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348
348화 천재 소녀(1)
다시 하루가 흘렀다.
드디어 티르의 군대에 맞서기 위한 작전 회의가 있는 날.
재현은 성벽의 가장 높은 곳에서 천천히 아래로 내려오며, 통찰안을 사용해 엘프의 각 개성과 능력을 파악하기 시작했다.
‘역시 마법에 능한 종족이다. 모든 능력치가 높아. 반면 근접전투는… 엉망 수준이군.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마법사는 강하다.
그것은 회귀 전 재현의 세계에서도 충분히 통하던 진실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고기 방패. 즉, 총알받이가 존재할 때나 가능한 일이다.
마법사란 무릇 캐스팅 없이는 연산식을 구체화할 수 없고, 형상화 과정도 당연히 거칠 수 없다.
묵언으로 마법을 발동하는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경우에는 그 위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한 제약에서 해방된 존재는 전 세계에서 재현이 유일하다.
오딘이 깨우친 룬어에 대한 해박한 지식. 그게 눈으로부터 전해졌기 때문이다.
“반갑다. 나는 이번에 새로 너희들을 이끌게 된 민재현이다. 지금부터 근위대장의 역할은 내가 모두 맡게 될 것이며, 군사 지휘권 역시 내게 모두 위임될 거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라스 대장님은 어떻게 된 거지?”
곳곳에서 불평 가득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허나 재현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어제 라스는 정당한 결투 끝에 내게 패배를 인정했다. 따라서 상황이 시급한 지금 내가 이곳의 통제를 맡기로 되었다. 아무쪼록 인정하고 받아들이도록.”
“그딴 헛소리를 인정할 수 있을 것 같나! 인간이 우리를 이끌다니! 대장님! 뭔가 말 좀 해 보십시오!”
언제나 라스의 곁에 있던 부하 하나가 라스를 향해 소리쳤다.
라스는 그를 향해 손을 들어 올리며 그만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나는 그의 말대로 패배했다. 그러니 그의 말대로 따르겠다.”
“하지만!”
모두 혈기 왕성한 나이답게, 엘프들은 재현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했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의 대장을 밀어내고, 자리를 떡 하니 차지하다니. 당최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또한, 재현은 이런 반응이 있을 거란 것 즈음은 대번에 짐작하고 있었다.
“음… 그렇다면 어떻게 할까. 그래. 기회를 주지.”
재현은 단상처럼 보이는 곳에서 훌쩍 뛰어 아래로 내려왔다. 그가 주변의 엘프들을 죽 둘러보더니, 이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여기서 나를 이기면 너희가 대장을 하든 뭘 하든 맘대로 하는 거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잠자코 내 말을 따라라. 어때?”
“까짓거…!”
“못 할 것 같소!”
엘프 기사들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노병. 그것도 뛰어난 지략가들이 거의 전사했다고 들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피가 끓는 것은 어느 나라, 어느 종족의 군대 역시 같다.
과거 헬라가 재현에게 말해주었던 대로, 곱상하게 생긴 엘프들의 미간에 균열이 생겼다. 그들의 눈에 재현에 대한 호승심이 떠올랐다.
잘은 몰라도 이들은 한편으로 의문을 품고 있을 것이다.
대체 저 인간이 무슨 수를 써서 자신들의 근위대장인 라스를 굴복시킨 것인지.
콧대 높은 엘프 중에서도 단연 최고의 위치에 있는 것이 라스. 왕 아인델의 아들이자, 몇 남지 않은 직계가 아닌가.
재현은 마력을 몸에 둘렀다.
그가 자신을 둘러싸는 수백에 다다르는 엘프 기사를 보았다.
‘격을 얻은 자는 아무도 없다. 모두 조금 강한 마수 수준에 그치는 정도.’
물론 그 말에는 다소 어폐가 있긴 했다.
재현이 생각한 마수는 적어도 S급 이상에 다다라 있었고, 인간 중에서 그 경지에 이른 이들은 가히 최고라 불리고 있었으니까.
다만 지금까지 재현이 쌓아온 격과 경지가 높아져 있기에.
또 지나치게 강한 적들과의 싸움을 거듭해왔기에.
그저 엘프 기사들이 약하다고 착각하고 있을 뿐.
재현은 뭐가 됐든 상관없다고 생각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한꺼번에 덤벼라. 시간은 얼마든지 줄 테니까.”
