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360
360화 이름 없는 수리(2)
타앗!
재현이 도약하는 것과 동시에.
이름 없는 수리가 날갯짓하며 거친 폭풍을 일으켰다.
그가 재현을 보며 차분한 얼굴로 말했다.
[나를 넘어 보아라. 오딘께서는 나보다 몇 배는 더 강하다. 그런 그를 네가 쓰러뜨릴 수 있음을. 최소한의 자격이 있음을 증명해라.]후우웅!
폭풍이 거세진다.
“위험해. 모두 한곳으로 모여서 등을 맞대!”
권소율이 소리쳤다.
일행은 재빨리 모여 자리를 잡았다.
폭풍에 저항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자신의 무게추를 흔들리지 않게끔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로 함께 붙어 있는 편이 안전했다.
재현은 아쉬움을 느끼며 눈앞의 수리를 보았다.
‘내가 오딘의 스킬을 제대로 다룰 수 있었다면, 이 정도 폭풍을 걷어내는 건 일도 아니었을 텐데….’
허나 오래 안타까워할 시간은 없었다. 애석하게도, 녀석은 자신과 동료들을 향해 날개를 펄럭이고 있다.
그로부터 깃털이 쏘아지며 재현을 공격해오기 시작한다.
이어 바닥에 꽂히는 둔탁한 소음을 내는 날카로운 무언가.
쿵! 쿵! 쿵!
바닥에 깃털이 꽂힌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굉음이 들려오는 것과 함께 재현의 표정이 싸늘히 굳었다.
자신은 괜찮았지만, 동료들은 여러 번 버틸만한 공격이 아니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다.
김유정의 소울 링크가 제대로 그들을 보호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재현의 최선이었다.
재현은 숨을 골랐다.
검을 쓰는 것도 좋지만. 폭풍 때문에 거리를 좁히기 어렵다.
그때, 의외로 주머니 안에 들어가 있던 라타토스크가 입을 열었다.
“이―이름 없는 수리가 사용하는 검은 폭풍은 쉽게 상대하기 어렵습니다요! 그를 잡기 위해서는 나나나―날개를 먼저 부수지 않으면 안 됩니다요!”
재현은 금세 이해했다.
간혹 마수 중에서도 특정 부위를 먼저 파괴하지 않으면 거의 무적에 가까운 녀석이 존재한다.
그들은 저마다 취약부위를 파괴하지 않으면 사냥할 수 없다.
“날개는 우리가 맡을게. 민재현 너는 직접 가서 한 방 먹여줘!”
김유정이 그렇게 말했다.
재현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과 동시에, 나인의 멤버들이 양쪽으로 나누어져 적을 향해 나아갔다.
불어오는 바람이 회오리를 만들며 이들의 머릿결을 날리게 한다.
그 순간에도 위협적으로 계속해 날개의 파편들이 쏘아진다. 간헐적으로 내질러지는 발톱에 땅이 깨어지고, 지면이 어지러이 울린다.
한 대만 맞아도 꽤 많은 체력을 소모하게 될 공격들.
허나 파티원들은 한 대도 허용하지 않고 녀석의 날개로 향했다.
지난 4계층을 오르며 이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 알게 된 순간이었다.
후우웅!
파티에서 거의 유일하게 바람 속성 마법에 능통한 김유정이, 적의 바람을 이용해 배후로 접어들어 이름 없는 수리의 날개를 향해 질주했다.
재현은 수리의 주의를 끌기 위해 적의 시야를 흩뜨렸다.
실제로 그 방법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시야각이 좁아진 이름 없는 수리가 방황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강해졌다. 애들 모두다.’
재현이 동료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을 보며 감탄했다. 적을 상대하는 사이 그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수리를 상대할 수 있는 최적의 진형을 취했다.
두려움을 느끼되, 서로에게 그 감정은 전해지지 않는다.
한 사람의 동요는 레이더를 죽음으로 이끌 수도 있는 것.
지금 순간에 결코 내비쳐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얘들아! 지금!”
김유정이 오른편에서 바람을 타고 이동해 먼저 이름 없는 수리의 날갯죽지를 정확히 가격했다
이어 다른 동료들 역시 한발 늦게 같은 일을 반복했다.
