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359
359화 이름 없는 수리(1)
―이그드라실의 《제5계층: 대적자의 낡은 신화》가 시작됩니다.
―노르니르 시스템에 의해 퀘스트가 강제로 수주됩니다.
―메인 퀘스트 《검은 폭풍과 수리》를 수주합니다.
―이그드라실의 보스 몬스터 《타락한 이름 없는 수리》가 등장합니다!
연이어 이어진 시스템 음이 지금 상황의 혼란스러움을 제대로 알려주고 있다.
재현은 즉시 주변을 둘러보았다.
메시지와 함께 깔리기 시작한 검은 안개와 그로부터 등장한 막대한 마력을 지닌 거대한 존재.
라타토스크의 몸이 얼어붙으며 그의 이가 딱딱 부딪혔다.
“이이이이이―이름 없는 수리가 보스 몬스터가 되었을 줄은― 저―저도 몰랐습니다요!”
재현은 그의 말에 약간의 의아함을 느꼈다.
라타토스크.
이 청설모는 원래 신화에 따르면 니드호그와 이름 없는 수리를 이간질 한 놈이다.
그야말로 배짱이 넘치는 녀석이란 거다.
그런데 그런 놈이 이름 없는 수리를 보고 겁을 집어먹는다?
뭔가 이유가 있는 걸까? 그렇지 않으면 이간질을 지나치게 해서 뭔가 틀어진 것인가?
재현은 오래 함께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탑을 오를 때의 라타토스크를 계속해 지켜보았다.
그는 새가슴이었고, 사고를 치고 뻔뻔할 만큼 배짱 있는 놈이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양면성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고 하는 이야기였지만….
‘라타토스크가 나를 돕길 원하는 것은 틀림없다.’
그렇지 않으면 과거 3계층을 공략할 당시, 재현이 시나리오에 지배당했을 때 라타토스크는 홀로 빠져나갔을 것이다.
확률이 높지도 않았고, 위험하다는 것 역시 자명한 상황.
술래잡기 당시에도 그는 겁을 집어먹고 있었지만, 한 번도 도망치지 않았다.
목적이 확실하지 않다면 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처음 라타토스크 너는 분명 네가 이름 없는 수리와 니드호그를 이간질했다고 말했지. 맞나?”
“겨겨겨―결과만 놓고 보자면 그렇습니다요―.”
“너는 네 의지로 니드호그와 이름 없는 수리를 이간질한 건가?”
때문에 재현은 그렇게 물었다.
그렇게 묻는 와중. 검은 연기가 조금씩 걷히며 이름 없는 수리의 제대로 된 자태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마치 그림자를 옮긴 것처럼 새까만 몸과 은을 제련해 만든 듯 반짝이는 발톱, 부리까지.
라타토스크가 기겁하며 손사래를 쳤다.
“그그그―그건 아닙니다요! 저는 어디까지나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소식통으로서 움직였을 뿐입니다요!
그랬는데― 그럴 때마다 어―어째서인지 문제가 계속 생겨서…….”
오딘의 짓인가?
재현은 즉시 그런 생각을 했지만, 금세 고개를 저었다.
이름 없는 수리. 그에게는 과거 파프니르와 황금왕 때와 달리 오딘의 힘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다는 것은.
“이름 없는 수리. 너는 자의로 오딘의 개가 되었다는 건가.”
재현은 잠시 과거를 회상했다.
니드호그는 이름 없는 수리에 대해 말할 때, 분명 이렇게 말했다.
나는 그놈을 용서할 수 없다. 그러니 네가 죽여라. 나는 탑을 오를 수 없으니.]
탑을 오를 수 있는 자격.
그것은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층계를 오갈 때마다 오딘의 감시를 받기에.
허나 재현은 상위 계층으로 갈수록 그 제한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래서 그가 지금처럼 탑의 제어장치를 파괴하러 올 수 있었던 것이고.
재현은 생각했다.
이름 없는 수리.
그는 라타토스크의 이간질 탓이 아니라, 타락했기에 니드호그의 이야기를 곡해해 이해한 것이다.
