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269
268화. 서클 대항전(1)
“민재현, 그리고 서클 나인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기 위해 왔다.
기말고사의 실기 시험으로 치르게 될 밀레스의 서클 대항전. 거기서 우리 아란과 손을 잡자.”
제안은 심플했다.
아란. 밀레스의 주요 서클 중 하나인 그들이 나인에게 연합을 제안하고 있는 것이다.
재현이 팔짱을 꼈다. 의도적으로 자신이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동이었다.
“글쎄요. 우리가 아란과 손을 잡았을 때 무슨 득이 있죠?”
그것은 쉽게 말하자면 협박이었다.
재현은 자신의 능력을 잘 알았다. 그의 힘은 다른 서클의 누구라도 탐낼 만한 것이었다.
아무리 서클 대항전에서 생도들의 능력치가 일정 수준 이하로 고정되고, 상위 스킬에 제약이 걸린다고는 해도. 재현의 가치가 퇴색되는 것은 결코 아니니까.
강주협도 이를 알고 부랴부랴 재현을 찾아온 거겠지.
“이미 한 번 겪어봤으니 너도 알고 있을 거다. 밀레스의 시험에 어떤 독특한 규정이 섞여 있는지 말이야.”
“방송.”
재현의 답에 그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과거 너희가 중간고사를 치렀을 때처럼, 생도들이 실기를 치르는 모습이 전국으로 생중계될 거야. 거기서 필연적으로 우리는 시청자들의 주의를 끌어야만 하지.”
어그로.
쉽게 말해, 강주협은 자신의 팀원들이 다른 서클의 멤버들보다 훨씬 개성적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참고로, 그가 전투에 도움이 되는 부분이 아닌 이를 강점으로 내세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중간고사 때와 달리 이번 방송은 일방적인 소통이 아니다. 시청자들과 직접적인 대화가 가능한 것이 이번 기말의 가장 큰 특징.
개성 있는 생도들이 더 좋은 호응을 끌어낼 거라는 것은 자명했다.
‘뿐만 아니라, 이번 기말고사에서의 방송에서는 시청자들이 ‘후원’을 할 수 있고, 그 액수에 따라 생도들이 생존에 필요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지.’
굉장히 독특한 시스템이다.
밀레스 아카데미는 이후 생도가 레이더로서 성장했을 때, 학원의 명예를 더 드높이기를 바랐다. 처음 구자인 이사장이 있을 때부터 이러한 기조는 이어졌고.
후원 시스템은 이것의 극단이었다.
주의를 끌 수 있는 레이더, 전장에서 기발한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는 레이더.
이는 그가 생각하기에 최고의 ‘상품’이었으니까.
때문에 구자인은 방송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대리만족을 주고, 그들에게 적당한 금전적 이득과 홍보의 효과를 가져올 생각이었던 것이다.
이는 김지연 이사장이 부임해 있는 지금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물론 좋지 않은 이벤트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김지연 역시 이를 단번에 폐지할 수는 없었다.
고작해야 부임 1년.
1년 만에 아카데미에서 진행되는 모든 이벤트의 구성을 바꿀 수는 없다.
더구나 대항전은 밀레스 최고 인기 이벤트 중 하나.
여기서 갑작스레 취소했다가는, 김지연의 입지 자체가 흔들릴 여지가 있었다.
‘시청자들까지 화가 나서 난리를 피워대면 곤란해지니까.’
때문에 김지연은 대항전의 급작스러운 폐지가 아닌 개혁을 선택했다.
그녀는 시청자들의 후원금을 모두 포인트로 치환해 생도들에게 배분하도록 했다.
정책의 변화를 꾀한 것이다.
이는 자신과 밀레스 아카데미 측이 생도를 배려하고 있다는 것을 제대로 각인시키기 위함이었다.
구자인과 다른 행보를 보여주는 것.
그것만으로도 이벤트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꽤나 개선되었다.
생도를 가지고 장난을 치며 돈을 번다는 인식 자체가 많이 줄어든 것이다.
아카데미가 아닌 생도를 위한 후원!
