천재다.
하지만… 그마저도 그 힘을 어느 정도 숨기고 있어.’
그는 첫날 대련에서 안호연이 일부러 자신의 검에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
이유는 알 수 없다. 자신에게 모든 패를 보이지 않겠다는 걸까?
발락의 입꼬리가 씰룩였다.
고작 며칠의 시간에 불과하다고 해도, 그는 자신의 지도를 받는 입장이다.
그런데 감히, 스승에게 자신의 수를 숨기고 있는 제자가 존재한다고?
발락으로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버르장머리를 고쳐주지.’
그렇게 생각하며 한쪽 입꼬리를 올리는데. 별안간, 이를 지켜보던 리나 마이어가 기겁하며 뒤로 주춤거렸다.
‘스스, 스승님이 저런 모습이라니… 위험하다… 입니다! 한 사람은 여기서 죽, 죽을 겁니다!’
* * *
이번 유럽 여행에서 재현의 가장 큰 목적인 레드 게이트의 공략이 성황리에 모두 종료되었다.
하지만 아직 할 일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재현은 지금 중대한 문제 때문에 유럽 연합이 관리하는 던전에 와 있었다.
‘파피의 성장을 더는 미룰 수 없다. 이대로면 격차가 생길 수도 있어.’
때문에 재현은 이곳 던전으로 향했다.
상위 와이번과 드레이크 등, 용종들이 잔뜩 모여 있는 던전.
등급은 S.
참고로 발락에게 요구해 강제로 뜯어낸(?) 것이었다.
“파피, 여기서부터는 네 성장이 중요해. 내 성장 속도와 비교하면 네 성장은 아주 느린 편이고, 결국 전투에서 발목을 잡을 수도 있으니까.”
크릉!
다행히 파피는 맡겨두라는 듯 앞발을 번쩍 들어 올릴 뿐이었다.
하긴, 녀석도 최근 마정석과 이것저것 쓸 만한 것을 잔뜩 먹긴 했지만 큰 성장을 이룩하지는 못했으니 걱정됐겠지.
아무리 말을 하지 못한다 해도, 녀석의 지능은 이미 웬만한 아이 수준을 넘어서고 있었다.
이후엔 훨씬 더 고차원적인 존재로 성장하게 될 테지.
재현은 파프니르의 존재가 훗날 오딘의 공략을 위한 주요한 패가 될 거로 생각했다.
이번 후긴 전만 해도 그랬다. 파피가 견제하지 않았더라면, 헬라의 도움이 없었다면 쉽게 후긴의 팔을 잘라내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정도로 그쳐서는 안 된다.
홀로 후긴을 처치할 수 있을 정도까지 파피를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수반되어야 하는 과정이 있고….
그 과정을 거치기 위해 재현은 드래곤이 등장하는 게이트에 온 것이다.
“그나저나 정말 이 방법이 맞는 거겠죠? 같은 동족이라고 파피가 망설이지는 않을까요?”
[걱정할 것 없습니다. 드래곤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인 종족이거든요. 마을도 이루고, 도시도 이루고 살긴 하지만 그들의 법은 인간의 것과는 매우 달라요.서로 죽이는 일은 흔합니다. 그게 던전화로 인해 타락한 마수라면 더더욱 그렇고요.]
“하긴.”
헬라는 처음 드래곤을 가장 빠르게 성장시키는 방법이 바로, 같은 드래곤과의 대련이라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그런 것을 해줄 만한 대상은 이제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다시 나스트론드로 가서 니드호그와 싸우기에는 오딘에게 들킬 위험이 있었다.
안전한 것은 오히려 던전인 셈. 때문에 재현은 드래곤이 등장하는 던전을 발락에게 수색해 달라고 부탁했다.
발락은 위험한 S급 게이트까지 처리해달라고 하면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 아닌가 잠시 생각했지만, 재현이 원하는 일이니 일단 들어주었다.
재현처럼 안전하게 S급 던전을 공략할 수 있는 사람은 현재로서는 없다.
연합이 공략에 나선다고 해도, 그들로서는 수많은 피해와 희생자를 감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결국, S급 게이트를 공략하지 못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의미다. 그에 들어가는 인적 자원과 아티팩트를 감안했을 때.
재현이 공략을 해준다면 넙죽 받아야 하는 게 연합의 입장이라는 뜻.
“후. 그럼 이번에는 소율 선배도 없으니까. 내가 던전 매핑부터 시작해야 하나.”
동료의 빈자리가 느껴지는 아쉬운 순간이었다.
재현은 가져온 터치 패드를 이용해 정보를 입력하며 지금쯤, 카밀라와 발락에게 쥐어터지고 있을 동료들을 생각했다.
사실, 그들 하나하나의 무력이 재현에게 도움이 크게 됐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지켜야 할 대상. 그렇게 여겨졌을지 모르는 존재들이었다.
