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268
267화 기말고사
“그간 감사했습니다.”
어느덧 발락과 카밀라가 동료들을 봐주기로 했던, 약 1주의 시간이 모두 흘렀다.
그간 재현과 동료들은 꽤나 성장하며 유익한 나날을 보냈다.
누구 할 것 없이 나인의 멤버들은 저마다 성취를 높이 끌어올릴 수 있었고, 이는 재현이 흡족함을 느끼기에 충분한 수준이었다.
이번 튜터링은 성공적으로 잘 마무리된 셈이었다.
‘이 정도라면 S급도 금방이겠어. 애들이 엄살을 엄청 피우긴 했지만… 결국 여기까지 왔네.’
재현은 과거 동료들과 했던 약속을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S급의 경지에 도달한다면, 그때 헤임달과 있었던 일 모든 것을 이야기해주기로. 분명 그렇게 약속했었지.
여기에는 신화에 관한 이야기 역시 포함돼 있다.
‘동료들이 충분히 강해진다면 더는 숨겨서는 안 되는 정보다.’
오히려 어서 오픈하는 편이 재현에게도 도움이 된다.
물론 자신의 곁에 두고 싸우게 할 생각은 없었다. 두 번째 예언. 그것은 동료들의 죽음에 관한 예언이었고, 재현은 이들을 죽게 둘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
하지만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미리 말해주는 게 옳았다.
그들 역시 방어책을 고민하고, 자신을 지킬 힘을 갖추는 게 중요하니까.
스스로를 지킬 수 없다면 죽는다.
그게 레이더이기에, 재현은 이번 기회를 빌려 발락과 카밀라라는 최정상급 레이더에게 동료들의 튜터링을 맡긴 것이었다.
“언제든 다시 찾아라.”
“꼭 놀러 와야 해!”
발락과 카밀라는 그렇게 저마다의 인사를 건넸다.
“그럼 저도 가 보겠다! 입니다.”
“아니.”
발락이 총총걸음으로 사라지는 리나를 붙잡으며 말했다.
“이번에 저 녀석들을 가르치면서 느낀 게 대단히 많아. 이번이라면 왠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
“네, 네?”
리나가 발락의 말에 뭔가 불길함을 느낀 듯, 식은땀을 흘렸다.
“따라와라. 제자야. 스무 살이 지나버렸으니 레벨업은 어렵겠지만… 경험은 쌓을 수 있겠지.”
“아, 안 된다- 입니다! 검은 로브! 구해주세요!”
“애석하게도 저는 레이더지 히어로는 아니라서.”
재현은 리나에게 일말의 관심도 주지 않은 채 걸음을 옮겼다.
발락에게 직접 지도받았던 세 사람은 이 광경을 지켜보며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벤치 프레스 2톤으로 시작된 훈련과 지옥 같은 체력 단련…
그것은 이들에게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포를 안겨주었었다.
반면, 카밀라에게 마법을 배운 두 사람의 표정은 밝았다.
이번 기회를 잘 살려 그들은 확실히 성장했다. 마법을 좀 더 섬세히 구축하고, 발현하는 과정을 익히고. 다음으로 그 강도까지 높이는 데 성공했다.
서이나의 알프헤임의 검은 이미 S급의 경지에 도달했다.
김유정의 보조 스킬 역시 최상위 등급까지 거의 마스터 되었고. 여러모로 이번 튜터링은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끼치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카밀라 씨, 좋은 분이셨어.”
“맞아! 맛있는 거도 엄청 주시고!”
그렇게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금세 흘렀다.
이후 재현은 다시 독일의 포털 센터에 도착했고,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아카데미로 돌아올 수 있었다.
“으… 그동안 진짜 힘들었지.”
김유정이 기지개를 켜며 그렇게 운을 떼자, 옆에서 음울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나는 돌아오고 싶지 않았어.”
“나도.”
말을 해온 두 사람은 서이나와 안호연이었다.
그랬다.
아카데미. 돌아온 이들에게 예비된 것은 다름 아닌 기말고사.
그것도 이론 시험이었기 때문이었다.
* * *
다음 날. 이론 시험에 관한 정보가 공개되었다.
구체적인 범위에 관한 이야기가 주된 내용이었다.