* * *
재현과 병사들이 친목(?)을 다지고 있는 한편, 뒤편에서는 아인델과 서이나가 조심스러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다름 아닌 자신이 가진 펜던트.
그리고 서이나가 가진 신성의 힘 때문이었다.
“어떻게 힘을 얻게 되셨는지, 그 정확한 경위는 말씀해주신 게 전부인가요?”
“…네.”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당신이 가지고 있는 알프헤임의 검. 그것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오직 왕가의 직계만이 가질 수 있는 마법이에요.”
“…왕가의… 직계?”
왕가의 직계라.
서이나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했다. 자신은 전혀 모르는 개념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재현이라도 함께 데리고 올 걸 그랬나?
아인델은 계속해 이었다.
“그래요. 혹시 아버지나 어머니 쪽에 하이 엘프가 존재했나요? 그렇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아뇨. 저는 인간이에요. 그저 평범한 집에서 조금… 힘들게 자랐어요. 아버지도, 어머니도 저 때문에 돌아가셨지만 평범한 분이셨구요.”
아인델은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음, 하고 짧게 침음했다.
역시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인간이 어째서 알프헤임에서, 그것도 왕가의 직계에만 전해지는 마법을 다룰 수 있는 것일까.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그랬다. 알프헤임의 펜던트를 인간이 가지고 이곳에 왔다. 티르의 군대가 몰려오기 직전. 마치 기적처럼.
아인델은 잠시 생각한 뒤 어렵게 입을 뗐다.
“현재 저희 엘프 왕가에서 알프헤임의 검을 사용할 수 있는 엘프는 아무도 없어요. 그렇다는 것은…
역시 서이나 양이 정통한 엘프 왕의 직계라는 이야기인데….”
“…제대로 아는 건 없네요. 죄송해요.”
“아뇨아뇨. 그래도 시도해 볼 가치는 있어요. 거기다 지금 당신이 가진 물건… 그 각인 역시 여기서 도움이 될 거예요.”
조금 전 서이나는 자신이 가진 것들을 아인델에게 모두 보여주었다.
재현이 그녀가 자신의 스킬 업그레이드를 도와줄 수 있을 거라 판단해 그렇게 하라고 일러두었기 때문이었다.
그중 하나가 술래잡기의 층을 클리어하고 얻은 보상이었다.
엘프의 각인.
그것은 절기를 강화하고, 새겨짐과 동시에 격을 얻게 하는 아티팩트였다.
실제로 아인델은 전투에 앞서 자신을 성장시킬 생각인 듯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따로 연무장에 불러 지금과 같은 설명을 할 이유가 없을 테니.
그녀의 말에 따르면 알프헤임의 검은 현재 S급에 도달해있지만, 완전한 격을 지닌 채가 아니며. 이 모든 힘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술자가 격을 얻어야만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격이라는 건 어떻게 얻어야 하는 거죠?”
“당신의 동료가 했던 것처럼,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떠올리고. 지켜야 한다는 마음을 품는 겁니다. 그런 뒤엔… 끊임없이 자신을 단조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마치 철을 제련하는 드워프처럼요.”
서이나로서는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지만 앞의 말은 확실히 이해했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 민재현을 떠올리면 되는 일이다.
간단한 일이었다.
서이나는 생각했다. 김유정처럼 자신은 희생적인 스킬로 재현에게 도움을 줄 수 없다.
그렇다면 더욱 강한 스킬로, 그의 곁에서 그를 도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격을 얻는 과정은 필연적.
어떻게든 여기서 자신은 신격 해방 1단계에 도달해야 했다.
‘…해 보는 거야.’
서이나가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곧 두 사람은 수련을 시작했다. 꽤 고통스러운 나날의 시작이었다.
* * *
당연하게도, 재현에게 덤벼든 엘프 병사 그 누구도 그에게 상처하나 입히지 못했다.
그들의 대장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니 어쩌면 당연했다.
재현은 태연했고, 라스 역시 어제 그의 괴력을 보았기에 덤덤했다.
지금 화가 난 것은 엘프 군사들뿐이었다.
재현은 그들을 보며 말했다.
“너희는 약해서 졌다. 두 번 말하게 하지는 않겠지?”
“…따르겠습니다.”
그래도 말을 길게 할 필요 없어 다행이었다.
재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각 엘프 부대의 특징을 가만히 되새겨 보았다.
그가 우선 첫 번째로 왼편으로 시선을 던지며 말했다.
