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383
383화. 다섯 번째 시련(3)
오딘은 간만에 옥좌를 벗어나 후긴과 함께 아홉 세계 곳곳을 수색하고 있다. 그는 냉소적인 얼굴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의 머릿속을 채우는 것은 역시 한 가지. 대적자에 관한 깊은 의문이었다.
‘1만 년 전의 대적자. 역시 그는 실재했던 인물이었다.’
사실 오딘은 티르에게 듣기 전, 이미 대적자가 하나 더 존재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의 평소 집착에 가까운 완벽주의적 성향을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결코 허투루 일을 처리하지 않고, 결코 승산이 없는 길은 고르지 않는다.
그게 오딘의 방식이었고, 실제로 그 방식은 언제나 그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주었다. 때문에 오딘은 늘 한계에 한계까지 상황을 분석하고 일을 처리한다.
얼마나 상황이 급박해도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과거의 오딘 역시 아스가르드의 도서관에서 대적자와 관련한 책은 모두 훑어보았었다.
이미 모든 지식을 손에 넣은 그이기에 아무것도 알 수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그곳에는 그조차 알지 못하는 한 이질적인 기록이 섞여 있었다.
최초의 대적자.
1만 년 전에 그런 인간이 존재했다는 이야기가 섞여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딘은 이상하다 느꼈었다. 어째서 1만 년 전 존재했던 대적자라는 이명을 지닌 인간과 관련한 정보를, 에시르 정상의 자리에 있는 자신조차 기억하지 못하는가.
아홉 세계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자신이었다. 한데, 그런 본인조차 알지 못하는 역사가 있다는 게 아무래도 꺼림칙했다.
가장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역시 기억의 오류.
어딘가 필름이 끊어진 것처럼. 오딘의 기억 속에는 편린이 되어 떠도는 단편적인, 고작해야 몇몇 장면만이 조금씩 떠오를 뿐이었다.
“후긴.”
생각이 깊어지던 때. 조용히 걸음을 떼던 오딘이 문득 운을 뗐다.
후긴이 즉시 뒤를 돌아보며 고개를 숙였다.
“예.”
“나에게 숨기는 것은 없느냐?”
그 물음에 숨기는 것이 있다고 답하는 자는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오딘은 그렇게 물었다.
“물론입니다.”
후긴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말했다.
석연찮은 대답이었다. 마치 자신이 질문하는 것을 기다렸다는 듯.
후긴의 눈에는 일말의 감정의 변화조차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는 감정을 다룰 수 있는 존재였으니까. 그래서 자신의 물음에도 저리 태연히 대처할 수 있는 것이겠지.
그런 점에서 후긴은 뛰어난 말이자, 패였다.
허나 그 상황 속에서도 오딘은 계속해 머릿속을 헤집는 생각에 눈을 감았다. 대체 왜 티르는 일전에 그런 말을 했던 것인가.
도대체 대적자와 자신의 죽음에 대한 노른 세 자매의 예언에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인가.
‘나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그리고.’
오딘은 가장 처음 후긴을 보았을 때를 기억했다.
‘후긴은 내게 무엇을 숨기고 있는가.’
하지만 큰 의미가 없는 물음이었다.
오딘은 금세 흥미를 잃고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당연한 일이다. 굳이 고민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오딘은 에시르 최정상에 있는 신이다. 그리고 후긴은 한낱 미물. 그것도 조금 제 격을 나누어 준 존재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의 그는 대적자조차 이길 수 없겠지.
“아득한 심연의 별을 찾는 과정은 어떻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티르 님과 프레이야 님이 직접 나서고 계시니 어디서든 찾아낼 수 있겠지요.”
“그래. 모두 날 실망하게 하지 말라고 전해라.”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뒤, 후긴은 처음과 같은 자세로 인사를 건넸다.
그런 뒤 눈을 깜빡하는 찰나의 순간, 그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그림자 환영. 그것은 오딘이 그에게 준 권능 중 하나였다.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모두 의미 없어질 것이다.”
그 순간, 허공에 뜬 공간 속에서 작은 일렁임이 있었음을.
오딘은 놓치지 않았다.
그는 생각했다.
