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Obtained a Mythic Item RAW novel - Chapter 384
384화 다섯 번째 시련(4)
―액티브 스킬 《냉혈한》을 발동합니다.
―액티브 스킬 《마도구의 형상화》를 발동합니다.
―아티팩트 《마검 티르빙》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재현은 무기를 바꾸었다. 이제 그가 쥔 것은 티르빙.
그는 적에게 최대 데미지를 줄 수 있는 티르빙을 이용해 적을 상대하기로 했다.
‘신화의 장검으로 펜리르를 두르고 있는 빙벽과 혹한은 거뒀다. 상처도 입혔으니 지금부터는 본격적인 힘의 싸움이야.’
재현은 앞으로 세 합 안에 전투를 마무리할 생각이었다.
오래 시간을 끌수록 격이 낮은 자신이 불리하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지금 최선의 선택은 빠르게 끝내는 것.
다행히 앞의 펜리르 역시 호승심에 불타있고, 질질 끄는 것을 싫어하는 성정이라고 하니 걱정은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자신의 최선을 부딪치고 그 기백과 힘을 그에게 선보이는 것.
그게 전부였다.
―액티브 스킬 《오버 드라이브》를 발동합니다.
일시적으로 공격력을 두 배 상승시켜주는 스킬. 이를 발동한 뒤, 적의 배후로 이동해 각도를 좁혀간다. 예리한 검을 곧추세우고, 그대로 찔러 들어간다.
―액티브 스킬 《무형검 2식―환검(幻劍)》을 발동합니다.
찌르기에 특화된 티르빙이라 해도, 환검의 사용이 불가한 것은 아니다. 도리어 아주 빠르게 공격을 반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높이 평가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펜리르 역시 재현의 공격에 깊게 감탄하고 있었다.
[레이피어를 그런 식으로 활용하다니. 거기다 스킬을 이용해 마검의 페널티를 무효화 했다라.훌륭하군! 전투 센스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야.]
그의 칭찬은 퍽 달가웠다.
어쨌든 재현은 이전에 티르에게 승리하지 못하지 않았던가.
그는 수많은 마수와 발키리 군대의 협공에 완전히 밀렸고, 엘프들의 왕국을 지키지 못했다.
이그드라실에 의해 선택된 것이라고는 해도, 이는 그에게 가혹한 현실이었다.
가슴 깊숙한 곳에 새겨진 열패감을 떨쳐내는데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키지 못하는 데서 오는 심상 속 깊어지는 감정은, 쉬이 치료하기 어려운 법이 아닌가.
촤앗! 촤앗!
환검은 재빠르게 적의 급소. 그러니까 아킬레스건이나 근육이 맞닿는 곳들을 연이어 베어냈다. 재현의 가장 큰 전투 센스는 바로 이것에서 온다.
정보.
어떤 신체 부위가 취약한지, 어떻게 해야 적을 상대하기 조금이나마 쉬워지는지. 이를 가장 잘 알기에 재현은 강하다.
과거 무투계 시절부터 그를 살려왔던 것이 바로 이 정보였다.
재현은 붉어진 펜리르의 털을 보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제 한 합.
그가 웃으며 말했다.
“제가 이깁니다.”
[이번에는 내가 한 방 먹었군. 좋다!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어디 한번 해 보거라!]쩌적!
냉기가 바닥으로부터 치솟으며 재현의 가슴께를 노려온다. 이제부터는 제대로 한다는 의미겠지.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전투이기에. 급소는 피하는 게 대련의 기본이었지만, 펜리르에게 그런 자비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허나 재미있는 것은 재현도 그렇게 어쭙잖은 마음으로 그를 상대할 생각이 없었다는 것이다.
재현은 금세 다시 레이피어를 거두어들인 뒤, 재차 펜리르를 향해 다음 식을 전개했다.
무형검의 제3식. 연장검이었다.
[크읍!]이번에도 펜리르의 입에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연이어 두드린 끝에 그의 막돼먹은 회복력이 드디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조금 전 사용했던 신화의 장검의 효과 역시 작용했다.
수르트의 불꽃은 세상을 태우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지 않던가. 그 신화가 비록 각색되었을지언정, 아니 땐 굴뚝에서 연기 날 리 없었다.
최소한 수르트의 능력이 강하기에, 신화 속에서도 그러한 이야기가 수록된 것이 아닌가.
재현은 호흡을 고르며 전면의 거구를 바라보았다.