이는 시청자들의 대리만족을 끌어내는 내는 동시에, 생도들에게 보다 큰 동기를 부여하는. 그야말로 일거양득이 되었다.
여하튼. 강주협은 자신을 찾아와 동맹을 제안했다.
그 대가로 자신이 광대가 되어 팀원들과 함께 어그로를 끌어 후원금을 확보하겠다는 것이 그의 계획.
하지만 재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식으로 어그로를 끌 필요는 없습니다. 제안은 거절하겠습니다.”
강주협은 당연히 수락할 거로 생각했는지, 재현의 거절에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
서클 아란은 자신의 입으로 말하기는 민망하지만, 명백한 밀레스 아카데미의 최상위 포식자였다.
서클 대항전에서도 전통적으로 늘 좋은 성적을 거둬왔고. 이번 역시 다르지 않을 터였다.
그런데, 이를 거절한다고?
혹여나 재현이 자신의 말을 번복하지 않을까 잠시 기다렸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강주협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재현을 잠시 바라보았다.
“…후회하게 될 거다.”
* * *
‘그래. 벌써 시기가 이렇게 되긴 했지. 서클 대항전이라….’
어느새 다가온 밀레스 아카데미의 서클 대항전.
재현은 회귀 전, 겪었던 대항전과 이때의 기억을 잠시 상기했다.
‘기본적으로 서클 대항전은 서로 이해관계가 합치하는 여러 서클과 서클간의 전쟁이라고 보면 된다. 상위 마수와 싸울 때를 위한 대비 훈련의 일종이지.’
높은 등급 던전에서 볼 수 있는 지능형 마수는, 으레 군대를 조직하고 편성해 레이더를 공격한다.
서클 대항전은 그들과 맞서기 위해 생도들의 지략과 무력을 모두 시험하는 것이 그 목적. 이와 같은 훈련은 장기적으로 생도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재현은 회귀 전 낮은 서클 연합 소속이었고, 최종 4위의 결과로 마무리했다.
말이 4위지. 네 개의 팀밖에 없었기에 꼴찌였다.
덕분에 남아서 강제 훈련을 지독하게도 했었지.
“아란의 제안을 거절한 확고한 이유가 있어? 걔들이 좀 양아치 같긴 해도 확실히 뛰어나긴 하잖아. 작년에 가장 많은 후원액을 기록한 서클이기도 하고.”
권소율이 그렇게 물어왔다. 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그런 자극은 장기적으로 시청자들에게 그리 좋지 않습니다. 두 번은 통하지 않을 거예요.”
작년에 아란은 스파이를 보내 그를 희생시킨 뒤, 대군전을 통해 이를 극복하는 각본을 짜 시청자들을 열광시켰었다.
모두 계획 하에 이루어졌다는 것은 뒤늦게 밝혀진 일.
그들은 어떻게 해야 시청자들을 흥분시킬 수 있는지 잘 알고 있다. 그토록 자신했던 것도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할 거야? 시청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긴 해야 하잖아. 압도적인 무력을 보여주기엔, 아공간의 제약이 작용할 거야.”
서이나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그녀의 말대로였다.
아공간의 제약.
그것은 과거 신입생 사냥 당시와 같았다. 고유 스킬을 제외한 특정 등급 이상 스킬을 사용할 수 없고, 스탯에도 제약이 걸리게 된다.
아무리 재현이 강하다 해도, 거기서는 무쌍을 찍으며 홀로 1위를 기록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전쟁. 그것은 어디까지나 지략이 필요한 거대한 게임이다.
잔혹하고, 더러운.
그리고 그 처연한 이야기를 보는 게, 시청자들이 방송에 들어오는 이유다.
“최대한 포커페이스를 유지해. 앞으로 다른 서클들도 계속 우릴 찾아올 테니까.”
재현은 일단 그렇게 말하며 고민하는 척을 했다.
하지만 그는 전혀 걱정하지 않고 있었다.
‘미안하지만 나는 이미 모든 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고 있거든.’
재현은 시청자는 물론, 다른 서클들에게 휘둘릴 생각 따윈 추호도 없었다.
그의 자신 있는 표정에, 권소율이 미간을 좁히며 김유정에게 소곤거렸다.