재현에게 이런 가설이 섰을 즈음, 이름 없는 수리의 입이 열렸다.
[네가 대적자인가.]“마치 내가 올 걸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 같은 말투군.”
이름 없는 수리. 그는 예상대로 적이었다.
라타토스크가 큰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녀석을 보았다.
아마 그는 아직 이름 없는 수리가 배신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한 듯했다.
아무래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겠지. 그는 니드호그와 이름 없는 수리의 사이를 다니며 서로의 연락책 역할을 했던 만큼, 충격이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재현아.”
“그래.”
쉽지 않은 상대다. 서이나는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재현은 즉시 깔린 짙은 어둠의 안개. 그리고 서서히 이는 폭풍을 보며 미소 지었다.
그가 한 걸음 앞으로 내디디며 말했다.
“이제까지는 층을 오르고, 몇몇 놈들을 죽이면서 뒷맛이 쓰레기 같았거든. 사실.”
“모두 사정이 있었으니까. 나를 공격할 수밖에 없는. 오딘의 손에 놀아날 수밖에 없는 사정이.
그래서… 아주 조금이지만 동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거다.”
재현이 고개를 들며 격을 개방했다.
“하지만 너는 아니야.”
재현은 생각했다. 간만에 자신이 전력을 다해 죽여버릴 상대를 찾았다고.
동료들이 곁에 서는 게 느껴졌다.
‘적어도 해방 4단계에 근접한 놈이다. 하지만… 의미는 없어.’
재현은 확신했다. 저 수리를 상대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결국, 승자는 자신이 될 것이다.
* * *
처음 후긴이 슬럼가에 다녀간 지. 며칠이 지났다.
한동안 티르는 고서와 인간에 대해 고민에 잠겼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고서에 등장한 이름이 깨어진 인간.
그를 생각할 때마다 무언가 타오르는 듯한 이질적인 감각이 일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영 좋지 않은 감각이었다.
자신은 무려 아스가르드의 최상위 신이었다.
한데… 고작해야 인간에게 이런 감각을 느낀다는 게 말이 되나?
공포.
그것은 불온한 마음으로부터 이는 깊은 두려움이었다.
티르는 스스로조차 알 수 없는 감각 속에서 고민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다른 신에게 자신이 알게 된 것과 관련한 것에 관해 물어봤지만,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아마 다른 이유가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모든 에시르 신이 하나같이 기억하지 못한다… 그것은 애초에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니까.
아무리 얼빠진 녀석들이라 해도 신을 격을 지닌 이들이다.
다른 대륙에 널리고 널려있는 다른 하등 종족과는 급이 다르다는 이야기였다.
한데, 그런 이들이 기억하지 못한다.
용과 싸우고, 인간으로서 격을 얻은 존재에 관한 이야기를.
그것도 1만 년 전에 존재했던 놈의 이야기가 그렇게 쉽게 사라질 수 있나?
모래알처럼 흩어진 기억 속에서 그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그렇게, 생각이 꼬리를 물고 깊어져만 갈 때였다.
치이이익!
마치 불길이 이는 듯한 감각이 복부에 일며 그의 몸이 앞으로 숙여졌다.
과거 언제 생겼는지 모르는 상처.
그것이 타오르듯 하며 막대한 통증을 안겨주었던 것이다.
상처는 마치 자신의 장기 하나하나를 헤집는 듯했다.
도저히 신의 몸에서 느껴질 만한 격통은 아닌, 충격적인 고통.
‘뭐지? 이건… 대체…….’
상처가 생긴 이래 통증이 느껴지는 것은 처음이었다.
처음부터 상처가 컸고, 그게 자상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어째서 아픔이 느껴지지 않는지도 제대로 알 수 없었고.
티르는 그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어째서인지 한 사람의 얼굴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꼈다.
그것은 최근에 보았던, 아주 익숙한 이의 것이었다.
대적자… 민재현이라고 했던가.
동시에, 그는 자신이 어떻게 상처를 얻게 되었는지 떠올릴 수 있었다.