숨만 쉬어도 강해지는 적.
그리고 끈질긴 생명력으로 아군조차 혀를 내두르게 하는 자. 그게 펜리르였거늘, 그가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가장 나약하고, 스스로 비관을 하며 과거를 보내왔던 자신에게.
타앗!
재현은 그치지 않고 계속 달렸다. 여기서 단 한 번만 더 기회를 마련한다면 이길 수 있다.
이제 신격해방 4단계의 고지에 도달해, 오딘을 제외한 모든 에시르 신을 죽일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에시르에게는 큰 위협이 되겠지.
물론 거기에 만족할 생각은 없었지만 어쨌든, 다음 목표는 빠르게 달성될수록 좋다. 그렇게 여긴 재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는 눈앞의 늑대를 어떻게든 압도해야 하니까. 그것도 녀석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지 않는 선에서.
‘하여튼, 귀찮긴 하네.’
더럽게 어려운 일이지만, 여기서 반 에시르 측의 전력 손실을 초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금도 동료들은 헤임달과 싸우고 있을 것이다. 아마 이재상이 준비한 포션 덕분에 상태 이상에는 걸리지 않았겠지만, 그것마저도 쉬운 싸움은 아니겠지.
장비 각인으로 동료들의 생명력이 꽤나 질겨지긴 했으나, 아무래도 집중포화를 당하게 되면 견딜 수 없을 터였다.
그래서 이재상의 포션을 이용해 재현의 동료들은 헤임달의 피리에 대응하기로 했다. 거기에 안호연에게 준 신화의 장검.
아마 그게 있다면 의외의 한 방을 노릴 수 있을 것이다.
‘뭐 어떻게든 잘 해내겠지. 이제 약한 애들도 아니고, 내가 뭐든 해줄 수는 없으니까.’
무엇보다 재현은 펜리르를 쓰러뜨려야 한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헤임달보다는 펜리르의 무력이 훨씬 강했다.
그 북유럽 신화 속에서 오딘을 집어삼키는 쾌거를 이룬 자가 바로 펜리르가 아니었던가.
그 힘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재현은 준비를 마친 뒤, 마지막 공격을 위해 검을 쥔 어깨를 뒤로 젖혔다.
펜리르가 이를 드러냈다.
[와라.]그 순간, 재현은 몸의 근력을 싹 다 쏟아부어 티르빙을 창처럼 내던졌다.
피잉!
마치 화살이 날아가는 것처럼 검이 쏘아지고, 펜리르의 당황한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갑자기 무기를 버리겠다는 거냐? 무슨 생각인지 도통…]“나는.”
펜리르의 말에 재현이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마법사거든.”
―액티브 스킬 《화마의 사슬 Lv 5》을 발동합니다.
―액티브 스킬 《프로미넌스 Lv 2》를 발동합니다.
순간, 두 개의 신격이 부딪히며 거친 소음을 쏟아냈다. 세상이 멈춘 듯 아주 느리게 흘러가며 전투의 마지막을 알리고 있었다.
그 승자는 아주 찰나의 순간에 결정되겠지만, 결코 방심이나 요행으로 결정되는 것 또한 아니었다.
촤르르륵!
쇠가 부딪히는 소리와 함께 사슬이 펜리르의 몸을 금세 휘감았다. 물론 A급 스킬이기에 오래 그를 붙잡아 둘 수는 없다.
그렇기에 재현은 한 마법을 더 발동했다.
최근 익힌 프로미넌스. 보랏빛의 생명력을 앗아가는, 지옥의 불꽃이 펜리르의 몸에 정확히 적중한다.
콰아아앙!
들어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거대한 폭음과 함께 땅이 깨어지고, 하늘이 매캐한 불과 연기로 뒤덮였다. 이어 상처 입은 펜리르가 모습을 드러냈다.
쏘아낸 티르빙에 붙어 있던 파괴의 각인의 효과로 그의 몸 곳곳은 부서지고 있다. 사용자가 힘을 거두지 않으면, 아마 저 파괴는 계속해 이어질 테지.
허나, 다행스럽게 펜리르는 영특한 늑대였다.
[내가.]―메인 퀘스트 《다섯 번째 시련》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주어진 메인 퀘스트를 모두 클리어했습니다.
―보상이 정산됩니다.
[졌다.]펜리르의 패배를 알리는 시스템 음이 들려왔다.