후긴은 조금 전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을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가 결코 자신이 계획하고 있는 무언가를 바꾸지 않을 거라는 것도.
* * *
다섯 번째 시련의 메인은 기본적으로 펜리르와의 전투에서 승리하는 것이다. 이는 심플했지만, 그만큼 쉽게 해낼 수 없는 것이었다.
이유야 구태여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펜리르… 녀석은 전투를 거듭할수록 더 강해지고 있다. 나를 시험하고 있는 건가?’
시험하고 있다.
재현은 그 전제에 처음으로 약간이지만 짜증을 느꼈다.
시련이라는 이름으로 겪어왔던 지난 네 차례의 고통. 그것은 자신을 성장시켰고, 그를 지금의 자리에 올려주었지만.
이제는 자신도 한 방 정도는 먹여주고 싶었다.
아군이긴 해도, 계속 시험을 당하는 입장에 서는 것은 사절이었다. 설령 그게 앞에 있는 거대한 괴물 늑대라고 해도.
“하압!”
기합과 함께 새롭게 얻은 검을 그었다.
이미 조금 전에 베어냈던 펜리르의 다리는 봉합되어 치유된 이후였기에, 좀 더 잦고 빠른 공격으로 그를 상대할 필요가 있었다.
비록 처음에 그랬던 것처럼 전력을 담아 검술을 펼칠 수는 없을 테지만, 여러 번 교차해서 같은 부위를 노린다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꽤나 힘겨운 일이었지만, 재현은 해낼 수 있다 믿었다.
그때, 펜리르가 아가리를 쩍 벌리며 말했다.
[흐음. 쓸 만한 검을 갖고 있구나. 브록-에이트리 형제를 만나고 온 모양이군.]그렇게 추측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드워프 중에서도 장비 제작에 이 정도로 뛰어난 재능을 갖춘 자는 많지 않다.
그마저도 이발디의 아들들은 완전히 아스가르드의 편에 서지 않았나.
지금 대적자인 재현에게 무기를 만들어 줄 녀석들이라고는, 그 정신 나간 어설픈 드워프들이 전부였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 있다면, 실력도 어설프진 않다는 것 정도지만.
“그렇게 됐네요. 이제 제 노예들이지만.”
[하하! 금을 꽤 많이 줬나 보지?]“두 닢입니다.”
[……?]재현은 의문을 표하는 펜리르에게 자세히 사정을 이해시킬 자신이 없어, 그대로 도약했다. 그리고 팔을 쭉 편 채, 검을 수평으로 베어냈다.
촤앗!
핏방울이 튀는 짧은소리가 들려왔다. 허나 얕다.
재현이 직감적으로 깨달은 채 몸을 뒤로 움직이려 할 때.
펜리르의 송곳니가 어느새 재현에게 다가와 그의 어깨에 정확히 틀어박히고 있었다.
“…크읍!”
재현이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그런 뒤 그는 앞의 적의 모습을 잠시 살펴보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적은 아니다.
넘어서야 할 대상임은 틀림없지만… 어쨌든 함께 전장에서 싸워야 할 상대다.
“살살해달라고 하면 그렇게 안 해주실 거죠?”
[물론이다.]“어째 시련을 치를 때마다 하나같이 이렇게 말하냐. 같은 편인데.”
[어차피 날 이기지 못한다면, 오딘은 죽일 수 없을 테니 여기서 죽는 게 나을 거다. 아마 그는 널 박제한 뒤에 본보기로 머리만 전시를 할 수도….]“섬뜩한 소리.”
재현이 어느새 새크리파이스로 어깨를 치료한 뒤, 펜리르의 목을 향해 정확히 검격을 쏘아냈다.
“하지 마시고!”
무형검.
그것이 빛을 발하며 적이 공격을 알아차리는 것을 한 박자 느리게 만들었다.
공격은 정확히 펜리르에게 직격해 그의 목에 상처를 남겼다. 타오르는 불꽃의 여파로 그를 두르는 혹한이 부서지기 시작한 것이다.
재현은 이어 계속해 그의 몸을 파고들기 시작했다. 그가 달려오기 시작하자, 펜리르가 재미있다는 듯 울었다.