“너희는 전부 오합지졸이다. 아무리 교육을 제대로 못 받았기로 서니. 진형을 꾸리는 것부터 움직이는 것 모두 쓰레기 수준이야.
이런 답 없는 군사들을 데리고 아직 수도성이 함락되지 않은 게 더 대단한 수준이지.”
“무슨…!”
혈기 왕성한 병사 하나가 달려들려 했으나, 라스가 그를 저지했다.
“그의 말을 잊었나. 우리는 그를 새로운 대장으로 인정해야 해.”
“라스 대장님…!”
라스의 행동에 다른 이들 역시 입을 꾹 다물었다.
곧 이어진 재현의 말은 의외의 것이었다.
“첫 번째 문제부터 설명할 테니 잘 들어라. 우선 너희는 진형이라는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기본적인 병력의 배치부터 새로 배운다. 알겠나?”
“……?”
“알겠냐고 물었다.”
“…아, 넵!”
재현이 두 번 묻자 그제야 앞에 있던 병사 하나가 목청을 높여 답했다.
재현은 계속해 이었다.
“두 번째, 너희는 엘프다. 기본적으로 마력을 다루는 게 더 익숙하지.
이딴 쓰레기 같은 병장기로 전투를 할 생각을 하니 문제가 생겨서 지금까지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었던 거다. 너희가 드워프쯤 되면 템빨을 좀 받을지도 모르겠다만….”
“그, 그럼 어떻게 싸워야 합니까? 맨손으로 싸울 수도 없….”
“맨손으로 싸우는 거다.”
“예?”
거기서만큼은 라스도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재현은 태연한 표정으로 손을 뻗었다.
“지금부터 너희는.”
―액티브 스킬 《마도구의 형상화》를 발동합니다.
―아티팩트 《용살검 발뭉》을 제작했습니다.
“직접 만든 무기로 전투에 임한다.”
* * *
사실, 재현이 라스와의 전투에서 가장 당황한 게 있다면 바로 무기였다.
그는 이미 제련된 무기를 다루고 있었는데, 이는 매우 하잘것없는 수준이었다. 고작해야 그 등급은 C 정도.
재현은 어이가 없었다. 과거 다크 엘프들과 싸웠을 때도, 그들은 자신의 마력으로 제작한 창을 던져 자신을 공격해왔었다.
그런데 엘프 주제에 드워프도 아니고, 마법이 아닌 일반 병장기로 싸울 생각을 하다니. 이는 명백한 손해였다.
“제작한 마도구는 기본적으로 갖은 상태 이상 부여 능력이 뛰어나다. 일반적인 장비보다 몇 배 이상의 높은 효율을 자랑하지.
마력을 소모한다는 단점이 있지만, 태생부터 다량의 마나를 타고나는 너희에게는 해당 사항 없는 이야기다.”
재현은 설명하며 계속 걸음을 뗐다.
“물론 나처럼 엄청난 걸 만들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출혈, 마비 등. 갖은 효과를 지닌 마도구를 만드는 것 정도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그 등급은 랜덤으로 부여될 것이다. 스킬을 익히는 것 자체야 엘프니 그리 어렵지는 않겠지만… 아무래도 이것저것 고생하긴 하겠지.
하지만 저런 쓰레기 같은 철 조각을 쓰는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재현은 먼저 시범을 보여주고 엘프 기사들의 자세를 바로잡아주기를 반복했다.
이윽고. 가장 먼저 성공한 의외의 존재가 있었으니.
“저요! 제가 제일 먼저 성공했어요!”
뒤편의 왕성 테라스에서 들려오는 발랄한 목소리.
그것은 전임 대장도, 정예 엘프 기사들도 아닌, 루이나의 것이었다.
왕 아인델의 딸이자, 라스와 에인헤랴르. 그리고 선왕의 죽음에 대해 재현에게 알려주었던 이였다.
그녀의 손에 들린 무려 A급에 다다르는 기다란 창. 이는 척 보기에도 꽤 쓸만해 보였다. 도저히 마법을 처음 익혔다고는 생각할 수 없는 수준.
“…루이나?”
재현은 어이가 없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그녀에 대한 자신의 평가를 조금 바꾸어야 할 것 같다.
재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에게로 고정한 시선을 떼지 않았다.
마법 천재.
그것도 최소한 김유정, 서이나와 동급의 괴물의 천재가 바로 루이나였다.
재현이 입맛을 다셨다.
루이나를 잘 성장시킬 수만 있다면?
‘아마 최고의 조커 카드가 돼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재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