“…뭔가 음침한 표정인데. 또 뭘 저지르려고 저러지?”
* * *
“우린 알다시피 최고의 무력을 줄 수 있다. 우리 유는 다른 서클보다 평균 레이더 등급도 높고, 무투계 마법계할 것 없이 밸런스가 훌륭하거든.”
다음으로 찾아온 것은 유의 정현이었다.
그는 재현에게 꽤 호감을 갖고 있는 인물로, 어쩐 일인지 이수혁도 함께 데리고 왔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재현과 그가 친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웃긴 일이네.’
재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이어지는 정현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승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평균적인 병사의 수준이다. 전쟁을 모방한 게임인 만큼, 여기서 우릴 선택하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지는 없을 거야.”
“선배! 민재현의 서클과는 제대로 한 판 붙어보고 싶….”
“이수혁. 지금 우리는 이쪽을 설득하러 온 입장이야.”
이수혁이 정현의 중재에 입을 꾹 다물었다. 재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보겠습니다. 결정은 뒤에 내리죠.”
“후… 좋아. 긍정적으로 답변을 주길 기대하지.”
정현은 그렇게 말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고, 이수혁은 벌떡 일어나 몇 초간 재현을 노려본 뒤 ‘이번에야말로 꼭 이겨주겠다!’라고 선언하며 사라졌다.
이 정도면 정말 그가 자신을 친구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 의심이 될 정도였다.
재현 역시 그와의 악연은 다 털어낸 참이었고, 그에 대해 별생각은 없었다.
“서클 유와도 손잡지 않을 거야?”
“네.”
권소율은 비서처럼 터치패드에 무언가를 계속 기록하며 물어왔다. 그녀는 간만에 셔츠를 단정히 입고, 동그란 안경까지 낀 모습이었다.
…은근히 상황극을 즐기는 타입인 걸까?
재현은 그런 생각을 했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권소율도 나름 즐거운 표정이고… 뭐가 됐든 괜찮겠지.
권소율은 각 서클이 연합을 구성하자며 찾아올 때마다 그들의 전력과 보유한 팀원, 또한 어떤 위험 요소가 있는지 일일이 설명해주었다.
재현조차 다 기억하지 못하는 회귀 전의 정보들이 꽤 많아 판단에 많은 도움이 됐다.
재현이 피식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여간. 이러니저러니 해도 잘 챙겨주신다니까. 선배답긴 하네.’
그렇게 생각하며 여러 서클이 다녀간 새로운 부실 건물.
똑똑.
노크와 함께 드디어 마지막 손님이 찾아왔다.
느껴지는 익숙한 마력. 재현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드디어 우리가 손을 잡아야 할 사람이 왔네요.”
“뭐?”
권소율이 재빨리 인터폰 너머의 사람의 얼굴을 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의문이 그려졌다.
“분명 실력이 나쁜 애들은 아니긴 하지만… 쟤들이랑 손을 잡는 건 그리 좋지 않지 않을 가능성이 커. 가장 무력도 약하고, 지형이나 여러 요소를 고려해 봤을 때 우리가 불리해질 수도 있어.”
“괜찮아요. 그 정도는 저도 이해하고 있으니까.”
“…맘대로 하든가. 그럼.”
권소율이 팔짱을 꼈다. 허나, 기분 나쁜 듯한 표정은 아니었다. 말은 않아도 재현에 대한 신뢰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기에 가능한 반응이었다.
물론 재현은 확신하고 있었다.
문 너머에 있는 사람. 그녀는 이번 이벤트의 핵심 키가 될 것이며, 이번 서클 대항전의 승자가 바로 자신과 나인이 될 거라는 사실을.
의문이 떠오른 것은 권소율뿐만 아니었다. 모든 나인의 팀원이 재현의 판단에 의아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어째서 재현은 저 사람을 선택한 거지?
하나같이 그런 표정을 짓는 동료들을 지나쳐 재현이 걸음을 뗐다.
그는 자신의 머릿속의 작전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은 채, 어느 소설의 악역 보스처럼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번 대항전에서는 아무래도 재미있는 일이 많이 벌어질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