“어쩌죠? 지금부터는 더 재미있어질 것 같은데.”
재현도 덩달아 미소 지었다. 검이 궤적을 그리고, 적의 송곳니와 이빨이 정확히 그를 노려오기를 반복한다.
재현은 마법을 사용해 공격을 피하기도하고, 그 속도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배틀메이지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함이었다.
어쨌든 이건 시련이다.
성장을 위해 시련은 준비되어 있는 것이고, 자신은 앞의 펜리르를 쓰러뜨릴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재현이 신격을 단번에 해방하며 말했다.
―신격을 극한까지 해방합니다.
“죄송하지만 제가 오래 놀아드릴 수는 없어서요.”
[나도 귀찮게 질질 끄는 건 딱 질색이다. 그러니.]펜리르도 가진 격을 모조리 끌어냈다. 무형의 에너지가, 이내 형(形)을 갖춰가며 그 공기마저 새하얗게 얼어붙게 한다.
다음 순간, 펜리르의 이빨과 재현의 빙결의 대지가 맞부딪히며 굉음이 쏟아졌다.
거친 파공음과 함께 하늘에서 비처럼, 우박이 쏟아졌다.
* * *
뿌우우우우-!
“지금 나를 공격하면 우리 아스가르드도 전쟁에서 전력을 드러낼 수 있게끔 신력의 사용이 허락된다. 그게 너희를 불리하게 할 거라는 생각은 없는 모양이지?”
헤임달은 태연하게 말하면서도 사실, 반 에시르 신들의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대체 그들은 왜 갑자기 신력의 소모를 통해 자신을 견제하는 거지?
이러한 방식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디까지나 그들은 약하다.
때문에 최대한 시간을 끌어서 전투에 임하리라 생각했다.
한데, 대체 이 모습은 뭐란 말인가.
자신을 둘러싼 헬과 헬라, 그리고 대적자의 동료들.
헤임달은 피리를 불어 적의 능력치를 낮추면서도 생각했다.
‘여기서는 도망치는 게 최선이다.’
걀라르호른. 헤임달의 피리는 같은 격을 지닌 상대에게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고로, 결국 헬에게는 전혀 소용이 없다는 뜻.
그녀를 상대하기 위해서는 같은 대군전에 뛰어난 티르가 제격이지, 자신은 그리 유리하지 않았다.
자신 홀로는 그녀 하나조차 상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하물며 앞에 있는 녀석들은… 어느 새인가 격까지 갖추고 있는 모양이다. 어설프지만, 격이라는 것은 무시할 수 없다.
헤임달은 이를 알았기에 한 번의 틈을 만들기로 했다.
그런 뒤 도망을 치고, 다른 신들과 함께 미드가르드를 쑥대밭으로 만드는 것이다.
그래, 그렇게 하면 된다.
“미안하지만…!”
그때였다.
헬이 갑작스럽게 장막과 같은 결계를 펼쳐내면서 시야를 암전시킨 것은.
‘당했나…!’
사태를 파악한 헤임달이 마력을 개방하던 순간이었다.
“어?”
헤임달의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와 함께 그의 다리 한쪽이 정확히 베어져 바닥을 뒹굴었다.
피 분수가 튀어 올랐다.
그는 무너지는 중심을 겨우 손으로 잡은 채 다급히 뒤를 보았다.
그곳에는 안호연이 있었다.
그가 피에 젖은 잿빛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다.
순간, 심장이 미칠 듯 쿵쾅대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감정은 신과 겨루었던 때도 느끼지 못했던 것이었다.
왜지? 자신보다 빠르지도, 격이 높지도 않은 인간이다.
그런데 왜 내가 당한 거지?
사고가 채 제대로 이어지지 못한 그때, 헤임달은 깨닫고 말았다.
안호연이 가진 무기. 그리고 동료들이 그에게 사용한 버프의 효과가 얼마나 사기적인지.
그리고…
자신의 비기인 걀라르호른이 녀석들에게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것을.
“제기랄.”
헤임달이 욕하며 자세를 고쳤다. 이제부터는 발악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가장 나약하다고 생각하던 인간들로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