안호연이 날개를 가격해 상처를 낸 뒤, 서이나와 권소율이 연격을 쏟아부어 날개를 찢어발겼다.
이재상의 포션을 받은 이들의 파괴력은 이미 자신이 과거에 알던 것과 달라져 있었다. 격을 얻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기우뚱.
이름 없는 수리의 몸이 약간 기울어지며, 그의 입에서 옅은 신음이 새어 나왔다. 그것의 출처는 공격당한 양 날개, 그리고.
푸욱!
이어진 재현의 발뭉으로 인한 것이었다.
재현은 금세 녀석의 정면으로 찔러 들어와 바람을 거둔 뒤, 이름 없는 수리의 복부를 찔렀다.
심장은 겨우 빗겨맞았지만, 녀석은 큰 데미지를 입은 듯 계속해 발을 구르며 어지럽게 휘청였다.
이름 없는 수리가 겨우 난동을 멈춘 뒤, 여전히 자신을 공격해오는 적을 보며 기세의 확장을 보였다. 격을 단번에 개방한 것이다.
재현이 자주 사용하는 일종의 위압.
그것을 그가 보인 것이다.
이름 없는 수리가 물어왔다.
근본적인 의문이 섞인 물음. 허나 재현의 답은 언제나 같았다.
“오딘 그 새끼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래.”
그 말에 이름 없는 수리가 눈을 번뜩 빛냈다.
어리석고 믿을 수 없는 이야기일진대, 그 선택에는 단 하나의 의문도 없는 듯했다. 그것은 신기한 경험이었다.
엘프도, 드워프도, 드래곤도… 그 어떤 종족이 말한다 해도 설득력이 없을 이야기다.
오딘을 죽이겠다니.
그게 가당키나 하다는 것인가?
수많은 종족이 그의 손에 스러졌다.
마치 파리처럼. 목숨은 물이 끼얹어진 작은 불씨처럼 금세 꺼져갔다.
이름 없는 수리도 이에 대항하기 위해 노력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조차 곧 그만뒀다.
본래는 절친했던 니드호그와의 다툼이 있었던 것은 그때였다.
[어째서 너는 오딘의 편에 서겠다는 거냐!] [이대로 싸우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지? 니드호그… 너도 그만 포기해라. 용족은 이제 대부분이 멸종했어.그들의 복수를 한다고 그들이 살아 돌아올 것 같나?] [그게 무슨…!]
이런 상황에서, 그들의 사이를 중재한 것이 바로 라타토스크였다.
라타토스크는 중간에서 이들의 비틀린 관계를 개선하려 한 것이다.
그런데 그게 실패했고, 되레 역효과가 나 버렸다.
라타토스크가 니드호그에게 자신의 말을 곡해해 전했다고. 이름 없는 수리가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름 없는 수리로서는 당연한 판단이었다.
니드호그는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 주는 상대였기에.
그래서 이번에도 자신을 이해할 거라 생각했는데, 라타토스크에게서 다른 이야기가 들려오니 믿을 수 없었던 것이다.
니드호그는 이미 이름 없는 수리를 배신자로 낙점한 상황이었다. 실제로 그가 오딘의 편에 섰으니, 그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또한, 수리 역시 처음 오딘에게 대항한 대가로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렸다.
이름.
그것은 한 개인의 정체성, 또는 나침반이 되어 주는 것이었다.
운명 그 자체를 결정하는 것.
이는 때로 나아갈 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한데, 이름을 빼앗긴 그에게는 어떤 것도 없었다.
자신은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검은 날개와 은색 발톱의 끝은 누구를 향해야 하는가?
더는 지킬 것이 없는데.
이름 없는 수리의 두 눈이 자신을 찌르고 있는 재현을 향한다.
[어째서 대적자 너는 싸우는가. 그것이 네게 무엇을 줄 수 있나.]재현은 그 물음에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답했다.
“무언가를 바라는 게 아니야. 그저… 나는 있어야 할 것들을 원래의 자리에 돌려놓을 뿐이다.”