“이론 시험은 모두 이틀간 나눠서 치러집니다. 아카데미 생도 전원은 모두 성실하게 시험에 임해주시고, 좋은 성과 있길 바랍니다.
더불어… 낙제점을 받은 사람들은 한동안 남아서 보충 수업을 듣게 될 겁니다.”
돌아온 이들의 첫 수업은 마수학이었다.
교관은 생도들에게 시험의 중요성을 주지시켜준 뒤, 낙제점을 받은 생도들에 대해 특별 지도가 있을 거란 소식을 전해 주었다.
독대! 그것도 교관과의 보충 수업이라니…
모르긴 해도, 그것은 헬헤임에 가서 헬에게 인사를 건네고 오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끔찍한 경험일 것이다.
종이 쳤음에도, 나인의 멤버들은 누구 하나도 자리에서 곧바로 일어나지 못했다.
최근 일주일. 시험을 치러야 함에도 이들은 유럽에 한참이나 가 있다가 이제야 돌아왔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특혜처럼 보일지 모르는 일이기도 했다.
허나, 재현이 레드 게이트를 공략하고 왔다는 것을 알면 아마 기함하고 말겠지.
‘아직 내 정체는 한국 수뇌부. 그리고 발락과 카밀라만이 알고 있으니까.’
재현은 최근 레드 게이트에서 자신의 정체를 공개했다.
자신이 검은 로브이며, 더한 위협이 오고 있다는 것까지 모두.
물론 그 주체가 되는 것이 신화적 존재라는 것은 말하지 않았지만, 이들 역시 멀지 않은 시점에 알게 될 것이다.
에시르의 움직임은 지금도 계속해 이어지고 있고, 재현을 두른 예언의 힘은 계속해 약해지고 있었다.
이것이 다하는 순간, 재현은 진정한 죽음의 공포 앞에 서야 한다.
회귀 후. 줄곧 느끼지 않았던 감정, 그것이 다시 한번 숨통을 조여오게 되겠지.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게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정체를 숨긴 지금, 재현은 어쨌든 생도 신분이었다.
지금은 다가올 기말고사를 위한 벼락치기가 무엇보다 중요했다.
* * *
다음날, 시험을 치르는 강의실에는 깊은 적막이 흐르고 있다.
비교적 표정이 좋은 김유정과 재현도, 미묘한 얼굴의 다른 생도들도.
그리고 끔찍한지 문제지를 벌레 보듯 하는 서이나와 안호연도 있었다.
모두가 저마다 시험을 치르고 나자,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다행히 시험 과목은 그리 많지 않았다. 애초에 마수를 사냥하는 것이 목적인 레이더 양성 기관인 터라, 기본적 교양을 제외하면 모두 과목이 그쪽으로 편향된 경향이 크다.
또한, 이는 이론이 아닌 실기로서 다뤄지는 경우가 몇 배는 되고 말이다.
여하튼, 덕분에 이틀 만에 이론 시험은 모두 마무리되었다.
가채점 결과, 김유정과 재현은 여전히 이론에 강했고. 두 사람은 약했다.
이재상과 권소율은 각기 특화된 분야에서 좋은 성적을, 나머지 과목에서는 평균적인 성적을 거두었다.
“자, 그럼 다음 실기 시험에 관해 이야기해볼까?”
“야, 시험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좀만 쉬다 가면 어디가 덧…….”
“…맞아… 너무해.”
“물론 그전에.”
재현은 볼멘소리하려던 동료들의 말을 자르며 이었다.
“새로 완공된 부실부터 확인하러 가자고.”
그의 말에 서클원 전원이 입가에 화사한 미소를 머금었다.
무려 피 같은 자신들의 포인트를 모아 새로 짓게 된 부실 건물. 궁금하지 않다면 거짓말이 아닌가!
그들은 재빨리 채비를 마친 뒤, 곧바로 개인 짐을 챙겨 부실 건물이 완공된 부지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들은 완성된 건물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미쳤네.”
안호연의 짧고 굵은 소감은 이들의 심정을 정확히 대변해주는 것이었다.
부실은, 사실 부실이라는 이름이 붙어있긴 했지만 지나칠 정도로 거창한 크기와 위용을 자랑하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크기가 웬만한 작은 저택 수준이었고, 근처에 식물을 키울 수 있는 밭과 기본적인 대련장이 구축돼 있다.