과거 1만 년 전… 알프헤임의 수도성을 함락할 때였다. 전쟁을 하던 중, 갑작스레 재현이 등장해 자신과 호각으로 싸웠고….
그가 자신의 복부를 찔러 이 상처를 남겼다.
무려 1만 년 전의 기억이기에 흐릿할 수 있을 거란 생각 따윈 오산이었다. 티르를 비롯한 에시르 신들의 기억력은 급을 초월하는 수준이니까.
더구나 자신에게 상처를 준 인간이라면, 이는 더더욱 잊을 수 없다.
티르는 복잡해지는 머릿속 한 가지는 확실히 했다.
우선 재현이 자신을 공격해 상처를 입혔다는 것.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티르는 두 눈을 부릅뜨며 통증이 느껴지는 복부를 부여잡았다.
피가 뚝뚝 떨어지며 그의 전신에 아픔이 낙인처럼 새겨진다.
“꼭 되갚아주겠다. 네놈을 잡아서 모든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야겠어.”
대적자에 관한 진실.
그것은 아직 암흑 속에 있었지만, 티르는 확신했다. 곧 자신이 나서지 않더라도 그가 지금 이들이 있는 위치까지 오리라는 것을.
그리고 다시 자신과 싸우게 될 거라는 것 또한 마찬가지였다.
* * *
[너는 이곳에서 죽어야 한다. 대의를 위해서.]이름 없는 수리는 갑작스레 그렇게 말하며 재현을 보았다.
재현이 어깨를 으쓱했다.
“너는 왜 오딘의 편에 선 거지? 그놈이 하는 짓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잖아. 그놈이 쓰레기라는 것 정도는. 아닌가?”
“오딘 업적이나 들으려고 여기 온 건 아닌데. 그렇게 따지면, 나도 안 좋은 이야기 할 거 많거든.”
[내가 오히려 묻고 싶군.]“뭐?”
재현이 눈을 가늘게 떴다. 이름 없는 수리의 물음.
그것은 대체 무슨 내용일까?
그가 숨을 죽이는데, 녀석의 목소리가 서서히 다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너는 가망 없는 싸움을 계속 이어가고 싶으냐? 무기력함을 느끼고, 계속 패배를 거듭하면서도 오딘에게 맞서고 싶으냐는 말이다.]“그래.”
[나도 한때는 그랬다. 허나, 전쟁이 거듭되고, 수많은 종족들이 모두 무기력하게 죽어가는 것을 보았을 때. 나는 깨달았다. 대책 없이 맞서는 것은 강함이 아니라는 것을. 그저 재앙이었고… 비극이었다.나의 가치를 지키는 것은 불가한 일이었지.]
이름 없는 수리가 힘을 주어 다시 재현을 보며 물었다.
[너는 너의 가치를 지킬 수 있는가? 너와 네 동료를 지킬 수 있는가?]재현은 그 물음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그래. 그러기 위해서 나는 오딘을 죽일 거다. 뭐, 그 전에.”
그가 마력을 개방하며 이름 없는 수리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네가 먼저 죽겠지만.”
말과 함께, 재현의 동료들이 그의 뒤에서 빠르게 자리를 잡는다.
헬라 역시 게이트를 열어 언데드 마수를 소환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재현의 판단에 모든 것을 맡겼다.
신뢰.
그것은 이들의 관계를 더욱 깊게 해 주는 것이었다.
지금 여기서 죽더라도 서로를 원망하지 않는다.
그리고 패배를 감히 입에 함부로 담지도 않는다.
그저 덤덤하게, 이들은 다음 싸움을 준비하고 있을 뿐이었다.
이그드라실이 지금까지 주었던 시련. 그리고 나아갈 수 있었던 힘은 다른 곳에 있었던 게 결코 아니었다.
오직 이들의 올곧은 마음과 신뢰. 그로부터 이들은 얻을 수 있었다.
처음부터 격을 타고난 이들과 달리, 지옥 같은 노력 끝에 손에 쥘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이 싸움에서 그들은 패하지 않는다.
[대적자, 네 마음이 진정 그러하다면 나 역시 전력으로 상대할 것이다.]재현이 웃는다.
“얼마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