[있어야 할 곳에 돌려놓는다… 라.]이름 없는 수리가 계속해 바람을 몰아치며, 자신의 복부에서 검을 빼낸 뒤 물러선 재현을 보았다.
그의 눈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자신을 죽이는데도 별다른 감흥이 없을 것이다.
처음 재현 본인이 호언했던 대로.
“너는 결국 스스로 포기해버렸다. 이름 없는 수리. 반대로 묻겠다.”
재현은 격을 단번에 개방하며 물었다.
“너는 어째서 오딘에게 굴복했나. 어차피 지킬 것도 없는 주제에. 네 목숨이 아까웠나?”
재현은 생각했다. 그의 대답이 석연찮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그 역시 고민을 했을 것이다.
오딘의 아래서 그의 야망을 이뤄주기 위해 활동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그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어떻게 하다 보니, 그는 이곳에 있다.
스스로 원해서인가?
이제는 닳아버린 감정이었다. 그것조차 이름 없는 수리는 제대로 알 수 없었다.
“니드호그는 말했다. 네가 처음에는 괜찮은 녀석이었다고. 그런데… 지금의 너는 아무리 봐도 쓰레기다. 굴복해 버린 거야. 결국엔.”
재현이 웃음을 흘리며 이었다.
“너를 죽이는 데 아무런 감정이 없는 건 그래서다.”
재현이 다시금 도약했다.
이름 없는 수리는 계속해 발톱을 휘둘렀고, 날개를 이용해 동료들과 그를 공격했다.
하지만 의미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
아무리 그가 해방 4단계에 근접한 녀석이라고는 해도, 니드호그의 경지까지 도달한 녀석은 아니었다.
더구나 재현은 알았다.
지금 녀석이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는 있지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그래서였다.
재현의 검 끝이 흔들리지 않은 것은.
촤아아앗!
[…그런가. 너의 강함은 휘어졌으나 부러지지 않았음인가.]이름 없는 수리가 완벽히 베어져 반으로 갈라졌다.
핏줄기가 비산하며 허공에 튀었고, 재현의 검에 붉은 자국이 생긴다.
이어 발동한 빙결 속성 마법이 바닥에서 솟구치며 녀석의 심장을 정확히 관통했다.
이름 없는 수리.
재현은 말했던 대로, 그를 죽이면서도 어떠한 동요도 느끼지 않았다.
그러한 감정은 사치다. 적어도 지금 재현은 그러면 안 됐다. 나아가기 위해서 내릴 최선의 선택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였다.
재현은 지금껏 많은 적들과 조우했고, 개중에는 죄랄 것을 저지르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심지어는 죽을 정도의 잘못을 하지 않은 존재도 있다.
과거 리미트 브레이커 사건 당시 임성호. 그는 자의로 자신을 공격한 것도, 타인을 괴롭게 한 것도 아니었다.
천성적으로 성격이 나쁘긴 했으나, 그 정도는 질풍노도의 시기에 스쳐 가 다시 원래대로 돌아올 수도 있는 거였다.
그런 식으로 죽도록 두는 게 옳냐 물어봤다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다.
누구든 죄를 지은 만큼만 그것을 받는 게 옳다.
한데, 오딘은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이건 적은 죄를 지은 사람이건. 그 누구든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인다.
마리오네트로 만들었고, 괴롭게 한 끝에 스스로 무너지게 만든다.
의심을 품지 못하게 하고, 순응하고 해버린다.
그게 그의 가장 큰 죄악이었다.
하나, 이번엔 넘어간 이름 없는 수리에게도 잘못이 있었다.
그 역시 부정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지금 재현의 검 끝이 흔들리지 않는 것이었고.
“쓸데없는 소리 말고 죽어. 헬한테 안부 전해주고. 아 너는 나스트론드로 끌려가려나?”
재현은 비릿한 미소와 함께 서서히 허물어지는 수리의 몸을 관망했다.
그것은 그에게 하나의 거대한 성취감을 안겨주었다.
이그드라실의 5계층으로 이루어진 탑. 그것의 공략 완성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제어탑을 부수는 것.
―메인 퀘스트를 클리어했습니다!
―등반자가 이그드라실의 나선탑을 모두 공략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세계수의 등반자》 칭호가 주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