‘참고로 대련장에는 예전에 적색 임무를 수행하며 얻었던 아크 메탈이 들어가서 연화의 비밀 연무장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경도가 높지. 훌륭한데.’
건물의 공사 과정은 김지연이 모두 담당했다. 3D 프로그램을 이용해 동료들이 각자 원하는 시설이나, 기구들을 배치했고.
재현이 이를 마지막으로 검수하는 식으로 구성된 부실.
당연히 그 아래층에는 이들의 레벨 테스트를 할 튜토리얼 던전 역시 준비돼 있다.
여러모로 성장에는 최적화가 돼 있는 셈.
재현이 씩 입꼬리를 올린 뒤 문 앞으로 나섰다. 보안 장치가 살벌한 부실 입구에 자리한 로봇이 재현의 전신을 훑는다.
―나인의 서클장 민재현 군 확인되셨습니다. 부실을 오픈합니다.
그 목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재현보다 더 빠르게 서클원들이 안으로 몸을 던졌다.
“우와!”
“야… 내가 말했던 수련장도 있어!”
“먹을 것도 잔뜩 있는데!?”
“연금술 도구가 이렇게나… 벌써 완성됐을 줄이야…!”
아크 메탈로 제작된 이재상의 연금술 도구 역시 완성돼 그곳에 걸려 있었다.
사실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었는데, 연화와 재현의 힘으로 그 시기를 앞당긴 것이었다.
“저것도 제대로 들어와 있네. 전송 장치.”
권소율이 팔짱을 끼며 놀란 듯 입술을 물었다.
그녀의 말대로 전송 장치. 그게 중심에 떡 하니 자리를 잡고 있다.
‘전송 장치는 기본적으로 먼 곳으로 사용자를 빠르게 전송해내는 물건이다. 레드 게이트에서 활약했던 워프 스톤이 일회용인 것에 반해, 이건 여러 번 써도 그 제약이 없지.’
쉽게 말해, 포털 센터에서 포털을 타기 위해 이용하는 물건이 바로 이것이었다.
물론 포털에 설치된 전송 장치의 등급에 따라 전송 가능 거리가 다르긴 하지만…. 지금 재현이 가진 것도 충분히 효율이 높았다.
폐쇄 도시 대구에서 단번에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시킬 수 있어, 전국 어디든 금세 찾아갈 수 있을 정도.
서울에서 대구까지도 금방이었다.
“마음에 드네요.”
“저런 걸 어떻게 얻은 거야? 이번에도 연화에서 지원해준 거야?”
“아뇨. 이번에는 연합 길드 측에서요. 뭐, 레드 게이트를 때려 부쉈는데 이 정도는 챙겨줘야지.”
“하긴. 너 아니었으면 그 사람들 싹 다 죽었겠지.”
권소율이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한 시간가량.
재현과 동료들은 새로 완공된 부실을 한참이나 살펴보았다.
무려 2층 구조의 개인실이 구비된 부실!
둘러보는 데만 해도, 그 정도 시간이 소요된 것이다.
하지만 재현은 들뜬 서클원들에게 한 가지 사실을 전할 수밖에 없었다.
“저기… 전달할 게 있으니까 일단 아래로 모여 줄….”
쾅쾅!
그때였다.
서클 바깥에서 부실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재현의 눈가가 좁아졌다.
“벌써 시작됐나.”
그는 순순히 부실 입구에서 문을 열어, 기다리던 남자를 안으로 들여주었다.
강주협. 그는 서클 아란의 서클장의 자격으로 이번에 재현을 찾아온 것이었다.
그가 입을 열었다.
“민재현, 그리고 서클 나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기 위해 왔다.
기말고사의 실기 시험으로 치르게 될 밀레스의 서클 대항전. 거기서 우리 아란과 손을 잡자.”
올 게 왔다.
재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그를 가만히 살펴보았다.
밀레스 아카데미의 기말고사는 당연하게도 이론이 전부가 아니었다.
실기.
가장 높은 점수가 걸려 있는 이번 실기의 주제는… 연합, 그리고 전쟁이다.
서클 대항전이 드디어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