하지만 정신적인 부분에서 그들은 재현을 나아갈 수 있게끔 매 순간 도와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재현이 던전 공략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최소한 자신의 발목을 잡지 않는다.
판단이 빠르다.
그 두 개만으로도 그들의 가치는 충분했다.
지잉…
매핑이 이어지며 패드로부터 근거리의 정보들이 하나둘 입력되기 시작한다.
재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지금 막 들어온 던전은 거대한 산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 마치 과거 보았던 요툰헤임의 그것과 거의 비슷했다.
높디높은 산봉우리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재현과 파피, 헬라를 반긴다.
그리고.
끼아아아악!
어딘가로부터 들려오는 와이번의 거친 울음.
절벽 아래로 시선을 옮기자 그곳에는 수백에 다다르는 무수한 마수가 있었다.
사이사이에는 드레이크가 서식하는 동굴도 있다. 아마 지금 파피에게는 최적의 성장 포인트일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당장 날아다니는 놈들을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니.’
재현은 그렇게 말한 뒤, 파피를 등에 업고 헬라와 함께 도약했다.
―액티브 스킬 《공중 도약》을 발동합니다.
그런 뒤, 허공에서 정확히 절벽 아래 동굴이 있는 방향을 향해 공중 도약을 발동했다.
일단은 드레이크부터 처치하게 하면서 파피를 강화한다.
날아다니는 적들은, 그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겠지.
정 안되면 자신이 직접 처리해도 문제 될 것은 없고 말이다.
“그럼 가자 파피.”
크릉!
파피와 함께, 재현은 어두운 동굴 그 안으로 들어갔다.
크르르르…!!
그곳에서 마주한 것은 레드, 블랙, 골드 드레이크였다.
모두 브레스를 쏜다는 것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그 속성이 모두 다르기에 조심해야 하는 적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재현이 작전을 짜는데. 별안간 파피가 콧김을 뿜으며 흥분하기 시작했다.
“뭐야? 파피 갑자기 왜 그래?”
크르릉!
파피는 한쪽으로 앞발을 휘두르며 울음소리를 냈다.
“아하.”
그의 몸짓이 닿는 곳. 그곳에는 골드 드레이크가 있었다.
재현은 파피에 대한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려냈다.
그는 황금을 미칠 듯이 좋아한다!
* * *
철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스가르드의 지하 감옥에 수감된 한 남자가 고개를 들었다.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 대단하신 오딘께서. 여기까진 어쩐 일이지?”
빛 한점 들지 않는 어둠 속에서 남자는 그렇게 물었다.
죄수. 죄를 지은 자를 가두는 감옥이라지만 이곳은 그야말로 살풍경했다.
섬짓한 고문 기구들과 누군가의 창자로 묶어 둔 손목, 그리고 몸이 온갖 상처로 가득한 죄인으로 보이는 남자의 모습까지.
모든 것이 정상적이지 않은 어둠 속, 앞에 서 있던 오딘이 입을 열었다.
“너를 보는 것은 오랜만이구나. 로키.”
“딱히 반갑진 않은 얼굴이지만 말이야.”
“그런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럼 이 손목부터 좀 풀어줄래?”
오딘은 그 말에 눈을 부릅뜬 채 그를 계속해 노려보았다.
“아니, 그건 안 될 말이지. 지난 1만 년 전, 네가 이곳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것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야~ 먼 옛날이야기를 꺼내고. 너도 나이가 든 건가?”
“한 가지 묻겠다.”
오딘은 빈정거리는 로키의 말을 끊어내며 이었다.
“지금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지?”
“일을 꾸민다…라. 여기서 내가 무슨 답을 할 거로 생각하는 건진 모르겠지만, 말해줄 리가 없잖아?”
로키의 태연한 말에, 오딘이 비릿한 미소를 입에 걸었다.
“네 아이들이.”
그가 또박또박 힘주어서이었다.
“또다시 죽어가는 꼴을 보고 싶은 모양이구나.”
콰콰콰쾅!
그 순간, 거센 마력의 기파가 쏟아지며 오딘과 그 뒤편의 후긴을 찢어발길 듯 날아든다.
로키의 눈에 장난기가 사라지며, 그가 차게 식은 눈으로 말했다.
“내 손이 풀려있었다면 네 입을 꿰매버렸을 텐데. 아쉽네.”
로키와 오딘. 두 신의 대치는 옆에 서 있는 후긴 조차 얼어붙게 하고 있었다.
1만년이다.
그토록 오랜 시간 감옥에 가둬두었음에도 로키의 마력은 저 정도라는 건가?
오딘에게 뒤처지지 않는 정도라고?
“다시 한번 종말은 도래한다.”
“그래. 네가 원하는 대로.”
“거기서 너와 대적자, 그리고 남은 네 아이 모두의 목숨은 거기서 사라질 것이다.”
“글쎄.”
로키가 웃었다.
“그렇게 될지, 아닐지는… 지켜보면 알 수 있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