그와 함께, 재현에게 반가운 소식이 더 전해졌다.
―모든 퀘스트를 완료하셨습니다. 신격해방 4단계에 진입합니다.
―사용자의 격이 드높아집니다.
동시에 재현의 몸에 지금껏 자신이 생각지 못한 의문의 힘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격을 처음 얻었을 때. 어쩌면 그 이상이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였다.
넘치는 힘은 금세라도 잔에 한계까지 담긴 물처럼, 한 방울만 새어나가도 넘칠 것 같았고, 마력은 채 갈무리 되지 못한 채 허공을 부유했다.
“이제 준비는 모두 끝났나.”
그 순간, 재현은 시스템 메시지를 보며 그렇게 작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그의 입에 희미한 미소가 걸렸다.
마치 먹구름처럼 어둑했지만, 언제든 다시 갤 수 있다는 빛을 머금은 미소였다.
* * *
무려 헤임달의 다리가 베어지며 피 분수가 튀었다. 허공에 솟구쳐 아무렇게나 쏟아지는 핏줄기가 그에게 섬짓한 감각을 심어준다.
대체 어떻게 인간이 자신의 경지에. 신의 격에 닿을 수 있다는 것인가.
어째서 이런 상황이 초래된 걸까.
그조차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우리는 분명 재현이 보다 약하지만, 같은 서클 멤버거든.”
안호연이 웃었다. 그와 함께, 김유정의 마력이 그와 모든 동료를 보호한다. 서이나의 절기 역시 모두 사용할 준비가 끝나 있었다.
언제든 그를 마무리할 수 있게끔 돼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헤임달은 당혹감 이외에 다른 감정은 가지지 않으려 노력 중이었다. 어떻게든 살아나갈 방법이 있을 것이다.
티르가 했던 것처럼, 여기서 발키리를 부른다면 또 다른 가능성이 열리지 않겠는가?
그는 그렇게 생각하며 통신 장치에 손을 대려 했다.
허나.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지?”
헬로부터 피어오른 검은 손길에 의해 그는 완전히 구속당했다.
이어 서이나의 눈이 번뜩이며 등 뒤로 새하얀 날개가 솟아올랐다.
―액티브 스킬 《왕의 재림》을 발동합니다.
―액티브 스킬 《알프헤임의 검》을 발동합니다.
두 개의 엘프 왕의 스킬이 서이나의 전 스탯을 보정하며, 그녀를 최고의 상태로 끌어올린다. 그녀의 머리칼이 샛노랗게 뒤덮였고, 눈이 녹색으로 물들었다.
동료들에게는 처음 선보이는 모습이었다.
“예쁘다…!”
이재상이 새삼 감탄하자, 권소율이 그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아 주었다.
아무리 포션으로 제 역할을 해줬다고 해도 그렇지.
신을 앞에 두고 저렇게 태연히 이야기하다니, 지금이 전시 상황이라는 걸 잊은 건가?
어이가 없어 횡격막으로부터 분노가 끓어 올라오는 느낌이었다.
어쨌든.
지이이잉!
허공에 떠오른 수십 개의 성스러운 검은 곧장 헤임달에게 내리꽂혔다.
서이나는 승리를 확신하며 작게 미소 지었다.
자신의 검이 헤임달의 몸을 직격하고, 이어 그를 쓰러뜨릴 거라는 것을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이변이 벌어진 것은 그때였다.
콰아아아아앙!
연이어 쏟아지는 검의 비를 막아낸 자가 있었다.
투명한 막에 가려져 그 내부는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의 공격은 알 수 없는 무언가에 의해 막히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결계처럼 보였다.
하지만 대체 누가 이곳에 온 거지?
헬과 다른 신들은 미드가르드에 다른 신이 도착했다고 한 적이 없는데….
“꼴이 추하십니다. 헤임달 님.”
그때, 그 자리에 있던 모두의 눈이 차갑게 식었다. 한 곳으로 집중된 시선 속, 보호막으로부터 모습을 드러낸 것은 한 까마귀였다.
후긴. 줄곧 자취를 감추고 있던 그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하나,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은 다음 순간에 이어졌다.
“커헉! 후, 후긴… 이게 무슨…?”
후긴의 검은 그림자로 된 손이 헤임달의 왼편의 가슴을 정확히 뚫고 나왔다.
커헉, 하며 피 가래를 쏟아낸 헤임달의 몸이 서서히 앞으로 허물어졌다.